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이 시작된 지 5년, 지금 시점에서는 그 동안의 투쟁에 대해 평가하고, 이후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을 새롭게 세워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투쟁의 주체를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비정규직을 일반적 고용형태로 만드는 자본과 정권에 맞선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비정규직문제를 고민하는 노동조합 현장간부 및 관심있는 조합원, 단체, 연맹의 활동가들과 함께 ‘비정규운동 대토론회’를 만들면서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전망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비정규운동 대토론회에는 ‘비정규운동 5년의 평가와 전망’을 중심으로 하는 전체토론과 세가지 주제별 토론 그리고, 문화행사(비정규노동자들의 발언대)가 함께 한다. 여기에서는 주제별 토론의 쟁점을 간단히 소개하자고 한다.
1.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
공동투쟁에 대한 오해 넘기
지금까지는 정규직들에게 비정규직을 이해하고 함께 할 것을 호소해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많은 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한다.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과 요구를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정규직의 이해와 요구를 정규직이 대변하는 것을 ‘공동투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힘을 다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주더라도, 그것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고착화하고, 비정규직의 투쟁을 관리하는 차원이라고 한다면 절대로 ‘공동투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임단협 때 요구안을 넣는다고 해서 그것을 공동투쟁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공동투쟁이라고 할 때의 핵심은 상층 공동투쟁이 아닌 대중공동투쟁이어야 한다. 정규직 집행부나 간부가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중적 공동투쟁이다. 정규직 활동가들이나 간부들은 그러한 대중적 공동투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비정규직 역시 그러한 공동투쟁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투쟁의 역사와 조건의 차이에 대한 상호 몰이해
비정규직 동지들은 정규직이 맘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규직들 역시 자본의 통제 범위 안에서만 자유롭기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조건 개선 등에 대해 약간의 유리함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할 만큼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런 점에서 정규직들이 모든 문제를 쉽게 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런 기대감이 오히려 정규직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정규직들도 투쟁하지 않고 정규직이라는 지위로부터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 투쟁을 어떻게 만들고 함께 할지 논의를 해야 한다.
공동투쟁 과연 가능한가?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지 않고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아직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노조에 비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투쟁의 역사적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튼튼하게 세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의 독점적 이윤의 일부를 노동조합에 양보하면서 노동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사관계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에 각종 권리로부터도 배제되는 노동자층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양보한 이윤을 다시 착취해갔다. 즉 비정규노조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비정규활동가들의 잘못이기보다는 비정규직이라는 존재 조건 자체로부터 생기는 어려움이 더 큰 것이다.
현재 정규직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들을 포섭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을 제대로 설득하여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기득권의 포기까지도 의미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것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정공법을 취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그 동지들이 곧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현재 자본의 착취구조에 의해 낮은 노동자인 것처럼 간주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노동자로 인식되고, 더 많이 배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노동자들을 주체로 만들기 위해서 교육하고 설득하고 함께하겠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 훈련은 바로 현재 있는 비정규노조를 주체로 인정하고, 이 비정규노조를 확대 발전하여 투쟁의 경험을 쌓도록 함을 통해서 가능하다. 비정규노조의 안정화와 확대 발전을 위한 투쟁에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힘을 쏟아야 한다.
2. 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방안
조직화의 방향
비정규직 운동에서 여전히 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가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기존 지역노조가 한계에 부딪혔고, 일반노조의 경우에도 지역노조의 어려움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한 문제들. 지역노조도 기업분회 형태의 조직화가 한계에 부딪혀왔던 것에 대해 인정한다면 어떤 조직화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 다시 직종노조 구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노조도 직종분과 형태의 고민이 있다. 지역일반노조도 집중점을 잡아서 조직하는 제안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업종 내 이동이 잦은 특성이 있지만 이직도 업종 안으로 이동을 하고 있으므로 지역별 직종노조의 전국적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 기업분회 방식으로 조직할 때의 한계상황과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식은 직종별 노동자들의 공동의 요구와 사회적 문제의식을 제출하여 사업장 임단협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본부와 연맹의 상근자 배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
2) 일반노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완결적인 질서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조직 활동가 방식으로 자신의 전망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기적 형태의 일반노조로 존재할 필요 있다.
3) 다양한 조직화의 틀이 고민되어야 한다. 노조로 제한되지 않는 조직화의 실험이 필요하다. 노조로 조직하기 어려운 가사사용인의 전국적 연대, 서울지역식당노동자회 등의 모임 등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1) 재정과 인력의 문제
2) 분회별 임단협이 아닌 공동의 요구와 투쟁은 어떻게 가능한가?
3) 조합 내 사업장별 규모의 격차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 산개해있는 노동자들의 조직방식
5) 4인 이하 사업장 근기법 적용과 노동조건 개선 문제
6) 과도기적 단계로서의 일반노조 조직재편
7) 자체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투쟁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8) 근로자 공급 사업에 대한 쟁점
3. 비정규직 현장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건설과 동시에 장기투쟁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레서 집중투쟁이 정리된 이후 조합일상활동의 전형을 만들기 어려운 상태다. 다른 한편으로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획득된 비정규운동의 정신과는 무관한 노조의 자기안정화의 시기로 접어들기도 한다. 각기 산개해 있는 사업장, 전국을 포괄하는 전국업종노조... 현장 조직화의 전형을 창출해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건설비정규직노조, 사내하청노조, 시설관리 및 청소용역노조, 학습지노조 등에서의 현장투쟁 사례와 평가를 통해 노조결성과 집중적 투쟁시기를 거친 이후 일상적 시기에 노조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임단투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제기되는 현안문제에 대한 대응방식과 그에 대한 평가, 임단협이 체결된 경우 이것이 실제 이행되도록 어떻게 활동하며, 현장에서 자행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현장투쟁을 통해 어떻게 노동조합 주체를 세워낼 것인가 등에 대해 함께 토론한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