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008] 플랫폼 사업모델과 노동 / 김철식

by 철폐연대 posted Aug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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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포커스

 

플랫폼 사업모델과 노동

 

김철식 • 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 연구위원

 

 

 

1. 들어가며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형성하고 여기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중개하는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은 새로운 형식의 노동자와 소비자를 낳을 뿐 아니라 기존에 시장 영역으로 포괄되지 않았던 사적 영역의 사람과 자원들을 시장거래의 영역으로, 자본주의적 수익추구 영역으로 포섭한다. 새롭게 포섭된 사람과 자원들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받으면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창출하는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노동형태와 관련하여 이른바 ‘플랫폼 노동’이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한 성격,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등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플랫폼이 창출하는 노동은 소비자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사업모델의 특성과 여기에 투여되는 노동 배치에 대해 분석한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데이터의 생산과 분석 및 처리를 근간으로 하며,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은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활용한다. 그러나 플랫폼 수익에 기여하는 노동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분석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수익이 기본적으로 플랫폼 이용자와 노동자의 다양한 노동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모델이 단순히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수많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2. 플랫폼 가치사슬 분석

 

플랫폼 가치사슬은 플랫폼 이용자들의 활동에서 시작된다. 이용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유급, 무급의 상호작용을 수행하거나 플랫폼을 매개로 재화나 서비스, 혹은 노동력을 거래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의 활동 결과로 데이터가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플랫폼에 집적된다. 플랫폼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분류한다. 이렇게 가공된 이용자의 데이터에 근거해 새로운 정보재나 정보서비스가 개발된다. 이를 근거로 플랫폼 업체는 광고를 유치하거나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유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이 가공한 정보재와 서비스에 대해 특허나 지적재산권을 설정하여 수익을 취하며, 나아가 그러한 활동을 통해 형성한 브랜드가치를 근거로 금융시장에서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획득한다. <그림 1>은 플랫폼 경제에서 가치사슬의 흐름을 도식화한 것이다.

 

2 정책포커스_02.JPG

<그림 1> 플랫폼 가치사슬


 

1) 플랫폼 이용자: 데이터 생산

 

플랫폼 사업의 전개는 기본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의 활동에 근거한다. 플랫폼 이용자들 중 상당수는 플랫폼이라는 공간에서 타인과 의사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자율적 이용자들이다. 이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활용하여 타인과 상호작용을 수행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활용하여 타인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SNS 채팅방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정보를 공유한다.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일상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때로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공유하기도 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검색기능을 활용해 관심사나 필요한 부분을 검색하고, 다른 사람들의 문의나 요청에 답하기도 한다.

한편, 플랫폼 이용자들 중에는 플랫폼을 매개로 한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 참여자들도 있다. 플랫폼이 중개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 활용하려는 고객, 소비자가 있으며, 자신의 글이나 작품을 게시하고 플랫폼에서 작품을 판매하려는 제작(노동)자,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하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도 포함된다.

보수나 이용료 없이 플랫폼에서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자율적 이용자이든, 아니면 재화와 서비스의 금전적 거래를 목적으로 플랫폼에서 상호작용하는 공급자(노동자)나 소비자(고객)이든, 이들 플랫폼 이용자들이 수행하는 상호작용 과정과 결과는 데이터의 형태로 플랫폼에 집약된다.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 된다.

 

2) 플랫폼: 데이터 수집

 

플랫폼은 이용자들 간 상호작용의 장을 제공하고 그것을 중개하면서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플랫폼이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은 흔히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설명된다. 백과사전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를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 품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매일경제 경제용어사전』 http://dic.mk.co.kr).

플랫폼의 이용자가 늘어나게 되면 “생산되는 컨텐츠나 상호교류로 인한 정보의 누적이나 트래픽 주목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게 되고(이광석, 2017: 31), 이는 다시 그것을 활용하려는 이용자들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확대된 이용자들에 접근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광고업자를 비롯한 각종 사업자, 금융투자자를 다시 끌어들이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의 핵심 요소가 된다.

