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06] "함께 살자! 다시 날자!"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출범의 배경, 의미와 과제 / 한재영

by 철폐연대 posted Jun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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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함께 살자! 다시 날자!”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출범의 배경, 의미와 과제

 

한재영 • 공공운수노조 영종특별지부 조직국장

 

 

 

코로나19는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를 가속화시키며 비가역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가 간 이동 역시 중단시켰고, 한국의 공항·항공산업과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있다.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인천국제공항의 일일여객인원은 97%가 줄어 개항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적자 전환을 예약했다. 모든 국적항공사들은 2020년 1분기 200억~2,000억까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존 공급과잉 위기의 심화로 존폐 기로에 섰다.

재난 위기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의 일자리부터 공격했다. 2월부터 시작된 고용불안으로 인천공항·항공산업 민간사업장 48%인 27,000명(4.14. 기준)이 이미 휴직, 퇴직 상태이다. 인천공항 상주기업 중 최소 30% 이상이 용역․도급업체라는 것을 감안하면(『인천공항 상주기업 현황 조사 보고서(2019년)』) 최소 1만 명 이상의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이 이미 고용, 생계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상담 사례와 언론보도는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일수록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고강도의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영종특별지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이유

공공운수노조는 2018년부터 인천공항·항공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영종지역 조직화 사업을 준비해왔다. 2016년부터 공공부문 조직화를 담당해온 ‘인천공항전략조직사업단’과 2018년 민간항공부문 조직화를 위해 출범한 ‘항공운수전략조직사업단’이 영종지역 공동조직사업을 추진했다. ▲거주지역 출장상담 ▲청년 밀집지역 노동상담소 운영 ▲공항·항공 노동자 근로조건·생활여건 실태조사 ▲청년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인천공항 만들기 국회토론회 ▲영종지역 노동자와 함께 하는 영화의 날 등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수천 명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공항·항공산업 업종 현황, 세대별 요구안, 거주지역별 특성 등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왔기 때문에 코로나19 시기에 한 발 앞서 미조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불안, 즉각적인 도움을 요청해 온 미조직노동자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객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2월부터 미조직 노동자들의 상담이 늘어났다. 그동안 버스광고, 현수막 등으로 홍보한 인천공항지역지부 전화와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상담이 몰려왔다. 면세점, 호텔 등 용역파견업체 소속 노동자들부터 시작됐다. 대표적 미조직 사업장들이었다. 일거리가 줄자 원청은 영업시간을 단축했고, 하청인 도급파견업체는 때로는 궁색하게 회유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겁박하며 근로계약서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허물어갔다. 거짓으로 원청을 셧다운 시키고, 노동부에 자문하니 코로나19는 고용유지지원금대상이 아니라며 <강제연차→무급휴직→권고사직>을 강요했다. 매 시각마다 관리자들에게 압박 받던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노조를 가입하고, 임단협을 통해 고용을 지킬 여유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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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9. 인천공항노동자 고용지킴이 영종특별지부 출범 기자회견(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출처: 공공운수노조]

 

특수한 위기에는 특수한 방식으로

인천공항·항공운수전략조직사업단은 과반수를 확보해 교섭대표노조가 되고 130여 개 모범단협안을 쟁취하는 데 최소 3~6개월이 소요되는 임단협 중심의 노조 활동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당장 도움이 필요한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촌각을 다투는 취약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는 신속한 법률상담/지원이 절실했고, 일주일마다 쏟아지는 수조 원의 정부지원대책을 맞춤형으로 정선하고 전달해 줄 안내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손을 내미는 민주노조가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할 시기로 봤다.

