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6] 김희정 성서공단노동조합 위원장

by 철폐연대 posted Jun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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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주노동자운동”

 

 

김희정 성서공단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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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주노동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를 함께 조직하면서 투쟁하는 노조 활동가를 만나면 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싶어서 성서공단노동조합 위원장인 김희정 동지를 만났습니다.

일자리의 문제, 법과 제도의 문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성서공단노조의 이주 활동, 그리고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해서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큰 고민을 남긴 뜻깊은 인터뷰였습니다.

 

 

■ 이주노동자와 일자리 문제

 

 

Q.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시선이 여전히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A. 건설 업종에서 이주노동자들과의 일자리 경쟁을 둘러싼 소식은 계속 긴장을 가진 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 업종을 제외하고서는 제조업이나 농어촌에서 일자리 경쟁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입국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이주노동자 인력을 못 구해 어려움이 많다는 언론의 보도를 항상 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로 노동력의 부족인가? 정확하게는 저임금 노동력 부족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성서공단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은 죄다 최저임금입니다. 거기다 한국인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이주노동자가 하고 있어 소위 단순 작업, 3D 현장의 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거의 맡겨져 있습니다. 공장 내에서 관리자, 한국인 노동자, 이주노동자로 내려오는 위계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습니다. 자본에는 저임금 그리고 높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는 이주노동자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없이 굴러갈 수가 없게 되어 있으며, 공단 내에서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의 통상임금이 정주노동자들보다 낮기 때문에 잔업, 특근을 주로 이주노동자들로 채움으로 인해 정주노동자들과의 부분적 갈등은 간혹 있지만, 이것을 일자리 차원의 갈등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Q. 지난해에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최근에는 조선업에 이주노동자 투입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요?

 

A. 한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죽음의 일자리라고 하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는 죽어도 괜찮아’라는 신호입니다. 택배 상하차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노동력을 쉽게 구하는 방안으로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은 죽음의 외주화, 죽음의 이주화에 다름 아닙니다. 또한 자본이 조선업의 경기가 어렵다며 조선소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였으며, 이제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그 빈자리에 싼 임금의 이주노동자들을 급하게 밀어 넣는 근시안입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공통적인 것은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땜질 처방으로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자본의 노골적 의도이며 그 결과는 노동강도 강화와 비숙련 투입으로 인한 산재와 중대재해의 발생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간 경쟁의 이익은 모두 자본의 몫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응은 노동환경 개선과 상시적 관리 감독, 실질 임금 쟁취의 방향과 함께 일자리에서 이주노동자 혐오, 배척으로 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Q. 이주노동자의 일자리는 꼭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여야만 하는가? 체류의 문제도 있겠는데, 이주노동자 일자리에 대한 다른 접근, 해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 자본의 입장에서 나온 이주노동자 고용정책은 현행 고용허가제에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의 입장에서는 고용허가제의 독소 조항(사업장 이동의 자유 박탈, 업종 변경 불가, 체류 연장과 사업장 이동에서 고용주 독점권 등)을 폐지하는 것과 함께 노동 3권 보장이 중요합니다.

