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서면시장번영회 지회 김태경, 허진희 동지 미니 인터뷰

by 철폐연대 posted Apr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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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철폐연대 [투쟁사업장 방문모임]에서 부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김태경, 허진희 두 동지를 만났습니다. 투쟁 697일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1. 4월 1일이면 700일을 맞는 장기 투쟁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텨올 수 있었나?

(태경) 지난 70년 동안 서면시장의 직원들이 계속 그만두고 나가는 것이 반복되었다. 비리, 운영상의 문제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바로 잡히지 못한 상태에서 노동자만 일터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어 온 거다. 우리가 노조를 세우고, 여기서 포기하면 그런 일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측은 죄가 없고 직원들이 문제인 것처럼.

시장에도 노동자들이 있는데 노조는 없다. 시장번영회에 무슨 노조가 있냐는 식이다.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노조가 시장을 망하게 하려는 것처럼 여겼다. 우리만이라도 지켜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상인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꾸준히 집회를 하고 선전전을 하면서 알려내다 보니 바뀌는 것이 있어서 또 힘을 내게 되기도 했다.

 

2. 두 동지만으로 긴 시간 버텨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서로 다툴 때도 있었을텐데..

(진희) 많이 싸운다. 둘이 의견이 다르면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 동지들이 있으니까 합의점을 찾게 된다. 남성, 여성이라서 서로 뇌 구조가 다르다.(ㅎㅎ) 그걸 맞춰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다. 그래도 딱 하나. 노동조합 인정 받아야 되겠다는 것. 인권을 탄압하고, 노동자를 노예처럼 여기는 현실을 알려야겠다는 의지는 둘이 똑같이 가지고 있다. 얼굴에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온간 비인간적인 행태들을 겪으면서 그래도 버텼던 것은 해고자가 한 명 있으니까. 지회장이 해고 상태이고, 나도 복직은 했지만 일을 할 수는 없는 상태다. 우리의 주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우리가 옳다는 것. 우리 둘이서 해결을 못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생활도 엉망이고 집에서도 말린다. 그래도 포기 못 하겠다. 그러면서 부산일반노조 가입하고, 지금 투쟁대책위 결성까지 온 거다. 이제는 둘이 눈만 보면 의견이 맞곤 한다. 그래도 싸우는 건 여전하지만. ^^

 

3. 투쟁하면서 고소고발도 많을 것 같은데?

(태경) 쓰레기 하나를 버려도 업무 방해라고 했다. 말도 안되는 고소건이 많아서 거의 다 무혐의를 받았고. 민사로 진행하고 있는 건 체불임금 부분이다. 진희 동지가 지금 파업 접고 들어갔는데 임금을 안 줘서 5개월치 임금이 밀려 있다. 차일피일 미루면서 핑계만 대서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하고 소송을 진행중이다.

(진희) 작년 11월 폭행건도 재판이 진행중인데, 처음에는 합의하자고 계속 요구했다. 그런데 합의를 종용하다가 안되니까 안 때린다고 우긴다. 증거가 다 있어도 막무가내 주장이다. 시간 끌면서 열받게 하고 지치게 하려는 것 같다.

 

4. 해고자 원직 복직, 체불임금 지급, 단체협약 체결, 이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이루어진다면 뭘 하고 싶은가?

(태경) “서면시장에 노조깃발 꽂았다”, “해냈다” 이 말 한마디 하고 싶다. 시장 주변으로 상가 건물들이 많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를. 주변에 노조 있는 곳이 없는데, 이 투쟁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고. 지금은 방관자일지라도 우리가 승리하면 지켜보던 많은 시선들이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다른 투쟁들을 보면서 힘을 많이 내니까. 다른 동지들이 승리했을 때 우리가 받았던 느낌, 그 느낌을 우리도 주변 노동자들에게 주고 싶다.

 

5. 정말 필요한 현실적인 도움이 있다면?

(진희) 대책위가 마련되어 좀 더 기댈 곳이 생겼다. 그전까지는 생활고가 너무 심했다. 카드까지 막히고, 폭행을 당했는데 치료를 하기도 어려웠다. 병원비도 없었고. 법원도 소송 때문에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차비가 없어서 걸어 다녔다. 그렇게 버텼다. 어느 날은 지회장님이 요금을 못 내서 휴대폰이 끊겼다고 하고. 해고노동자들에게는 비일비재한 일인가 싶기도 했고, 우리 한계인가 싶은 생각도 있었다. 건강 문제도 있다. 투쟁이 700일이 되어 가고, 폭행으로 치료를 받는 것도 있고.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없는 병도 생기는 것 같아서 그게 힘들다.

대책위를 통해 함께 이야기를 하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좋다. 5월 26일 후원주점을 하니, 많이 찾아주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마치는 말>

서면시장에는 건물을 소유한 점주들보다 임대료를 주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더 많지만, 서면시장번영회 회장단은 상인들이 아닌 점주들이 선출을 해, 그간 크고 작은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18년에 선출된 현 회장단이 임기 2년이 지난 후에도 불법으로 회장단 지위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회장단 선거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에 불응하자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이 2020년 12월 31일,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투쟁이 4월 1일로 700일이 되었습니다.

 

두 동지가 남아 있는 일반노조 소속의 작은 사업장입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은 이런 작은 노조를 우리가 함께 지켜낼 수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요? 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장기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사실은 많이 지쳐 있을 두 동지에게, 철폐연대도 함께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더 찾아보겠노라는 약속을 전합니다. 투쟁!

 

[투쟁사업장 방문모임]_미니인터뷰_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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