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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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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01|2005
현대자동차 불법사찰

:: 2006-07-27   조회: 2094


1. 진상조사 경위

2003년 3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내 사내하청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결성된 이후부터 노동조합 간부와 핵심활동가들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사찰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아산본부는 2004년 1월부터 아산공장 측의 노동자사찰을 위한 특수조직경비대 운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장기간동안 이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여 오던 중, 2004년 10월 22일 특수경비대 D반의 근태일지, 업무지시 명령, 근무일지, 차량출입일지 등 일련의 문건을 입수하여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노동자사찰, 비정규직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한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통하여 사건의 조속한 해결에 보탬이 되고자 진상조사단(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노동당, 인권단체연석회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로 구성)을 꾸렸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2월 15일부터 문헌조사와 방문 및 서면질의 등의 방법을 통해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1월 11일에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하에서는 진상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2.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노동자사찰의 내용

아산공장은 특수한 목적수행을 위해 경비대 D반을 창설했다. 경비대 D반은 순수경비업무가 아닌 아산본부 간부와 사내하청지회 간부 및 활동가들의 움직임과 활동을 실시간으로 사찰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하여 왔으며, 다른 경비조직과는 달리 평상근무(07:00~19:00)를 원칙으로 하고, 노동조합 간부들이 사내에 출근하지 않는 주말은 휴일로 하고 있다. 별도로 이들은 비상소집 시 1시간 이내에 집결하도록 하는 '호출훈련'을 수시로 받고 있고, 실제로 비상시 소집에 응하도록 하고 있다. 경비대 D반의 주요 활동은 평상시 순찰조를 운영하고, 순찰조가 아닌 자들은 개별 포스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산본부 간부와 사내하청지회 간부 및 활동가가 포착되면 그 구체적 행태를 '근무일지'에 상세히 기록하고, 이후 팀장의 지도하에 기록을 취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근무일지'에는 다음과 같이 아산본부 간부와 사내하청지회 간부 및 활동가, 상급단체 활동가들의 움직임, 출입시간 및 이동장소, 그리고 차종 및 차량출입시간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2004.10.8. 08:30 김준규, 고시문 사진 촬영을 시도하던 중 임차장님께서 알리자 말다툼 함. 이에 정환윤, 양회삼, 심수진이 가세하여 4반 근무자들과 몸싸움이 일어남.
2004.10.15. 울산, 전주, 남양 각 사업장 임원회의차 조합 방문예정. 근무일지 기재 잘 할 것.
2004.10.18. 전 지부장(아산본부) 오OO 차량교체 => 테라칸 0000 등

3. 부당노동행위로서의 노동자사찰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으로 노동자 사찰이 활용된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삼성SDI의 노동자 위치추적뿐 아니라, 2001년 기아자동차에서 폭로된 비정규직노조 설립관련 관리방안 문건, 캐리어사내하청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2003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폭로된 비정규직 비상시 대응조직도 등 노동조합 활동가에 대한 사찰행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다. 그런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즉 노동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조합간부 등 활동가를 해고 또는 전근하거나 노조의 각종 회의나 모임을 감시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노동자사찰은 단결권 침해에 해당함은 물론 노조법 제81조 제4호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할 것이다. 다만 부당노동행위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가 확정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에게도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노조법상 노동3권의 향유주체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는 판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조합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직 중인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뿐만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가 확정된 조합원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것이다.

4. 개인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 침해

헌법에 따르면,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1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는 자신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을 보장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으며, 회사가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자 노동자의 단결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노동자는 회사의 감시와 노동자 몰래 수집된 정보에 의해 불이익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아산공장은 당사자의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경비들의 사내순찰 활동, 각 출입문에 배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 및 휴대품 검사대 등 감시장비의 사용을 통해 아산본부 및 사내하청지회의 조합간부와 조합원에 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였으며, 이에 대한 수집의 목적, 수집 시작일시와 감시기간, 수집영역, 수집장치의 종류와 기록내용, 담당자와 담당부서 등 일체의 감시관련 정보도 제공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여 출입통제조치 및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을 제기는 등 불이익한 대우의 기준이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아산공장의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 나아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더욱이 경비대 D반의 사찰문건을 살펴보면 유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에 대한 기록이 약80%나 차지하고 있는 점, 사찰의 대상이 된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중에서 해고자는 물론 비해고자 및 복직된 조합원도 포함되어 있는 점에서 차별대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ILO '노동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행동 강령(1995)' 위반

노동자의 존엄성과 프라이버시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회사의 감시를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노동자감시 문제에 대해서는 ILO 등이 마련한 국제적인 기준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91.12.9. ILO에 정식 가입하여 152번째 회원국이 되었으므로, ILO 헌장상의 기본정신을 따를 의무가 강제되고, ILO의 기본정신과 성격에 부합하는 제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 노동자감시에 대하여 ILO는 '노동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행동 강령'을 제정하고 있다.

행동 강령은 서문에서 '개인 정보보호장치는 노동자의 존엄성,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노동자 자신이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그리고 어떤 조건하에서 사용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행동 강령의 정의에서는 '감시라 함은 컴퓨터, 카메라, 영상장비, 음향설비, 전화기, 기타 통신장비와 같은 장비의 사용, 신원과 위치를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 혹은 기타 감시방법을 포함하면서 이에 국한되지 않는 것을 포함'하며, '노동자라 함은 현재와 과거의 노동자 혹은 입사지원자를 모두 포함'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일반원칙으로 '개인정보는 반드시 적법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오직 노동자의 고용과 직접 관련한 이유로만 처리되어야'하며, '노동자와 그 대표는 모든 정보수집 과정, 그 과정을 제어하는 규칙, 그리고 자신의 권리에 대해 통지 받아야'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정보는 반드시 노동자 개인에게서 획득되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산공장 경비대 D반의 사찰활동과 감시장비 사용이 이 강령에 위반되는 것은 명확하다.

6. 노동자사찰과 가처분의 문제점

2004년 8월 (주)현대자동차 아산공장측은 하청지회 소속 노동자 14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출입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였고, 이에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받았다. 한편 (주)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2004년 12월 10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외 18명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금지 등 가처분'을 제기하여 현재 계류 중에 있다. 아산공장의 경우 노동자사찰을 통해 얻은 자료를 가처분신청에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용자는 업무수행을 위한 시설관리권의 측면에서 업무를 방해하는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 집회금지가처분,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출입금지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노사간의 집단적 근로관계에 관한 문제를 위와 같은 민사적인 가처분으로 해결하는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특히, 회사가 하청지회 노동자들에 대하여 위와 같은 가처분제기 이후, 가처분 결정에 위배한 노동자들에 대하여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만 보더라도 위와 같이 단지 '방해 행위의 금지'만이 아니라 '조합활동의 금지'를 노리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회사는 일반 민사법적인 가처분에 관한 권리를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오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 번의 가처분을 통하여 가처분이 취소될 때까지는 무제한적으로 노조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지나친 조합활동에 대한 개입 내지 불이익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 문제로 인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거나, 조합활동이 위축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가압류 등에 관한 법률 개정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가처분'이라는 수단을 통해 조합활동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신종 노조 탄압으로서 '가처분 제도'를 오남용한 것에 다름 아니다.
법리적으로 노동3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이며 헌법이 인정하는 가치이다. 이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불평등한 노사관계를 시정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체제유지책 내지 자구책이자 반성적 고려의 결과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합법. 불법이 구체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 민사법적인 가압류. 가처분을 통해 노동3권을 제한하려는 것은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노동3권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원도 이러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자의 각종 가처분을 엄격히 심사하고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윤지영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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