자본의 무한 탐욕은 저임금의 이주노동자를 무제한 사용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고용허가제 법안이 제정되어 있으며, 자본이 끊임없이 시도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그리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일 것입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비전문 취업비자)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노동시장에서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 내국인을 구하지 못하는 사업장에 노동자를 보충하는 보충성과 단기순환 원칙에 근거하여 정주화를 금지하는 것들을 정책적 기조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미숙련 인력 공급의 측면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주노동자들의 기능 향상과 전문성 고양은 정책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40세 미만의 젊은 노동력을 짧은 체류 기간 동안 값싼 임금으로 부려 먹고 돌려보내는 정책이 전부였습니다. 최근 고용허가제(E-9, H-2), 선원취업비자(E-10)로 종사했던 이주노동자들 중에 기능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외국인숙련기능인력(E-7-4) 점수제 비자로 전환시키고 있으나 그 숫자가 적어 바늘구멍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주민의 숫자가 5%에 가까운 한국 사회에서 사회통합정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결혼이민자는 포섭하나, 이주노동자는 권리에서 배제하는 정책과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민과 이주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이주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이주노동 정책이 보충성, 정주화 방지를 넘어 사회통합적 노동정책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기술, 기능 훈련에 참여, 가족 동반, 정주화 가능이라는 정책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둘러싸고 자본의 논리와 노동의 논리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은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 저임금의 일자리, 3D의 일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자본의 요구에 부응하는 이주노동자 고용정책, 출입국 정책을 통해 하층 이주노동자 노동시장을 형성시키고 체류권으로 통제 관리합니다. 이것이 이번 헌재의 고용허가제 합헌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노동의 관점에서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시각에서 노동자 간의 차별, 경쟁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기치 아래 노동자들 내부에서 단결의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노동 내부에서 이주노동에 대한 차별 금지, 동등한 노동권 보장이라는 시각, 일부 업종에서 발생하는 일자리를 둘러싼 노노 갈등을 어떻게 노동운동적 시각에서 정립해 가야 할지, 이에 대해 이주운동뿐만 아니라 내셔널센터라는 민주노총 차원에서 깊은 논의를 통한 방침 마련은 늦었지만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라고 절규하는 상황을 목도할 때 드는 생각은 노예노동을 막지 못하고, 노동 3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차별적 노동조건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으로 이주노동 유입 자체를 막는 투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노동자 조직 간의 국제적 연대가 절실합니다.

 

 

■ 이주노동자 권리와 법·제도

 

 

Q. 201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고용허가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A. 헌재는 헌법상 기본권인 ‘강제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신체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지의 여부를 심판해 달라는 청구에 헌재는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침해보다 사업주의 효율적인 고용관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답변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권리는 침해될 수 있다는 ‘기울어진 저울대의 판결’을 내린 것이며, 현대판 노예제도를 기만적으로 합헌이라 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질서를 유지하는 지배계급의 논리를 부여하였던 것입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사업주에게 예측 가능한 고용과 안정적인 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은 그 반대로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질 낮은 일자리, 노동기본권의 박탈을 유지·온존시키는 기제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노동자가 직장을 옮기는 데 사업주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노예시대의 제도가 이 시각 대한민국에서 합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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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헌법재판소의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제한 합법 판결은 위헌이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위헌소송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Q. 이주노동자는 의무는 있으나 권리는 없다고 합니다. 현행 법·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험제도 등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A.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이 영세한 사업장, 농어촌입니다.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조항들, 제63조에 따른 농어업 미적용 조항들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또한 E-9, H-2의 경우 고용보험 당연적용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실업급여 사업의 경우는 여전히 임의가입 대상으로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하므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미등록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건강보험 미가입 이주민은 2021년 9월 기준 76만 2,240명으로 전체 국내 체류 이주민의 38.4%나 되고 있습니다. 설사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더라도 보험료를 체납 중인 이주민은 보험급여가 제한되며, 내국인과 달리 보험료 완납 후에도 보험급여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차별이 있습니다. 2020년 6월 기준, 외국인 지역가입 세대 중 체납 세대의 비율 20.2%(총 37만 3,244세대 중 7만 5,386세대)로 건강보험 적용에서 배제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고용보험 가입에서 임의가입을 의무가입으로 바꾸는 것, 건강보험 가입자 내에서 이주민 차별 금지와 미등록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가입 등이 필요합니다.

 

 

■ 이주노동자 인권의 문제, 차별의 문제

 

 

