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08] <직장갑질119> 사례로 본 프리랜서 실태 / 윤지영

by 철폐연대 posted Aug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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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포커스

 

 

<직장갑질119> 사례로 본 프리랜서 실태

 

윤지영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철폐연대 집행위원

 

 

 

<직장갑질119>에는 하루 평균 열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나는 이 모든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메일을 확인하며 느낀 점이 있는데 이전보다 ‘법상 근로자’로 대우 받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노동권 모임에서 발제를 맡은 김에, 지난 1년간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이메일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특수고용’, ‘프리랜서’로 키워드 검색한 것이다. 사실 ‘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떤 용어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프리랜서’는 종속되어 일하는 이들의 상황을 감추는 느낌이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점점 다양해지는 노동자들의 지위를 포괄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단 ‘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프리랜서’로 칭하겠다. 프리랜서의 다변화 실태 및 이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통을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데 비단 이 나라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외국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규율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끝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해법 아닌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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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28. 철폐연대 사무실에서 ‘직장갑질119 제보 프리랜서 사례 검토’를 주제로 제12차 <프리랜서 노동권 모임>이 열렸다. [출처: 철폐연대]

 

1. 다양해지는 프리랜서

 

내근 사무직에게까지 퍼지는 프리랜서! 어떤 직업/업무가 프리랜서에 적합한 것인지 따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최소한 고정된 시간 동안 내근 형태로 근무하고 고정급을 받는 사람들을 프리랜서로 상정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일반 사무 행정은 회사의 기본 업무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유재량을 가지고서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사업소득세를 부과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견된다. 내근 사무직이 이런 마당에 외근직 노동자는 오죽하겠는가. 외근을 하는 노동자들은 실제 업무에 대한 통제나 지휘, 감독 여부를 떠나서 단지 근무장소가 고정된 곳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처지에 있다면 백이면 백 프리랜서로 간주된다. 대표적으로 학습지교사, 방문판매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사업주에게 종속되고,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사용자의 강한 통제를 받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사업에 따른 손실과 이익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사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프리랜서가 되는 사람들을 보면 외근직, 내근직을 가리지 않는다. 상담사, 컨설턴트처럼 내근을 하면서 판매 업무를 하는 사람, 건당 수수료를 받는 사람도 대부분 프리랜서다. 성과급제는 불안정한 임금의 표지이다. 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고 최소한 최저임금만큼의 급여는 보장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불안정한 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프리랜서 취급을 당하고 노동법에서 배제된다.

 

한편 회사의 세부적인 명령에 따라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IT 노동자들 중에는 창의력을 발휘해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프리랜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IT기업 안에서 창의력과 무관하게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까지 프리랜서화 경향이 퍼지게 된다. IT기술을 이용한 업무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근무 장소가 자유로운 노동자도 있는데, 이들은 십중팔구 프리랜서로 간주된다. 성과 중심의 업무 흐름, 원청-하청-재하청의 다단계 사업 구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직업군 중에는 학원강사가 대표적인 프리랜서다. 학원강사 중에는 실제로 프리랜서로서 독립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네 보습학원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면서 고정급을 받는 학원강사도 있다. 이들은 학원의 각종 행정업무, 부수업무를 담당하기도 한다. 꼭 보습학원이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학원강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원강사라는 이유만으로 프리랜서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의 범주도 넓다. 어학이나 수업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운동 시설의 트레이너들도 넓은 범주에서는 학원강사에 속하고 이들 역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술인들은 단지 창작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으레 프리랜서로 간주되고 있다. 관련하여 뮤지컬 배우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고용노동부는 “뮤지컬 배우는 개인의 예술성, 대중적 인기도에 의해 책정된 출연료를 지급받고, 공연 활동은 예술적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인 점에서 순수한 의미의 노동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이러한 시각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덩달아 배우가 아닌 방송, 드라마, 영화, 뮤지컬 제작 현장의 스탭들도 프리랜서로 간주되고 있다. 유기적인 관계에서 일을 하게 되고 독자적으로 일의 결과물을 완성할 수 없음이 명백함에도 방송사, 제작사 등의 입맛에 맞게 스탭들을 활용하고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미용업도 대표적인 프리랜서 업종이다. 미용실, 네일아트샵, 애견미용샵(동물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 프리랜서가 많다. 이들은 모두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한다. 원장의 통제 아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한다. 이처럼 명백한 근로자성에도 불구하고 업계에는 프리랜서 고용이 널리 퍼져 있다. 헤어디자이너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점차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네일아티스트나 애견미용사는 처음부터 프리랜서 형태로 일해 온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열악한 노동조건이 프리랜서 고용과 맞물려 작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사업장 규모도 프리랜서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 대상 사업장이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진 임금 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주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등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노동행정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손 놓고 있다. 이를 악용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도 판친다. 이처럼 무법지대가 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명백한 법상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형태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현실에서는 근로자와 프리랜서를 나누는 기준은 4대 보험 가입 여부, 세율이다. 업무의 내용, 근로조건, 종속성 모두 동일해도 4대보험 가입 여부, 세율(3.3%)에 따라 근로자와 프리랜서로 나뉘게 된다.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보험료 공제 여부나 세율을 노동자에게 선택하게 하고 그에 맞춰 프리랜서 계약, 혹은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다.

