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지난해 12월 9일 클럽빵 쇼케이스를 통해 발매된 콜트콜텍 투쟁 10주년 기념음반에 수록된 음원들이

국내 음원사이트 및 애플뮤직에 등록되었습니다.

이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명실상부한 뮤지션이 되었네요

음반으로 미처 만나지 못하신 동지들께는 온라인 음원으로 들어봐주시길 청합니다.

아래 중 편한 곳에서 감상하실 수 있고요.

 

멜론 http://bit.ly/2EuRq9K
벅스 http://bit.ly/2EHGWTy
지니 http://bit.ly/2BuAXPV
엠넷 http://bit.ly/2GgqSFI
소리바다 http://bit.ly/2EupwKQ
네이버뮤직 http://bit.ly/2F7MMeZ
애플뮤직 https://apple.co/2Gf1ksd

 

더불어 콜트콜텍 투쟁 10주년 기념음반 프로듀서이자 음반 발매의 산파 역할을 하신 자립음악생산조합 황경하 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에 가는 길에는 수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과거, 현재, 미래, 반드시해야할 일들... 그러던 중 번뜩 콜트콜텍의 해고 노동자 형님들이 10년을 넘게 투쟁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은 10년 동안 유폐를 당합니다. 그것을 너무 만화같은 설정이라고 비웃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악덕자본에 맞서 거리에서 한결같이 10년을 싸운 이야기는 어떨까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힘이더라도 뭔가 보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부족한 기술과 장비지만, 10년의 투쟁을 기념하는 음반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며 갑작스러운 연락을 드리게 되었고 투쟁의 나날들로 지치고 바쁜 와중에도 형님들은 혼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일정을 정해서 함께 녹음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춘 형님과 더운날 습기를 참으며 경의선공유지에서 카혼 녹음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외부의 소음이 들어올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녹음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근형님은 합정동에서 녹음을 하며 인근의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가족들이 뉴스를 보고 찾아와 송전탑 아래서 내려오라 하는데 가슴이 메였다고 하셨습니다. 제게 그저 좋은 포켓몬 잘잡히는 자리였던 송전탑 아래는 형님의 이야기로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경봉 형님은 금속노조 조끼를 입고 있을 때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한다며 집 앞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려던 저를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종운 형님은 절륜한 입담으로 여러가지 시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귀한 목소리로 함께 해주신 연영석 형님, 치명타 작가, 전진경 작가, 음악가 예람과 쓰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1번 트랙 '서초동 점집'은 최근까지도 멍청한 판결을 일삼고 있는 사법세력을 풍자하는 노래입니다. 미래의 경영위기까지 점쳐서 해고를 정당화를 해주는 부패한 사법세력의 앞에서 절망 속에 무너지지 않고 그 상황을 노래로 만들어 맞선 골계미 넘치는 곡입니다. 저도 트랙을 무겁지 않고 귀엽게 완성시키는 것에 프로듀싱의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2번 트랙 '주문'은  <주문>은 경봉 형님이 “박영호 사장은 노동자보다 수백수천배의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 처절하게 살아야 된다”고 주문처럼 되뇌시던 말을 가사로 정리한 곡입니다. 작년에 콜트콜텍 투쟁에 대한 망언을 내뱉고 법원 판결로 인해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했던 김무성의 사과를 박제해 넣었습니다. 음반을 준비하면서 콜트콜텍에 관련된 다큐와 영상들을 여럿 보았는데, 재춘 형님의 기타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인터뷰가 자본가의 탐욕과 오버랩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가져와 이 트랙의 말미에 실어드렸습니다.
3번 트랙 '고공'은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인근 형님이 합정동 송전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시기의 심정을 노래로 담은 곡입니다. 다른 음악가 어느 누구도 쓸 수 없는 가사라고 생각합니다. 대금이 들어가는 편곡이 곡을 너무 올드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 절박한 심정을 밖으로 드러내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번 트랙 '꿈이 있던가'는 이 형님들이 어떻게 4000일을 넘게 투쟁할 수 있었는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곡입니다. 그 초인적인 의지는 앞을 비추는 등대의 빛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5번 트랙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는 연영석 형님이 콜밴에게 헌정하신 곡입니다. 특별히 영석 형님이 노래를 함께 해주셔서 의미를 더 해주셨습니다.
6번 트랙 '싸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는 스스로를 가짜 시인이라고 칭하는 방종운 형님의 시낭송 트랙입니다. 이육사의 시가 지금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다소 작법이 투박하고 오문이 있더라도, 그 시와 시인의 삶이 실제로 일치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악덕자본과 싸워오신 신념을 담아 지으신 시입니다. 
이 음반에 대한 제 개인적인 감상이 꽤 길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남기겠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형님들의 에필로그도 몹시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형님들과 연대해주시던 동지들의 감상도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덕자본 콜트기타의 박영호 사장도 들을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시고 많이 들어주세요. 그리고 끊임없이 연대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 2. 15 이른 아침. 프로듀서 황경하

 

 

photo_2018-02-19_15-27-39.jpg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