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3]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집행위원장

by 철폐연대 posted Ma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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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집행위원장

 

 

“함께 싸우고 함께 이기는 공동투쟁 정신으로,

후회 없이 부딪혀 보겠다!”

 

 

인터뷰·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명언을 남겼다. ‘노동존중사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부의 잰걸음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감도 과거 어느 때보다 드높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ILO 기본협약 비준’ 등의 공약을 쏟아내며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국정 철학을 바로 세우겠다는 대통령 약속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보증 수표처럼 여겨졌다.

 

그 시절(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노동운동 안에서는 ‘촛불 정부’를 자임한 새 정부의 안착을 위해서라도 일단 믿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개혁의 파고가 거세게 일렁이던 시기, 과감한 투쟁은 오히려 개혁의 완수를 그르칠 수 있다는 논리가 득세했다. 전운이 감돌기까지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2018년 11월 12일, 전태일 열사 48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비정규직 그만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4박 5일 공동행동을 선포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불법을 방조하는 법원, 검찰청, 국회, 정부를 향한 투쟁에 나섰다. 이 투쟁을 계기로 노동조합운동 공식 질서 바깥에서 지역과 업종을 넘어선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공동투쟁 흐름이 본격화됐다.

 

같은 해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1만인 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손피켓을 든 인증샷은 김용균의 영정 사진이 되고 말았다. 이후 김용균 투쟁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곳곳에서 야기한 정체와 왜곡을 가시화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전 사회적으로 호소하는 싸움이 되었다.

 

이처럼 2018년 말부터 뜨겁게 타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부 주도의 비정규직 대책에 커다란 물음표를 새겼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하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일련의 공동투쟁을 통해 당사자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와 맞물려 ‘촛불 정부’를 향한 노동운동 내부의 환상도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개별 사업장 현안을 넘어 비정규직 전체 요구를 걸고 숱한 투쟁들을 펼쳐 왔다. 결성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이제그만 활동에 헌신적으로 함께해 온 집행위원장 유흥희 동지를 만나 공동투쟁 소회와 향후 계획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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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0. 유흥희 동지의 주 업무공간인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진행한 인터뷰 모습.

[출처: 신유아]

 

 

공동투쟁의 깃발

 

김용균 투쟁이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이었다면, 톨게이트 투쟁은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동투쟁 최일선에 있었다. 3년여간 끊임없이 진행해 온 공동투쟁 과정에서 어떤 싸움이 특히 인상 깊었는지 물었다.

 

“그동안 많은 투쟁이 있었지만, 먼저 4박 5일 공동투쟁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이 투쟁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시발점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공공부문과 금속 사업장 노동자들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투쟁의 연속선상에서 김용균 투쟁을 기점으로 공동투쟁이 좀 더 확대되었고요.

두 번째로는 2020년 5월 1일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긴급행동을 비정규직 이제그만에 함께하는 단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폭넓게 제안을 했었는데요. 코로나 시기에 악 소리도 내지 못하는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우리가 대변해 보자는 취지였어요. 당시엔 ‘코로나 계엄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부가 방역을 강조하면서 집회시위의 권리까지 옭아매던 때였잖아요. 어찌 보면 코로나 확산 초기에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두려움을 깨는 첫 집회였던 것 같아요.

세 번째로는 202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50주기, 인간답게 살고 싶다! 전태일들의 행진’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투쟁도 개인적으로 참 좋았어요. 이때 ‘이 시대 전태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꿀잠과 공동주최로 토론회도 열었는데요. 토론회를 기획하면서 전태일 열사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 또 ‘이 시대 전태일’이라고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평소 깊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내용들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태일신문>을 전국적으로 배포해서 전태일 50주기의 진정한 의미를 널리 공유하는 과정이 뜻깊었던 것 같아요.”

 

외적으로는 집회나 행진 같은 시기별 집중투쟁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활동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졌지만, 이 같은 투쟁의 근간에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내부 치열한 논의 과정이 있었다. 지난 3년여간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매달 수시로 열리는 집행위원회와 대표자회의를 통해 정세 토론과 단위별 활동 공유, 집중투쟁 계획 논의 등을 쉴 새 없이 이어 왔다. 유흥희 동지 역시 여러 투쟁이 배치되는 과정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던 시간들이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응집력을 높이는 계기였다고 보았다.

 

“사실 코로나를 핑계로 노동자들의 투쟁마저 방역되는 시기가 오랜 시간 지속됐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보루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갈증처럼 다가왔어요. 이걸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궁리하는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대표자회의가 다른 어떤 투쟁만큼이나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시기이지만, 어떻게든 대표자들이 짬을 내서 회의에 결합하고 또 그냥 남들 이야기만 듣고 가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는 회의이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각자 현안에 매몰되지 않고 시야를 넓게 가지려는 노력들이 무엇보다 귀하게 느껴졌어요.”

