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7] 전교조 유천초분회 투쟁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 고태은

by 철폐연대 posted Jul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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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전교조 유천초분회 투쟁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고태은 • 싸우는 노동자 기록팀, 싸람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2021년 8월 말, 강릉 유천초등학교는 혁신학교 지정취소 통보를 받고 일반학교로 돌아갔다. 강원도교육청은 이 사유를 ‘비합리적 의사결정 구조에 의한 학교 운영’과 ‘구성원 간 지속적 갈등 유발’이라고 밝혔다. 6월부터 진행된 도교육청의 컨설팅과 전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 이후 7월부터 3주에 걸친 감사를 통하여 갈등 유발의 핵심이 된 ‘갑질’교사 3인을 징계하였다. 그러나 징계교사들은 이에 불복하였고 전교조 지역 지부 또한 이에 거리를 두었다. 강원도교육청은 농성자들에 대한 부당행위가처분소송을 제기하여 공무집행에 방해되는 피케팅과 강원도교육청 출입을 제한하였고, 형사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최근 징계교사들이 단식에 들어가면서 강원도교육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교조 유천초분회가 받고 있는 오해들을 쌓으면 위와 같은 문단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많은 이들이 유천초분회 투쟁을 ‘갑질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구나’, ‘이것은 이기적인 투쟁이야’라고 거리 두게 된 것도 이러한 소문에 의한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직장갑질에 대한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이들이 갑질을 해서 버림받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몇 가지 사실관계를 정정하면, 이 투쟁의 새로운 사실들이 보인다.

 

무너진 것은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 민주주의와 일터

 

강릉 유천초등학교는 개교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혁신학교 지정취소를 통보받았다. 그 짧은 시간 학교가 강원도교육청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고, 구성원 간의 갈등이 유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갈등’에 주목한 것은 유천초 교사들이었다. 유천초에는 이전 강릉 포남초등학교, 동해 삼화초등학교 등에서 혁신학교 경험을 쌓아 온 교사들이 있었다. 자신의 임기 중 세워지는 학교를 혁신학교로 시작한다는 정책을 펼친 것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학교 현장에서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배움 중심 학교를 위해 애써 온 것은 그 교사들이었다.

 

포남초등학교의 혁신학교 사례는 책으로도 출간되고, 민병희 교육감의 찬사가 담긴 추천사까지 적혔다. 그러나 그런 학교라 하더라도 혁신학교라면 갈등이 당연했다. 교육청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혁신학교 정책에서 ‘교원 업무 정상화’는 학교 구조 변화를 위한 행정 간소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이는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의 몫으로만 강조되었다.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행정실 공무원들에 대한 설득은 모두 평교사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 속에서도 학교 현장에서 혁신학교의 경험이 없는 교사나, 관행적인 업무 처리에 익숙한 행정실 주무관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혁신학교를 성공해 본 교사들이 그들이었다.

 

“계속 의견을 묻는 거예요. (회의에서) 처음 입을 여는 데 4년 걸렸어요. 이전에 얼마나 상명하달로 일했는지 깨닫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학생들한테 좋은 거고, 되게 교육적인 거고, 그러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는 거예요.” (징계교사 김나혜)

 

그러나 이번 혁신학교는 달랐다.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안에서 신시가지 한복판에 세워진 학교는 혁신학교로 바로 서고 구성원 간 공동체로 협업을 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무너졌다. 세월호 사건이나 육식의 구조적 폭력성을 다룬 수업 등이 보수 학부모들의 끈질긴 문제 제기에 학교는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학부모들을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담은 단 세 건의 민원은 유천초등학교는 비합리적 결정을 하고 갈등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되었다.

 

또한 상명하달식의 교사회의와 달리 참여를 원하는 교직원이 참여 가능하도록 열어 둔 기획회의는 비합법적인 기구로 전락했다. 회의를 모두에게 열고, 발언권을 모두에게 주었으나 이를 동의하지 않는 교사들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참여가 없는 회의에 매번 남는 교사들도 유천초분회 교사들이었지만 구성원들을 설득하려 애썼고,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은 교사들의 갑질이라 불리게 되었다.

