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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09|2003
실질적인 고용평등을 향한 한 걸음 - 간접차별의 개념과 판단기준

:: 2003-12-29   조회: 64488

얼마전 한국남성협의회라는 단체에서 여성부의 설치는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고....여성부의 존재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에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성별 때문에 차별을 받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형식논리적으로 보면 이들의 주장이 아예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공무원 채용시 여성채용 목표제나 여성부 신설 등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도 '남녀 모두에게 동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면 남녀평등이 실현된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형식논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살펴보면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을 제공한다고 해서 차별이 근절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이후로 여성 조기정년제, 임신출산 퇴직제, 여행원 제도처럼 명백하게 성차별적인 제도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채용 공고시 합리적 이유없이 성별을 표기하는 것또한 성차별로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을 합리적 이유없이 달리 대우하는 것을 규제하여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뿌리깊은 성차별을 근절할 수 없음은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의 상황을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여행원제도, 여사원제도가 대표적인 성차별 사례로 비판받다 1993년 폐지되자, 은행권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는 성별기준이 아닌 합리적 기준에 의한 직종별 인사운용체계라는 명분으로 코스별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하였다. 코스별 인사관리제도는 일반직과 종합직이라는 직군별로 직무와 근로조건을 나누는데, 핵심직무를 담당하고 승진제한이 없는 종합직이 되려면 해외 또는 지방으로의 전근 명령에 언제든지 따를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 전근을 자유로이 가기 어려운 여성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일반직을 선택하고 대부분의 남성은 종합직을 선택하여 남성과 여성의 직무와 승진이 자연스럽게 분리되었다. 기업측에서는 종합직과 일반직의 직군 선택 기회를 남녀 동등하게 제공하고 그 선택 여부를 개인 의사에 일임한 것이므로 남녀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차별 개념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농협부부사원 우선해고 사건이 있다. 농협중앙회는 인원감축이 필요해지자 사내부부사원을 우선퇴직 대상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752명이 퇴직 신청을 했는데 그 중 90%가 넘는 688명이 아내인 사원이었다. 여성 퇴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비판에 대해 사측에서는 '부부직원의 일방을 대상으로 정하였을 뿐 아내인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어느 편이 퇴직할 것인가는 당해 부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한 사항이며 실제로 남편 직원이 퇴직한 경우도 있다'는 근거를 대며 남녀차별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남성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정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사표를 내지 않으면 당신 남편이 구조조정 된다'고 퇴직을 종용받을 경우 남편이 정리해고 되는 것을 감수하고 여성이 끝까지 버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결국 부부사원 우선 해고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해고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상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같은 조건에 있는 남녀를 다르게 대우했을 경우만을 규제하는 직접차별 개념으로는 위와 같이 성차별적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예컨대 직무수행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조건인 연장근무, 유연한 근무형태, 잦은 출장 등은 중립적인 기준인 것같지만 이러한 요건은 가정 내에서 남성이 갖는 특권적 지위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요건이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요건으로 요구되는 한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을 떠맡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과의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뒤쳐지게 된다. 따라서 외관상 중립적인 관행일지라도 적용결과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서 불이익한 효과가 큰 경우에는 차별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는 간접차별 개념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 제3차 개정을 통해 간접차별 개념을 명문화하였고 2001년 제4차 개정에서는 적용대상을 '인사에 관한 기준이나 조건'에서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으로 바꾸어서 더욱 확대하였으나 아직 실효성있게 적용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1. 간접차별 개념의 등장

