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4] KTservice 노동조합, 희망은 진행 중 / 홍성수

by 철폐연대 posted Apr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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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KTservice 노동조합, 희망은 진행 중

홍성수 (KTservice 노동조합 사무국장)

 

 

나는 노동자(勞動者)라는 약간은 하층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보다는 근로자(勤勞者)라는 약간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단어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노동조합 역시 나와는 상관없는, 많이 배우고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를 혼란시키는 단체라고도 생각했었던 것 같다. 마음속 불만이야 있지만, 주는 월급에 감사하며 정해진 일보다 하나라도 더 하는 것이 나를 고용해준 회사에 대해 보답하는 길이고, 가정의 원만한 미래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감사해하며 열심히, 묵묵히 일했다.

   

2017년 6월 10일,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피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부터 나와 조합원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같은 회사 직원의 사망소식을 회사가 아닌, 언론을 검색해서 알아야 했고, 분개하고 서글펐던 직원들이 문상을 가려고 하였으나 그마저도 회사는 철저히 통제했고 은폐했다.

직원들의 동요를 우려해 문상마저 막았다는 회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재되어 있던 위험은 ‘이번에 내가 아닌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언제 발생될지 모를 위험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 회사에게 있어 ‘직원’이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사고를 즈음하여 KT새노조로부터 조직화에 대한 문자가 발송되었고 전국에서 관심을 가진, 분개한 직원들이 KT새노조를 통해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는 회사의 문제점과 직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들에 대해 토론했고 조직화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의 KTservice 노동조합 전신인 KTS좋은일터만들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2017년 9월 6일, 순창지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우천작업 중 감전되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우천 중 외부작업을 절대 금지해야 함에도 무리한 지표를 맞추기 위해 작업하다 벌어진 인재였다. 직원들은 슬퍼했고 분노했으며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회사는 부인하겠지만, 우리는 이 모금활동에 실명이 기재될 시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의금의 모금조차도 익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라면 이 모금활동 이후 그동안은 뭐하는지 존재감이 없던 기존 1노조 역시 모금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되지만, 이후 큰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이제 모금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정례화되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2 2017.10.17.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기자회견 [출처 필자].jpg

2017.10.17.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기자회견 [출처: 필자]

 

 

우리는 이 사고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방식대로 열심히 투쟁했다. 11월 KTservice남부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열심히 조직하고 투쟁했다. 하지만 회사의 개입으로 무산되었고 이에 우리는 선거개입과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로 진정하였다. 이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회사로 인해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후 우리는 복수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기 시작했고 여러 논의와 회의 끝에 2018년 11월 KTservice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 설립 이전에도 4명의 동료들이 더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지금도 6명의 동료들이 중대 산재사고로 여전히 치료 중이다.

 

우리는 이 모든 사고가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주화 정책이 가져온 인재라고 생각한다. 하는 업무는 KT 직원과 다를 바가 없지만 급여는 1/4 수준이고, KT 직원들에게는 기본인 2인 1조 작업이 우리들에게는 지켜지지 않는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왜 처우가 달라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지난 5개월간 같은 업무를 하며 발생하는 KT로부터의 업무지시나 혼재작업 등의 증거들을 차곡차곡 모아나갔다. 그리고 지난 2월 KT를 상대로 불법파견에 따른 직접고용명령 진정을 접수했다.

우리는 이것이 비용절감 정책에 의한 외주화가 부른 횡포이자, 노동조합이 없고 힘이 없어 벌어졌던 일들이며, 무생물인 회사를 위하여 생물인 사람을 하찮게 대하고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싸워볼 예정이다.

   

노동조합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이 투쟁이 다른 동지들에게도 자그마한 희망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투쟁을 통해 얻어낸 것보다는 얻어내야 할 것들이 아직은 너무나 많다. 아무리 좋은 세상이 왔다고 해도 노동자가 체감하는 현실은 철저히 “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고, 그래서 여전히 희망은 진행 중이다. 자그마한 것이라도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내는 것들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이 살아있고, 이 자그마한 희망들이 모여 더 큰 희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3월 4일, 누구보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앞에 나서서 투쟁하던 우리 KTservice 노동조합 김신재 위원장이 홀로 작업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로 응급실로 이송되어, 수술 후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신체의 왼쪽 부분이 마비 상태이다.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건강히 돌아와 다시 열심히 투쟁할 것임을 믿는다. 위기는 곧 기회임을 믿는다. 현재 위원장의 부재가 조합원들을 단합하게 만드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고, 우리는 더 열심히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 조합원만의 권익이 아닌 다른 회사, 다른 동지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노동조합이 될 것이다. 많은 동지들의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