 

역량을 응집하고 결속을 강화하기

 

2022년 첫 대표자회의가 지난 1월 18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도 정말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주되게는 2021년 활동 평가와 2022년 정세 전망, 활동 계획이 논의되었다. 올해 활동 계획 중에는 ‘현장 강화 사업’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현장을 강화하기 위한 매개로 간담회, 교육 및 토론회, 지역모임 구성 등의 방안이 거론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의 배치를 제안하게 된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 같았다.

 

“3년을 지내보니까, 비정규직 이제그만에 함께하는 단위 대표자들이나 간부 활동가들, 현장 조합원들이 저마다 처지와 조건이 사실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동안 정말 ‘신뢰’ 하나로 달려왔는데, 이런 차이들을 좀 더 고려하고 극복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됐어요. 어찌저찌 3년을 잘 버텨내긴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고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활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은 거예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조직팀, 선전팀, 교육팀, 언론팀 이렇게 팀별 체계를 강화하면서 그 속에서 사업들을 벌여 나가야겠다는 고민인 거죠. 올해는 우리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에 집중하면 좋겠거든요.

이게 기존에 해 왔던 투쟁에 앞으로는 품을 덜 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투쟁과 내부 강화 사업이 같이 가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투쟁이 단단해지려면 저는 그게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거든요. 교육이라든지 토론이라든지 내용적으로 깊고 풍부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투쟁의 전망도 뚜렷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이제그만 집행위원장으로서 그는 사업 집행력을 안정적으로 담보하고 현장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고민이 깊어 보였다.

 

“내부 역량 강화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대표자회의도 앞으로는 정말 대표자만이 아니라 확대간부, 그리고 기층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대표자회의에서도 ‘대표자회의로 형식을 가두지 말고 대표자대회로 좀 열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현장 동지들이 ‘대표자대회’를 참여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확장적으로 조직을 운영하자는 제기가 있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정말 미안했어요. 이게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제기된 문제였는데, 여러 동지들 고민을 잘 좇아가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현장과 맞닿을 수 있는 계기와 조건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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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 답변 분석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 모습. [출처: 명숙]

 

 

2022년 대선 투쟁과 집중 의제는…

 

지난 2월 19일,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고 백기완 선생 1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백기완과 한발 떼기, 불평등을 갈아엎는 비정규직 대행진’을 진행했다. 20대 대선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대다수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취를 감춰 버린 노동 의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를 대선 시기 어떻게 외화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지난 2월 17일 ‘대선 후보 비정규직 정책 답변 분석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잖아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서 흔적 없이 사라진 비정규직 해결책에 대해서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과 주요 정당에 입장을 묻고 싶었어요. 그런데 유력 후보들이 우리 정책 질의에 답변조차 하지 않았잖아요?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는데, 솔직히 실망과 분노가 컸죠.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대행진’을 통해서 대선 시기에 <비정규직 10대 요구>*를 부각해 보자라는 계획이 있었어요. 어쨌든 어제(2월 19일) 오랜만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잖아요. 그러고 나서 이후에 뭘 할 것인지 아직 우리 안에서 구체적인 얘기를 꺼내진 못했어요. 이제 정말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차기 정부를 상대로 비정규직들은 어떤 의제를 중심에 놓고 싸워야 할지 사실 고민이 많이 되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번 대선을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다음 국면에서 예상되는 이슈는 무엇인지에 대한 내부 간담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까? 조금 더 전반적인 틀 안에서 내용을 만들면 좋겠지만, 지금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역량상 그것이 어렵다면 단위별/영역별로 쪼개서 분반 토론도 하고 과제 정리도 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대선이라는 공간은 무엇보다 민중의 삶을 바꾸는 투쟁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 의제로 놓고 있긴 해도, 그것 이외에는 잘 못 보는 것 같기는 해요. 장애인 동지들이 이동권 보장 요구를 걸고 계속해서 투쟁하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도 치열하게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저부터도 당장 연대 한번 못 갔거든요.

적어도 대선판이라고 하면 노동 의제가 중요한 건 맞지만, 다른 의제들과 함께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가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이제그만부터 옆을 쳐다보고 나란히 발맞추는 실천을 부족하나마 해야 할 것 같아요.”

