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4] 가짜 3.3 노동자는 누구이며, 무엇이 문제일까? / 이주영

by 철폐연대 posted Apr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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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가짜 3.3 노동자는 누구이며, 무엇이 문제일까?

 

 

이주영 • 권리찾기유니온

 

 

 

‘가짜 3.3 노동자’라는 단어는 여전히 생소하다. 어디 가서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를 한다’고 하면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짜 3.3이 뭐냐는 질문부터 듣는다. 3.3은 어디서 나왔고 왜 가짜란 것인가? 그리고 이게 왜 문제인가?

 

가짜 3.3,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는 수법

 

3.3은 사업소득에 대한 세율이다. ‘사업소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업장에 고용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게 징수하는 세금이다. 보통 ‘프리랜서’, ‘특수고용’으로 불리는 직종에 위탁자가 세금 3.3%를 원천징수하고 돈을 주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사업주가 이 세금을 실제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 다시 말해 노동자를 개인사업자처럼 위장하는 것이 가짜 3.3이다. 그렇다면 왜 사업주들이 이를 이용할까?

 

사업주 입장에서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취급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일단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규정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인이 일하는 사업장의 경우, 4명까지만 직원으로 등록해 놓고 나머지 3명을 개인사업자(가짜 3.3)로 등록해 놓으면 5인 미만 사업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장·야간·휴일 등의 가산수당 안 주기, 연차·생리휴가 안 주기, 부당하게 해고하기 등이 가능해진다. 실제 평택에 있는 한 아울렛은 420여 명의 직원을 5인 미만으로 위장했다. 170여 명을 사업소득자(가짜 3.3)로 위장시키고, 사업장을 36개로 쪼갠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규정과 가짜 3.3을 악랄하게 활용한 사례다. 실제 가짜 3.3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사례를 조사하며 발견한 수법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면 가짜 3.3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여러 노동법에 보장된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형식적 노동자가 아니니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며 해고도 자유롭다.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사측이 협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결국 가짜 3.3은 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인 것이다.

 

간혹 4대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3.3% 세금을 내는 것이 더 금액이 적으니 노동자가 직접 3.3 계약을 받아들이거나 요구한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4대 보험이 본인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해당 임금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드니 당장 받을 수 있는 돈만 생각하는 것이다. 십만 원 안팎의 돈이 크게 느껴진다. 실제 가짜 3.3 실태조사에서 재직 중 겪는 어려움으로 “급여가 너무 적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58.8%로 가장 많기도 했다.

 

어느 곳에서나 쓰이는 가짜 3.3

 

최우정 씨는 ‘ㅂ’프로축구단에서 14년간 일한 유소년 감독이다. 매일 아침 7시에 사무실로 출근했으며, 구단이 정한 수업 시간표와 행사 커리큘럼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쳤다. 축구교실 외에도 구단이 요구한 학부모 대상 비디오 촬영, 초등교사 축구 수업까지 진행했다. 가르친 아이들이 22개의 우승 트로피를 땄다는 자부심으로 한 해 약 3만 명을 가르치며 헌신적으로 일해 왔지만, 구단은 이틀 남겨 놓고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퇴직금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는 ‘프리’했는가? 아나운서, 학원강사, 방송작가, 축구감독 등 ‘프리랜서’의 실질적인 노동환경과 조건은 상당히 종속적이다.

 

이런 노동자성 문제도 앞으로 계속 따져 봐야겠지만, 전형적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이 아닌 직종에까지 가짜 3.3 수법이 무자비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앞서 언급한 프로축구단에는 감독이나 선수뿐 아니라 장비사(축구단의 장비를 관리하는 직업)와 같은 스텝들도 3.3%를 떼는 계약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가짜 3.3이 관행적이고 폭넓게 쓰이는 것이다.

 

실제 사업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믿을 만한 알바는 3.3% 원천세 신고가 효율적이다’라는 조언이 돌아다닌다. 다른 한 편에서는 ‘알바하는데 원래 3.3% 떼는 것이냐’는 질문이 돌아다닌다. 실태조사를 위해 거리 선전전을 할 때도 영문도 모른 채 3.3%를 떼이고 있다는 젊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3.3% 세금을 편리하게 환급해 준다는 ‘삼쩜쌈’ 업체가 광고에서 주 타깃으로 삼는 이들이 식당, 카페, 빵집 등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것도 이와 연결되어 있다.

 

 

5. 본문사진1.png

가짜 3.3 위장 유형.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노동

 

가짜 3.3 노동자들은 일터에서도 퇴직 이후에도 불안정하다. 일단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니 산재처리, 국민연금, 실업급여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사업주에 따라 근로기준법을 선택적으로 적용받거나 아예 적용받지 못하는 일도 있다.

