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를 위한 교육정책
이명박정부가 학교를 시장화하면서 포방하는 논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율’이라는 개념이다. 자율(Autonomie)은 사전적으로는 자신의 의지 또는 이성(理性)에 따라 행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자신 즉 그 의지와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자본가들이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이명박씨 부터가 수백억 원의 자산을 가진 자본가이다. 그러니 이명박정부가 벌이는 모든 행위는 결국 자본가들의 이해를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로 입시제도와 대학서열체제를 말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압도적인 사학의 비율이다. 한국은 고등학교의 44%가 사학이다. 대학은 75%가 사학이다.
사학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학은 학교가 사적소유물로 공장과 같은 생산수단이자 돈벌이의 도구라는 것이다. 일례로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등록금으로 많게는 수천억(이화여대는 5천억원이 넘는다)에서 수백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중·고등학교는 또 어떠한가? 사립학교에서 필요한 재원 즉 교사의 임금을 포함한 돈의 거의 절대 부분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법적으로는 재단의 전입금을 2-3% 내야 하지만 사학재단들은 대부분 안내고 버틴다. 또한 여러 명분을 내세워 추가로 돈을 걷어 돈벌이를 하고 있다.
한편 사교육시장의 자본가들이 있다. 이들은 마치 서브프라임모기지와 같은 새로운 입시상품이 개발되어야만 이윤을 끊임없이 축적할 수 있다. 바로 여기서 국제중과 자사고 그리고 입학사정관제등이 등장한다. 국제중은 특목고(명문대진학의 지름길)를 갈수 있는 고속도로이기에 국제중입시 시장이 형성된다. 자율형사립고는 특목고의 기능을 하기에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게다가 입학사정관제는 새로운 입시전형으로 사설학원의 새로운 상품으로 벌써부터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다.
부자들은 요구한다. “왜 내 아이들을 없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해야 하는가? 왜 돈으로 대학은 못 가는가?” 이들에게 이명박정부는 답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외의 요인으로 선발하니 돈 가지고 오세요. 귀족학교를 많이 만들고 있으니 이제 걱정 마시고 그 학교에 보내세요.”
이제 교육은 부자에게는 자산을 세습하는 도구이지만, 대다수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의 대물림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것이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의 본질이다.
귀족학교 자율형사립고는?
이명박정부는 3년 간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이는 대선 공약인 이른바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300’에 근거한 것으로 이중 자율형사립고는 2009년에 30개, 2010년에 60개, 2011년에 100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율형사립고는 재단전입금을 일정비율(3-5%)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등록금을 마음대로 징수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립학교를 의미한다. 대체로 등록금은 한해 최소 천만원이상 들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사학재단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등록금 자체도 돈벌이가 되겠지만 그 외 추가적인 항목으로 얼마든지 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등록금을 낸 만큼 확실한 보증을 해야한다. 바로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을 시켜야 하고 보충수업과 야간자율도 마음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법적으로 보장해 준다. 이것이 자율형사립고이다.
그동안 이명박정부는 외고 과학고 등 이른바 특수목적고에 대한 과도한 진학경쟁을 해소하겠다면서 내놓은 것이 자율형사립고이다. 즉 수요에 비해 특목고의 숫자가 너무 적으니 입학경쟁이 심하고 사교육비도 많이 드니 이참에 특수한 학교를 왕창 만들어서 입학자를 늘리면 해소될 것이라는 발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목고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 특목고 출신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을 싹쓸이하고 이들 대부분이 부유층이거나 그에 준하는 중산층이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체제와 입시제도를 철폐하고, 특목고를 폐지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정권 답게 이명박정부는 돈을 가지고 오면 특목고처럼 입시에 유리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시켜 줄테니 그 학교를 다녀서 명문대 입시에 응하라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기존의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자율형사립고를 합친 숫자는 서울소재 4년제 대학 입학정원과 비슷하게 겹쳐진다. 이말은 이들 학교를 졸업은 해야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작년 자립형사립고인민족사관고 등록금인 1900여만 원이었다. 그리고 신설될 자율형사립고는 출발선이 대략 천만 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최소한 이정도 돈이 없으면 고등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위기에 내몰리는 것이다.
자사고 퇴출투쟁을 시작하자!
자사고는 결국 기존의 형식적인 고교평준화를 해체시킬 것이며, 고등학교 입시를 부활시킬 것이고, 사교육시장을 확대시키고 이로 인해 부모들은 더욱 사교육비부담에 시달릴 것이다. 지금도 일제고사로 아이들은방학을 빼앗기고, 하반기 일제고사를 위해 학교에서 강제적인 보충수업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동안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범국민교육연대, 전교조 등과 함께 자율형사립고 선정철회를 요구하며 완강한 투쟁을 전개하였다. 한국최초로 6월 20일 학부모결의대회를 진행하는가 하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의 농성투쟁을 물론이고 삭발과 단식까지 귀족학교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 쏟았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자격없는 범법자 공정택이 그 뻔뻔함으로 밀어붙이면서, 게다가 자사고 지정 선정운영위 자체를 밀실에서 진행하면서 강행하였고 결국 13개학교를 지정하고 5개 학교는 추가적으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비록 지방의 경우 서울보다는 그 신청 수가 적기는 하나(서울 포함 전국 37개) 그 자체로 교육불평등구조를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밖에 없다.
7월 14일 평등학부모회를 포함한 교육운동진영은 자율형사립고지정 무효를 선언하고, 퇴출투쟁을 준비중이다. 자사고 지정학교 앞에서의 1인시위,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 자사고포기를 요구하는 압박투쟁을 중단 없이 전개할 예정이다. 그를 통하여 자율형사립고가 마치 미국산 쇠고기처럼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 도래하게 될 것이며, 이명박정부 스스로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하게 만들 것이다.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아가 교육이 상품이 아니라 만인의 보편적인 권리가 되는 그날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
| 김태정 |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