 

학교 현장의 다양한 주체들은 이 상황에 대한 민주주의적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 유천초 학교 운영위는 혁신학교 지정취소에 대한 유감을 표했고, 현재 교직원 중 다수가 서명한 현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모두 묵살되었다. 학생들이 교육청에 전화로 혁신학교 지정취소 이유에 대하여 묻고, 자발적으로 서명지를 모은 일도 모두 묵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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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초등학교에 걸린 학생들의 손자보. [출처: 고태은]

 

 

“학생들이 직접 도교육청에 혁신학교를 왜 취소했는지 전화해서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이 부모님이 아시냐, 누가 시킨 거냐, 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상처만 줬습니다. 이후 학생들에게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에 대해 질의와 항의성 서명 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직접 만나서 학생들이 전달했는데, 그 자리에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전교조 유천초분회 조합원)

 

전교조 유천초분회의 문제는 교육청이라는 사용자가 벌인 일터 파괴로 이해될 수도 있다. 정책에 맞춰 시행되고 있던 학교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를 현장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무마시켜 버린 것이다. 또한 이 일로 교사 3인이 부당징계를 받고 강제 전보로 고성, 인제, 태백으로 발령이 났다. 발령지는 모두 강릉 근교 도시도 아니어서 이사를 가거나 3~4시간의 통근을 견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다 차치하더라도, 이들에게는 부당한 사유로 일터에서 쫓겨난 강제 전보를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이라면 모를까.

 

전교조 유천초분회는 강제 전보된 3인 외에도 학내에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 이제는 회의 시간에 목소리를 내었다간 교장실에 불려 가는 저연차 교사들도 징계교사들과 함께하던 학교를 그리워하며 자신들이 학교를 지켜내겠노라 다짐하는 ‘투사’가 되었다. 전교조 교사들이 입을 열면 무섭다, 폭력적이라며 묵살하는 학교의 보수적 분위기에도 민주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갑질 없는 갑질교사에 대한 징계

 

혁신학교 취소와 전교조 교사에 대한 표적 감사 이전, 행정실 소속 지방공무원(행정실 주무관)이 교사들의 갑질에 의해 그만두었다는 한국노총 소속 공무원노조의 성명이 발표되었다. 이로 인하여 유천초등학교는 갑질교사들이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강릉지역을 관할하는 교육청 책임자인 강릉교육장은 행정실 주무관이 학교 회계업무에 대한 적성 문제로 이직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정정하였으나, 이 오해는 계속 교사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강원도교육청본부의 대응과 성명을 통하여 이 오해는 증폭되어 갔고, 마치 유천초 내의 사안이 갑질인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와전되어 마치 교육공무직인 교무행정사에 대한 갑질처럼 오해가 생겼다. 소문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직장갑질을 다루는 단체가 이를 조사했을 때 갑질 사안이더라는 이야기도 퍼졌다. 그러나 해당 단체도 유천초 사안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밝힌 바 없고, 갑질 여부를 조사한 적 없다고 못 박았다.

 

갑질교사라는 오해를 받는 동안 교사들이 이를 정정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갑질이란 원래 가해자가 모르고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니, 우리가 모르는 진짜 갑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스레 전한 진심이었다. 혹시 피해자가 있다면, 이를 제대로 알고 사과하고 싶었다. 이에 상급단체에 진상조사위를 꾸려 자신들을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교사들의 싸움은 날로 길어졌다.

 

그러나 교사들의 징계 사유를 본 이들은 하나같이 의문을 가진다. 일반학교와 달리 혁신학교 활동에 적절한 방식으로 업무를 조율한 기획회의의 내용들은 모두 남정아 1인의 징계 사유로 정리되었고, 토론의 내용이나 학교 민주주의하에 함께 의견을 나눈 행위도 모두 강요나 비난이 되었다. 징계의 근거 다수는 모두 익명의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한 내용에 입각하여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 설문은 150명의 전현직 교직원을 대상으로 배포되었으나 실제로는 10인 정도의 적은 인원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유천초 내의 다수가 경험한 이들의 고충인 것처럼 다루어졌다. 또한 교육공무직 노동자가 교사들이 학교 회의 등에 열심히 참여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설문이 교사들이 회의를 휘두른 근거로 짜깁기되었다.

