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12] 공공부문 예산구조와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 / 공성식

by 철폐연대 posted Dec 07,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공공부문 예산구조와 비정규직 저임금 문제

 

 

공성식 •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저임금 실태

 

정부, 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출자출연기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는 무기계약직, 기간제, 파견·용역, 민간위탁 등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한다.

 

공공부문의 고용형태별 평균 임금 수준은 <표1>과 같다. 특이한 점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의 임금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용역-민간보다 용역-자회사의 평균임금이 더 낮다는 점이다.1)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처우 개선은 미미하거나 심지어 임금이 낮아지는 경우도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 공공부문 고용형태별 평균임금(2019년)

 

고용형태

무기계약직

기간제

용역

전일제

단시간

전일제

단시간

자회사

민간

월임금총액(만원)

307

206

278

119

274

299

 

* 자료 :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용역(자회사)는 공무직 기획단, 「’20년 공공부문 공무직등 근로자 종합실태조사」, 기간제(전일제), 기간제(단시간), 파견(민간), 용역(민간)은 고용노동부 「2019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상당수는 우리 사회 평균적인 가계 지출을 부담하기 어려운 저임금 상황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근로자가구 가계지출은 평균 월 381만 원, 2인 가구 월 321만 원, 3인 가구 월 376만 원, 4인 가구 월 532만 원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2019년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은 월 530만 원2)이고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임금은 월 617만 원3)이다. 이와 비교하면 무기계약직-전일제는 공무원 대비 57.9%, 공공기관 정규직 대비 49.8%, 기간제-전일제는 52.5%, 45.1%, 용역-자회사는 51.7%, 44.4%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내에도 소속 기관에 따라 임금 수준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임금 구간에 집중되어 있어 저임금 문제의 해법은 전체적인 임금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비정규직 내부의 차이를 상향평준화 하기 위한 교섭을 통한 통일적 기준의 마련도 필요하다.

 

2. 저임금 문제를 방치·악화하는 정부

 

1)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건비 예산 제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의 예산 편성, 인건비 관련 상급 기관의 지침·기준에 따라 임금의 상한선이 결정되고, 수당 신설, 여유 재원의 활용 등 집행에 있어서도 세부적인 지침으로 통제가 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대부분 정부가 직접 인건비 예산을 편성하거나, 지침을 통해 인상 수준 및 집행 기준을 정하여 각 기관에 강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경우 자치분권의 원칙하에 자체 재정 여력 내에서 일정한 자율성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나머지의 경우 정부의 예산 편성과 기준이 이중, 삼중으로 통제를 하고 있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기간제, 용역노동자에 대해서는 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별다른 지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역시 정부 예산을 직접 편성하는 경우 총액의 제한을 받고 있고, 타 부문의 인상률 기준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간접적인 통제까지 더해지고 있다. 용역노동자의 경우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라 인건비를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편성하도록 하고 있으나 최저가 낙찰 제도로 인해 실효성은 낮다.

 

 

<표 >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인건비 상한선 관련 정부 예산 편성과 지침

 

 

정부 예산 편성

지침·기준

자율성

중앙행정기관

 

- 상용임금목으로 편성

- 공무직 별도 인상 기준 적용

- 수당 신설 금지 등 집행 지침으로 통제

권한 없음

공공기관

예산수반

- 출연금·보조금으로 편성

- 공무원 인상률 준용

-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영지침>으로 총인건비 인상률 제한

없음. 인상률 초과시 경영평가 불이익, 차년도 예산 편성시 초과분 제외

예산비수반

·

지방공기업

 

 

·

-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으로 총인건비 인상률 제한

자치단체·교육청

일반

- 자치단체별 교부금 산정시 인건비 수준 반영

- 기준인건비·총액인건비로 총액 관리

-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 기준>에서 임금, 수당 기준 제시

자제 재정 여유분이 있을 경우 인건비 범위를 초과하여 사용 가능

국고보조

- 보조금 예산 인건비 기준은 대체로 공무원 인상률 준용

- 자치단체에서는 정부 보조금 예산에 자체 예산을 추가하여 운영

 

 

2) 인건비 인상 수준의 문제점

 

정부는 매년 6월 말 최저임금 인상률과 7~8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결정되면 이에 준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기 인건비 예산을 편성하고 지침을 만든다. 최저임금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저임금이 아닌 노동자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차기 년도 임금 인상의 실질적인 상한선이 되고 있다.

