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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05|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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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05|2003
SK인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과 과제

:: 2003-06-12   조회: 1998

SK시설관리 용역노동자들의 11일간의 점거농성투쟁

정부출연과학기술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가 밀집되어 있는 대덕연구단지내의 SK대덕기술원 시설관리노동자들은 노조결성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1일간의 점거농성을 진행했고, 20여 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숨가쁘게 진행한 채 마무리되었다. SK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완강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11일간의 점거농성을 전개한 투쟁의 대오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노조는 '용역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으로 도급계약을 SK측과 합의하고 투쟁을 마무리했다. 결성된 지 10여일밖에 안된 노조와 조합원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SK측의 전방위적 탄압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그들의 투쟁을 지속시키기에는 어려웠던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의 모회사인 인플러스

이 투쟁을 이끌었던 시설관리 노동자는 SK 인플러스 소속으로 되어 있는 노동자들이다. 인플러스는 최근 '불법파견자도 직접고용의무가 있다' 는 고법판결을 끌어냈던 SK인사이트코리아의 모회사로 (주)SK의 시설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SK의 자회사이다. SK대덕기술원과 SK본사 빌딩 시설관리, SK콜센타, 진천 생산공장 등 SK의 아웃소싱을 전문적으로 담당해온 기업이며 직원 수는 320여명이다.

노조결성과 점거농성

인사이트코리아의 고법판결 승소소식을 접한 인플러스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노조결성을 추진해 대덕기술원 소속 직원들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인플러스대덕기술원 노동조합'을 3월 22일 결성해 한국노총 연합노련에 가입하고 3월 25일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그러나 SK측은 3월 24일 구청으로부터 노조결성을 통보 받고 곧바로 대덕기술원의 '시설관리부분과 식당'에 대해 입찰공고를 내고 3월26일 입찰설명회를 거쳐 5일만에 용역회사를 '인플러스'에서 '경기종합관리'로 변경(4.1자)하였다. 이에 노조는 3월31일부터 전기실과 기관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하며 세 가지 요구사항을 걸게된다. 이 때 제기한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SK는 노동조합과 직접 협상에 임할 것.
둘째, SK㈜는 인플러스 직원들을 전원 직접 고용(정규직화) 할 것.
셋째,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SK내의 동종업종 직원과 동등하게 처우하고 근속년수를 인정한다. 이에 따른 세부적인 사항은 현 인플러스노조, SK노조와 SK㈜와 합의하여 결정한다.

이러한 요구 근거로는 첫째, 인플러스는 SK의 자회사로 역대 대표이사는 전직 임원(초대 김대기 전 신세기통신 대표이사 / 2대 강성길 SK의 인사부 임원 / 3대 현 홍기용 SK인사부 과장)으로 선임되었으며, 거의 전적으로 SK의 업무만을 도급받아 그 도급금액으로 유지되어 오는 등 형식상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어 왔을뿐 실질적으로는 모자회사의 관계로 사실상의 결정권을 SK에 의존하는 관계이다.
둘째, SK와 인플러스가 체결한 업무도급계약에 의하면 인플러스는 자신이 고용하는 종업원을 관리하고 직접 지휘감독하기 위하여 현장대리인을 선임하고, SK는 계약의 이행에 관한 지시를 현장대리인에게만 행하게 하고 인플러스의 종업원에 대하여 직접 행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SK는 인플러스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현장대리인을 경유하지 아니하고 업무지시·직무평가· 직무교육실시·표창·휴가사용승인 등 제반 인사관리를 직접 행하였다. 따라서 인플러스와 SK는 형식상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는 '위장도급'에 해당하는 경우로 실질적으로는 인플러스가 SK와의 사이에 근로자파견법 제2조에 의한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여 인플러스 직원들을 SK에게 '근로자파견'을 한 것으로 보아 2년이상 계속 고용한 모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투쟁 이후 SK측의 대응

그러나 '인사이트코리아' 투쟁 이후 SK와 인플러스측에서는 2001년 7월부터 ISO9002인증을 획득한다며 기존서류를 모두 폐기하고 업무시스템을 변경하였으며 SK와 인플러스간의 관계도 지분정리 등을 거쳐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즉 인사이트코리아의 '근로자파견' 판정이후 이에 대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문제는 이후 투쟁과정에서 2001년 7월 현재 근속년수 2년 미만의 조합원에 대해 '근로자파견' 판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법정대응'을 하지 않게 된다.
SK, 점거농성 7일만에 교섭에 나오다

노조의 SK측과의 직접교섭 요구에 새로운 용역업체와 대화할 것을 주장하던 SK는 점거농성 일주일만에 교섭에 나와 사측안을 3가지 제시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① 경기종합관리와의 계약을 철회하고 인플러스로 복귀하여 계속 대화
② 제3업체를 노조에서 선정
③ 노조에서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

이러한 사측의 전격적인 조치는 '교섭단'과 '조합원'들에게 혼란과 동요를 일으키게 되며 노조의 공식적 입장은 '정규직화'였지만 회사 내 직급이 높았던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사측이 제시한 3안, 즉 노조에서 '용역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선호하며 분위기를 몰고 갔으며 사측도 4월 8일 2차 교섭부터는 노조가 '정규직화 요구 철회' 할 때까지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다.
또한 사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조합원과 가족들에게 협박을 하기 시작했으며 조합원들은 급격히 흔들리며 집행부를 압박하며 4월 12일까지 투쟁을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사측의 최후통첩에 4월 10일 3차 교섭에서 '노조에서 용역회사를 설립'키로 하고 11일간의 점거농성을 풀고 업무 복귀하였다.

준비되지 못한 투쟁, 그러나 끝나지 않은 투쟁

노조결성과 용역회사 변경, 돌발적으로 이루어진 점거농성과정에서 근로자파견법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투쟁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지무영 위원장의 말처럼“인플러스노조가 직접 하청업체를 설립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정규직화’여지없는 최악의 합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규직화의 요구를 관철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에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차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SK와 인플러스 간의 밀약에 의해 이루어진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단 한 명의 조합원도 인플러스로의 재복귀는 동의되기 어려웠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인플러스 조합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노동조합을 유지하기로 했다. 합의사항을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또한 이후 발생할 SK측의 일방적 용역업체 변경을 막아내고 '고용안정' 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노동조합' 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준비되지 못한 투쟁들이 인플러스투쟁처럼 앞으로도 반복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봇물처럼 터져 나올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예비해야 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몫일 것이다.
박종갑 | 민주노총 대전본부 조직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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