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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0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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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01|2003
인쇄산업의 구조변동과 인쇄노동자의 미래

:: 2003-02-18   조회: 1791

들어가며

인쇄산업의 구조변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글은 구조변동의 동학을 추적하고 인쇄 산업의 구조변동에 따른 인쇄노동자의 미래를 전망하는, 또한 그에 따른 대응을 모색하는 입론 수준의 문제의식이다. 디지털 인쇄로의 급격한 변화가 인쇄산업의 구조변동을 추동하고 있다. 구조변동이 가져올 인쇄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기본권의 후퇴와 대대적인 고용파괴가 예상됨에도 인쇄노조를 비롯한 인쇄관련 단체에서는 아직도 엄혹한 상황임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IMF 관리 체제 하에서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음에도 아직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대응 전략과 계획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환경변화와 과학기술의 진보의 결과가 인간 노동을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현실을 그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러하기에는 현실은 너무도 냉혹하기 때문이다. 주체내부의 점검과 혁신 그리고 다양한 수준의 투쟁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 글이 인쇄산업의 구조변동에 따른 향후 전망과 인쇄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대응 논의에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인쇄산업의 변화
미디어가 다변화되고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온라인의 일상화는 오프라인(지면광고) 광고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경기가 최저점을 향해 가파르게 치닫고 있는 상황인지라 침체는 더욱더 장기화, 구조화될 전망이다. 일시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따른 침체가 아닌 구조변동에 따른 구조적인 위기국면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광고시장의 효용가치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광고시장은 그 가치를 서서히 상실해 가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떠밀리는 형국이다. 오프라인 광고에서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른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인터넷이 누구에게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조화되면서 일상적인 문화로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광고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고 있다. 영상미디어와 다매체 시대로의 변화는 활자문화의 전반적 퇴조와 맞물리면서 시대의 대세가 되어 버렸다. 오프라인 광고는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프라인 광고에 기업 이미지 광고나 브랜드 광고는 이제는 구색 맞추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장규모가 날로 축소되고 있다. 인쇄관련 협회의 회보나 신문에서도 확인되는데 매년 오프라인 광고시장이 평균 20%이상이 축소되고 있음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고 인쇄산업의 경기 상태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종이 소비량만으로도 이는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인쇄산업의 전반적 쇠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문제는 인쇄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인데 급속한 환경 변화에 따른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쇄 노동자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디지털 인쇄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따라서 구조변동 가속화되고 있다. 로봇이 생산의 전과정을 통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매엽(옵셋)인쇄기가 하나의 슈퍼컴퓨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무인화 시스템이 눈앞에 현실로 차츰차츰 다가서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이제는 우리 눈앞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인쇄문화의 선진국이라할 일본과 독일에서는 이미 무인 시스템이 작동 중에 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움직이던 기계들이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움직이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필름이 필요없는 최첨단의 신기술로 인해 출력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가동중인데 앞으로 2-3년 뒤에는 출력실은 시장에서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제판실(소부실)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디지털 인쇄가 확장되면 될수록 인쇄산업의 100여 개 정도의 직종 중에 많은 부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CD 한 장만 넣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수준에 이른 오늘날 과학기술의 혁명은 현란한 지경이다. 디지털 인쇄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낡은 틀을 모조리 갈아치울 태세이다. 인쇄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 노동을 소외시키는 결과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인쇄가 몰고 올 파장은 예전의 경험했던 수준과는 파괴력이 훨씬 강할 것이다. 대대적인 고용파괴와 고용형태의 다변화로 귀결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게 인쇄산업 종사자 대부분의 고민일 것이다. 이구동성으로 막연하나마 추상 수준에서는 위기가 운위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전혀 없는 것인가?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의 단축의 역사이다.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수천 명의 인쇄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나는 혹독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아직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리스비용을 감당 못하면서 리스회사에서 기계를 가져가 버리는 순간 일터가 사라져버리는 살풍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그것이 불과 3-4년 전의 일이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표에 의하면 서울지역의 인쇄산업 종사자를 약 16만 명이라고 한다. 