 

영어강사 조이(가명) 씨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영어학원에 입사했지만, 사업소득세를 냈다. 학원장은 그가 15시간 미만 일하기에 4대 보험에 가입해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근무시간은 18시간 이상이었으며, 연장근로도 있었다. 가산수당도 받지 못했다. 나중에 학원장은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며 해고통보를 했다. 퇴직금은 섭섭지 않게 챙겨 주겠다 했지만, 고작 20만 원이었다. 퇴직 이후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급여 신청도 할 수 없었다. 실태조사에서 퇴직 후 우려되는 것에 대해 물으니 ‘퇴직금이 적거나 없다’(35.6%)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19.1%)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또한 계약의 형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차별당하고 쉽게 생계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한 지역 방송사의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동우(가명) 씨는 공개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하는 일은 정규직 아나운서들과 다를 게 없는 일반적인 아나운서의 업무였다. 휴가 때는 서로 대타를 맡아 주기도 하고, 주말에는 당직도 섰다. 회사의 행정 업무도 맡았다. 그런데 2021년 회사는 정규직 아나운서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기존 프로그램을 하나둘씩 없앴다.

 

프로그램 건당 임금을 받았던 당사자는 매달 100만 원 남짓만 손에 쥐게 되었다. ‘떠나라’는 의미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는 일이 같아도 프리랜서라는 계약의 형식을 핑계로 차별받았다. 그는 권리찾기유니온과의 인터뷰에서 방송국이 “책임 있게 고용하지 않기 위해서, 값싸게 인력을 쓰고 값싸게 버리기 위해서” 프리랜서를 채용했다는 걸 체감했다 한다. 프리랜서는 마음대로 써먹고 법제도도 피해 갈 수 있는 비정규직의 세련된 이름이기도 했다.

 

가짜 3.3은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현장에 일시적이고 빠르게 노동력을 공급해야 하거나 임금을 최소화해야 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이 알다시피 건설현장과 조선소는 하도급이 만연하다. 아파트 마룻바닥을 까는 마루시공노동자의 일터는 ‘건설사 → 제조사(시공업체) → 관리자 → 노동자(3.3% 계약)’로 이뤄지는 구조에 있다. 여타 건설노동자들과 같은 현장에서 일한다. 하지만 일용직으로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나중에 사측이 임의로 계약 형식을 정해 놓기도 한다. 특히 개인사업자로 신고되는 일이 빈번하다.

 

조선소도 건설사와 고용 구조가 비슷하다. 그중 가짜 3.3 계약을 주로 하는 이들은 ‘물량팀’으로 불리는 노동자다. 재하도급 형태로 고용되며, 단기간 급한 작업을 하고 빠진다. 이와 관련해 2022년 12월, 현대삼호중공업의 블라스팅 노동자들은 작업거부에 돌입하며 회사에 물량제 폐지와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했다. 블라스팅 노동자들 또한 구두로 계약을 해 왔으며 3.3 세금을 떼였다고 한다.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현재 권리찾기유니온은 가짜 3.3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안으로 근로기준법 입법대안과 노동행정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입법대안은 근로기준법 2조(근로자와 사용자 정의규정) 개정을 말한다. 현행법상 근로자 정의규정(제2조제1항제1호)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근로자성의 징표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증명자료가 부족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 다양한 유형의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행 사용자 정의규정(제2조제1항제2호)은 사용자를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 같은 곳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의 노무제공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이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사업주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나왔다. 근로자 정의규정 개정안은 근로자가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한다는 점만 입증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한 징표들을 모두 입증하지 않으면 근로자성을 인정하도록 한다. 또한 새로운 노동관계가 창출되어도 근로자로 추정하는 대원칙을 유지하도록 한다. 사용자 정의규정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데 영향력이 있는 자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고, 대통령령을 통해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게 하도록 한다.

 

 

5. 본문사진2.jpg

2023.01.17. 가짜 3.3 노동실태 연구조사 노동개혁과제 국회토론회. [출처: 권리찾기유니온]

 

 

노동행정 개혁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가짜 3.3을 활용한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 전수조사를 하자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가짜 3.3은 가짜 5인 미만 위장에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법이다. 작년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된 사업체 수는 100만 2,487개다. 이 중 사업소득자 없이 근로소득자만 신고한 사업체 수는 78만 6,694개다. 나머지 21만여 개의 사업장은 사업소득자(가짜 3.3)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를 합산할 경우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체의 수는 모두 10만 3,502개에 달했다. 사업소득자 합산 시 300인 이상이 되는 사업체는 250개에 달했다. 2017년도와 비교했을 때 약 두 배 정도 늘었다. 유의미한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두 번째는 가짜 5인 미만과 가짜 3.3 대응을 위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입법과제가 실현되기 전,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동행정이 필요하다.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는 사업장 규모와 계약의 형식을 위장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불법적으로 회피하는 실태를 조사하는 규정이 없다. 또한 위와 같은 사업장의 신고사건을 처리할 때의 필수적인 조사원칙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위장 사업장에서 피해당한 당사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근로감독관의 직권으로 위법 실태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근로기준법 회피 및 위장 사업장에 대한 조사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근로감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위의 방식만이 완전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등 노동권과 연결된 노동법 체계가 개선되어야 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나아지도록 계속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