네트워크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은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먼저,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유인해야 한다(pull). 다음으로 플랫폼 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faciliate). 이를 위해서는 쉽게 만나서 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구와 규칙을 제시하고 그렇지 않은 활동을 저지해야 한다”. 플랫폼의 세 번째 기능은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짝지어주는 기능이다(matching). 플랫폼 기업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각자 원하는 것들을 얻는 방향으로 맺어줘야 한다”(앨스타인·초더리·파커, 2017: 96).

이렇게 네트워크 효과가 확대되어 이용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게 되면 중개자로서의 플랫폼 기업의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들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재화, 서비스 거래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나아가 이용자들의 플랫폼 가입이나 이용 빈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중개수수료 수익은 플랫폼 기업의 중요 수익원 중의 하나가 된다.

 

3)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들의 활동과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분석․가공하여 자신의 수익을 위한 정보재와 서비스상품으로 만들어낸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로 최근에는 데이터를 투입하면 컴퓨터 스스로가 학습해서 결과를 제공하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각광을 받는다. 기계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에 대해 답지를 달아주는 작업(데이터 라벨링)이 필요하다.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이렇게 라벨링을 거쳐 분석에 투입된다1).

기계 학습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에는 신경망(neural network) 알고리즘이 각광을 받는다. 신경망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연산, 프로그래머라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포즈너·웨일, 2019). 우선 신경망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태그가 달린(라벨링된)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에서 수행되는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은 이렇게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데이터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저장하고 연산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유용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컴퓨터의 연산능력과 저장 능력이 극적으로 발전하면서 이러한 신경망을 통한 기계 학습이 가능해졌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래머들은 기계 학습의 훈련과정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게 오늘날 플랫폼을 통한 충분한 데이터의 수집, 그리고 컴퓨터 성능의 발전에 힘입어 기계 학습의 질이 높아지면서 보다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결과물이 도출 가능해졌다. 그런데 기계 학습의 결과물이 그대로 플랫폼의 수익에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수요에 맞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와 관련한 결과물의 처리 작업이 필요하다. 기계 학습의 결과는 데이터과학자의 선택과 해석 작업을 거쳐 상품화된다.

 

1) 라벨링 없이 데이터를 투입해서 학습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기계가 알아서 어떤 데이터들이 서로 비슷한지 그룹지어주거나, 어떤 성질이 데이터를 잘 정의하는지를 판단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 경우 학습을 마친 결과물이 실제 그룹을 잘 구분하고 있는지, 그러한 구분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작업이 필요하다.

 

4) 상품화

 

분석된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플랫폼 기업들은 다양한 수익활동에 나선다.

먼저, 가공분석된 데이터는 다시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의 상호작용 과정에 피드백되어, 보다 많은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인하고, 이용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데 적용된다. 이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확산시키고, 중개자로서의 플랫폼의 수수료 수입 확대에 기여한다2).

한편, 분석을 마친 결과물들은 고객맞춤형 정보로 재구성되어 광고업체에게 판매됨으로써 플랫폼 기업의 수익을 낳는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획득하는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은 이용자 데이터의 분석에 기반한 광고로부터 나온다. 한편, 플랫폼 노동을 활용해 수수료 수입을 획득하는 플랫폼 업체들 또한 공급자, 플랫폼 노동자와 소비자, 고객들의 활동에서 추출한 정보를 근거로 상당한 광고수익을 획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수익 이외에도 플랫폼 업체는 분석된 데이터를 근거로 새로운 정보재나 서비스상품을 개발하여 판매수익을 획득한다. 분석을 통해 정제된 정보와 서비스를 유료화하거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한편, 플랫폼 기업은 분석된 데이터와 컨텐츠에 특허권과 지적재산권을 설정함으로써 수익을 획득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활동의 성과와 미래 수익을 근거로 금융시장에서 자본투자를 유치한다. 구글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광고가 차지하지만, 금융시장에서 구글이 조달하는 자금은 광고수익을 훨씬 넘어선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2018년 10월 기준 1,200억 달러로 평가돼(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의 평가), 미국의 ‘빅3’ 자동차업체인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