Q.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A.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침략 전쟁을 통한 노예사냥, 노예무역 등을 통한 노예노동의 기원은 오래되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에 들면서 노동자들이 신분적으로는 해방되었지만, 노동자 계급은 자본가 계급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종속된 노동자 계급 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최하층에 놓여 있습니다. 또 하나의 신분적인 규제인 비자에 예속, 통제되어 있다고 봅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자본의 초과 착취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주자 집단에 대한 차별입니다. 특히 가난한 국가에서 왔으므로 저임금이어도 되며, 한국보다 비문명적, 열등하다는 시선, 무시할 수 있는 존재로 사회적 하위집단으로 위치시킵니다. 이는 저임금의 노동력을 구입하기 위해 비단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 장애노동자 등 소수자 집단에 가해지는 차별적 논리와 맥락이 동일합니다. 자본은 정주/이주, 남성/여성, 대공장/작은 공장, 정규직/비정규직을 나눠서 분리 경쟁시키나 노동은 이를 넘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끊임없이 자본주의가 재생산해 내는 능력주의, 효율성 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Q.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A. 숙소는 기본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장시간 노동을 하고서 자유롭게 쉬고 편히 잘 수 있는 숙소가 아니라 과도한 숙식비, 냉난방 시설이 부족한 기숙사 시설,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비좁은 공간이 많습니다. 도시에는 시끄러운 공장 옆의 컨테이너, 농촌은 외딴 논밭 위의 비닐하우스, 어촌은 흔들리는 바다 양식장 위의 기숙사 시설 등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들이 많습니다.

캄보디아 농촌노동자 속헹 씨가 비닐하우스에서 목숨을 잃은 후에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제시한 정책들의 허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1실 15인에서 1실 8인이 어느 만큼 개선이 될지? 비닐하우스 내 임시 가건물만 불허함으로써 비닐하우스만 걷어 내면 임시 가건물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으며, 비닐하우스 내 임시 가건물을 고용허가제 노동자 숙소로 불허함으로써 미등록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점 등입니다.

그래서 임시 가건물을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합니다. 통상임금의 8%에서 20%까지 공제할 수 있는 숙식비 공제지침을 폐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허용할 때만이 기숙사 시설과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Q.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문제 역시도 지적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A.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투명인간입니다. 자본과 정부는 일정한 수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숫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합니다. 대구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에 의해 운영되는 고령의 주물단지에는 예전부터 출입국의 단속이 없었던 지역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질병, 건강 등에 대해 어떠한 관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너무나도 제약 요소가 많으며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체류권의 위협입니다.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이의제기, 진정, 항의 등은 체류권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숨죽여 체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권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일하다 병들고 다치고 죽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정책인 겁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단속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종식되어 간다면,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시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아주 일부분에서 진행되는 부분적 합법화 조치*를 넘어 전면적 합법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Q. 최근 동행에서 대구경북지역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 실태조사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조사 배경, 결과, 시사점 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A. ‘동행’은 ‘이주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동행’의 줄임말입니다. 대경이주연대회의에서 논의 끝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토론의 결과물로 지난해에 만들어졌습니다.

건강보험에 미가입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건강보험 가입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한시적으로 의료공제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미등록 이주민들의 건강권 실태를 파악하고, 특히 코로나19 시기 속에서 이들의 건강권을 짚어 보는 것, 나아가 건강권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설문조사에는 건강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미등록 이주민 358명이 참여하였으며, 응답의 주요 내용으로는 △ 아팠으나 병의원을 가지 못했다(43%), △ 병의원에서 진료 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90%), △ 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다(47%), 이 중 산재처리 하였다(15%), △ 2년 내에 건강검진을 받지 못했다(52.6%) 등 매우 심각한 건강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배급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이 △ 코로나19 2년 차 상황에서 가장 개선되어야 할 점은 ‘자국어로 된 정보의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백신 예약 접종의 어려움, 단속 추방의 위협, 혐오와 차별, 이주민 재난지원금 배제 등의 순으로 꼽았습니다.

끝으로 그 대안으로는 △ 미등록 이주민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건강보험 가입(60.8%), 무료 건강검진 필요(40.6%), 통역시스템 구축 순이었습니다. 만약 대구경북에서 의료공제회가 만들어진다면 가입 의사(65%)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성서공단노조의 이주노동자 사업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목표, 방향, 활동의 내용, 한계 등. 이후의 계획까지도요.

