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803]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의 민낯 / 조영신

by 철폐연대 posted Mar 12,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의 민낯

조영신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변호사)

 

최근 월담은 최저임금위반감시단 운영을 통하여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상담창구를 통해 들어온 상담사례가 벌써 30여 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거듭할수록, 반월시화공단에서의 최저임금 제도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최저임금제도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6조 제2항에서는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하므로,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고 하여 사용자는 인상폭을 맞추기 위해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게 최저임금제도의 핵심입니다.

 

상여금 깎고, 수당 날리고, 휴게시간 늘리고

그런데 반월시화공단에서는 이러한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을 무색하게 하는 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상여금 쪼개기’입니다. 연 300%로 지급되던 상여금을 월 25%로 나눠서 지급하는 것이죠. 상여금 쪼개기의 본질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맞추기 위해 원칙적으로는 최저임금 산정 범위의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상여금을 그저 월 단위로 지급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여금이 기본급에 포함되어 없어지는 것이며, 결국 그만큼 임금수준이 낮아지게 되기에 문제되는 것이죠.

상여금과 관련한 공단 내 최저임금 위반 꼼수 중에는 연 400%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연 300%로 삭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아무런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요.

각종 수당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대나 정근수당 등을 아무런 논의과정 없이 없애버리는 것이죠.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별표 1에서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 그 밖에 근로자의 복리후생을 위한 성질의 임금의 경우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당들을 없애고 기본급에 산입시킴으로써 최저임금 인상분을 메우려는 의도인 것입니다.

갑자기 휴게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일과 중 휴게시간 10분씩 두 번, 점심식사시간 35분으로 하루 총 55분의 휴게시간을 주던 사업장에서 15분씩 두 번, 점심식사시간 45분으로 휴게시간을 하루 총 75분으로 늘리는 것입니다. 기존의 휴게시간이 매우 짧았기에 휴게시간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겠죠. 문제는 그 사업장의 사용자가 하루 일과시간 중 휴게시간이 1시간이 넘었기에 8시간 분의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대신 9시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8시간을 인정해준다고 했다네요. 휴게시간이 늘어난 대신 연장근무가 강제된 셈이죠. 연장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기존에 받아왔던 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연장근무를 하든지, 최저임금이 인상된 수혜를 받지 못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다 불법이 아니에요”

상여금 쪼개기, 상여금 삭감, 각종 수당 삭감 등은 노동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에서도 2018년 1월 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위와 같은 사례들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고,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 혹은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이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규정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무효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반월시화공단에서의 현실은 다릅니다.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싶지만 서명을 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왜곡되는 현실이고, 불이익 변경을 앞두고 고용노동지청에 문의를 하면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다 불법이 아니에요”라는 짜증 섞인 말투나 돌아오는 현실입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각 지청에 최저임금 신고센터를 만든 것은 2018년 들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며 각종 꼼수들이 난무하니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청에서는 여전히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방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월담은 지금까지 축적된 최저임금 위반 꼼수 사례들에 대하여 안산고용노동지청에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지청이 책임지고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는 공단 내 사업주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하도록 말입니다. 이제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현실을 말하기 시작했으니, 그 대답을 들어야 할 차례입니다. 월담이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