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공포영화라 불리는 "네비게이터"를 시작으로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의 517일간의 투쟁을 그린 "이중의 적"까지...
영상을 통해서 지난 4년의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투쟁의 주체들과 투쟁을 과정들을 평가하고, 이야기 나누고자 하였다.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70여 석의 좌석을 약간은 좁은 듯 모여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 숨죽이며 작은 스크린을 바라보기도, 가끔은 한숨을, 가끔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면서 이틀간의 비정규직 영화제가 진행되었다.
차분하게 기간의 투쟁을 평가하고, 향후의 전망들을 밝혀 가는 작은 한 걸음으로 영화제와 토론을 준비해보려 하였으나 영상들 속에서 마주하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처절한 몸부림들은 이미 객관적인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고, 인간으로 살아갈 최소한의 조건조차 박탈하려는 현실을 온몸으로 거부하다, 부서지고, 상처받고...
힘들게 견뎌온 지난 투쟁의 과정들을 투쟁의 과정으로만 보려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과정이고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도 연대하는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고, 나누어 살아가면서 작지만 소중한 희망을 만들어온 과정들.
이제 우리가 함께 투쟁했던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동지들과 다시금 희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스크린 위에 뿌려진 영상을 통해 누구누구의 투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필름 속에 저장된 정보가 아닌...
동지들과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싸워나가는 모습들로 사람들의 마음과 동지들의 가슴 속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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