 

2. 프리랜서들이 겪는 현실

 

간단히 설명하면 프리랜서들에게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주 40시간 이하의 근무시간, 4시간마다 30분 이상의 휴게시간, 연차휴가, 주휴일 등등 아주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프리랜서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프리랜서에게는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처럼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강제하는 법령이 없고, 경우에 따라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율과 오로지 민법만이 있다. 참고로 노동법과 달리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하고 대가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계약도 유효하고, 실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도 노동청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각종 수당, 퇴직금도 마찬가지다.

노동조건뿐만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계약을 맺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노동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함이다. 프리랜서에게도 이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관계로 부당한 위약의 예정에 대해 프리랜서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도 마찬가지다. 프리랜서도 직장에서 근무하며,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얼마든지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이 근로기준법에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직장 내 성희롱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프리랜서는 피해를 입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프리랜서라는 불안정한 지위가 이들을 괴롭힘, 성희롱에 더 많이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주요한 징표는 사업주가 고용보험, 산재보험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주가 부담하게 되는 보험료 때문에 일부러 사회보험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동시에 노동자 입장에서도 급여를 덜 공제받기 위해 사회보험 미신고에 동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보험 미신고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노동자가 항의하면, 사업주는 밀린 보험료를 요구하며 사회보험 신고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보장제도로부터의 배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프리랜서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코로나19로 휴업에 들어가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업장이 많았다. 근로기준법대로라면 사용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휴업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또는 통상임금의 10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춘 경우가 아닌 이상 노동자를 해고해서도 안 된다. 관련해서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통해 휴업수당의 90%까지 지원했다. 또한 노동자는 부당해고 구제 절차라는 다소간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그러하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고용안정지원금(월 50만원×3개월)을 마련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프리랜서 사이에서 무급휴업이 보편적이었으며, 이들은 해고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회사가 폐업해도, 체당금은 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프리랜서는 밀린 임금을 보상받을 길도 없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노동부는 수수방관이다. 체불 임금, 각종 미지급 수당,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에 대해 사업주의 자체적인 시정을 기대할 수 없는 프리랜서는 노동청에 진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실질이 아닌 형식만 가지고서 근로자성을 따지는 경우가 많고, 적극적으로 조사하기 보다는 노동자에게 관련한 증거들을 모두 찾아 올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흘리면서 사업주와 합의하도록 유도하고 진정 취하를 요구하기도 한다. 현행법상 근로자성의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부담하고는 있지만, 중요한 증거들은 사업주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프리랜서는 박탈된 권리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

 

3. 근로자성 판단 관련 외국의 추세 및 대안

 

2020. 8. 차량공유업체 우버, 리프트의 기사는 독립사업자가 아니라 고용된 직원이라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우버, 리프트의 기사는 고용된 직원이므로 회사는 이들 기사들을 직원으로 대우할 것을 명령했다. 구체적으로 캘리포니아 주 법원은 “1. 회사가 노동법에 위반하여 기사들을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는 것을 금지한다. 2. 회사는 노동법, 실업보험법, 임금에 관한 명령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2019년에도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이들 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20. 3. 프랑스 대법원도 우버 기사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고용된 직원이라고 최종 판결하였다. 우버, 리프트 기사뿐만 아니다. 프랑스 대법원은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법상 근로자로 인정했고, 영국 대법원도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특정 기업과 고용계약을 맺고 일하기보다,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그때그때 제공되는 일거리를 잡아 돈을 버는 경제 활동)의 노동자는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정거래위원회도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이들 판단의 근거는 대체로 “회사가 노동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거리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실질적인 자본 투자가 없고, 회사가 자본을 투자한다.”, “회사는 노동자를 회사의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노동자는 회사의 통상적인 사업에 종사한다.”이다.

 

결정적으로 캘리포니아는 AB5법을 만들었다. 보수를 목적으로 노동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근로자로 추정되며, 사용자가 ABC 검증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A) 사용자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것, (B) 하는 일이 사용자의 통상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것, (C) 사용자와 동종의 분야에서 본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별개의 영업, 직업 또는 사업을 영위할 것의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고 사용자가 입증한 때에만 해당 노동자는 독립사업자가 되고, 하나라도 입증하지 못하면 법상 근로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대한민국 법원과 고용노동부도 근로관계는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인 2018년 대법원은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2020년 서울행정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위 두 판결에서 법원은 “경제적 조직적 종속성”을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였다. 원청사업주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사용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근로자성 판단 기준도 매우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특히 하나의 나쁜 선례가 나오면 이후에는 똑같은 판단이 반복된다. 즉 같은 직종(예컨대 미용사, 방송작가, 택배기사, 배달대행 노동자)에 근무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근로자인 경우와 자영업자인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사례가 하나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으레 자영업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고용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 이러한 경우에도 사업주는 경제적 우위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고용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점, 또한 유리한 표지를 만들어 내고 이를 증거로 확보할 수 있는 점, 사업주의 수익은 종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 이들 노동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리의 노동자성 판단기준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AB5법의 ABC 요건과 같은, 현실에 부합하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은 당장 법률을 바꾸지 않아도 정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