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투쟁/입장

ILO 협약을 빌미로 한 노동기본권 파괴시도,

노동법률단체는 ILO 협약 선비준을 요구하며, 노동개악을 반대한다.

 

잠시 조용했던 경사노위가 ILO 협약을 빌미로 한 노동법 개악시도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15일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개위) 공익위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입장은 노개위 공익위원 6인 전원과 위원장 박수근 교수의 명의로 발표되었다. 공익위원 입장은 ① 노조법 정의 규정상 해고자 및 실업자 등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할 것, ② 노동조합의 임원 자격규정을 핵심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 ③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조합 가입자격 제한을 직급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정할 것, ④ 노동조합설립신고제도를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운용할 것, ⑤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금지 관련규정을 삭제하고,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결정하도록 할 것, ⑥ 교섭창구단일화제도를 개선할 것, ⑦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할 것, ⑧ 단체행동권 관련 직정점거를 규제할 것이며, ⑨ 기타 특수고용형태고용종사자에 대한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되, 단체교섭권의 행사방법 방안 협의를 위한 노사정 협의를 개시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조항 등을 정비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용 중 일부는 당연히 수정·개정되어야 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는 당연한 내용들이다. 해고자, 실업자에 대한 제한규정 개정, 공무원과 교원에 대한 가입자격 제한 개정요구는 ILO 핵심협약에 의하여 바로 문제가 되는 조항으로서 당장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임원 자격규정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요구도 지속적으로 ILO로부터 개정이 요구되었던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쟁의기간 중 대체고용 금지규정의 유지를 요구한 것은 사용자측에서 지속적으로 개정요구가 있었던 조항으로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조 전임자 규정에 대해 명확히 삭제를 요구한 것과 달리 기타의 개정요구나 핵심협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과 같은 요구는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이미 발의된 한정애 의원안과 같은 문제적 법률을 만들어 내고, 투쟁의 대상을 국회로 넘겨버리는 것으로서 아쉬운 요구안이다. 또한 노동조합설립신고제도 관련 요구안 역시 너무나 추상적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역시 언급을 하였다는 의미 이상을 찾기는 어렵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동쟁의 현실과 ILO에서도 직장점거를 허용하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공익위원들이 직정점거를 규제하도록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에 대한 상당한 제한임(Case No.2467, 결사의 자유 위원회 344차 보고서 제572항)을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밝힌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도록 입장을 밝힌 것은 ‘ILO 협약 비준’을 위하여 국내법을 정비하도록 한 위원회의 책임과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지난해 말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둘러싼 뜨거운 쟁점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경사노위 위원회 중 가장 뜨거운 관심과 쟁점분야를 다루는 곳이 바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이고 노개위의 입장과 의견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이미 한정애 의원이 18년 11월 노개위의 1차 공익위원 의견을 바탕으로 노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1차 공익위원 안과 한정애 법률안의 문제점이 너무나 커, 19년 1월 노동법률단체는 국회에서 공동토론회를 개최하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당시 국가인권위도 참여하여 ILO 협약비준을 위하여 반드시 국내법을 미리 개정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도 노개위 공익위원들의 의견은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개에서 공익위원 입장에 대한 입장을 연일 발표 중이고,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까지 의견을 더했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강성노조’에 끌려다닌다, 노사관계가 ‘뒤집힌 운동장’이 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놓았다. 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이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며, 국회의원 대다수의 의식의 수준은 이보다 처참할 것이다. 경사노위가 제출한 일부 개선된 의견들조차 국회로 넘어가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를 보여준다.

 

ILO 핵심협약으로서 결사의 자유, 단결권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노동자들의 이기주의인가? 노동자 개개인은 사용자가 자신들의 임금을 낮추고, 마땅히 취해야 할 안전조치를 방치하여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단지 노동조합만이 노동자들의 권익과 안전·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 때문에 헌법은 노동자에게 노동3권이라는 강력한 보호장치를 부여하여, 사용자의 불법을 감시하고 노동자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견제의 힘을 준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 10% 남짓, 비정규직 조직률 2% 남짓에 불과하다. 견제는 고사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가 발생되고 노동3권의 행사를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버린다.

 

현실이 이런데도 교사·공무원의 노동조합 가입범위를 일부 확대하고, 해고자·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가능성을 넓힌다고 세상이 뒤집히겠는가? 오히려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확대함으로 인해 오히려 보호되어야 할 신생노조들은 교섭의 기회를 더욱 박탈당할 것이며, 직장점거 금지로 인해 단체행동권의 실효성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즉, 이번 공익위원 입장은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도 득보다 실이 크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마땅히 수정될 당연한 법률조항들을 이유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직장점거 금지를 맞바꾸자는 것이다. 노동계 추천 공익위원을 포함한 공익위원안이 결론적으로 이러한 반ILO적 요구를 포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점에 대하여 대단히 유감이다.

 

결국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경사노위의 입장은 마무리 지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기다릴 방패막이 없다. 정부는 즉시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행정적 절차를 시작하여야 하며, 국회는 노동법 개악을 시도하기를 멈추고 협약비준 동의안 처리에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지난해부터 지속해 온 조속한 ILO 협약비준을 촉구하는 바이며, ILO 협약비준을 빌미로 한 노동법개악을 막는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9. 4. 22.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