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7] 기간제교사들의 외침, <우리도 교사입니다> / 박혜성

by 철폐연대 posted Jul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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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기간제교사들의 외침, <우리도 교사입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중에 누가 정규교사이고 누가 기간제교사인지 구분할 수 없다. 기간제교사가 하는 일은 정규교사가 하는 일과 똑같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8시 반에 출근, 오후 4시 반까지 근무한다. 종종 더 일찍 출근하고 야근도 한다. 근무시간 동안 드라마틱한 일들이 벌어진다.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하루 8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기간제교사들은 정규교사와 같은 일은 하지만 ‘기간제’여서 계약을 중도에 해지당하거나 쪼개기 계약을 당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차별을 당한다. 정규교사보다 더 많은 수업을 맡으라고 강요받고, 학생생활부 같은 힘든 업무를 떠맡기도 한다. 연가, 휴가, 병가 등에서도 차별받는다. 정규교사들은 병이 나면 병가를 내거나 그 기간 동안 병이 낫지 않으면 휴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들에게 주어지는 병가는 9일뿐이다. 그 이상 아파서 일할 수 없다면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생을 지도하다가 생긴 오해나 갈등 때문에 억울하게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정규교사는 소명절차를 밟아서 사건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징계여부와 수위를 정한다. 기간제교사들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떨까? 대부분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의논을 한다. 그러나 학교는 기간제교사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듣고, 사안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보다는 기간제교사와의 계약을 해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기간제교사들은 정근수당, 성과급, 호봉 승급 시기 제한으로 인해 임금 등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단적으로 기간제교사의 성과급은 가장 높은 수준이어도 정규교사보다 낮다. 성과급은 교사들의 통제수단이므로 폐지되어야 마땅하지만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무조건 낮은 성과급을 받는 것은 차별이다.

 

 

기간제교사노조의 요구와 과제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은 이렇게 만연한 기간제교사 차별을 철폐하고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만들었다. 노조는 다음 세 가지 요구를 걸고 투쟁하고 있다.

 

첫째 요구는 차별 폐지이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차별들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에 차별 폐지를 촉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도 하고 교육청에 항의도 한다. 또한 기자회견과 집회 등 다양한 투쟁을 하고 있다.

작지만 소중한 성과도 있다. 최근 기간제교사에게만 1정 연수를 받지 못하게 하는 제한이 폐지됐는데 이는 노동조합 투쟁의 성과라 할 수 있다. 1정 연수는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교사들이 받을 수 있는 연수다. 교육부는 2013년부터 기간제교사에게는 1급 자격증 발급을 제한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6월 자격을 갖춘 기간제교사에게도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발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당연한 판결이었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즉각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또한 원하는 기간제교사들이 1급 정교사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1정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예산 운운하며 계속 시간을 끌었지만 노조의 끈질긴 요구 끝에 올해 여름방학부터 경남, 광주, 울산, 세종교육청에서 국어, 영어, 수학 1정 연수를 시행한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교육부에 더 많은 교육청에서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 요구는 정규직화이다.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와 같은 일을 하는 만큼 차별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길은 당연히 기간제교사를 정규교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는 기간제교사의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 개선뿐 아니라 질 높은 교육 실현, 체계적인 교육과정 실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임용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가 마치 형평에 어긋나는 양 주장하지만 사립학교 교사와 1990년대 이전에 학교에 채용된 공립교사, 특별채용한 경력직 공립교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많은 교사들이 임용시험을 보지 않았다. 임용시험이 정규교사가 되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간제교사들은 교사 자격을 갖추고 수년간 교사로 일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이미 교사로서 수년간 일해 온 기간제교사들이 시험을 봐서 교사 자격을 다시 입증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전국에 기간제교사가 5만 명에 달한다. 이미 학교는 기간제교사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기간제교사가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을수록, 교사가 지도해야 할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좋은 교육을 실현할 기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교사수를 줄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2030년까지 정규교사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학생은 물론이고, 정규교사, 기간제교사, 예비교사 모두에게 해악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단결해 정부에게 정규교사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교사 확충은 기간제교사 정규직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없이 정규교사만 확충한다면 기간제교사의 대량해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간제교사 신규 채용을 막아야만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요구는 노조 할 권리 보장이다. 기간제교사노조는 작년 7월과 올해 5월 두 차례나 노조설립 신고를 반려당했다. 구직 중인 기간제교사를 조합원에 포함하고 있어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고용노동부의 노조설립신고 반려는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실직과 구직을 반복하는 기간제교사의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이 신고제임에도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허가제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교사도 노동자이건만 교원노조법을 따로 두어 교사들의 노동3권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노조 할 권리는 헌법 33조에 명시된 권리이기 때문에 교원노조법과 노조법으로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의 기본인권인 단결권을 명시한 ILO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요구들을 하루라도 빨리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더 많은 기간제교사를 노조로 조직하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하고, 기간제교사의 채용권이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조합원임을 밝히는 것도 조합 활동도 매우 조심스럽고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용기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합원뿐 아니라 다른 기간제교사들 사이에서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기간제교사노조의 투쟁으로 기간제교사의 현실이 알려지고, 처우 개선과 차별 철폐에도 진전이 있으면서 노조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노조는 더 많은 기간제교사들을 만나고, 노조에 대해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교사입니다>의 구입을 권하며

 

 

기간제교사의 존재를 우리 사회에 알리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다. 학생들을 구하고 희생됐지만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고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이야기는 기간제교사 차별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각인시켰다. 두 번째 계기는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운동이었다. 이는 상당히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정규교사도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이나 처우에 대해서는 모른다. 이것이 내가 <우리도 교사입니다>를 낸 이유다.

 

기간제교사가 누구이며 어떻게 기간제교사가 되었는지,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노조를 설립해 투쟁하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차별과 불안에 맞서 날개를 편 기간제교사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차별과 고용 불안에 체념하지 않고 투쟁에 나선 기간제교사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래서 보다 많은 기간제교사들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책에 그려진 내용은 그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이기에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 그들이 용기를 내어 기간제교사노조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행동에 나설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규직화 투쟁이 벌어졌을 때 있었던 찬반 논쟁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설명한다. 어느 기간제교사는 임용시험 때문에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다가 이 책을 읽고 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며 노조에 가입했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 책을 정규교사들이 꼭 읽어주기를 바란다. 내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기간제교사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그들의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기간제교사들이 정규교사 휴직 등의 사유로 대체업무를 하고 있지만 결코 임시직이나 땜빵교사가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이 추구하는 참교육, 평등교육을 실현할 동지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규교사, 기간제교사로 구분해서 이간질하고 교사의 단결을 해치는 것은 누구에게 이로운 것인가를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비정규직 백화점인 학교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해서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어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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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1. <우리도 교사입니다> 북콘서트 [출처: 기간제교사노조]

 

* <우리도 교사입니다>의 판매 수익 일부(일부는 출판사)는 기간제교사노조 활동기금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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