 

A. 성서공단노조가 주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의 지역은 성서공단과 그 인근 시군지역의 농공공단이 대부분입니다. 더불어 농어촌, 건설, 서비스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성서공단노조 이주노동자 사업의 목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실현,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함께하는 단결과 연대의 실현입니다. 이를 구호로 표현하는 것이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입니다. 이주노동자 사업의 방향은 현장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며, 노동운동을 위한 노동조합으로 조직화입니다.

활동은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활동과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으로 나뉘는데, 노조 활동은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국가별 커뮤니티, 월 1회 이주조합원 모임,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절 등 이주노동자 집회, 성서공단 내 집회와 연대, 봄 소풍, 여름 수련회 등 행사가 있습니다. 또 노조 상근자들과 자원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매주 수요일 저녁에 이뤄지는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가 있고, 주로 일요일에 이뤄지는 ‘노동상담소’, ‘한글교실’그리고 노동조합 국가리더들이 참여하는 ‘리더 노동교실’ 등이 있습니다.

정주 활동가들이 이끌어 가고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그간의 방식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좀 더 주체가 되어 활동하고 정주 활동가들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 그리고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서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연대의 주체로서 이주노동자운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이주 조합원들과 특히 각국 리더 동지들이 조합 활동과 지원 활동에 비중을 점점 더 높여 가고 있습니다.

먼저 객관적인 한계로는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제도적 위협(체류권, 고용허가제, 단기 체류 비자 등)이 있으며, 장시간 노동으로 시간의 제한, 언어 소통의 한계, 돈 버는 일에 집중, 노조에 대한 기피, 노조를 해결사로 인식 등이 기본에 깔려 있는 가운데 활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전혀 쉽지 않습니다. 주체적 측면의 한계로 보면 이주 당사자들의 주체적 역량 취약, 지역노조로서 재정 취약, 상근 역량 취약 등도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으로는 어렵지만, 현장에서 공개적인 노조 활동을 정착시키는 것. 현장에서 노동 3권의 사례 만들기 등 현장에서 노조로서 갖는 자기 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는 이주노동자 독자적 현장위원회는 어렵겠지만, 정주와 공동의 현장위원회가 되든 현장위원회를 건설, 확산시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주운동은 정치적 성격이 강하므로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투쟁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이주노조, 민주노총, 대경이주연대회 등과의 공동 사업, 연대 사업의 비중도 더 높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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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동절 집회 때. [출처: 성서공단노조]

 

 

Q. 성서공단노조에서는 이주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해 어떤 활동들이 진행·계획되고 있는지요?

 

A.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실을 2003년부터 운영했습니다. 인의협 의사들의 진료와 자원활동가, 통역들까지의 활동과 함께 무상으로 약을 제공하고, 2차 진료기관 연계 등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대구의료원에 진료 지원(자기 부담 건강보험급여의 10~20%)이 가능하도록 활동해 왔습니다.

다만, 이 사업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건강보험 미가입이라는 현실,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실에서 그 공백을 메우는 사업이었다면, 좀 더 근본적으로 건강보험 가입을 위한 활동과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의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정기적인 건강검진 시행, 의료공제회 구축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일터에서 일하고, 건강한 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의료단체, 이주단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하여

 

 

Q. 작은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사업에서 이주노동자 사업은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까요?

 

A. 성서공단의 예를 들면,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을 합니다. 이주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이며, 이주노동자들의 작업 거부나 파업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언어적 전달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등록은 신고의 두려움, 설사 등록 이주노동자조차도 감내해야 할 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조를 통한, 노조와 함께하는 노동조건 개선과 현장 투쟁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주현장 활동에서는 자본의 반대뿐만 아니라 위계화에서 상층인 정주노동자들의 반대도 뚫어야 하는 과제도 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주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노조에 가입하고 현장 활동을 하는 것으로 영세사업장에서의 현장 조직화 사례들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신규 조직화에 있어서 이주노동자도 함께 조직하는 것은 중요한 조직화 방향이기도 합니다. 현재 성서공단노조의 정주 조합원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존 3개 현장위원회에서는 임금 인상 요구에서 동등 지급과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조항이 들어가 있는 차별 없는 단협 적용을 쟁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장에서마저도 이주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성서공단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간의 연대를 통해 평등한 노동조건들을 만들어 가는 것, 이주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인식을 획득하는 것, 영세한 사업장에서 새로운 노조 조직화의 전형을 만들어 가는 것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주 현장 단협이 언제쯤 성서공단 전체로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먼 미래의 일이지만요.

