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특별법의 문제점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관련하여 2010년 6월 8일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하 ‘G20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G20특별법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경호안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 G20특별법은 총 9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경호안전통제단장을 맡아 정상회의 회의장과 숙소, 이동로 등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집회와 시위를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조문의 개수로만 따지면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내용은 중요하고 위험하다. 아래에서는 G20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굳이 G20특별법이 없어도 G20 정상회의의 경호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G20특별법에 따르면, G20 경호안전 업무를 총괄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경호안전통제단을 두고 통제단의 단장은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맡는다(제3조).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 이동로 등 정상회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장소 및 그 장소의 주변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제5조), 경호안전구역 안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의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제6조). 그런데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위와 같은 조치들을 할 수 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경호처의 경호대상으로 “방한하는 외국의 국가원수 또는 행정수반과 그 배우자,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을 정하고, 경호처장은 경호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경호구역을 지정하며, 경호구역 안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의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방지에 필요한 안전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제5조). 또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제5조), 모든 옥외집회를 48시간 전에 신고하게 하며(제6조), 옥외집회가 신고된 경우에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질서 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제13조), 집회의 주최자나 참가자가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을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관할경찰서장이 확성기 사용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제14조)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더라도 G20 정상회의의 안전에 위해가 될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는 데 문제가 없다. 「형법」에도 외국 국가원수나 사절에 대한 폭행, 모욕, 명예훼손을 엄중히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07조, 제108조 등). 「경찰관직무집행법」도 마찬가지다. 불심검문이나 위험발생의 방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현행 법령상 제 규정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타당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행 법령에 의하여 충분히 G20 정상회의의 경호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데도 이중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마련한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G20특별법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2. 현행 법령을 뛰어넘는 기본권 침해
G20특별법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교통소통, 질서유지 등 원활한 경호안전업무 수행을 위해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경호안전구역에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고,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경호안전구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하여야 한다(제9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나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가 아니면 누구든지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G20특별법은 이 정도 수준에 이르지 않은 교통소통이나 질서유지를 위해서도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등 주요시설 근처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G20특별법은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장소,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숙소는 물론 그 이동로와 주변에서까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집회•시위 금지 구역이 어디인지 공고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서울 전역에서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집회 및 시위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의 금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예컨대 시위참가자 수의 제한, 시위대상과의 거리제한, 시위방법, 시기, 소요시간의 제한 등)을 붙여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이라고 결정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등).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최종적인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집회 및 시위의 금지이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한 누구나 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다. 이런 의미에서 G20특별법은 헌법에 반하여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집회 및 시위의 제한을 요청할 권한이 없다. 당연한 의미에서 당해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이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의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현행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경호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만 할 수 있다. 그런데 G20특별법은 대통령실 경호처장에게 집회 및 시위를 제한 요청할 권한을 부여하고 당해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관서의 장에게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G20특별법은 대통령 경호처장으로 하여금 행정기관이나 공공단체의 장에게 경호안전에 필요한 인력 동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호처 소속 공무원이 아닌 자까지 지휘,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G20특별법은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경찰청장 등 경호안전 관련 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통합방위법」 제2조 제13호에 따른 국가중요시설과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경호안전 관련 기관의 장에 군도 포함된다고 볼 경우 사실상 대통령 경호처장의 권한으로 국군 투입 및 군 장비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현행법상 인정된 대통령 경호처장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권한 부여다. 이러한 권한 부여는 ‘경호안전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활한 경호안전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경호안전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처럼 모호하고 불분명한 법규정 내용과 결합하여 사실상 대통령 경호처장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G20특별법은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부여한 것을 넘어서서 일반 국민에게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경호안전구역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등 정상회의의 원활한 진행과 경호안전 활동에 협조하여야 한다. 말이 많은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하더라도 범죄의 혐의가 없는 한 불심검문을 할 수 없는데, G20특별법은 범죄와 상관없이 불심검문에 응할 의무를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G20특별볍의 시행 기간도 문제다. G20 정상회의는 단 이틀 동안만 개최되는 데 반해 G20특별법은 2010년 10. 1.부터 2010. 11. 15.까지 시행된다.
아직 G20특별법이 시행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G20 정상회의를 이유로 이주노동자, 노숙인, 노점상에 대한 순찰과 감시를 강화하고 인터넷 상에서의 여론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G20특별법이 시행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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