간접차별 개념은 극심한 인종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 처음 인정되었다. 1950년대 초반 시작된 민권운동은 60년대 초반 들어 고용 기회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근절하자는 정치적, 사회적 압력이 커지면서 의회는 "사업장에서의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 할 수 있는 1964년 민권법 제 7편을 통과시켰다. 민권법 제 7편 제703조는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 등을 이유로 노동자의 모집, 채용, 근로조건, 직업소개,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 직업훈련 등에 있어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권법 제 7편의 입법 이후 고용차별 소송이 활발하게 제기되기 시작하였고 남녀고용평등 실현에 있어 많은 성과를 낳았으나 그와 함께 '같은 조건에 있는 개인에 대한 차등대우'이라는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고용차별의 유형들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간접차별을 차별의 또다른 개념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는 Griggs판결이다. 1955년 Duke Power회사는 생산직을 제외한 모든 직종에 신규 채용되는 사람 혹은 생산직에서 비생산직으로 옮기려는 사람은 모두 고등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다만 기존의 비생산직에 채용되어 있던 사람은 비록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더라도 새로운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위 회사는 위 규칙이 수립되기 전에 생산직은 이미 거의 흑인이었고 비생산직은 거의 백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종업원 구성비는 과거 신입사원 채용시 있었던 의도적인 인종차별의 결과였다. 1965년 7월 2일(1964년 민권법 제 7편의 발효일)부터 회사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는데, 이에 따르면 생산직을 제외한 모든 다른 부서의 신입사원은 지능테스트와 기계에 대한 이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는 추가조건이 붙게 되었다. 이 경우에도 이미 채용된 사람은 부서별 이동시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되고 별도로 시험을 통과할 것은 요구하지 않았다. 1965년 9월 위 회사의 인사규정이 다시 수정되었는데, 이는 비생산직 중 자재부 노동자의 반발로 인한 것으로, 1965년 9월 1일 이전에 채용된 노동자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도 위와 같은 특별한 테스트에 통과하는 것만으로 부서변동을 가능하게 하였다. 결국 위 회사의 인사규정은 흑인 노동자의 고용차별 소송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는데, 원고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흑인노동자의 경우 민권법 시행 이전에 누적된 고용차별의 결과로 인하여 생산직에 집중된 상황에서 위와 같은 인사규정을 충족하기 어렵다. 그간의 사회분위기로 보아 사회의 하층민으로 살아온 흑인 중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산직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어렵다. 반면에 백인노동자의 경우 규정 시행 이전에 대부분 비생산직으로 채용된 관계로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어도 상위부서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위 규정은 과거의 차별적 고용관행으로 인한 결과가 현재의 고용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위법한 것이라는 주장이 원고의 논거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민권법 제 7편의 입법취지는 어디까지나 인종, 성별 등의 차이와 무관하게 동등한 자격을 가진 노동자에게는 균등한 근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개개의 노동자의 개별적인 대우에 있어 차별적인 의도로 행해지는 차별대우 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지극히 중립적인 기준에 의하여 노동자의 채용 등이 행해지더라도 사실상 위와 같은 고용기준이 특정 집단의 노동자에게만 불리한 결과로 작용한다면 이는 위 법이 규정하려는 취지인 고용의 균등한 기회보장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따라서 고용차별의 한 유형으로서 간접차별 또한 공민권법 제 7편에 그 입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하였다. 그밖에 판례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게 임금을 받는 사회에서 이전 임금 수준을 근거로 임금을 책정하면 간접차별이 발생한단고 인정한 판례, 흑인의 체포율이 백인보다 더 높은 상황에서 체포 기록을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 또한 간접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인정한 판례 등이 있다.

이 새로운 고용차별 개념은, 사회 전반에 걸쳐 누적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대우로 인해 특정 집단에 속한 개인이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출생한 것만으로 차별적 고용결과를 피할 수 없는 경우,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제도 내지 관행은 민권법 제 7편이 추구하는 평등이념 실현에 배치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종래의 직접차별 이론에 따르면 고용차별이 성립하려면 사용자의 차별 의도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직접차별 이론만으로는 소송 실무상 문제점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용자의 차별 의도가 전혀 개입되지 않거나 혹은 차별의도의 입증이 지극히 곤란한 경우, 그럼에도 특정 근로자군에 대하여 오랜 기간 차별적 고용 결과가 나타나는 고용 현실을 어떻게 구제하는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Griggs사건에서 사용자는 단지 선발 비용을 줄이려는 동기로 고교졸업장을 채용, 승진조건으로 채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발기준이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서만 불균등하게 불리한 영향을 미치면 간접차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연방대법원이 판시한 것이다. 곧이어 유럽연합에서도 미국의 간접차별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백화점 여성 노동자의 대부분이 파트타이머이고 가정내 역할 때문에 장기 근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5년 이상 근속자에 대해서만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이라는 유럽사법재판소 판례, 젊은 날을 출산, 육아부담을 지느라 노동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떠나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28세 이하 모집이라는 연령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적으므로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영국 고용재판소 판례가 대표적인 판례이다.