 

 

Q. 권리를 박탈당한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A. 고민해야 하나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이주노동자, 비정규노동자들의 공통점은 이 시간에도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나 분노를 표출하기도 어렵고, 고용이 불안정하여 노조로 조직화, 가입이 힘든 점들입니다. 실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도 실제로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노동기본권에서 배제되어 있고,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 있는 점,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 처해 있는 점 등 이러한 차별을 넘어 비정규직 철폐로 함께하는 것,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 등을 갖고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하고, 비정규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투쟁에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대구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가장 열심히 연대하는 조직이 장애인단체입니다. 장애인들의 처한 현실과 이주노동자들의 처한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고 같다는 인식에서 함께 투쟁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이 가장 열악한 지위에 있지만, 실제로 성서공단이나 제조업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아래에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경우가 있습니다. 즉, 불안정노동자들 속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을과 병의 갈등이 있기도 합니다.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불안정노동자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본이 이주노동자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노동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이주노동자만을 타깃으로 하는 공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주가 뚫리면 그다음에 비정규직 중에 취약한 부분이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에 함께 방어, 연대하면서 가장 낮은 곳의 노동조건을 올리는 경험들을 겪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비정규운동도 이주운동 앞에서 멈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습니다. 이주노동자운동이 포함한 비정규운동이 필요합니다.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이주노동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이주노동자운동이 없는 비정규직운동은 반쪽의 운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투쟁의 전망을 가지고 이러한 새로운 사회의 전망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봅니다.

 

 

Q. 이주노동자운동의 방향, 주목해야 할 부분, 과제 등은 뭘까요?

 

A. 잠시 코로나19로 인해 이주노동자 숫자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팬데믹을 지나면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늘어나는 숫자에 비해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앞질러 가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영세한 사업장, 위험한 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만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이주노동자 150만 시대에서 0.1%도 조직되지 않는 현실이 터무니없는 노예노동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들이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주노동자운동에서 주체를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이념적으로 각성된 주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활동가층을 세우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한 활동가들이 선진활동가로서 훈련과 함께 노동조합이라는 대중조직 내에서 활동도 소중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의 주체, 전임자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과 함께 민주노총과 산별에서도 이주 전임자 확보, 노조 조직화, 이주 교육과 투쟁을 위한 예산 확보 등도 필요합니다.

한국의 노동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투쟁을 비롯한 이주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이 있어 왔습니다. 그나마 개선된 이주노동자의 현실도 이주노동자들 투쟁의 결과물이자 한국 사회 내에서 운동세력과의 연대의 결과물입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전선이 약화되고 이주투쟁이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의 대중투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주노동자 조직화의 사례와 양적 확대에 못지않게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략, 정주노동자와의 연계, 연대 전략,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의 발전 전망, 아시아에서의 이주운동과 국제적 연대 같은 주제들도 함께 고민해 가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철폐연대 동지들,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늘 현장과 함께하면서도 변혁운동의 방향을 원칙적으로 지켜 가려는 철폐연대 동지들과 질라라비가 있어서 저희들이 현장에 갇히지 않고, 부분에 갇히지 않게 하는 자극을 받게 되며 자본의 전략을 넘어서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이주노동자 관련한 꼭지를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직 고민도 부족해서 시원하게 전망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한 많은 관심과 정책 토론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정리 안명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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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2월 1일부터 국내 출생, 만 6년 이상 체류 아동, 국외에서 입국한 지 만 7년 이상 되는 미등록 아동들의 학업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연수비자(D-4)를 부여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임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과 함께 아동의 부모에게 미등록 기간에 해당되는 범칙금의 30%를 납부하면 아동이 체류할 때까지 기타비자(G-1)를 부여하기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