 

2) 분석된 데이터의 피드백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확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넷플릭스를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억 이상 가입자의 시청 습관을 방대하게 수집해서 시청 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 결과를 다시 플랫폼에 피드백해 고객들에게 보고 싶어 할 만한 프로그램을 예측해서 제시함으로써, 고객들이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소비하게 하여 수수료 수입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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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18. ‘플랫폼 사업의 가치사슬과 노동’을 주제로 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에서 개최한 워크샵 모습. [출처: 이정호]

 

3. 플랫폼 가치사슬과 노동

 

플랫폼에서 수행되는 노동을 가치사슬 단계별로 분류하면 크게 1) 데이터 생산 노동, 2) 플랫폼 설계 노동, 3) 데이터 분석 노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데이터 생산 노동

 

플랫폼 기업의 수익은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데이터 생산 노동은 플랫폼을 매개로 수행되는 행위자들의 일상적 상호작용 활동과, 재화나 서비스, 노동력 제공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이용자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메일, SNS, 블로그, 카페, 검색 서비스 등을 이용하여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하고, 타인의 컨텐츠에 반응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상과 관심, 선호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생산하는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 수익의 핵심 원천이 되지만, 데이터 생산 노동은 무료 노동으로 수행된다. 자본주의 기업에서 유급의 임금노동으로 수행되어야 할 노동이 자율적인 이용자에 의한 무료 노동으로 대체된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노동은 어떠한가?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 수익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거래가 성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노동, 플랫폼 노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은 사실 기업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면서도 이를 위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외부의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형식의 노동으로 대체한 것이다. 임금 노동의 형식이 생략됨으로써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한편, 플랫폼 노동 또한 데이터 생산이라는 의미에서는 무료 노동이 된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 결과물의 이용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거래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제공하는 컨텐츠와 정보는 다시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활용 수익의 원천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수익의 핵심 원천을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이용자들의 무료 노동으로 생산해서 수취해서 독점적으로 소유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소비자와의 거래를 위해 제공하는 노동 또한 데이터 생산 노동이라는 의미에서는 무료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2) 플랫폼 설계 노동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보다 많이 수집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효과를 확산시켜 많은 이용자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플랫폼 설계자들은 이용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플랫폼을 활용하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며, 상호작용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조정하고 사용환경을 개선하며, 고객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한편,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 플랫폼의 평판유지를 위해 노동이 활용된다. 이용자들이 제공하는 컨텐츠들 중에서 선정적, 퇴폐적인 것들을 걸러내는 등 컨텐츠의 평판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컨텐츠 조정(content moderation), 수많은 컨텐츠들 중에서 헤드라인에 올라갈 토픽을 선택하는 토픽 트렌딩(topics trending)과 같은 작업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영역들에서 행해지는 과업들은 극도의 미세작업으로 분할되어 노동자들에게 할당된다. 파편화, 단순화된 업무로서 건당 단가가 너무 낮다보니 아무리 많이 해도 최저임금에 비견할 만한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 또 업무를 발주한 사용자가 결과물의 하자를 이유로 보수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Berg et al., 2018; 장귀연·홍석만, 2019). 또한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임금노동자라기보다는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 혹은 플랫폼 멤버십으로 간주되어 노동권으로부터 배제된다. 이들은 데이터와 기술의 이면에서 ‘비가시화’된 채로 노동을 수행한다(하대청, 2018).

 

3) 데이터 분석 노동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가 전적으로 정보기술만으로 가공되고 처리될 수는 없다. 현실에서 데이터 투입과 분석, 결과물 처리에도 다양한 노동이 투입된다.

