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대 기숙사 노동자께서 말씀해 주신 것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
․내 기계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얘들아 무사히 잘들 있느냐?
․5월8일 어버이날이다. 집에도 가지 못하고 전화만 하는 내가 밉다.
․제대로 월급 받아서 사글세 방에서 벗어나고 싶다.
․빨리 기숙사 식권 다 쓰고 싶다. 식권 많이 있는데...
․이제야 깨달았다. 노동자는 당연한 것을 찾기 위해서도 투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서울대엔 법이 없다. 대학당국이 필요한 법만 만들고 약자에게만 지키라고 한다.
『농성장에 붙어있는 조합원들의 글들』중에서
철폐연대 : 노조 설립의 계기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관악사 : 우리는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기숙사에는 보일러, 전기 관리, 청소, 식당, 경비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는 서울대 대학본부에 직접 고용된 것도 아니고 기숙사 사감에게 고용되어 있다. 근로계약서같은 것도 따로 없이 구두로 설명만 듣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2000년 여름부터 용역으로 전환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소문이려니 했는데 2001년 가을이 되니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근로조건도 좋은 편이 아닌데 용역으로 전환되면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노조 결성이 자연스럽게 추진되었다. 서울대에는 청소, 경비 일을 하는 분들이 만든 서울대 시설관리노조가 있어서 그리로 가입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하는 일도 다른 편이고 연령대도 달라서 대학노조 서울대 지부의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철폐연대 : 노조 설립 이후 학교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관악사 : 한 마디로 왠만한 악덕기업에서 하는 노조파괴 공작은 모두 다 하고 있다. 일단 서울대 본부는 “우리가 직접 고용한 사람이 아니니 책임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그리고 기숙사 측에선 정말 온갖 탄압을 하고 있다. 작년 8월 18일 노조에 가입할 때 전기, 미화, 경비 전 직종 42명 중 38명이 가입했다. 그러나 기숙사가 곧장 “ 노조가 활동하면 정년을 단축시켜 버리겠다.”고 위협을 하자 연령대가 높은 경비, 미화를 중심으로 대거 탈퇴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탈퇴 조합원을 모아 직장협의회를 만든 후 “ 합리적인 의사소통 통로가 있음에도 소수의 조합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방을 하였다. 정당하게 설립된 노조임에도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24시간 맞교대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활동 하지 말란 말과 같다. 조합원과의 간담회를 한 것에 대해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등의 탄압을 했다. 10차에 걸쳐서 단체교섭을 했지만 결정권자인 사감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 노조를 만들면 학생들의 기숙사 비용 부담이 올라간다.”라는 흑색선전을 일삼았다. 쟁의조정 신청이 결렬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자 대체인력 투입을 위해 순환근무제를 도입하였다. 기숙사 측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보일러실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기존 경비원이나 사무직에게 보일러 관련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4월 18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였다. 전면 파업 돌입 이틀 후 기숙사는 직장폐쇄를 하였다. 정말 대단한 곳이다.
철폐연대 : 노동 조건은 어떻습니까.
관악사 : 처음에 “노조 만들어지면 기숙사비 오른다”는 악선전이 있을 때에는 “우리는 돈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지키려는 것뿐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투쟁을 하다보니 우리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97년에 입사했는데 노동부 채용 공고에 써있는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란 말을 듣고 이리로 신청했다. 그 때만해도 경제위기 터진 직후였기 때문에 ‘공무원에 준한다’는 이 곳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많았다. 경쟁률이 꽤 높았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도 아니었고 주먹구구식으로 사람을 채용해서 부려먹는 곳이었다. 경력이 15년이 되어도 기본금이 50여만원이고 휴일 명절없이 주 84시간씩 맞교대 근무를 해도 150만원 정도 받을 뿐이다. 호봉당 기본급이 5000원씩 올라가니 10년을 일해봤자 50000원 인상될 뿐이다. 사실 8명의 노동자가 2700명이 거주하는 건물의 전기, 기계설비를 담당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
철폐연대 : 파업투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투쟁에 대해 한 말씀해주십시오
관악사 : 파업장에서 찬물로 감는 머리가 너무 시린데 따뜻한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기숙사생들은 오죽할까 싶다. 이런 사태가 생긴 것은 노조를 파괴하는데에만 혈안이 된 기숙사측의 잘못된 태도 때문이다. 지금 대학본부 앞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승리할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노조활동 보장, 고용안정 보장, 공개행정 실시, 적정임금 보장’이다. 모두 너무나 정당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