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8] 민주일반연맹이 바라본 공공부문 비정규직 7.3 총파업 투쟁 / 강동화

by 철폐연대 posted Aug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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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민주일반연맹이 바라본 공공부문 비정규직 7.3 총파업 투쟁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

 

 

민주일반연맹은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인 산별연맹이다. 전국단위 노조와 지역일반노조 등 17개 노조가 가입해 있다. 조합원들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며 약 70%는 지방자지단체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다. 청소, 경비, 시설관리, 도로 보수, 콜센터, 아이 돌봄, 보건소, 지자체강사, 다문화방문지도사, 직업상담사 등 공공부문에서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망라하고 있고, 사업장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행정기관, 중앙공기업 및 지방공사․공단, 공공부문 민간위탁업체, 대학교 및 병원, 국회 등 700여 개로 더 다양하다. 민주일반연맹 조합원은 현재 약 4만 3천여 명으로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 2년여 간 급속한 증가추세에 있다.

 

 

7.3 총파업을 준비하며

 

7.3 총파업은 이미 2017년 하반기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2017년 7월 20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많은 노동자들이 환호하였지만, 그 내용에는 비정규직을 고착화 영구화하는 ‘직무급제’, 또 다른 용역업체인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독버섯이 감추어져 있었다. ‘직무급제’와 ‘자회사’라는 발톱은 2017년 11월경부터 노동자들을 난도질하기 시작하였고 2019년 7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소위 ‘공공부분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2018년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었지만 개별적 투쟁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대응과 투쟁을 위해 한 단계 더 조직적이고, 힘을 집약할 수 있는 총파업 투쟁이 절실히 요구되었던 것이다.

 

2019년 7월 3일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민주일반연맹은 2018년 12월 행정안전부 앞에서 ‘직무급제 폐기’, ‘자회사 반대’ 노숙농성을 진행하면서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2019년 총파업을 결의하였고, 2019년 1월 연맹 대의원대회에서 2019년 6말 7초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직별로 총파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2019년 3월 운영위에서 연맹 운영위 체계를 ‘총파업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연맹상집을 ‘총파업투쟁본부 집행부회의’로 전환하였다. ‘총파업투쟁본부 집행부회의’에서는 교섭 진행사항, 총파업 교육사항, 파업진행 준비, 총파업 돌입여부 등을 점검하며 7.3 총파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연맹과 단위노조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총파업 조직과 대정부교섭 쟁취를 위해 연맹은 5월 1일 노동절 대회를 서울과 세종정부청사에서 각각 진행했다. 특히 세종청사 앞에서 4천여 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고, 그 힘으로 국무조정실을 만나 정부 부처별 교섭 요구를 전달하기도 했다. 총파업의 마지막 결의를 끌어 모으기 위해 연맹은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청와대 앞 연맹 집중간부농성투쟁을 배치하고 200여 명이 함께 노숙하며 힘찬 투쟁을 전개했다. 지금 톨게이트 동지들의 청와대 앞 대규모 노숙농성 전까지 청와대 앞 최대 규모의 노숙투쟁이었다.

 

   

7.3 총파업의 의미

 

2019년 3개 연맹(공공운수, 서비스, 민주일반) 비정규직 공공부문 7.3 총파업은 과거 민주노총을 공격하던 ‘귀족노조’와 ‘대기업 이기주의’라는 오래된 악성 프레임이 설자리가 없게 만든 총파업이었다. 파업의 성격이 이전의 파업과는 다른 의미와 양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외부의 시각으로 볼 때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직접 투쟁에 나서고 고용안정, 노동조건의 차별, 저임금 구조의 고착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민주노총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그간 민주노총의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도성을 가지지 못했던 자기반성을 통해,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투쟁해야만 민주노총을 강화시킬 수 있고 한국 사회 변혁의 물꼬를 틀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실천한 것이 7.3 총파업 투쟁이었다.

 

비정규직이 1,000만 명이 넘었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50%를 넘어서는 등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음에도 민주노총은 그들의 절박한 요구에 온전히 그리고 전 조직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7.3 공공 비정규직 총파업은 개별적이고, 사업장 내에서 진행되어 오던 비정규직 투쟁을 극복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에 나선 첫발이라고 단언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그간 투쟁에 앞장선 대규모‧정규직 노동자들이 수구언론에 의해 공격당할 때 수세적 입장에서 투쟁을 바라보던 시각이 7.3 총파업 투쟁을 통해 일정하게 변화하였다. 광범위하지는 않지만 투쟁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존재하였고, 정권과 자본의 공격도 심하지 않았던 것은 7.3 총파업에서 내걸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인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의 구호가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는 구호였고 대다수 노동자와 국민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구호였기 때문이다.

 

 

7.3 총파업의 특징

 

7.3 총파업 투쟁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전국적 단위의 비정규직 총파업이었다. 처지와 조건이 조금은 다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공동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를 구호로 내걸었고,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을 통해 대정부교섭 틀을 요구하는 총파업 투쟁을 전국단위에서 진행하였다. 정치파업이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조정중지 시기를 일치시켜 전국적 범위에서 총파업을 성사시킴으로써 총파업 투쟁 전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도성이다. 정규직‧대기업 노동자들이 수십 년 투쟁하면서 쌓아온 소중한 성과를 보존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서 최초로 대규모 총파업을 조직했다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향후 투쟁에 있어서도 정규직‧대규모 사업장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돌파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향후에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이었다.

 

셋째는 대중적으로 총파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민주일반연맹은 2019년 1월 연맹 대의원대회를 전후해서 2019년 정세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조합원들과 토론하며 2019년에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투쟁을 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조합원 동지들과 공유해 나갔다. 총파업 투쟁은 대중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기에 일선 간부동지들과 조합원들의 고민과 투쟁의지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족하지만 대중적인 총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사회적 문제로 만들었다. 7.3 총파업 투쟁은 훗날 한국노동운동사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주요한 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2 [출처 민주일반연맹].jpg

[출처: 민주일반연맹]

 

 

7.3 총파업 투쟁의 성과와 한계

 

 

연맹으로서는 7.3 총파업이 최초의 총파업이었고, 연맹의 대부분의 노조 또한 처음하는 역사적 총파업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조직과정이었다. 3일간 파업을 선도적으로 결의한 전국민주연합노조가 있는 반면 각 지역별 노조 등에서는 총파업 결의와 조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교섭 요구와 총파업 요구가 크게 다르지 않고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구성해 동일한 요구를 내건 학교비정규직과 달리 조직과 교섭 상황,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인 연맹의 상황은 그만큼 총파업의 요구와 의미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6월이 되면서 연맹 안에서 이번 총파업을 최대로 조직하자는 결의와 기운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뒤늦은 발동이었지만 이런 결과로 7.3 총파업대회에 1만여 명 가까운 연맹 조직과 조합원들이 참여해 우리 모두를 감동케 했다. 그러나 복수노조라서 교섭권이 없는 사업장, 교섭시기를 맞추지 못해 7.3 총파업 시기를 맞추지 못한 사업장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연맹 조합원의 약 50% 정도가 총파업에 돌입하지 못한 한계와 과제도 확인하였다. 내부적으로는 연맹의 조직역량을 확인한 것이 7.3 총파업이기도 했다.

 

남겨진 과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짜 사장인 정부와 실질적인 대정부교섭 구조를 쟁취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공약했으면서도 원청 사용자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더 강력한 투쟁이 요구된다. 나아가 하반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핵심 과제는 민간위탁 간접고용을 폐지하고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투쟁이다. 이와 관련 연맹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 민간위탁 노동자들 중심으로 민간위탁 폐지투쟁을 전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