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지부 임지연 지부장 미니인터뷰

by 철폐연대 posted Apr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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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철폐연대 4월 [투쟁사업장 방문모임]에서는 원청의 인원 감축에 맞서 투쟁 중인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지부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천막농성 25일차, 임지연 지부장님과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1. 노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노동조합이 우리를 찾아 왔다. 희망연대본부에서. 선전물로 전하는 다른 콜센터 이야기들을 보니 쉬는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우리와 똑같았다. 목표 응대율이 99.5%에 이르고, 화장실도 못 가고, 순수 응대시간이 다섯 시간을 넘어가고, 정수기에 물 뜨러 갈 때도 이석 버튼을 눌러야 하는 우리 일터 상황과 많은 것이 겹쳤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고 있었다. 불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몰랐던 거다. 그래서 노조로 전화를 했다. 우리 상황을 말하고, 노조에 가입하게 되었다. 1명 빼고 다 가입을 했다. 그렇게 2020년 10월에 노동조합을 세웠다.

 

2. 노동조합을 만들고 난 후 어떤 것들이 바뀌었나?

너무 신기하게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연차휴가를 쓸 때도 회사에서는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쉰다면서, 증거자료를 내라고 했었다. 가족 제사로 휴가를 써야하면 하다못해 장 본 영수증을 낸다든가 하는 식으로라도 자료를 내야 했다. 하루에 쉴 수 있는 인원수를 정해 두기도 했는데, 노조가 생긴 이후로는 그런 것이 없어졌다. 내부적으로 휴가 인원을 제어하는 것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고 짐작하지만 드러나게는 못한다.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근무자인데, 근속수당도 원래 5년차까지만 있었다. 노조를 통해 그를 6년차까지로 늘리는 성과도 있었다. 조기 출근을 시켜서 교육도 하고, 업무 내용에 대한 시험을 보게 했는데, 그런 부분도 없앴다. 또 하청업체를 상대로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되는 것, 결국은 원청인 서울신용보증재단에 이야기해야 하는 문제들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서울시 소상공인의 사업자금 조달을 돕기 위한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그런 소상공인들을 위해 필요한 1차 상담을 하는 곳이다. 대출 상담이라는 것도 대상이 되어야 하니까, 그 대상이 되는지를 안내하고, 보증, 대출 관련된 자료의 준비, 절차, 상담 지점 연결 등 모든 것을 상담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재단의 정책, 관련 법률 등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매우 높은 숙련이 요구되는 업무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콜센터가 그렇기도 하지만 감정 소모가 특히 많은 일이다. 어떤 분은 전화로 ‘한강 다리에 있다, 이거 안 되면 죽는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상담을 해야 하는 거다. 안타까운데 내가 심사를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같이 울기도 한다. 절박해서 전화를 하는 이들이다 보니 감정소모가 클 수밖에 없고, 또 대출 대상이 된다고 했다가 가서 안 되면 큰일이니까 업무 긴장도도 높다.

 

4. 인원감축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에 대해 말씀해 달라.

업무량을 생각하면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상담원 24명이라는 수는 매우 부족하다. 코로나19 시기 상담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는데, 서울시와 재단은 그를 모두 단기계약직으로 채웠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소강상태가 되고 업무가 줄어들자 기존 인원 자체를 더 축소하려는 것이다. 2020년 12월에 서울시에서는 투자출연기관 중 세 곳에 ‘투자출연기관 민간위탁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보하며, “기관별 직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 추진”을 위한 계획을 기관별로 그해 말까지 제출하라고 한 바가 있다. 그러나 정작 노조가 그에 대한 협의를 요구하자 오히려 인원을 감축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원을 줄이면 당장 일이 안 돌아갈 것 같으니까 인원 감축을 시도하면서도 근속이 높은 경력자를 남기고 단기 근속자부터 감축 대상에 포함하는 식으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

 

5. 정규직 노동자들과 업무가 연결된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재단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상황을 알고 있나?

우리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어떤 상황인지를 정리해서 넘기면, 심사, 검토 등을 재단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한다. 그 과정에서 물어봐야 하는 것도 있고, 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도 있다. 상담원이 1차 상담 업무를 다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인데, 그게 연결이 잘 안 된다. 업체는 사람 장사라서 인력관리, 콜 수 관리만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일이 서로 연결된 것과는 달리 민간위탁이라는 구조로 나뉘어 있어 정규직 노동자들과 우리는 서로의 상황을 잘 알기 어렵다. 서로가 입장을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해 오해만 쌓여가는 것 같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상황이 그동안 어땠는지를 전하고 싶다. 대화의 자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6. 지금 투쟁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어떤 것보다 인력을 감축하려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을 힘들게 한다. 같이 일하던 이들이 나가야 할 수도 있다는 것. 심지어 그걸 우리에게 정하라고도 했다. 누가 나갈 건지, 여섯 명을 줄여야 하니 노조에서 누가 나갈 건지 찍으라고. 이렇게 노숙농성하고 피케팅하고, 캐노피에 올라갔을 때도 재단은 눈 깜짝 안하더니, 국회의원이 와서야 진전된 이야기를 내놓았는데, 그마저도 다음 날 다 뒤집고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식이다. 우리가 이런 존재인가 싶었다. 우리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나 싶고.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게 된다. 제대로 된 대화의 자리가 열릴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7. 이후 투쟁 계획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달라.

하청업체와 교섭은 결렬되었고, 더 이상 대화는 의미가 없다. 원청인 재단을 만나야 하는데 제대로 된 만남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서울시도 재단 핑계만 대고 있다. 서울시가 직접고용 가이드라인을 냈기 때문에 그의 이행을 요구하며 재단과 대화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면담을 잡아도 권한 있는 사람을 만나지를 못했다. 당장 인원 감축을 백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노피 투쟁을 통해 인원 감축이 보류되고 원청과 협의를 하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여겼는데, 재단이 말을 뒤집고 있어서 다시 더 강한 투쟁을 이어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기자회견, 집중집회, 농성장 결합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대를 요청드리게 될 것 같다. 많이 응원하고 함께 해주면 좋겠다.

 

<마치는 말>

민간에 위탁했다는 말, 그것으로 서울시가 책임을 벗을 수 있을까요?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책임 주체는 서울시이고, 신용보증재단인데, 정작 그 정책이 돌아가도록 일선에서 뛰고 있는 상담원 노동자들은 인권 없는 일터, 노동권이 무시되는 일터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 노동자들이 권리를 깨닫고 싸움에 나서자 이제는 인원도 줄이고 아예 근무처도 밖으로 빼겠다는 풀아웃소싱을 추진합니다. 서울시와 재단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들은 염두에도 없나 봅니다. 오히려 전화기 넘어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애환을 함께 겪는 상담원 노동자들이야말로 이 업무의 중요성을 잘 압니다.

서울시가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고용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노동단체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할 것입니다.

 

[투쟁사업장 방문모임]_미니인터뷰_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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