영종특별지부는 이런 배경, 정세, 판단을 반영한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사업의 실험과 도전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인천공항 전략조직사업을 진행해 온 지난 12년 사업의 연장선이며, 인천공항·항공산업에 소속되어 있는 1만여 조합원들이 토대를 만든 조직이기도 하다

 

영종특별지부는 무엇을 할까

영종특별지부는 기존 일상 활동을 대신해 좀 더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첫째, 미조직노동자들을 위한 신속한 법률상담/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위기가 감지되고 바로 3월부터 카카오톡 익명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인천공항 출․퇴근 시내버스 30대 광고, 지난 활동을 통해 연락처를 확보한 600여 명 미조직 노동자 대상 홍보, 조합원 지인 추천 등을 통해 빠르게 온라인상담 공간을 확보했다. 2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현재 상담을 하고, 현장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온라인 상담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의 공항노동법률상담소, 공공운수노조 및 공항항만운송본부,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처 9명이 나눠서 담당 중이다. 법률상담을 받고, 끝까지 출근의사를 회사에 전달한 어떤 항공사 하청 노동자는 관리자의 무급휴직 강압을 이겨내고 5월부터 다시 출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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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위한 오픈채팅방 시내버스 광고 [출처: 공공운수노조]

 

정부 정책의 안내자로써 노동조합

둘째, 정부지원대책을 맞춤형으로 안내하고 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최근 인천시 무급휴직자 생계지원비 안내를 받은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인증샷을 올리고 서로 격려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애매한 기준의 정부 지원은 미조직 노동자들과 친근해질 수 있는 주요 계기이다. 지역 주민단체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영종도 내 43개 거점에 인천시 무급휴직자 생계비 안내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지역단체와의 연대 강화는 코로나19 재난위기가 장기화 될 전망 하에서 지속적으로 접점을 확대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셋째, 위법사업장 바로 잡기이다. 민주노총은 ‘관청과의 공식 채널’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영종특별지부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미조직노동자들과 나누는 통로를 자임한다. 노조 간부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미조직 노동자에게는 특별한 도움일 수도 있다.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이 진척된 노동자들의 경우 다음 단계에 돌입한다. 해당 사업장에 ‘위반 법조항 및 내용’을 담아 ‘영종특별지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발송하거나,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한다. 실제 근로감독관이 현장으로 나가 지도를 하고,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기도 했다.

 

전체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캠페인 진행

넷째, 코로나19 재난의 고용보호 대책이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보호를 위해서는 사각지대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가 전제일 수밖에 없다. 1997년 IMF 구조조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비정규직 일자리부터 사라지면서 한국사회와 노동시장 양극화는 심화되어 왔다. 그래서 영종특별지부는 앞서 제시한 법률상담/지원, 정부지원 정책 안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온 미조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요구안으로 정리해나갔다.

영종특별지부는 정부부처가 발표하는 모든 코로나19 고용보호 대책을 모니터링하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10.1조 원 『고용안정 특별대책』과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선제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부족하나마 사각지대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구조조정이 아닌 고용유지로 위기를 극복”하라는 대통령 지시 하에 발표된 『기간산업안정기금』 역시 원청의 고용보장조항은 있지만 여전히 공항⋅항공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이 배제되어 있는 점을 지적하며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반드시 하청노동자 고용 유지를 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안정대책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6~7월 예상되는 항공사 파산으로 인한 대량 정리해고 및 다단계 하청 노동자 실직을 막기 위한 ▲한시적 해고금지, 고용유지지원금 대상 및 지원규모 확대, 그리고 실업자에 대한 생계지원 확대를 위해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와 함께 추진하는 ▲인천 중구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고용안정 3대 요구> 서명운동도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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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23.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공항항공노동자 2차 공동행동 퍼포먼스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체 노동자 단결의 계기로써 영종특별지부가 중요

앞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갈림길이 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민주노총을 위시로 한 민주노조 운동은 시험대에 올랐다. 좀처럼 출구를 열어주지 않는 코로나19는 정세 변화에 얼마나 유연할 수 있으며 얼마나 많은 미조직 노동자와 함께 할 수 있는지 민주노총에 ‘고용위기’라는 화두로 질문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영종특별지부 역시 시험대 위에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녹록치 않다. 지부 조합원 확대 뿐 아니라 공항․항공산업 재편 전략, 사회안전망 확대방안 등 총체적인 정책 패키지와 대정부 교섭을 실현하기 위한 전 조직적 투쟁이 있어야 영종특별지부의 실험과 도전도 전체 노동자 단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은 민주노조운동 전반에 걸쳐있다. 영종특별지부의 실험과 도전이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문제 해결의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