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 일용노동자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대표적인 여성 일용노동 직종인 가사도우미, 간병인, 산후도우미, 베이비시터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제외 대상이다. 근로기준법 제10조에서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가사사용인이란 가정부, 파출부 등 일반 가정의 가사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 이러한 규정은 가사사용인의 경우 가정의 사생활에 관련된 부분이기에 국가권력이 개입해선 안 되며 또한 현실적으로 규제하기도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사노동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사사용인들의 노동권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부분적이나마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드는 것도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또한 위 조항에 따르면 상시 4인 이하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영세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한되는데, 해고의 제한, 퇴직금, 근로시간과 휴식 등 가장 중요한 근로기준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고 있어서 문제이다. 식당도우미 노동자의 경우 4인 이하 규모의 식당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한적으로 받게 된다. 설령 5인 이상 규모의 식당이라 할지라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근기법 위반에 대한 강력하고도 정기적인 감시가 지속되지 않다 보니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천지일 정도로 중소영세사업장에서의 노동법 위반이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하고 생활하기 위한 그야말로 최저선을 법으로 강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근기법 적용에서 제외되거나 제한된다는 것은 이 최저한의 수준마저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여성 일용직 노동자를 보면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언제 사용자의 말이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구두계약의 내용도 임금 지급시기, 액수 정도가 대부분일 뿐 구체적인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관례에 따른다. 그러나 이 관례라는 것이 기업측에 유리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도우미 노동의 경우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면서 법에서 규정한 일일 8시간 근로 외의 초과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은 아예 계산되지 않으며 월차, 생리휴가 또한 아예 보장되지 않는다. 그저 마음 좋은 사장님이나 고용주를 만나 아플 때 하루 정도 빠질 수 있는 것을 고마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고용형태가 일용직이라는 점 또한 여성 일용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통계청이 2001년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일용직의 월 평균 임금은 688,000원으로 상용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인 1,670,000원보다 훨씬 낮고 퇴직금과 상여금의 수혜 비율 또한 각각 1.0%,와 1.1%에 그쳤다. 근로기간 중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해고가 가능해서 고용불안정성이 더욱 심하기 때문에 일용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유급 주휴제나 초과근로수당, 휴업수당을 실제로 요구할 수 있는 일용노동자는 많지 않다. 취업구조가 불안정하고 해고는 너무나 쉽다보니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면서라도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노동법에는 임시, 일용직 이용을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형태로 인한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사회보험 | 적용 제외 대상
(도시 여성일용직 노동자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정리한 것임) | 고용보험 | 1개월 미만 고용되는 일용근로자(고용보험법 제 8조 3호)
1개월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개월 80시간 미만, 1주 18시간 미만인자(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 2호)
총공사금액 3억 4천만원 미만의 공사(고용보험법 제 7조) | 산업재해
보상보험 | 가사서비스업(산재보험법 시행령 제 3조 제 1항 4호)
가사서비스업 외의 사업으로서 근로자를 단속적으로 사용하여 상시근로자의 수가 1인 이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업(시행령 제 3조 제 1항 5호)
건설공사 중 총공사 금액이 2천만원 미만인 공사 또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한 주택사업자 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건설업자가 아닌 자가 시공하는 공사로서 연면적이 330제곱미터 이하인 건축물의 건축 또는 대수선에 관한 공사 (시행령 제 3조 제 1항 3호) | 국민건강
보험(직장) | 기타 사업장의 특성, 고용형태 및 사업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근로자
- 건설업, 가사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섬유제품제조업(봉제의복제조업 제외), 섬유염색 및 가공업, 오락관련산업, 이용 및 미용업에서의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 비상근 또는 시간제 근로자 등 사업장에서 상시근로에 종사할 목적으로 고용되지 아니한 근로자(국민건강보험법 제 6조 제2항 제 4호)
1개월 미만의 기간동안 적용되는 일용근로자(국민건강보험법 제 6조 제2항 제 1호) | 국민연금
(직장) | 5인 미만 사업장은 당연가입 사업장에서 제외됨(국민연금법 시행령 제 19조 제 1항 제 1호)
