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07] 예술인 고용보험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최은실

by 철폐연대 posted Jul 1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법률포커스

 

예술인 고용보험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1. 예술인고용보험 규정 신설

 

2020. 6. 9.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규정이 고용보험법에 신설되었다. 예술인이라는 일부 직역에 대하여 고용보험을 적용시키기 위한 논의는 이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즉 단기간, 갑작스러운 필요에 의해 긴박하게 제정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울러 그동안 예술인 고용보험은 특수형태계약종사자로 불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되어 왔으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적용의 문제는 2000년 초반부터 논의되어 왔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예술인 노동자들이 논의를 함께 진행하며 어떻게 이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상을 진행하였고, 2018년 11월에는 한정애 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해 그간 특수고용 노동자, 예술인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구상하였던 내용이 정리되어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으로 발의되어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예술인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특수고용 노동자 일반에 대해 고용보험 미적용으로 인한 사회안전망 부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2020년 5월 20대 국회 종료를 불과 20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까지 고용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예술인 고용보험 규정만을 통과시켰으며, 통과의 형식도 일반적인 고용보험법 적용 방식이 아닌 특례방식의 적용이었다.

특례라고 함은 일반적으로는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지만, 특별히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고용보험법은 그 적용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가 문제될 수 있는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라는 문제에 있어서 특례라는 방식으로 간단히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특례”라는 적용 방식으로 인해 고용보험의 도입은 용이해지는 대신 예술인에 대한 적용과 혜택은 실질적으로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불가피하다.

 

 

2. 산재보험 특례방식의 오버랩

 

보통 산재라고 불리는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만이 적용대상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문제가 되던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그 적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일의 대부분이 고위험군의 일이었기 때문에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2001년부터 각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보호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2007년 정부는 특례 형식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제125조)을 제출하고 통과시킨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는 2008년 보험설계사 등 4개 직종을 시작으로 현재는 총 9개 직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범위 확대, 적용대상 확대와 무관하게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률은 10%를 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9개 직종 종사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사업주의 적용회피를 꼽고 있으며, 2012년 입법조사처의 조사결과에서도 사업주들의 적용제외 신청 때문에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재법 제125조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확대에 기여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성 개념과 관련해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노동자 개념 외에 유사개념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다. 결국 법원은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의 개념에 포함되는지만을 판단할 수 있으며, 이 외의 판단은 근거가 없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따른 특례규정은 불가피하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표지를 만들어낸다. 바로 지속성(상시적으로 제공)/비대체성(타인을 사용하지 말 것)/전속성(주로 하나의 사업)이다.

이러한 지속성/비대체성/전속성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도 유지되는 노동자성의 고유한 성질이다. 그런데 노동자성의 고유한 성질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따로 명명함으로써, 자본은 노동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둔갑시키기 수월해진다. 또한 상시적으로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타인을 일부라도 사용하는 경우, 주로 하나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도 아니고, 산재보험법 제125조상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도 해당하지 않게 된다.

 

2 법률포커스_01.jpg

2020년 6월 9일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예외 없는 전면적용”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기자회견 모습 [출처: 노동과세계]

 

3.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의 성과와 주목할 점

 

1) 당연가입 방식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가입방식은 임의가입형태이다. 노동자는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예술인 고용보험의 경우 당연가입 방식으로서, 적용제외 신청과 같은 내용이 없다. 이는 분명한 성과이다. 이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같은 임의적용 방식으로는 당장의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 대다수는 고용보험 가입을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술인 고용보험은 당연적용의 대상으로서 예술인이 어디까지인지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문상으로 보면, 예술인복지법에 따른 예술인인데 이는 예술인 중 가장 좁은 범위의 예술인이다.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정할 범위에 대하여 주목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싸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2) 보험료의 문제

통상 고용보험에 따른 보험료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0.8%이다. 예술인의 경우에는 아직 그 보험료율이 결정되지 않았고, 2018년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에서는 사업주가 지급하는 보수 기준으로 사업주와 예술인이 각각 0.65%씩 납부하는 것으로 논의된 바 있다. 2018년 당시에는 일반노동자들의 경우가 0.65%를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면 일반노동자와 동일한 비율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3) 수급조건의 문제

예술인이 고용보험 가입 후 구직급여를 수급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1. 이직일 이전 24개월 동안의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산하여 9개월 이상일 것

2. 근로 또는 노무제공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3. 이직사유가 제58조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예술인이 이직할 당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소득감소로 인하여 이직하였다고 직업안정기관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수급자격을 인정

