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805] 반월시화공단의 최저임금 꼼수들 / 조영신

by 철폐연대 posted May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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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시화공단의 최저임금 꼼수들

조영신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변호사)

 

최근 국회에서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는 임금의 산입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인데, 산입범위를 기존보다 넓히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늘어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입범위에 해당하는 임금을 일한 시간으로 나눈 값이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하는데, 산입범위가 늘어날수록 그 값이 커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 다른 명목의 임금들을 산입범위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저임금 위반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죠. 결국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됨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월담은 최저임금 적용 위반 실태조사를 통해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산입범위를 넓히고 있는 사례 등 최저임금 꼼수 사례들을 다수 수집하였습니다. 그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사례 1.

반월공단에 위치한 10인 미만 규모의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A씨는 2018년에 들어서며 임금체계가 달라졌다. 사용주는 연 300%를 지급하던 정기상여금을 연 100%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고, 나머지 200%를 12분등하여 매월 기본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동자 한 명씩 돌아가며 면담을 진행했고, 면담 자리에서 무슨 내용이 쓰여 있는지 모를 문서에 서명을 했다.

다음달 바뀐 임금체계를 적용한 임금명세서를 받았는데, 월급이 올라있었다. 월 130만 원이었던 기본급이 160만 원으로 오른 것,

A씨는 월급이 올랐기 때문에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한 것이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면담을 통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과 내용 설명이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사례 2.

시화공단에 위치한 100인 이상 규모의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B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는 실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세전 158만 원을 기본급으로 받았는데, 2018년 들어서도 동일한 기본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받았던 월급은 작년 기준 최저임금 이상이었기에 큰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최저임금이 크게 올랐다는데 왜 변함이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는 올해부터 월 10만 원씩 지급되던 정근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동의를 얻는 과정도 없었고, 사전설명도 해주지 않았으며, 노동자들끼리 토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서명하라며 서류를 내밀기만 하였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기만 하였다.

 

사례 1은 전형적인 상여금 쪼개기 사례입니다. 노동자 A씨는 월급이 올랐으니 불이익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불이익이 없는 것일까요? 단순하게 계산해 봐도 그렇지 않습니다. 복잡한 부분을 차치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자 A씨는 기존에 기본급 130만 원에 상여금 연 300%를 받았습니다. 1년간 기본급 1,560만 원에 상여금 390만원, 총 1,950만 원을 받았던 것입니다. 올해는 기본급 1,920만원에 상여금 160만원, 총 2,080만 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상여금 쪼개기나 삭감 없이 기본급만 최저임금으로 오른 상태로 변하였다면 어땠을까요? 1년간 기본급 약 1,888만 원에 상여금 약 472만 원, 총 2,36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용자가 상여금 쪼개기를 하는 바람에 연간 280만 원 정도의 임금이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사용자는 상여금 쪼개기를 통해 기본급이 최저임금 위반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었고, 더불어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임금도 절약한 셈입니다.

 

사례 2는 복리후생 성격의 수당을 삭감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는 명목인 것이데, 실제로는 수당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죠. 정기적으로 지급되던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킴으로써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 인상분을 메우려 한 것입니다. 심지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사례 2는 반월·시화공단에 위치한 여러 업체들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하나같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서명을 하지 않으면 퇴사하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례 1과 2 외에도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사례나 노동자들을 한 명, 두 명씩 해고해나가는 사례 등 최저임금 꼼수 사례들이 매우 많습니다.

월담은 실태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례들을 차곡차곡 모아가는 중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퇴색시키는 이러한 꼼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밝혀내고,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하라고 정부에 요구해나갈 것입니다.

 

 

1 2018.4.18. 월담 최저임금 실태조사 [출처 월담].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