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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130명, 9년의 기다림……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투쟁, 아홉수에서 끝낼 수 있을까

김정운 (쌍용차 복직자위원회, 철폐연대 회원)

 

지금 이 시각, 쌍용자동차가 위치하고 있는 평택 하늘에는 하얀 눈이 내린다.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반길 법도 하지만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해고자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설 명절을 앞두고 다시 추워진 날씨가 더욱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실로 오랜만에 지면을 통해 쌍용자동차지부 소식을 전하게 됐지만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130명, 9년,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아직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숫자와 시간이다. 시간도 참 빠르게 지나갔다. 고통과 기다림의 고문 시간을 숫자로나마 줄여보면 어떨까 싶어 2015년 12월 30일 노·노·사 합의 이후의 시간만 계산해도 3년이라는 긴 시간의 숫자가 세어진다.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고자의 숫자, 해고의 시간은 언제쯤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과 고민을 해봐도 ‘다시 투쟁’ 아니고서는 뾰족한 해결 방법도,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직도 짧다는 것일까? 이제 그만 기다리는 ‘희망고문’의 시간을 아홉수에서 끝낼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2015년 노·노·사 합의 후 공장으로 복직한 해고자는 37명이다. 복직을 기다리는 130명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지난 2년은 결코 편치 않은 시간이었다. 먼저 복직한 만큼 해야 할 주어진 역할이 있었음에도 미안함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지나간 긴 시간만큼 변해버린 현장 노동자들을 보면서 공장으로 복귀하며 다졌던 각오와 설렘이 사라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단단한 방어벽은 예상보다 컸다. 복직하기 전 들었던 것과 실제 겪어본 현장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심각했다. 이 모든 것도 자본이 만든 부산물이자 해고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던 나약한 인간의 본 모습이라 생각하니 한편 이해가 되면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현장 모습에 힘들겠구나 하는 무기력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한 37명은 ‘복직자위원회’란 이름으로 흩어지지 않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힘들게 복직한 상황이라 바라보는 시각과 각각의 의견, 이견도 있지만 해고자 전원 복직이라는 대의명제 앞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 지난해 복직자위원회 1호 소식지를 발행하기 전 쌍용차 현장은 ‘해고자 복직’이란 단어가 금기시 될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복직했으니 조용히 있으라는 비판과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매월 1회 이상 소식지를 배포한 결과 지금은 그래도 힘내라는 응원의 반가운 소리도 듣는다. 이 또한 변화의 시작이라 믿는다.

 

최근 쌍용자동차 노‧사는 다가오는 4월 2일부로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를 했다. 심야노동 철폐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환영하고 반겨야 할 일임에도 쌍용차지부 해고노동자들에게는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이유는 지난 ‘노·노·사 합의’ 시 주간연속 2교대제가 해고자 복직의 꼭짓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서 어디를 눈 씻고 찾아봐도 해고자 복직의 규모와 숫자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인원으로 근무형태 변경하는 합의를 한 것이다. 그 결과 공장 안 노동자에게는 심야노동 철폐와 임금 보전이라는 당근을, 자본에게는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해고자에게는 복직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또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현장정서를 핑계로 만들어낸 합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몇 명의 복직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몇 명 더 받고 안 받고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기에 완전 해결 없이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하다.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과 최종식 사장 8개월 만에 만나

해고자 문제 완전한 해결 노사 공감 … 실무협의 추진

 

지난 12월 1일부터 김득중 지부장을 비롯한 3명의 해고자들이 53일간 ‘인도 원정투쟁’을 다녀왔다. 약속했던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복직은 물론 향후 계획조차 밝히지 않은 결과,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각오로 떠난 원정투쟁이었다.

부재 중인 관계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대신 만난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코엔카 대표이사는 “쌍용차는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한국 경영진과 복직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청 드린다”며, 한국의 최종식 사장에게도 ‘빠른 시일 안에 문제 해결을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한국 경영진과 합의한다면 해고자 복직과 손해배상 철회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주주의 핑계를 대는 쌍용차 최종식 사장과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은 여전히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은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신차 출시에 따른 인원 충원, 정년 퇴직자 충원 시기마다 해고자를 우선 복직시킨다면 큰 비용 부담 없이 가능”한 것이다.

인도원정단 귀국 후 2월 8일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과 쌍용차 최종식 사장이 마침내 만났다.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노사 간에 대화가 끊긴 지 8개월 만이었다. 김득중 지부장과 최종식 사장은 경영상의 여건과 해고자의 어려움을 서로 공감하며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통해 노사가 회사 발전에 매진하며, 이를 위해 실무협의를 진행해 ‘해고자 문제 완전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실무협의는 설 연휴가 끝나는 2월 20일 진행될 예정이다. 아마도 쌍용차지부 소식이 지면을 통해 전해질 무렵에는 어떠한 결론에 도달해 있을 수도 있다. 실무협의 기간과 시간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핵심과 쟁점이 모두 드러난 이상 해고자 복직은 의지 문제다. 그래서 실무협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항상 그래왔듯 사측은 회사 경영의 어려움만 반복하며, 몇 명 복직시키는 것으로 생색내고 시간 끌려는 꼼수를 부릴 것이 뻔하다. 다시 말하면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몇 명 더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닌 완전한 해결이 답이다.

하여 쌍용자동차지부는 이에 앞서 2월 내에 해고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김득중 지부장 무기한 단식농성과 2월 28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집중 결의대회, 3월 14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등을 계획했던 만큼 실무협의 진행과정을 보고 투쟁수위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쌍용차지부는 해고자 복직 문제와 함께 ‘국가 손배’가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확정 판결 시 또 하나의 사회 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 현재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팀’이 2월 6일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등 5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착수한 만큼 해고자 복직과 또 하나의 폭력 국가손배 철회에 동지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 응원을 부탁한다.

 

오늘도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저 멀리 창원공장에서,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1인 시위와 매주 목요일 정문 앞 촛불문화제는 계속된다.

 

 

2 목요 촛불문화제 이후 참여자들의 기념사진 [출처 필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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