먼저, 기계가 학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투입 단계에서 수많은 데이터들에 태그(tag)를 다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이터 라벨링(data labeling) 노동은 앞의 플랫폼 평판 유지와 관리를 위해 수행되는 컨텐츠 조정 노동, 토픽 트렌딩 노동 등과 유사하게 크라우드 노동으로 수행된다.

한편, 데이터의 투입과 분석, 처리 과정 전반에서 기계 학습의 훈련과정을 세팅하고 개선하며, 상품화하는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나 개발자로 지칭되는 이들은 어떤 문제를 수학적으로 전환하고, 그 문제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판별하며, 해당 알고리즘을 적용하기 위해 데이터를 적합하게 형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나아가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수익이나 편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공한다.

프로그래머나 개발자라는 범주에는 이와 같은 데이터 개발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응용 프로그래머, 플랫폼을 설계·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구축·설계 엔지니어,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등 다양한 업무의 프로그래머들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중요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등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유명한 프로그래머, 개발자들은 은폐되지 않고 오히려 외부에 많이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든다. 이렇게 유명 프로그래머를 보면서 이 세계로 들어온 프로그래머들 중에서는 보장되지 못한 성공을 꿈꾸며 불안정한 위치에서 거의 무제한적인 노동을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

 

 

4. 맺음말: 쟁점과 함의

 

오늘날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기술에 근거한 새로운 혁신적 사업을 발 빠르게 선점해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정부와 경영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경제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혁신 경제에 해당되며, 따라서 플랫폼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해소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노동력 사용과 관련된 규제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플랫폼은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과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서 기존의 관행과 구분되는 혁신적인 수익을 획득하는 사업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글에서 분석했듯이 데이터를 창출하고 분석하고 상품화하는 과정은 기술만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생산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며, 데이터를 학습과정에 투입하고, 분석된 데이터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수많은 노동이 활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의 상당수는 이용자들의 자발적 활동, 프리랜서의 자유로운 활동, 대박을 노리면서 극도의 불안정 노동을 감내하는 열정 활동 등으로 간주되고 파편화된 상태로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다. 플랫폼의 수익은 상당 부분 이러한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 노동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진정한 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플랫폼 경제의 혁신성은 다소 과장된 측면을 갖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노동과 컨텐츠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집하여 수익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는 주로 개인 정보 수집과 인권의 실종,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라는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져왔다. 이를 넘어, 이제 이용자가 생산한 컨텐츠와 데이터를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초과수익에 대한 규제와 그것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이용자들이 생산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데이터의 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요청된다. 데이터에 대한 사적 소유권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데이터 공유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플랫폼 사업 전개 과정에서 사회적 노동으로 간주되지 못하는 노동, 숨겨진 노동, 불안정 노동을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노동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한편, 무료 노동, 숨겨진 노동, 불안정 노동에 대한 자본의 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노동으로 수익을 얻으면서도 지금까지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면제받아 온 플랫폼 기업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앨스타인·초더리·파커(이현경 역). 2017. 『플랫폼 레볼루션』. 부키.

이광석. 2017. 「자본주의 종착역으로서 플랫폼 자본주의에 관한 비판적 소묘」. 《문화과학》. 92호. 18-47쪽.

장귀연·홍석만. 2019. 「한국 플랫폼 노동의 성격」. 『플랫폼노동 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포즈너·웨일(박기영 역). 2019. 『래디컬 마켓: 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본적 개혁』. 부키.

하대청. 2018. 「루프 속의 프레카리아트: 인공지능 속 인간 노동과 기술정치」. 《경제와사회》. 118호. 277-305쪽.

Berg, Janine, Marianne Furrer, Ellie Harmon, Uma Rani and M. Six Silberman. 2019. Digital Labour Platforms and the Future of Work: Towards Decent Work in the Online World. I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