 

징계 사유들은 대화나 소소한 갈등조차 강요로, 모욕으로, 월권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갑질이라기엔 모호한 것들뿐이다. 교장에게 일반 교사가 강요했다고, 행정실장에게 일반 교사가 갈등을 빚었다고, 연차가 높은 교사에게 연차가 낮은 교사를 배려하기 어려워도 ‘용기 내서 해 보자’고 이야기했다고, 이걸 갑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이들의 징계 사유에는 교육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나 저연차 교사 괴롭힘 같은 뚜렷한 갑질을 넣지 못했을까. 혁신학교 지정취소 이유에서 말하는 ‘구성원 간 갈등 유발’은 누구와 누구의 갈등이기에 징계교사 3인만을 일방적으로 징계하고 끝이 났을까.

 

실제로 비합리적인 교사들의 횡포가 있었다면 교무책임자인 교감 등이 징계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되었고, 징계 사유에서 언급된 것처럼 갈등이었으면 양측에 대한 입장과 징계 수위가 모두 고려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기계적 중립조차 없었다. 여전히 행정실 주무관, 즉 지방공무원에 대한 갑질이라 주장하는 측에서는 여러 피해 사례를 이야기하지만 그게 징계교사 3인인 남정아, 김나혜, 윤용숙, 세 교사의 갑질인지 물으면 뚜렷한 답이 없다. 징계 대상이 되지 않은 교사들과의 갈등도 이들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을 위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무원노조가 갑질교사로 이야기하는 이들은 해당 징계교사도 아니고, 피해 사례가 이 징계교사와의 사례도 아니지만 징계에는 승복하라, 이 투쟁은 2차 가해라는 논리가 따라오고 있다.

 

‘우리’를 위한 우리의 투쟁

 

지난 6월 14일 징계교사 3인은 춘천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섰다. 징계교사 3인의 싸움이 아닌, 전교조 유천초분회의 끝장투쟁으로서, 유천초공동대책위라는 시민들과 함께 선포된 투쟁은 단식만이 다가 아니다. 유천초 내에서 교사들이 점심 동조단식에 들어갔고, 매일 아침 출근시간 학교 앞 피케팅을 하고 있다. 요구안도 부당징계 사안만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학교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요구들이다. 유천초분회의 싸움은 갈등에 대한 조정 없이 졸속으로 결정된 혁신학교 지정취소에 대한 철회, 권위적이고 반인권적인 감사와 징계 과정에 대한 사과, 학교 혁신을 위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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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9일 차 유천초 징계 교사들. [출처: 고태은]

 

 

단식 교사들은 강원도교육청 앞에서 이 사태를 만든 민병희에게 결자해지를 통해 혁신학교 운동을 망쳐버린 오명을 벗고 내려가라 요구하고 있고, 상급단체가 결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으니 우리는 결합할 수 없다는 입장의 다른 노동조합들에도 함께 싸워가자 이야기하면서,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굶는 게 걱정된다며 함께하겠다는 학생들에게 다른 방식의 목소리 내기를 제안하면서 오늘도 함께 싸우고 있다.

 

교사들의 ‘우리’에는 투쟁을 하며 확장된 이들도 존재한다. 처음 형사소송을 받았을 때에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뿐이었는데, 봄바람행진단으로 온 문정현 신부님이 공무원이 혼자 넘어져 전치 2주 진단서를 떼어 왔단 이야기에 다 똑같이 겪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강원도교육청이 부당행위가처분소송을 걸어 소장을 받았을 때는 충격을 받았지만,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비정규직 이제그만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보니 악질적 기업과 싸워 본 노동자들에게는 흔한 일이더라. 노동자 투쟁이라기엔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싸움이 열심히 생존권을 지키는 노동 투쟁의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자랑스럽기도 했다.

 

교사들은 학교로 되돌아가더라도 학생들이 비정규직이 되는 미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당장 내가 정규직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사는 기간제 교사, 교육공무직 교사들에 대한 시혜적 시선을 반성하게 되었고, 유천초 투쟁을 노사관계의 문제, 행정폭력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바뀌어 가는 우리는 앞으로도 어디에서나 학교 혁신을 위해,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의 투쟁을 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전교조 유천초분회의 끝장 투쟁은 삶을 바꾸는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금 투쟁이 억울하고 힘들게 싸우고 있지만 오히려 나를 또 혁명하게 해 준 투쟁 같아요. 학교 안에서만 목소리 내는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서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교 민주주의를 위해서 같이 싸우고 있는 거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걸 위해 저를 바꾸는 게 가장 먼저겠더라고요.” (전교조 유천초분회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