일용근로자 또는 3개월 이내의 기한부로 사용되는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등 상시근로에 종사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자가 아닌 자는 국민연금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음(시행령 제 2조 제1호-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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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4대 보험의 적용 여부는 사업장의 규모, 고용형태, 종사산업의 종류, 근속기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여성 일용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고 일용직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적용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보니 이직률이 높고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여성노동자의 특성상 이직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여성 노동자는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가사사용인의 경우 근기법상의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거나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처럼 아예 가사서비스업을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4대 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물론 이 또한 경제위기 이후 손질하여 적용범위를 확장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용대상이라 할지라도 실제 가입 실적은 매우 저조한데 일용직 노동자가 잘 모르는 탓도 있지만 불안한 고용형태로 인해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1년 현재 상용직 남성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88.0%인데 비해 임시일용직 남성노동자의 가입률은 17%에 불과하고 특히 여성 임시일용직의 경우 13.2%에 그쳤다. 여성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불규칙한 소득기회와 직업병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4대보험 적용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에도 제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이중착취에 시달리는 여성 일용노동자
기존의 인맥을 통하여 주로 직업을 구하는 남성(숙련) 일용노동자와 달리 여성일용노동자는 주로 유료직업소개소를 이용한다. 2001년 상반기에만 전국 3592개의 직업소개소에서 연인원 1523명(일용직 95%)에게 취업을 알선하여 1개소당 850명에 취업을 알선한 것으로 보인다. 12월말 현재 서울시에 있는 무료 직업소개소는 141개, 유료직업소개소는 1290개이다.
취업관련업체가 난립하면서 소개료 과다징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 심각한 중간착취 문제를 낳는다. 이는 취업소개소 중 소규모 개인사업자가 71.8%를 차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소개요금은 원칙적으로 구인자로부터 임금의 10%만을 징수할 수 있다. 그리고 구직자로부터 소개요금을 징수하는 경우에도 4%를 초과할 수 없으며, 구직자가 소개요금을 부담하는 경우 반드시 서면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는 경우도 거의 없다. 1년 동안 유료직업소개소와 파견업체가 일용노동자로부터 부당하게 징수하는 소개비를 추정하면 서울시에서만 283억원에서 40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밖에 유료직업소개소에서 일용노동자의 일당을 가로채거나 파견업체 행세를 하면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부당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 유료직업소개소를 거의 매일 이용하는 여성 일용노동자의 경우 1년이나 6개월 단위의 회비로 직업소개료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일용노동자가 유료 직업소개소에 의해 중간착취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용노동시장에 대한 공공의 역할은 미미하다. 97년 취업알선 소개 실적을 보면 공공소개소의 실적은 민간소개소의 8.2%에 불과하였다. 유료직업소개소 및 불법파견업체의 소개료 과다징수 및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지도 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직업안정법 제 36조 제 1항에 따르면 노동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직업소개 사업을 하는 자가 직업안정법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6월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사업을 정지하게 하거나 등록 또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직업소개소에 대한 정기적인 단속은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최근 제 240회 임시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직업소개소의 횡포에 대해 질의한 것에 대해 노동부는 033년 1/4분기의 경우 무등록 직업소개업체 70개를 폐쇄조치하였다고 답변하였으나 독버섯처럼 번지는 직업소개소 중 70개는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할 뿐이며 등록된 합법 직업소개소에서 벌어지는 위법 사례에 대해선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3. 여성 일용노동자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요구
1) 임시, 일용직 고용 등 기간제 활용에 있어 법적 사유제한의 중요성
