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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투쟁일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생적 분노의 촉발로 시작되었다. 부당한 해고를 눈앞에 두고 있을 때, 노동자에게 강요된 노동조건이 주휴일 등 너무나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되는 것이었을 때,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조항을 담아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도급계약서를 개악했을 때, 그간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할 수 밖에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와 절박함으로 시작된 투쟁이 그 끝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강요되었던 비인간적이고 차별적인 노동조건은 바로 비정규직이라는 존재양태 속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양태가 바뀌기 전까지는 투쟁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일상적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될 권리, 1년마다 계약만료를 이유로 합법적으로 해고될 권리,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무권리 상태를 강요당할 권리밖에 남아있지 않기에 투쟁을 마치고 사업장에 복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남아있는 하루하루는 투쟁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라는 존재조건을 바꿔나가는 투쟁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단기간에 쉽게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주체들의 조직적 힘과 끈질긴 투쟁, 사회적 투쟁을 함께 동반해야 하기에 노동자들의 분노만로써 지탱해 나갈 수는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자본의 전략과 의도 속에 비정규직의 발생원인을 인식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는 것, 그 속에서 투쟁의 의미를 올곳게 세워나가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서 절실하다.
구조조정을 통한 자본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인식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형태로, 사용자성을 회피하기 위한 형태로 고용의 외부화를 시도하는 자본의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된다. 자본은 직영사업소를 대리점화하고, 특수고용과 간접고용을 접목시킨다.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자본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노동자들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있고, 결국 그 변화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계속해서 하향평준화시키는 형태로 나아간다.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이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노동의 대응이 요청된다. 업종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양상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비정규직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양산되고 있다는 것과 그 구조조정이 다시금 목줄을 죄어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의 투쟁요구를 바탕으로 전진해 나가야 함을 인지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되어 가면서, 개별 사업장만의 투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조건을 우리는 본다. 2001년의 경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대거 투쟁의 대오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쟁의 과정에서 신뢰를 쌓고 공동의 투쟁을 결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기투쟁사업장들의 동력이 소진되고 힘을 얻기 어려운 2002년의 경우 비정규직 투쟁사업장들 조차도 서로의 투쟁에 대한 인식이 높지 못하고 공동투쟁의 요구와 투쟁의 중요성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공동의 요구를 다시금 부각시켜내고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인식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다시금 요구되어진다. 무엇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하는지가 투쟁주체들 사이에 분명히 서 있어야 할 것이다.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
비정규직 투쟁에 있어서 정권의 비정규직 보호논의의 허구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의 기본적인 전제가 ‘노동유연화’인 전제 하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방안 역시 노동유연화의 테두리 안에서의 해결의 모색일 수 밖에 없다. 현재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에서 논의되어지는 바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을 제한없이 하겠다는 것은 기간제 노동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비정규직을 더욱 양산하고자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파견기간의 3년 연장과 파견허용업종을 positive방식에서 negative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2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를 3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로 전환하는 것, 파견업종의 전면 확대로 파견 노동자들을 대량으로 양산하겠다는 의도에 다름아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있어서도 준근로자 개념을 도입하여, 임금과 해고등에서의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을 인정하면서 노동3권을 제약하는 형태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도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특히 노동법상의 어떠한 적용도 받지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정권과 자본에 분명한 태도를 취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현재의 노동조건이 완벽한 무권리 상태에 있기 때문에 준근로자성 도입방안과 같은 일부 보호조항에 동의하고 갈 수 있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정권과 자본에 명확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기 위한 교육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체들의 투쟁의 의지를 세우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이 이만큼의 성장을 가져온 것도, 주체들의 투쟁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고, 앞으로 비정규직 투쟁이 더욱 전면화된다 하더라도 역시 주체들의 투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하기에 투쟁하는 비정규직 주체들이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굳건히 서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또한 이러한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들이 일회적인 투쟁의 주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전면화되고 있지 못한 비정규직 투쟁을 일구는 주체로 서야만 한다. 비정규직 투쟁,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인적, 재정적 역량의 투여를 통해 목적의식적인 조직화와 투쟁의 기획이 가능한 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 주체를 남기는 중요한 목적을 위해서도 끊임없는 교육사업이 배치되고 단련되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의 몫은 비정규직 주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활동가, 연맹 상근자, 단체활동가 등의 운동의 주체들 역시 비정규직 투쟁을 일구어나갈 하나의 주체이다. 이들이 주체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은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정책의 최선두에 서 있음에 대한 자각, 자본의 분할전략으로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이 깨지는 순간, 자본의 칼날은 곧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겨누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함께 공유하고 투쟁을 조직해나가야 할 것이다. 각 연맹별, 지역본부별, 노동조합별 이에 대한 교육을 배치하고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는 결국 하나임을, 비정규직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 모색할 수 있음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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