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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호 NO.4|04|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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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호 NO.4|04|2002
자동차 구조조정과 비정규 노동 현황

:: 2002-04-09   조회: 1893


1.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내용과 형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두환 정권 초반의 자동차 산업구조조정이 자본 재분배 방식에다 군사파쇼의 폭력적 집행에 의해 뒷받침되었다면, 80년대 후반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은 자동차 기업 내부의 생산시스템과 노동자 통제방식(생산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이른바 도요타 생산방식, 린 생산방식의 도입과 경영혁신전략)

90년대 후반 이후 몇 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은 80년대 초반의 자본 재분배와 80년대 말의 생산방식(노동과정)의 재편성이 동시에 추진되는 양상이다.

97년 기아자동차 부도와 삼성자동차의 위기로 분출된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새로운 정부로 하여금(물론 이는 IMF의 권고 사항이기도 했다.) 자본의 재편을 서두르게 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기본적으로 부도 기업을 해외 초국적 기업에 매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기아(아시아 포함) 자동차만이 현대자동차에 매각되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초국적 자본에 매각되었다. 삼성자동차가 르노 자동차에, 대우자동차는 GM에, 만도기계는 발레오를 비롯한 여러 초국적 기업에 분할매각되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완성차 부문에서 내수와 수출을 거의 독점하는 체제가 수립되었으며, 부품부문은 초국적 자본과 현대자본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 되었다.(현재 한국에는 델파이, 비스테온, 보쉬 등 세계 10위 안에 드는 부품자본들이 진출해 있다.) 자본에 의한 자본의 폐기와 세계화의 결과 독점강화와 경쟁의 심화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초래한다고 여겨지는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당연히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본은 과잉생산을 해결할 의지도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자동차 설비를 최대로 가동했을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자동차 대수가 얼마인가라는 수량적 산출량은 계산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그래서 유휴과잉설비가 1,000만대니 2,000만대니 하는 차이가 생긴다.) 그리고 자본에게 그러한 유휴설비능력은 이윤을 침해하지 않는 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대규모 설비시설이 필요한데, 자본은 이를 최대한 가동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고 판매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지 필요한 생산대수에 맞추는 설비의 조정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자본은 과잉생산의 문제가 이윤을 심각하게 압박할 때(97년과 98년이 바로 그 때였다!) 자본은 자본의 수를 폐기하는 한편(이렇게 해도 설비는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97년과 98년에도 가동율과 생산대수는 줄었지만 설비규모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이윤압박을 회피하고 또한 보전하기 위해 '노동에 대한 공격'을 진행한다. 지금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에서는 바로 이 일을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노동에 대한 공격의 제 일탄은 이데올로기 작업이다. '97년 경제위기는 또 다시 올 수 있다.' '생산이 늘 때 많이 열심히 만들어야 한다.' '노사가 좋은 차를 많이 제대로 만드는 일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등등의 이데올로기는 실제 생산현장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이데올로기는 생산에 대한 협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들의 기억을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노동자에 대한 공격은 곧 생산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이미 자본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조립 완성공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윤창출 메카니즘을 넘어서고 있다. 연구와 부품생산, 그리고 판매와 정비, 물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린 생산방식의 적용범위를 조립 완성부문 이외로 확장하고 그것들을 연결하여 모든 부분에서 이윤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연구부문의 통폐합, 부품부문의 분사화 및 외주화, 조립완성공장의 축소와 모델의 다양화, 그리고 판매/정비 부문의 통폐합과 분사화 등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자본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여전히 '재벌'의 외피를 유지하는 한편 연구부문의 통폐합과 별도 법인화, 현대모비스 설립 및 파워텍 별도 법인화를 통한 부품 및 변속기 부문의 별도 법인화, 판매/정비의 광역 딜러망 구축 추진, 그리고 현대차와 기아차 조립공장의 재편 및 차종 경쟁 유발, 물류의 로지텍 설립과 오토닷컴을 통한 E-비즈니스 등으로 구별짓고 있다.

이같은 각 부문의 독립(별도 법인화)은 기업의 조직을 슬림화, 유연화하려는 의도이며, 재벌체제로의 통합적 질서는 현대자본의 이윤에 대한 독점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현대자본은 이를 실행하는데 있어 김대중 정부의 기업 개혁 프로그램을 그대로 수용하는 한편, 플랫폼통합과 모듈화, 자동화 등의 적용, 다임러 클라이슬러 등 초국적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그리고 부분적이나마 현장에 대한 각종 통제의 확대와 협력적 노사관계의 기반이 넓혀진 것에 도움을 받고 있다.