최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에서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공익위원들 단독으로 안을 제출하였다. 그 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간제 근로에 대하여 비정규 노동의 사유 규제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 계약기간의 반복 갱신 규제이나 차별금지 등과 같은 사후규제만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간제 근로는 정규직 근로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마음대로 선택하여 채용하되, 일정한 계약기간이 반복될 때에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임시, 일용과 같이 일정계약기간을 갖는 기간제 노동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확산시키겠다는 의미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기간제 근로의 허용사유와 이용원칙, 차별대우 금지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 노동의 사유규제가 필요한 것은 비정규 노동자의 수량적 규제 없이는 고용의 질적 제고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비정규직 활용의 사유를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의 고용부담을 회피하고 비정규직의 낮은 인건비 활용을 겨냥하여 비정규 노동자를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대책에 기간제 노동에 대한 사유규제가 없다면, 이는 비정규직의 수량적 확대를 여전히 방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기간제 근로에 대한 노사의 입장
| 노 동 계 | 경 영 계 | -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출산·육아, 질병·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의 대체 경우나, 계절적 사업의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업무가 증대한 경우 노사합의 등 절차적 제한을 거쳐 허용)
- 허용기간: 업무성질에 따른 최소기간 허용
·근로계약기간은 최장 1년. 단, 1회에 한하여 반복갱신을 허용하여 최대 2년까지 허용
- 2년 초과고용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간주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규정 | - 유기근로계약 사유설정반대
- 계약기간은 상한 1년에서 3년으로 연장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 간주나 정규직 전환의무 반대
-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 명문화 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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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노사정위 비정규 특위, 비정규 근로자 대책 공익위원 안(2003.5)
2) 노동법 적용 범위의 확대 및 실효성 확보
가사사용인의 대표적인 이름, 파출부. 온 몸이 쑤시고 아파도 직업병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어느 날 갑자기 부당하게 해고되어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 생계비를 벌기 위해 똑같은 설거지 노동을 해도 식당이냐 가정집이냐에 따라 권리가 달라지는 게 말이 되는가. 가사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용 제외는 성차별이다. 정부와 국회는 즉시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4인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기법 적용조항의 범위 또한 퇴직금, 해고의 제한, 근로시간과 휴식 같은 중요한 부분을 포함할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그래야 해고제한 법리가 적용되어 고용의 불안정성이 줄어들 수 있고 연장, 야간근로의 제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보장, 연차휴가의 보장,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변형근로시간제에 대한 제한이 가능해진다. 마찬가지로 4대 보험 적용 범위 또한 확대되어야 한다. 영세사업주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된 현실에서 가사사용인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과 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방안도 충분히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법의 적용범위가 확대되어도 현장에서 실제로 규범력을 갖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따라서 노동법 위반 실태에 대한 엄격하고도 지속적인 지도 감독이 이루어져야 하며 최근 노동계에서 추진하는 명예근로감독관제도도 보완책으로서 의미가 크다.
3) 민간영리직업소개 금지원칙의 확립, 공공직업소개의 확장
우리 노동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중간착취 금지의 원칙이다. 따라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 공급사업이나 직업소개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노동유연화 공세가 계속되면서 직업소개소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근로자파견이 합법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전에도 불법적인 근로자공급사업이 횡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90년대 후반 들어선 아예 합법화,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직업소개 관련해서는 저소득, 저학력 여성 노동자의 취업률 향상에 도움이 되고 공공취업 알선보다 취업률이 높아는 이유로 직업소개 기능의 민영화가 적극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될 정도이다. 민간직업소개소의 높은 알선률, 취업률은 일용직 여성들의 반복적이고 불안한 취업 현실을 보여줄 뿐이며 여성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직업소개소에 종속된 현실을 뜻할 뿐이다. 97년 ILO가 민간직업소개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입장으로 변경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노동시장이 성숙되어 있고, 민간소개소가 자체 규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간 직업소개에 의존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직업소개는 공공부문이 전담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일용노동자의 직업소개를 맡을 경우 중앙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이직이 많은 경우라 할지라도 해당 직종에서의 근속연수를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경력인정, 사회보험 적용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취업 경로가 공식화되고 단일화됨으로써 일용노동자들이 결집하여 공동의 요구를 확인하고 조직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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