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출처 노동과 세계 이정원 |
1. 노동운동 탄압과 노동법 개악의 움직임
91년 광폭한 탄압으로 열사들이 반복되고, 96년 역시 연초부터 5인의 열사가 나고 시위도중 학생이 죽으며 연이은 분신으로 어수선하던 시절이 잠시 우리의 머릿속을 떠난 줄 알았더니, 03년 벌써 5명의 열사가 우리의 눈앞에 나타나 버렸다. 역사는 퇴보하는 것일까.
지난 2월 배달호 열사가 엄청난 손배·가압류의 압박으로 인해 돌아가신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주익 열사가, 이용석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지금의 현 국면을 너무나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알다시피 손배·가압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위협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 쟁의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즉, 우리 나라처럼 노동자에게 파업권을 부여하지 않은 나라도 없다. 뭐만 해도 불법이다. 합법 파업하기 하늘의 별 따기고 낙타 구멍에 바늘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 그러면서 불법이기 때문에 엄청난 액수의 손배·가압류를 때리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사측의 엄청난 탄압과 노무관리로 노조 활동 보장이 안되고 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되어 가는 상황에서 노동자는 목숨을 내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권리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이 서러운 건 너무나도 잘 아는 상황일 것이다. 이 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가려면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30여 년 전 전태일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답게 살기 위해 그렇게 산화해 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처절하게 죽어간 우리 노동자들에게 '기획된 자살' 운운하면 망발을 퍼붓는 놈이 있는가 하면, 정부에서는 선심 쓰듯 3개 부처가 모여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담화문은 연례행사처럼 터져 나오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겠다고 하며, "정부나 사용자의 탓으로 돌리고 대규모 집회나 파업 등과 같은 집단행동을 계획하는 것은 결코 올바른 대응이라고 할 수 없다" 는 말로 강경 진압의 정당함을 말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대공장 노조 이기주의로 몰아세우며 노동운동 탄압의 분위기를 힘껏 조성한 바 있다.
알다시피 노사관계 로드맵의 경우 "취약근로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 이라는 미명아래 그 본질을 흐리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비정규직이란 그 존재조건으로부터 차별이 생기고 고용불안과 삶의 파탄이 시작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비정규직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있다. 그것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서 말이다. 이는 노동 탄압의 본격적인 준비 단계였던 것이다.
게다가 요즘 집회에서는 요근래 보기 드문 강경진압으로 일색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비정규대회에서, 그리고 10월 29일 집회에서, 근로복지공단 이용석동지의 추모 집회에서, 11월 1일 서울역 집회에서 경찰들이 보여준 진압 정도는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정도다.
또 한 문제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현재 법제처에는 '단시간 노동자 및 임시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법'의 형태로 법안이 상정되어 있고,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악안의 상정여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해 안에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이미 법안이 만들어지고 시간만 남긴 상태이므로 불행의 씨앗은 언제라도 우리에게 놓여있는 상황이다.
2. 탄압의 시기, 어떻게 할 것인가
투쟁 선봉대 조직으로 노동운동 탄압 분쇄의 전선을 조직하자
지금 시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 제 계급들이 하나의 전선으로 노동운동 탄압의 국면을 맞서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의 노동자 분할 이데올로기와 노동운동 탄압이라는 현 사안에 맞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선도적인 실천들이 필요할 때다. 각각의 투쟁 주체들이 모여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지지연대 뿐 아니라 노동운동 탄압의 회오리에 맞서 선봉대를 구성하고 힘찬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천막 농성과 10월 26일 비정규직 대회를 통해 만들어진 비정규직 대오의 선봉 투쟁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9월 말 건설된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의 흐름과 함께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적인 활로를 찾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선봉에서 노동탄압, 노동법 개악의 투쟁국면을 분쇄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 투쟁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 투쟁
이용석 동지 분신 이후 즉각 파업에 돌입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조는 현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농성 중인 상태다. 연일 많은 사람들이 연대를 이루었고, 이번 투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이기에 얼마 전 있었던 직업상담원 노조와 함께 그 의미가 깊다. 그러나 대부분 파업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고 애초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매우 당황해 하는 상황이다.
이 국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주체 뿐 아니라 운동 주체들이 집결해야 한다. 더욱이 계속 가시화 되는 공공부문 투쟁에 주목해야 한다. 상반기 서울대공원 시설관리노조로 시작해 직업상담원 노조, 근로복지 공단으로 이어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투쟁은 앞으로도 그 의미를 살려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한다.
건설노조 탄압
건설지역노조에 대한 탄압도 충청에서 경기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건설지역노조의 핵심쟁점이 '원청 사용자와 단협 체결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이에 대해 정권과 자본이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투쟁 주체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생김에 따라 간접고용 주체를 묶어 세우면서 이 문제 역시 쟁점으로 가져가야 한다.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반대 투쟁
11월 16일로 다가온 단속추방은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위협적인 사태를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집회에서 10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모이고, 10월 26일 비정규대회에서 보인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보더라도 이주노동자의 투쟁의 의지는 높이 올라가 있다. 더욱이 집회에 대오를 이룬 이들의 경우 자발적인 참석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11월 16일의 경우 정부의 대대적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앞두고 있어 그 심각함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4년 이상 단속추방에 반대하면서 공대위를 구성하고 농성투쟁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비두 동지가 잡혀가면서 상황이 약간 변화하고 있으나, 큰 기조는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