탁상행정에 의한 대표적인 지표인데 영세사업장의 특성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등록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감안했을 때 그 수가 두 배는 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럼 2~3년 후를 상상해 보자. 인쇄산업의 메카라 불리는 충무로는 어떤 모습일까? 규모가 있는 사업장들은 벌써 파주 출판단지를 비롯한 경기 일원으로 발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잉투자로 인해 충무로의 인쇄시장은 오래 전에 포화상태라는 게 중론이다. 사업장 규모로 시장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조차 사문 화된, 휴지조각에 불과한 곳이 바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대안은 없는 것인가?
IMF 관리체제 당시 제안되어진 내용 하나, 장시간 노동과 왜곡되고 굴절된 근무형태를 바로 잡는 것이 대안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인쇄산업은 아직도 주 48시간 노동이 존재하고 있고 중대형 인쇄소와 출력실, 제본소 등에서는 12시간 맞교대(2교대)라는 근무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인쇄 노동자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2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월평균 임금에서 오버타임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수준이다 보니 12시간 맞교대를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오래 전에 구조화된 탈법적인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 2교대를 3교대 8시간 노동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만이 현국면을 타개할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3교대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어지는 반론은 분명있다. 자본의 지불능력 운운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임금 손실분을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지가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관리 체제 하에서 진행되었던 해묵은 논쟁이다. 지불능력 운운하며 실행가능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말하는 동지들에게 거꾸로 묻고싶다. 왜 노동자들이 지불능력을 걱정해야 하는지를. 그렇다면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를. 지불능력을 걱정한다면 고통전담이라도 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현실인식이다. 설령 지불능력에 관한 고민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노동자들이 감당해야할 몫(문제)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노조가 견지해야할 지불능력에 관한 부분은 입장을 밝히고 그 내용을 가지고 현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기획, 집행하는 것을 제외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본질적인 대안은 아니겠지만 고용유지와 인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차선이라도 채택해야 한다. 그야말로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관리체제 당시의 위기보다도 훨씬 심각한 위기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라고 진단하였다.
당장의 눈앞에 현실만 생각하지 말고 구조변동에 따른 후폭풍을 생각한다면 중장기적인 대안과 전망마련을 위해서는 능동적인 제안과 적극적인 설득을 해야한다. 대중추수가 아닌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중심을 세워내고 그 중심의 힘으로 무너진 조직력을 다시금 복원해야 한다. 인쇄노동자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고용을 유지하고 생존권을 지켜내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이 길밖에는 없다. 임금손실분 보전의 문제는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지원되고 있는 각종 기금이 실은 정권 차원의 관리비임이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노동자들에게 거두어들인 각종 세금이 엉뚱한 곳에서 세고 있는데 그 돈만 제대로 운용되어져서 영세사업장 지원금으로 국가가 지출하도록 강제한다면 전혀 터무니없는 제안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사안의 형식과 내용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투쟁은 지역노조 몇 개가 감당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총연맹 차원의 기획과 집행이 되어야 한다. 인쇄뿐만이 아닌 수백만 명에 이르는 영세사업장 노동자 일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 등 고용형태의 다변화를 강제하는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맞서 노동시장 단축 투쟁을 전개하는데 현실적으로 인쇄산업에서는 주44시간 노동을 물질화 시키는 문제와 12시간 맞교대를 8시간 3교대로 전환시키는 투쟁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이다.

나오며

97년도 IMF 관리체제를 경과하면서 인쇄산업의 노동조건은 오히려 열악해진 상황이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오버타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가 하면 일방적인 해고등 대대적인 고용파괴와 그에 따른 인쇄 노동자들의 삶이 황폐해지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른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허덕이는 인쇄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켜내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3교대로의 전환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칼바람 앞에 촛불과도 같은 인쇄 노동자들에게 닥쳐올 엄혹한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만 한다. 급격한 구조변동으로 야기될 대대적인 고용파괴에 맞서기 위한 대응을 힘있게 조직하자. 인쇄산업의 구조변동에 따른 인쇄 노동자들의 생존의 위기를 해치고 나가기 위한 내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논쟁을 조직하자. 그리하여 위기가 운위되는 현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어 가자.
정중석 | 인쇄노동자, 노동자의 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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