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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4|0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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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4|07|2008
주간연속2교대 쟁취 투쟁과 원하청연대, 그리고 15만 산별노조

:: 2009-08-21   조회: 1538

10년 넘게 노래 부르듯이 산별노조를 외쳐서 마침내 15만 금속노조가 된 것이 작년이다. 건설경로와 조직체계 관련 쟁점도 많고 그 쟁점들이 다 정리된 것도 아니지만 일단 여기까지 왔다. 올해의 가장 중요한 투쟁은 완성차중심의 대공장 사측을 중앙교섭 장소에 불러내서 산별협약을 하는 것과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주간연속 2교대 투쟁이다.
중앙교섭과 관련해서는 협상자리에 사측을 앉히지도 못하고 각 자동차완성사 지부의 교섭으로 대략 내년부터는 산별협약을 한다는 것을 확약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협상을 하기 위한 단서조항도 여러 가지라 내년이 된다고 해서 교섭이 잘 진행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주간연속2교대쟁취 투쟁은 야간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요구이다. 야간노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처음 할 때부터 힘들 뿐 아니라 하루하루 한 달,두 달 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적응이 안 되고 힘든 것이 야간노동이다. 이미 여러 가지 분석과 검증을 통해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갉아먹는 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노동이 지속되어온 이유는 이윤율을 높이려는 자본의 통제전략이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나마 야간노동을 하지 않으면 너무 적은 임금으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주간연속2교대 쟁취를 위한 투쟁은 이러한 자본의 전략을 수정하도록 만드는 투쟁이다. 더욱이 현대자동차에서 노사 간에 합의를 통해 주간연속 2교대가 실현된다면 부품사를 비롯하여 사회전반의 노동시간과 관련한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의제의 투쟁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한 기본요구는 오전반이 06시 40분 일을 시작해서 15시 20분에 마치고 오후반은 15시 20분에 시작해서 24시에 일을 끝내자는 것이다.
관련해서 여러 가지 쟁점이 있다. 그동안 10시간 맞교대로 생산하던 것을 8시간 연속교대로 할 경우 줄어드는 생산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여러 가지 조건으로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부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있는데 핵심은 8시간만 일하고도 야간노동을 했을 때만큼의 임금을 보전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야간노동을 철폐해야 할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생활임금을 받자는 것이다.
대의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경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정규직노동자를 소외시키며 진행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아무도 주간연속 2교대와 관련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주간연속2교대에 관심이 없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관심이 없을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장시간노동과 저임금 구조에 더 많이 착취당하고 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다만 사내협력업체에 계약을 할 때부터 노동시간은 정규직 회사의 운영에 맞추어 한다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고, 어차피 혼류생산이라 원청회사의 라인 돌리는 시간이 곧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굳이 동일적용을 위해 목청을 높일 이유도 없다. 그래도 문제는 있다. 예를들면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보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당장 주간연속2교대로 시행하지 않는 부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형태로 바뀔 것인가, 그랬을 때 임금은 어떻게 지급될 것인가 등등, 궁금한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쟁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주간연속2교대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핵심은 고용이 불안하다는데 있다. 대공장에서는 (자동차 뿐 아니라 중공업이나 제철까지) 업체를 계약해지하고 사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해당사업장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신규 입사하는 형식으로 재계약하고 있다. 똑같은 공장 똑같은 라인에서 7년을 일한 사람도 1년을 일한 사람도, 사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 입사하는 사람처럼 모두 똑같이 신입사원이 되는 것이고 나아가 열심히 투쟁했던 노동자들은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회사의 사정에 의한다’는 이런 합법적인 업체폐업 장난은 원청회사가 원하면 아무 때나 이루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월차, 근속수당, 퇴직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뿐 아니라 재계약 불가의 이름으로 사실상 합법적인 해고의 위협에 항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주간연속2교대는 되거나 말거나, 정규직이 되지 않아도 좋으니, 지금 일하는 일터에서 내가 원할 때까지 다닐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더 절실한 요구인 셈이다. 현실에서 업체폐업과 관련한 이런 일들이 횡횡할 때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었던 것도 아니다. 공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투쟁을 전개했으나 적절히 막아내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답답하다. 이미 지난 몇 년간의 투쟁을 통해 원․하청연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경험했다. 힘 있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부럽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적어도 산별노조가 되면 이런 상황에 좀 더 진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별노조가 된후 전개된 1사1노조로 조직체계를 전환하기 위한 논쟁과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외면당했다. 과정 내내 덩치가 큰 15만 산별노조는 기업지부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것을 거듭거듭 확인했을 뿐이다.
적어도 현재 조직되어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들에게 힘이 되고, 기업의 시야에 갇혀서 올바른 판단을 거부하는 기업지부를 견인하고 설득하기에 금속노조 집행부는 무능하다.
주간연속2교대도 마찬가지이다. 매우 중요한 의제의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의 08년 요구에 들어가 있지도 않다. 현대차지부가 어떻게 할지 관망하고 있는 수준이다.
금속노조를 만든 이유는 15만이 함께 투쟁하기 위해서였다. 중앙교섭도 그렇고 주간연속2교대도 그렇다. 각각의 기업별지부에서 알아서 합의할거면 왜 산별노조를 건설했는가? 다른 문제가 아니다.
주간연속2교대의 의미와 투쟁의 과제를 분명히 하고 사용자 단체에 요구하고 사용자 단체를 만들지 않으면 만들어서 교섭에 나오라고 하고 나올 때까지 투쟁하고, 요구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을 모아내서 동일한 전선에서 동일한 요구를 갖고 동일한 투쟁을 하기위해 산별노조 만든 것이다. 그 속에 대기업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 부품사 조합원들이 각각의 위치와 처지에서 요구하되 우리 모두의 성과가 되도록 고민하고 투쟁해야 기업의식도 극복하고 자본에 의해 분열된 통제의 벽도 넘어 말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경험할 것 아닌가.
의제가 무엇이 되었든 고용불안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결의하고 투쟁하도록 하는 것은 적어도 산별노조 수준에서의 기획과 함께 투쟁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의제가 무엇이 되었든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며 결의하고 투쟁하도록 하는 것 또한 산별노조 수준에서의 기획과 함께 투쟁을 배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만든 산별노조다.

권수정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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