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서 작동하는 사람수의 논리가 문제이다
노동조합에서 여전히 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학습지는 특수고용 대책회의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왔다. 큰 단위는 큰 단위대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 바쁘지만 우리는 규모가 적고 총파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투쟁에서 열심히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투쟁하는 과정에서 늘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민주노조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비정규운동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생긴다. 큰 노조들은 전체 일정에 소수 인원만 보내고 나머지는 조직사업을 한다. 그런데 작은 단위들은 적은 인원으로 그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의 조건에서 큰 단위의 입장과 역할에 따라서 운동이 좌지우지되고 있다. 작은 단위들은 아무리 열심히 투쟁하더라도 발언권이 묻힌다.
- 학습지 노조
공식적 절차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이주노동조합을 하면서 노동운동 전반이 공식적인 절차에 민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노총이 세워지기 전에 노동운동이 공식적 질서나 공식기구를 통해서 운동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공식적 질서로 운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를 만드는 원인이다. 민주노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민 이전에 공식적 질서에 민감해진 운동의 작풍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운동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이라는 틀 속에 있어야만 발언권을 갖는 것의 문제점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주노동자운동조차도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자기 현안으로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또 한 측면으로는 과도하게 민주노총으로의 조합적 틀과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적극적 고민하고 있다.
- 성서 공단 노조
지침으로 조직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내가 연맹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연맹의 지침은 열심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적인 구조인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옳고 그름의 판단도 서지 않는 상황에서, 왜 그 투쟁에 가야 하는지도 잘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 지침으로 나오고 그러면 그것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 물론 연대를 하고 투쟁을 하는 기본 기조는 동의하지만 단위사업장이 꼭두각시가 아닌 이상은 왜 그런 연대를 하고 투쟁을 해야 하는지가 잘 설명되어야 하고, 그 속에서 각각 잘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 지침으로 그냥 무작위 조직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 영화산업 노조
조직된 노동자들만의 경제적·생존권적 요구에서 벗어나야
건설노조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한 조합원 우선고용원칙을 세우고 있다. 건설의 노동시장에서 중국 이주노동자들은 단가인하를 해서 들어오므로 그에 대한 분노가 있다.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현 상태가 산별노조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그 산별노조라는 것도 기업별 노조를 산별적으로 포장한 정도의 수준이고 보니 조합원들의 상태는 경제적·생존권적 요구가 중심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전술적 판단의 기준이 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60만이든 정규직·비정규직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조직이 되어야 한다. 성서공단노조도 이주노동자나 영세사업장 교섭을 하더라도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도록 하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위계가 있다. 건설노조에서는 조합원 1순위, 한국인 비조합원 2순위, 3순위가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를 투쟁의 상대로 놓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는 봐준다, 그런데 불법체류는 나가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결국은 자본에 대
한 투쟁으로 돌려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하지만 그 이야기가 먹혀들지는 않는다. 물론 건설연맹도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에 기초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 요구를 넘어서기 위해서 교육하고 강제하는 것이 상급단체의 역할 아닌가?
설령 조합원 수준에서 결정이 난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맹 정책단위가 그 수준에 맞춰서 같이 정리되는 것이다. 건설 현장의 현실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즉자적으로 정리를 해서는 안 된다. 뒤집어 말하면 조합원 우선고용 원칙이라는 것부터 단추를 잘못 꿰는 것이다. 서열이 발생하므로. 결정을 내려도 원칙이 무엇이고 무엇이 바른지는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반성과 이후 상황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생긴다.
- 성서공단 노조
인적청산 없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없다
혁신은 간단하다. 인적청산 없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없다. 직업이 위원장이거나 명망가인 사람을 청산해야 한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청와대나 정부로 가면서 현장투쟁으로서가 아니라 전화와 비선으로 조정하는 것이 고착되고 민주노총 총파업은 이제 누구도 믿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쟁이 될 리가 없다. 진지하게 싸움을 고민했던 사람들은 냉소에 빠진다. 현장에서 투쟁을 살려내는 것은 없고 위에서 거래하는 것이 안착되어 그 힘이 압도한다. 제도를 바꿔서 직선제를 한다고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투쟁을 갖고 명망가들이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는 구조가 타파되어야 한다.
- 학습지 노조
결정만 하고 집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대대에서 통과된 사안도 ‘결정’이라는 요식행위만 거치고, 실제 조직하거나 집행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어떤 조직들은 힘을 다해서 결정을 집행하려고 하는데 결정만 하거나 아니면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위사업장에서는 그냥 먹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단위사업장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결정을 집행할지 아닐지 임의로 결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풍토를 뒤엎지 않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이벤트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
FTA 투쟁을 할 때 배우들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기 위해서 민주노조운동이 노동조합보다 오히려 사용자인 제작가협회의 이야기를 중심적으로 듣는 일도 있었다. 제작가협회를 불러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하겠다고 하거나, 현장의 강연에 노동조합이 아닌 배우들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이다. 심지어는 ‘안성기 한 명이 조합원 천 명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현장의 힘을 키우기보다,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벤트 중심으로 사람을 불러모으려고 하는 태도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다.
- 영화산업노조
비정규노조에서도 혁신해야 할 것이 많다
비정규노조도 워낙 노조활동의 경험이 많지 않고 원칙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정규노조들은 생존권의 문제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원칙과 생존의 문제가 부딪칠 경우에는 쉽게 생존의 문제를 따라가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도 여성조합원이나 식당 조합원을 배제하거나, 2차나 3차 하청을 배제하거나 계약직이 간접고용을 배제하거나 차별을 용인하는 사례들도 많이 발견된다. 그리고 쉽게 타협을 하거나 직권조인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노조들도 이제는 더욱 원칙에 대해 알고 배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 월례토론회 발언 중에서
세상을 바꾸려면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혁신은 결국 의식의 문제이다.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바뀌어야’ 하는데 세상을 바꾸고자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조합원들도 실제로 이중적인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 이중성은 간부들이 어떤 태도를 갖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서 절박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려본 생존권 문제에 직면하면 굉장히 냉정해진다. 운동의 대의나 연대와 거리두기를 하게 된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대중들의 위기의식이 아닌가.
경제위기 이후 노동자들이 얼마만큼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는지 노동운동진영 전체가 본질적 각성을 못하고 수년 동안 그 지점을 꿰뚫고 조합원 의식과 교육 작업에 주력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온 후과들이 현재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의 지도부들이 조합원들의 현실적인 판단에 계속 기준을 맞춰가버리게 되면 투쟁과 사안은 생존권적이고 당면한 문제로 풀어지는데 반해 여러 현상들 속에 깔린 본질을 깨우치고 인식하게 만드는 교육은 조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 그러면 계속 눈높이가 낮춰진다. 구호만 높이고 선언한다고 해서 실제 대중투쟁이 조직되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계속 상층에서는 선언만 하고 구호만 높아진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당분간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지도부들과 현장 간부들이 상당히 노력을 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계속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 학습지 노조
단위사업장 투쟁 이후에 평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비정규직노조들은 투쟁을 하지만 그것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단지 비정규직 투쟁이었고 어렵고 힘든 투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내용들이 그냥 합리화되거나 묻혀져 버렸다. 물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고 당장의 실리 때문에 원칙을 저버릴 수도 있다.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합리화하면서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평가를 통해서 잘 드러내고 이후에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고민해야 한다.
- 월례토론회 발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