4. 이직일 이전 24개월 중 3개월 이상을 예술인인 피보험자로 피보험자격을 유지하였을 것

5.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일반노동자의 수급조건과 비교하여 보면, ① 일반노동자의 경우에는 직전 18개월간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②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③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④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 피보험 단위기간 9개월

수급조건상 가장 중요한 차이는 24개월간 9개월 이상의 피보험단위기간 유지의무이다. 2019년 진행된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쟁점 검토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러한 기준은 그간의 실태조사에 바탕한 것으로 외형상 보여진다. 2014년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연구(한국노동연구원-문화체육관광부)에서 1년간 예술 활동을 한 기간은 평균 6.5개월, 2년 내 평균 근속기간은 9.5개월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정부 측에서는 그간 자신들이 제출한 자료, 정리한 자료에 따라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겠으나, 이러한 요건은 법률상 의미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만약 예술인 종사자들의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면 24개월로 고려기간은 연장하되 피보험 단위기간은 180일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례는 고려기간은 24개월로 연장하되 피보험 기간도 9개월로 확대됨에 따라 조건을 충족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 제77조의 3(예술인인 피보험자에 대한 구직급여) 제2항은 ‘이직일 이전 24개월 동안 근로자·예술인 중 둘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종사한 경우의 피보험 단위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짐작컨대, 예술인의 대부분이 예술 활동 외에 겸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애초에 특수고용 노동자와 함께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려던 논의 상황과 달리 예술인 고용보험만이 통과된 지금, 예술인의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일할 것인지, 특수고용 노동자로 일할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겸업을 통해 피보험 단위기간을 인정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임이 짐작 가능하다.

 

- 일반노동자의 고용보험의 경우에는 개월이 아니라 일수(180일)로 피보험단위기간을 산정하는 데 반해, 예술인 고용보험의 경우 9개월 또는 3개월(제4호)이라는 월 단위로 피보험자격 기간을 산정하는 것도 특이하다. 다만,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개정논의 과정에서 월에 11~12일 정도만 근로한 사실이 확인되어도 1개월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 확인 가능하다. 이는 통상적인 방식과 다른 계산 방식이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방법과 근로인정일 산정방식이 대통령령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 이외에도 구직급여일액의 상한액과 제77조 제1항 제3호 단서에서 정한 사유로 이직한 경우 등 매우 많은 내용이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다. 제8항에서는 구직급여 지급기간 중 취업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소득에 대하여 이를 고려하여 일부 또는 전액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는 규정도 두고 있는데, 그 기준도 대통령령으로 위임되어 있다. 결국 예술인 종사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하여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이유는 구직급여,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것인데, 현재로서는 어떠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한없이 모호하고 그 구직급여 상한액도 확인되지 않는다.

 

2 법률포커스_02.jpg

2019년 9월 23일 특고 예술인 고용보험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모습 [출처: 영화산업노동조합]

 

4. 특례방식의 개선과 개정방향 설정

 

지난 2018년 11월 한정애 의원 대표로 발의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몇몇 자료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이 기정사실화 됐다고 표현할 만큼 약속된 것이었다. 정부는 본 법률안의 통과에 대해 ‘전 국민 고용보험의 첫 단추’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해당 법률안을 이용한 프레임일 뿐이다. 해당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만 했던 준비된 법률이었다. 때문에 특례방식으로의 예술인 고용보험의 통과는 어떻게 보면 분명한 후퇴다.

2018년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단일 개정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법률내용의 변화가 불가피한 내용이었다. 입법회기를 불과 3주 남긴 상황에서 그 전체를 논의하기엔 부담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회의 이후 공개된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논의는 조금의 고민이나 부담 없이 미리 짜여진 대본을 읽듯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오히려 2020. 6. 9.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2018. 11.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정치적 쇼였나 싶을 정도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의 모든 입장을 철회하고, 예술인 고용보험법에 발맞추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특례방식으로 고용보험 가입시키기에 끼워 맞춰졌다. 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오히려 현재의 형태를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때문에 예술인 고용보험의 문제는 대통령령의 규정 및 내용에 대응하는 투쟁 전략 외에 특례형태를 일반규정으로 회귀시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연내에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로드맵을 짜고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와 같이 특례방식으로 일괄적용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운 만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위들의 경우 올해 입법처리를 최대한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2018. 11.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의 방식으로 재입법 발의할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미 특례방식으로 고용보험이 시행될 예술인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대통령령의 내용에 대한 대비 외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과 함께 해당 싸움을 같이 하면서, 특례방식의 폐지와 일반규정으로 개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