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대학병원의 식당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한 두 달 안에 식당을 외주화 한다는 공문을 받습니다. 40여명의 노동자들은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습니다. 형식적으로 계약직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계약서 한 장을 써본 적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이야기도 합니다. 길게는 이십년이 넘게 일해온 노동자들은 어이가 없습니다.
‘이 일을 어쩌나’ 하고 있던 차에 노동조합을 찾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은 여러해 전, 몇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연장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고 회사는 연장수당을 지급했습니다. 그들 덕분에 다른 노동자들도 연장수당을 받았습니다. 물론 노동조합에 가입했던 노동자들은 해고됐습니다. 그 일 이후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외주화 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해고의 위협 앞에 섰고, 본능적으로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존재가 노동조합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투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투쟁을 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서 준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노동법 교육도 받고, 다른 사업장의 투쟁사례도 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법 교육을 받고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진 권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투쟁사례를 들으면서는 좀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점거하고 끌려 나가고 하는 과격한 투쟁사례를 접하고 ‘우리도 저렇게 싸울 수 있을까’ 하는 뭔지 모를 장벽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너무 생소한 것을 접해서 놀란 마음이 있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교육여건과 교육환경도 좋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많이 피곤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강사가 재밌게 강의를 해도 집중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또한,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교육을 들으려니 시간을 맞추기도 많이 힘듭니다. 대부분이 40대~50대 기혼여성인 노동자들은 일을 마치면 바로 집에 가서 해야 할 집안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맘이 편치 못합니다. 그래도 이런 교육은 태어나 처음이라 맘이 뿌듯합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교육을 받고, 이제는 이래저래 궁금한 것도 많이 생깁니다. 근데 어디 물어볼 곳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처럼 컴퓨터 사용이 편리한 것도 아니고, 바쁜 활동가를 붙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풀어보는 것도 수월하지 않습니다. 교육 때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간담회나 회의 자리에서도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영 맘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우리보고 선택하라고 하는 데 우리에게 선택 가능한 것들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동조합도, 투쟁도 참 어렵다는 생각뿐입니다. 솔직히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일하던 대로 그냥 이대로만 계속 일하는 것입니다. 그냥 빨리 지금의 상태로만 마무리 짓고 싶은 맘입니다.
이야기 2.
식당 계약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을 했습니다. 병원 측은 식당을 외주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외주화에 대응하여 투쟁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외주화 대응 투쟁이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을 고려하면 교육을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기는 했지만, 모두가 노동조합의 일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이지는 않습니다. 늘 그렇지만, 활동가들이 부족하여 조합원들을 챙기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몇 군데 교육요청을 하고 시간을 잡아봅니다.
노동법과 투쟁사례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모든 노동자들이 교육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속도 상합니다. 법으로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닌데 법에 관심이 몰리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투쟁영상 등 조합원 초기 교육으로 적합한 교육 자료가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도 않습니다. 좀 아쉽긴 하지만 다음 교육을 또 준비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욕구도 반영하고 교육평가도 제대로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고 이런 저런 일상 업무를 챙기기에도 바쁩니다.
두 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어느 노동조합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 싶습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을 만나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많이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면 뭔가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합니다.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말일 겁니다. 뭔가 희망을 가진 노동자들이 함께 하기 위해서 조직을 만들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뭔가 희망을 얻기 위해서, 주체로 서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교육이라는 것에 모두들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가 붙으면서 교육에 시간과 힘을 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관련해서 교육 프로그램이 ‘이거다’ 하고 마련된 것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담당자 1인의 몫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교육프로그램, 교육매뉴얼, 그게 어떤 형식이 되든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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