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11] 비정규직 이제그만, 원청이 책임져라! / 유흥희

by 철폐연대 posted Nov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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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비정규직 이제그만, 원청이 책임져라!

 

 

유흥희 •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집행위원장

 

 

 

싸워야 할 이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지난 4년 ‘일하다 죽지않게! 차별받지 않게’ 지역과 업종을 떠나 비정규직 없는 평등 세상을 꿈꾸며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현실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직접고용, 원청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잡월드, 철도코레일, 건강보험고객센터 등 공공부문의 자회사 추진 결과는 결국 자회사를 통해서는 실질적인 교섭도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중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요구와 투쟁이 실종되었다.

 

기만적인 자회사 정책은 민간 제조업으로 확산되고, 현대 위아 평택공장의 경우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에도 자회사가 강행되었다. 제조업에서의 본격적 자회사 추진은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모비스 10개 업체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통합계열사 출범”이라며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가속화되었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전환은 이제 제조업도 자회사전환이 일상이 되는 기준점이 되었다. 우리가 외쳤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는 구호가 실종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그러나 희망은 또 현장에 있다. 지난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던진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란 짧지만 강렬한 질문은 대한민국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 SPC그룹 SPL 평택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가 홀로 일하다 재료혼합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동료가 죽은 사고현장이 수습되기도 전에 흰 가림막을 치고, 빵을 만들라는 SPC그룹의 탐욕스러운 모습은 치 떨리고 분노스럽다. 놀란 시민사회와 언론도 비정규직이 처한 현실에 주목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원청(진짜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원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SPC그룹의 불매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원청사용자성 책임을 묻는 투쟁의 기회이다.

 

설문조사 결과와 원청책임이 필요한 비정규직의 현실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20년, 기업은 사용자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고용을 확대했다. 고용관계를 특수고용, 플랫폼과 같은 위탁계약의 형태로 변경하며, 노동자를 사장으로 둔갑시켜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해 왔다. 비정규직의 현실은 늘 하청업체에 요구하면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고, 원청(진짜사장)을 찾아가면 “우리는 단체교섭 당사자(사용자)가 아니다”며 남 취급당해 왔다. 비정규직은 원청(진짜사용자)의 작업장에서, 원청의 설비(앱, 상품)로 일해서 돈을 벌게 해 주지만, 원청은 아무런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에 나서면 원청이 업체폐업, 계약해지, 대체인력 투입,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등 탄압의 직접 당사자로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 당사자인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원청사용자 책임’을 무엇으로 어떻게 물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일터에서 하청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원청은 하늘인데 현실의 ‘넘사벽’ 원청을 상대로 사업장을 떠나 어떻게 하나로 모아 싸울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원청의 다양한 악질행태를 취합하여 폭로하고, ‘원청책임’을 묻는 투쟁을 핵심사업으로 하자고 했다. 첫 번째 사업으로 비정규 당사자 설문조사와 10월 8일 “비정규직 이제그만, 원청이 책임져라!”는 내용으로 원청사용자의 집합체인 경총 앞에서 막말하는 경총을 규탄하고,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손배가압류 금지를 요구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2,074명 설문조사 결과

- 비정규직 90%가 하청노동자 장기투쟁 책임은 원청(77.7%)과 정부(12.3%)에 있다.

- 비정규직 89.4%가 원청으로부터 임금, 근로조건, 복지 차별받았다.

- 비정규직 86%가 위험하거나 힘든 일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 비정규직 82%가 노동조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 원청이다.

- 비정규직 98.8%가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에 동의한다.

 

원청에 부당한 대우 경험

- 교내에서 학생들과 직원들은 앉을 수 있는 잔디밭에 우리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은 앉을 수도 없고, 잔디 훼손 시 손해배상 청구한다고 했을 때.

- 코레일 정직원들 작업복과 식당 밥값도 코레일자회사 직원들과 다르다. 그리고 연봉도 당연히 다르고.

- 성과금, 명절 선물, 복지카드, 학자금, 원청 하청 급여 50% 차이, 차량 출입, 위험한 일은 하청이 한다.

- xx업체 근무자님, xx 교체하여 주십시오. → 네, 알겠습니다. 근데 밀폐공간에 가스경보기가 울리는데 조금만 있다가 교체하겠습니다. → 계속 가스 차 있는데 그럼 일 안 하실 거예요?

- 저는 당진 현대제철 특수강에 근무 중인 비정규직 직원입니다. 출하창고에서 근무 중입니다. 창고가 2개가 있는데, 한쪽은 24시간 근무 다른 한쪽은 주간만 근무 중인데, 정규직 직원들이 주간 근무하는 곳도 차량을 지원해 달라고 해서 회사와 협의된 게 아니니 못 한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출하창고 직원 000씨는 툭하면 쉬는 타임에도 업무 외적인 청소, 각목을 옮기는 등 야간에 자동화 창고 내부 들어가서 청소시킴과 동시 치욕적인 언어도 스스럼없이 내뱉고, 행동과 언어가 너무 심해 정규직 감사팀에 여러 사람들이 탄원서까지 제출했는데도 그냥 경고 처분만 받았으며, 탄원서 제출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어디서 받았는지 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힙니다. 저는 목욕탕에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성추행까지 당했구요. 더 많지만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원청의 막대한 영향력과 권한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근로조건, 고용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고 있으며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의 답변인데도 비정규직의 설움이 켜켜이 묻어 있다. 사람대접 못 받고 차별받으며 안전은 나 몰라라 죽음마저 강요받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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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비정규직 설문조사 결과 및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출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경총 막말 규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쇠사슬 행진

 

경총 앞에 모인 200여 명은 자본만을 비호하는 경총을 규탄했다. 특히 경총이 보수언론과 하나가 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청사용자성 인정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고, 손배가압류 폐지요구(노조법3조)는 ‘재산권 침해’, ‘황건적 보호법’, ‘귀족노조의 불법파업 조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규탄을 했다.

 

대우조선하청지회 유최안은 0.3평 철제감옥에서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를 외친 죄로 원청으로부터 470억 손배청구를 당했다고,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는 매해 2,400명이 넘게 죽는 나라에서 김용균 죽음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원청 대표는 재판에서 무죄 주장을 외치고 있다고 했다. 파리바게트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포켓몬 빵보다 사람이 우선이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조 무시/합의 무시하고, 노조 탄압하는 무법자 SPC 파리바게트 OUT을 외쳤고,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은 불법파견 회피 꼼수로 자회사전환을 강요하는 원청 현대제철을 규탄했다. 학습지노조 구몬지부 김미례 지부장은 진짜사장이 책임지고, 학습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안경애 부지회장은 공공기관 가짜정규직 원청인 건강보험공단은 여전히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행진에서 애드벌룬 공은 원청의 탄압의 크기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깨와 등에 멘 짐은 행진 내내 무거워 보였지만,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공을 찢어 버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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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비정규직이제그만 1차 집결투쟁 “비정규직 이제그만, 원청이 책임져라!”

[출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다시 2차 투쟁에 나서며

 

원청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2차 집결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여의도 일대에서 전태일 열사 52주기를 앞두고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원청이 모여 있는 재벌들의 장소인 전경련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을 끊임없이 폄하하는 국민의 힘에 행진도 할 예정이다.

 

1차 투쟁이 원청에 의한 비정규직 탄압에 대한 다양한 행태를 폭로하고 이후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면, 2차 집결투쟁은 작더라도 다 같이 할 수 있는 실천 투쟁을 고민 중이다. 더불어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5만 청원운동과 손배가압류금지(노란봉투법)를 위한 실천 투쟁을 좀 더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