2. 자동차 산업의 불안정 노동 현황



자동차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의 조립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동차의 디자인과 엔진, 구성에 대한 연구 개발(설계 및 실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또한 자동차가 소비자로서의 민중들에게 구체적으로 인도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한데로 어우러져 현재의 자동차 산업이 구성되고 있다. (요즘에는 중고차 매매와 자동차 개조 튜닝 부문에도 대규모 자본의 진출이 시도되고 있다.)

당연히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각 부문을 연결지을 수 있는 대규모 자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리고 기술력과 연구개발력이 뒤진 상황에서 엔진을 비롯한 핵심부품들은 외국에서 수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자본은 조립완성분야를 중심으로 이윤을 늘리기 노력하였다. 그로부터 부품납품과 완성업체간의 수직적 분업체제가 형성되었다. 부품업체들은 완성업체에 의해 대부분 종속되었으며, 영세성을 면치 못했다. 당연히 완성업체에 고용된 노동자와 부품납품업체에 고용된 노동자간의 차이는 원하청 관계만큼 차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 때에 이미 완성업체 내부에서 특정한 부문을 떠맡는 사내하청이 있었고, 하청 노동자들은 기업의 도급관계에 의한 차이보다 훨씬 큰 차별을 받았다. (하청 혹은 부품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완성업체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던 적도 있었다.)

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그리고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라는 새로운 생산기제들이 발견되면서 자동차 산업 종사 노동자들은 엄청난 '노동의 불안정성'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 플랫폼 통합과 모듈화는 자동차 조립의 필요인원을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는 하는데 자본은 이를 '유휴인력'으로 계상한다. 그래서 일부는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작업속도를 높이거나 작업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기존 작업공간에 흡수하고, 일부는 다른 작업공간으로 이동(전환배치)시킨다. 98년 이후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에서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혹은 자발적 퇴직이 이루어진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대공장, 혹은 만도기계 정도의 부품업체에서 이루어진 인원조정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보다 더 많은 부품업체 종사 노동자들은 공장 부도와 폐쇄의 위협 속에서 일터를 잃었고, 비용축소로 몸부림치던 중소영세부품 자본가들은 더 싼 임금의 여성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하였다.

99년 이후 자동차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서 생산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플랫폼 통합은 부분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부품의 모듈화에 의한 부품산업의 재편은 광폭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주요한 기업들은 외국 초국적 자본에 의해 잠식되었고 납품체계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정규직의 고용, 혹은 정리해고자 및 희망퇴직자들의 재고용이 이루어졌지만 더 많은 규모로 비정규직 고용이 확장되었다.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청소나 식당 등은 외주화되거나 용역 노동자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완성업체의 경우(특히 현대차)의 경우 직접 조립라인에까지 비정규 노동자들이 투입되었으며 힘들고 어려운 작업공정은 정규직 조합원들 스스로 비정규직 투입(용역 및 사내하청 투입)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8대 집행부가 비정규직 투입 비율을 16.9%로 정하는데 합의함으로써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도입은 제도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리고 공고 졸업생 등을 이용한 실습생 제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단기간의 고용확대를 회피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임시직 및 계약직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

생산의 확장과 더불어 진행된 모듈화 등은 한편으로 기업의 고용 규모를 확대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분사화와 외주화를 확장하였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부문의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불안이 상존함을 느끼게 하였고, 분사화 대상의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고용의 불안을 체험하게 하였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대우자동차로 합병되었다가 다시 분리하면서 정비의 대부분의 분사화하였고, 판매망의 경우 완전 딜러망 체제로 구축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완성업체의 변화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고용의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 일단 핵심 소수의 노동자들을 제외하고는 여성과 이주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은 앞에서 지적하였다. 그리고 적기생산방식에 의한 부품납품체계가 강화되면서 부품업체들의 생산은 완전히 완성업체 혹은 모듈생산업체에 종속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품 재고량을 최소화하는 목적으로 갖는 적기생산방식으로 인해 부품업체들은 2시간 이내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부품업체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거의 기계처럼 사용한다. 잔업과 특근, 철야와 관련한 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탈법적, 초법적 행동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탈법과 초법적 노동을 묵인하고 수용할 수 있는 노동자의 고용이 확대되고 있는데, 그 대상은 장애우, 여성,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종탁 | 민주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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