2. 간접차별의 판단 기준

1) 간접차별 사건에서 원고는 일단 외관상 중립적인 고용 관행이 특정 소수집단 구성원에 대해 서만 차별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서만 차별적 결과가 발생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원고는 통계 증거를 이용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의 고용차별소송 판례를 보면 통계의 증거력을 넓게 인정하여 소송이 제기된 사업장의 전체적인 노동력 구성비가 불균형하기만 해도 고용차별 책임을 인정해주는 편이었다. 그러나 Atonio v. Wards Cove 판결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우선 표면상의 수치비교만으로는 차별을 일응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고 특정 고용관행과 차별적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입증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통계의 증거력은 그만큼 축소되었고, 원고의 입증책임은 가중되었다. 이러한 판례 경향은 통계 증거만으로도 차별을 일응 입증하게 하여 균등한 고용기회를 보장하려는 간접차별 이론의 취지를 훼손하고 직접차별 이론과의 차이점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2) 일단 원고가 간접차별을 일응 입증하면, 사용자는 원고측 통계의 의미나 진실성에 문제제기 함으로써 간접차별의 존재를 아예 부인하거나, 차별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이 "직무관련성이 있고 경영상 필요성에도 합치하기" 때문에 정당화된다고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도 있다. 이렇게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용자의 항변을 "경영상 필요성 항변"이라고 부른다. 경영상 필요성 항변과 관련하여 Griggs판결에서는 문제된 관행이 "직무 수행에 관련있음(job-related)이 입증되어야 한다", "문제된 고용과 명백한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직무수행에 있어 충분히 합리적인 방법이어야 한다", "지원자의 실제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야지 추상적으로 추정해서는 안 된다""중요한 판단기준은 경영상 필요성이다. 만약 흑인을 배제하는 고용관행이 직무 수행과 관련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 관행은 금지된다"고 하였다. 즉, 노동자를 선발하는 고용관행이 실제로 직무수행능력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인지, 자질있는 노동자를 선발함에 있어 문제된 고용관행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자질이나 능력이 실제로 직무수행에 있어 필요한 것인지, 더 나아가 선발 대상이 되는 그 직무 자체가 경영에 꼭 필요한 것인지를 입증했을 때에야 차별적 고용관행이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영상 필요성 항변의 판단 기준은 간접차별 이론이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인종중립적(race-blind)이거나 성중립적(sex-blind)으로 보이는 고용기준은 사실 기존의 백인편향적, 남성편향적 가치관과 직무평가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현존하는 직무평가 기준이나 작업장 구조는 사회 주류 집단의 경험과 가치관을 반영하여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편향적인 구조가 남아 있는 한 균등한 고용기회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평등실현이 불가능하다.

3) 사용자가 경영상 필요성 항변에 성공한 경우 원고는 피고가 채택하기를 거부한 덜 차별적인 대안이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승소할 수 있다. Albemarle Paper Co. v. Moody판결에서는  "사용자가 직무 관련성을 입증한 경우, 원고측은 인종적 효과를 낳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이고 믿을만한 솜씨'라는 사용자의 합법적인 이익에 기여하는 다른 평가나 선발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여 대안적 고용관행 단계를 추가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원고측이 대안적 고용관행을 제시해서 성공하거나 이 단계가 실제적인 쟁점이 된 경우는 아직 없다.

3. 한국에의 시사점

미국 기업에서는 직무평가(Test) 체계가 발달됐기 때문에 문제된 직무평가체계가 자질있는 근로자를 선발하는데 최적인가를 판단하는가가 간접차별 소송에서의 핵심적인 쟁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직무평가 체계가 발전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주관적 고용관행(subjective employment practices)에 의지하는 경우 간접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미국 판례에서도 주관적 고용관행이 문제되는 경우일수록 원고측에서 간접차별을 일응 입증하기가 어렵고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성 항변을 더 쉽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주관적 고용관행에 의지하는 기업이 많은 한국에서 간접차별 이론을 실효성있게 적용하려면 주관적 고용관행 관련 미국 판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간접차별 이론의 적용 범위에 있어서도 미국 사례의 한계 지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 법원은 간접차별 이론을 채용, 승진, 해고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민권법 제 7편은 인종, 국적, 성에 근거한 고의적인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간접차별 이론이 임금에 대한 간접차별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해 딱 잘라서 언급한 적은 없지만 하급심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관련된 소송에서 차별 의도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였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선발기준 외에도 임금 같은 근로조건이나 사회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간접차별 이론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
간접차별 이론은 여성 노동자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Bilka사건도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연금지급 차별이 원인이었고, Ingrid Rinner-Kuhn v.FWW Spezial-Gebauderein igung GmbH and Co.(1989)사건도 주당 10시간 미만의 노동을 하는 근로자는 질병의 경우에 임금을 계속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독일법률에 대해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이라고 주장한 사건이었다. 미국에선 여성 비정규직과 관련하여 간접차별 이론을 적용한 사례가 없으나 여성 노동력의 비정규직화를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법리로 해석하는 방향도 모색할 수 있다. 1998년 통과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근로자 파견을 허용한 업무를 보면, 비서, 타자원 및 관련 사무원, 전화교환 사무원, 조리사, 전화 외판원, 건물청소원, 보모, 간병인 등 대부분이 전통적인 여성 집중 업무이기 때문에 파견법 자체가 여성 노동력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근로자가 집중된 업무를 아웃소싱하거나 분사하는 사례도 많다. 2001년 한국통신은 114센터를 분사하였고 여성노동 단체로부터 성차별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통신측에서는 114센터가 가장 수익이 낮은 부분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분사했을 뿐 여성을 집중적으로 해고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수익성이라는 외관상 중립적인 듯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것이 여성노동자 집단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미국의 간접차별 이론을 적용해보면, '수익성'이라는 외관상 중립적인 관행을 적용하였으나 여성이라는 특정 소수집단에 대해 더욱 더 큰 불이익 효과가 발생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한국통신은 114분야가 정말 가장 수익성이 떨어지는 분야인지 매우 엄격한 조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114업무를 아웃소싱하지 않을 경우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이 오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비로소 차별금지법 위반의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간접차별 이론은 성차별적인 성역할 관념과 누적된 차별을 바탕으로 하여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방법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
구미영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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