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HOME | 운영자에게 | 소개 | 사이트맵
NO.1|창간호
검색
Home > 지난목록 > NO.1|창간호  

NO.1|창간호
현실의 그늘에서 희망을...

:: 2002-10-25   조회: 1027  첨부파일: 11-사노라면.hwp

잠에서 깨어나면 온 세상이 바뀌어 있으면 좋으련만... 모든 부분에서 제대로 되먹지 않은 이 나라가 제발 환하게 바뀌어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니 가진 자들의 논리가 먹히는 사회가 아니라 낮은 자들의 권리도 존중되는 그런 세상으로 확 변해 버렸으면...
수술 전 이제 나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누구에겐가 맡겨져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두려웠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던졌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져 왔고 무사히 깨어난다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라는 아련한 희망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모든 것을 잊고 싶었으나 많이 변해있을 세상이, 사람이 그리웠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을 기대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비정규노동자의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다 정규직으로 sk에 복직했던 여성조합원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파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법원판결에 의해 채용취소 즉 해고되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이미 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에서 승소하여 비정규노동자가 정규직으로 복직되는 법적투쟁을 통한 최초의 선례를 남겼음에도 계속적인 sk의 법적대응으로 다시 해고시키는 사상초유의 일들이 자행되고 만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선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를 찾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두번의 해고로 이어질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가 바닥에 떨어진 사회라는 것을 또한 인간위주의 경영을 기업이념으로 하는 sk라는 대기업의 참모습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sk의 입장에선 법적판결을 근거로 채용취소를 할 수 있고 여성조합원이 노조와 연계되어 활동하는 것도 꼴사납고 해서 희생양 삼아 조합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의도 즉 "까불면 죽어"식의 전근대적인 노사정책을 펼치며 안과 밖이 다른 이중적인 기업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미 21세기가 도래하여 노동에서 점차 해방되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삶의 다양성에 윤택해 지리라던 그 믿음, 그리고 그 환상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22개월의 투쟁 속에서 이러한 환상이 있었다는 것조차 의심하게 한다.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서 소수의 가진 자의 문화를 대변하는 지금의 현실은 철저히 노예와 귀족이 분리되었던 봉건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이 소수의 귀족과 왕족과도 같은 돈많고 시간 많은 자들은 이 세기가 정말 축복받은 역사의 페이지로 기억될 것이요, 그럴수록 노예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법과 제도와 공권력에 의해 감시되고 탄압 받으며 신음하고 있다.
작금의 현실은 이미 전체노동자의 70%에 육박하는 다수의 비정규노동자로 전락해 있고, 고용유연화를 앞세우는 자본가의 입맛에 알맞게 대다수인 그들의 모든 권리를 박탈해버린 상태에 와있는 것이다. 지금 진행중인 이 엄청난 변화 앞에 얼마나 많은 불안정한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해도 이러한 조건 하에 움츠리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이들을 조직하여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잘못된 이 사회를 올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런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회 속에 파묻히지 않고 머리를 들고 일어선다는 것 만해도 엄청난 변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월드컵 때 보여주었던 레드열풍을 보며 79년 부마항쟁, 80년 광주항쟁, 그리고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장대한 역사의 흐름을 떠올렸다. 20년 전의 투쟁은 썩어빠진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선 민주화의 열망이었다면, 지금은 가진 자들에 의해 회생불능된 사회를 바꾸기 위한 대투쟁으로 변화될 것이다. 철저히 개인적인, 그래서 정치에는 관심없던 젊은 층이, 정치에 철저히 소외되었던 민중들이, 뭉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 사회가 가진 자의 논리로 변화되고 그들의 보호막을 높게 드리울수록 우리의 희망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지무영 |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위원장


 

△이전글: "동지들, 투쟁으로 세상을 바꿉시다!"
▽다음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의 유연화 - 역사적 고찰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