 

임금 수준이 높은 공무원, 공공기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 저임금 노동자의 인건비 예산이 동일한 비율로 인상하면, 현재의 격차가 그대로 유지될 뿐 아니라 임금 금액으로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또한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준하는 인건비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가 일부 수용하여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인건비 예산 편성 시 공무원 보수 인상률보다 0.5% 내외의 추가 인상률을 적용하고 있으나 추가 인상의 폭이 낮고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앞으로 매년 0.5%p씩 추가 인상을 해도 현재 공무원-무기계약직 임금 격차 57.9%를 80% 수준까지 축소하는 데 67년이 걸린다. 또한 이마저도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은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물가 폭등 상황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는 삭감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정규직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나, 저임금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 피해는 더 치명적이다. 공공부문 인건비 인상률은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1.6%p, 3.8%p 적게 인상되어 실질 가치가 삭감되었다. 2023년에도 2.0%p의 삭감이 예상되는 인상이 반영된 정부 예산안이 정기 국회에 제출되었다. 2021년부터 2023년 3년간 예상되는 실질임금 삭감분만 7.4%p다. 민간 부문의 협약임금 인상률과의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3.9%p나 뒤처졌다.

 

 

5. 본문사진.jpg

2022.10.25. <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하는 정부 예산 편성 고발한다> 토론회.

[출처: 매일노동뉴스]

 

 

3) 복리후생 수당 등 차별 강요, 방치

 

법원은 직무와 무관한 임금을 정규직에만 지급하고 무기계약직, 기간제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차등 지급하는 것을 차별로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복리후생 내지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므로 예산편성 및 집행기준에 공무원과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수당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다. 2022년에 명절상여금 연간 20만 원, 복지포인트 연간 10만 원을 인상한 데 이어, 2023년에는 명절상여금만 연간 10만 원만 인상하는 정부 예산안이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정부는 정부 공통 기준 외에는 수당의 신설이나 증액을 금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당 차별을 해결하려고 해도 재원이 없거나 재원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의 인건비 총액 규제로 인해 인상을 할 수가 없다. 공공기관의 경우 설사 법원에서 차별을 인정받더라도 체불임금을 인건비 내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법원을 통한 구제도 불가능하다. 결국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없고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도 원천 봉쇄하고 있다.

 

4) 일방적 결정, 단체교섭권 침해

 

공공부문 인건비 인상의 기준이 되는 공무원 보수인상률은 공무원보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공무원 보수위원회에서 노, 정이 일정한 인상폭을 제시하더라도 이와 무관하게 정부가 정하고 있다.

 

더구나 공무원보수위원회는 공무원노조의 대표만이 참여하고 있다. 공무원이 아닌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공기관 정규직은 내년도 임금 인상의 사실상 상한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전혀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기관별 임금교섭은 이렇게 결정된 총액을 내부적으로 분배하는 것 이상의 기능이 없다. 임금에 대한 단체교섭권은 형해화되고 있다.

 

공공부문 전체의 임금 인상 수준을 노-정이 제대로 된 교섭을 통해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기관의 예산 관련 자율성을 높여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예산 당국이 중앙 집중적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교섭은 이에 대한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채 기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할 뿐이다.

 

3. 공공부문 비정규직 생활임금 보장, 불평등 해결 방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계비 수준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저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제도, 지원과 함께 전반적인 적정 임금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임금 인상, 기준 설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 유형별로 통일적으로 적용되고 교섭을 통해 결정되는 초기업 임금체계의 마련을 지향하되 단기적으로는 저임금 부문의 임금 대폭 인상, 복리후생 등 법적 차별의 해소를 통해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임금 관련 실질적인 교섭이 가능한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실질임금 삭감 방지,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 지난 2년과 내년까지 실질임금 삭감을 방지하려면 2023년에 인건비 최소 8.5% 이상 증액이 필요하다. 명절상여금, 가족수당, 복지포인트 등 직무와 무관한 수당은 각 기관의 정규직(공무원 또는 일반정규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편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2023년 예산 및 관련 지침에 반영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조직 내 정당한 지위와 권리, 합당한 처우를 부여해 간다는 대원칙을 확인하고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반의 처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 강화하여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분야별 협의회를 조속히 설치하여 분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고용형태 간 격차, 기관 간 격차, 직종 간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통합적인 교섭 구조와 임금체계를 마련해 가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인건비 상승 수준만 중앙 집중적으로 통제하고 기관별 교섭과 기관별 임금체계로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는 내부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울뿐더러 단체교섭권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섭 구조의 범위와 임금체계 범위가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업적인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기업적 교섭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각 기관에서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지금과 같은 교섭권의 침해를 반복할 뿐이다.

 

 

--------------------------------------------------

 

1) 용역-자회사는 공공기관에만 존재하므로, 보다 정확한 비교는 공공부문 전체가 아닌 공공기관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2) 인사혁신처고시 제2019-6호. 공무원 기준소득월액은 세전 과세소득을 기반으로 산정하며, 신규채용자, 휴직자·복직자 등은 제외된다. 정무직, 법관, 검사, 외교관, 교사, 경찰·소방, 일반직공무원 등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 중 전년도 연간 계속 근무자(1.1.~12.31.)를 대상으로 한다. 

3)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시스템 기준, 2019년 기관별 일반정규직 평균임금을 인원수를 고려하여 가중평균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