 

 

<비정규직 10대 요구>

 

1. 상시업무 비정규직 사용 금지! 파견법·기간제법 폐지

2.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사용자 엄중처벌

3. 특수고용·플랫폼·이주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

4. 진짜 사장이 책임지게 노조법 2조 개정

5. 비정규직 양산하는 일자리정책 폐기! 청년들에게 정규직 일자리 보장

6.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7.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개정

8. 모든 해고 금지, 코로나19 피해노동자 생계 보장

9. 고용허가제 폐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10. 여성 및 장애인 등 소수자 차별적인 관행 및 제도 개선

 

유흥희 동지는 다가오는 ‘3.8 세계 여성의 날’이나 ‘4.20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투쟁을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다른 영역의 투쟁 의제와 만날 수 있는 계기로 꼽았다. 어쨌든 이번 대선 시기를 포함해 2022년 한 해 동안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주력하고 싶은 투쟁 과제가 있을 것 같았다.

 

“지난 대표자회의에서 올해 활동 기조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10대 요구를 도출한 거잖아요. 이 중에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지 생각해 봤어요. 물론 우리가 1, 2, 3번 순서를 정하거나 심급을 구분한 건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고민으로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이 최근 전면화되는 과정이잖아요. 이 노동자들의 싸움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데, 정작 손잡아 주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싸움의 갈피를 잡아 주어야 하는 시기인 만큼 투쟁과 함께 캠페인 등 선전 활동이 병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는 많이 하고 있어요.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요구가 뭘까도 한번 생각해 봤거든요. 그건 아마 4대 보험 전면 적용부터 시작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 아닐까 싶었어요. 이런 요구들이 결국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쪼개지거나 미뤄지지 않고 국가가 온전히 보장해야 하는 거잖아요. 저는 일단 특고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함께 노동기본권을 찾는 투쟁이 캠페인과 나란히 배치되고 또 연결되어야 한다는 고민이 맨 먼저 들더라고요.

또 한 축으로는 여전히 일하다 많은 노동자들이 죽잖아요. 그런데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80%가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일어나는데도 아무런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법이 있더라도 지금 우리가 알다시피 경영책임자들 모조리 무죄 받으면서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그래서 여전히 ‘일하다 죽지 않게’ 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이 올해도 계속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개별’을 넘어 ‘모두’의 권리로!

 

얼마 전에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인 김수억 동지 등 비정규직 노동자 17인에 대한 1심 법원의 유죄 판결이 있었다. 불법파견과 중대재해를 저지른 자본을 처벌하라고 외쳤던 게 죄목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반면 2월 10일 김용균 재판을 비롯해서 한익스프레스, 한국마사회 재판에서는 중대재해 책임자에게 무죄 선고가 잇따랐다. 재벌 대기업에는 그토록 관대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사법부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유흥희 동지는 또 얼마나 참담한 심경이었을까.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버젓이 무죄 판결을 받는데, 불법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한 비정규직들은 17명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이번 재판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엉터리 판결이에요. 재벌 앞에 무너진 사법정의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난 판결이기도 하고요. 어찌 보면 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넘사벽’을 마주한 듯한 기분이더라고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싸워야 할 이유야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번 판결이 투쟁의 불씨를 우리에게 제공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선고 때 김수억 동지 최후 진술하고 (김미숙) 어머님이 손들고 막 울부짖으셨잖아요. 저는 그게 김수억 동지가 법정구속을 면한 주요한 장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사실 많이 놀랐어요. 그렇게 용기 있게 행동하실 줄은 솔직히 몰랐거든요. 왜냐하면 요즘엔 재판 중에 피고인이나 방청객이 소란이라도 피우면 법정모독죄로 엄하게 처벌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소위 운동권조차도 반론이나 항의 한번 제대로 못 하는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고요. 어머님이 그렇게 목소리 높이신 걸 보면서 사실 많이 반성을 했어요. 지금 우리는 부당한 걸 부당하다고 과연 목소리 내고 있는 건가.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크게 보면 공공, 금속, 특수고용 3개 업종의 현장 단위와 사회운동 단위가 함께하고 있는 자발적 연대운동 모임이다. 공식 참가 단위는 아니어도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여러 활동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나아가 참여도 열심히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싸움이 개별 사업장의 현안 해결을 넘어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를 쟁취하는 투쟁,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소속 단위들이 십시일반 형편껏 기금을 내고 사람도 내서 자발적으로 투쟁을 만들어 가는 조직이에요. 앞으로 비정규직 이제그만 활동이 지역과 현장에 뿌리내리면서 기존에 해 왔던 투쟁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데요. 투쟁에 연대해 주시는 분들이 함께 탑돌 쌓듯이 정성을 모아 주신다면 더 힘 있는 투쟁으로, 제대로 싸워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비정규직 이제그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매의 눈으로 지켜보시다가 따끔하게 이야기 나눠 주실 수 있는 창구도 조만간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렇게 투쟁하는 주체들뿐만 아니라 연대자들도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면서 길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 비정규직 이제그만 후원계좌

3333-11-3497181 카카오뱅크 유흥희(비정규직이제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