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5] 문화예술노동연대 예술노동포럼 / 안명희

by 철폐연대 posted May 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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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문화예술노동연대 예술노동포럼

 

 

“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part 2”

 

 

안명희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예술인’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싸우는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있다. 방송, 영화, 출판, 공연, 음악, 예술강사, 웹툰, 웹소설 등 이들은 각각의 문화예술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예술인/문화예술노동자 공동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문화예술노동연대’라는 연대체를 꾸렸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2018년부터 예술노동 의제를 탐구하는 ‘예술노동포럼’을 진행해 왔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조설립과정과 단체교섭에 관해, 예술인에 대한 코로나19 정부지원정책 분석, 문화예술분야 계약관계 및 계약서 검토, 문화예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이해, 창작노동자의 권리보장, 문화예술 불공정 피해신고사례 및 신고센터 운영방안 모색,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 산재보험, 예술인권리보장법, 노조법 2·3조 개정 등 예술과 노동을 넘나들며 꾸준하게 현장 논의를 해 오고 있다.

그리고 2023년 4월, 제21차를 맞아서는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각기 다른 현장에서 밝히는 노동시간의 불안정성, 박탈당한 권리에 대해 찬찬히 짚어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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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노동연대 제21차 예술노동포럼 “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part 2.”

[출처: 문화예술노동연대]

 

 

예술인? 문화예술노동자?

 

음악, 공연, 방송, 영화, 예술강사, 웹소설, 웹툰, 출판 등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살펴보기에 앞서 ‘예술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예술인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예술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데도 예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와는 별개로 위치 지어진다. 그리고 이는 법과 제도로써 고착화되고 있다. 여러 법제도가 예술인은 곧 노동자가 아니라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예술인들은 동료들의 잇따른 죽음 앞에서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써 고용보험 적용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노동자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이유로, 특수고용노동자와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2011년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했고, 산재보험법을 개정하여 예술인에게 중소기업사업주 임의가입을 허용했다(이것이 현재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예술인 산재보험’이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또 흘러 코로나19와 맞닥뜨리면서 2020년 정부는 마침내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예술인 고용보험’을 시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예술노동자들은 ‘근로자는 아니나, 노무제공자와는 구별되는, 예술인’으로 법률상 규정되었다. 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② 고용/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 ③ 예술인이 있다는 말이다. 이에 문화예술노동자들은 ①이 되지 못하고, ②와 ③ 중 어디에 포함되었을 때 유리(?)한지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혹은 ③도 되지 못해 모든 법제도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고용형태로 말하자면 문화예술노동자들은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예술인의 고용형태는 ‘자유계약자(프리랜서)’로 언급되고 있으며, 여러 지자체 ‘프리랜서 실태조사’에서 문화예술분야 노동자들은 그 실질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대표적인 프리랜서 직업군으로 꼽힌다.

결국 문화예술노동자들은 문화예술산업에서 일하고 있고, 예술활동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단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이해되며, 근로계약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프리랜서로 분류되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술인/문화예술노동자들은 직업적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판단받아야만 하는 상태에 처한다. 그러니 예술인들이 ‘노동자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절실할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시간 실태

 

○ 음악

대중음악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예술활동증명 시스템에 등록된 예술인들 중 2위로 많다. 프리랜서 비율이 80% 이상이고, 구두계약을 포함하더라도 계약의 경험이 51.1%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실상 계약 없이 알음알음 일하고, 계약은 단건일 가능성이 높다. 계약 보수에 있어 노동시간, 노동강도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연습이나 이동에 따른 금액 또한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다.

겸업 음악인의 경우, 전체 활동 시간 중 예술활동에 쓰는 시간은 약 25% 정도라 한다. 문체부 통계에 따르면, 대중음악인의 25%가 11.8시간 예술활동에 투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개인적인 연습이고 어디서부터 직업적인 연습일까? 특정한 공연을 위해서 연습하는 것만이 직업적인 연습이라고 한다면,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아도 같은 퍼포먼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마감일이 잡히면 몰아서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음악을 만들거나 팔게 될 때, 발매일이 잡혔을 때 등 보통 길어 봐야 2주, 짧으면 2~3일 정도 안에 해낼 것을 요구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실제로 노동시간이 되게 집중적이고 조금 더 복잡하게 산정될 것이다. 고로 보수까지 이어지는 모든 단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짧은 기간 안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높다.

 

○ 공연

공연예술은 크게 3개의 직종으로 나눌 수 있다. △ 기획, 연출, 작가 등 처음 공연을 준비하는 직종이 있고, △ 작품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배우들(가수, 세션 등 포함)이 있으며, △ 공연장을 꾸며 주는 각종 스태프(무대, 조명, 음향, 그 외 스태프)가 있다. 기획, 연출, 작가 등은 노동시간을 따지기가 어렵다. 배우들의 경우는 연습시간과 공연 당일이 전부 노동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태프의 경우는 제작부터 셋업까지 혹은 당일 스태프로 있는 시간이 노동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노동시간, 임금체계, 노동강도 등을 책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표준계약서 등을 통해서 10명 중 6명은 연습기간부터 기간으로 포함은 하고 있지만, 그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계산해서 임금을 주는 형태는 아니다. 그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되는 경우는 많지만, 임금을 책정할 때는 최종 수익에 따른 배분 혹은 정액으로 계약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체계는 잡혀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공연을 하더라도 지원금이 많을 때는 좀 더 많은 출연료가 책정되고, 지원금이 적은 경우에는 거의 최소한의 출연료가 책정되기도 한다. 현재 대학로는 1주일 혹은 2주일 공연이 가장 많다. 6회에서 13회 정도 공연을 하게 되는데, 적을 경우 20만 원에서부터 출연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당일 준비부터 공연까지의 시간을 합쳤을 때 최저임금도 안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연습기간 임금을 주는 경우들도 극소수 존재하긴 하지만, 이 또한 노동법상의 최저임금을 넘기지는 않는 수준이다.

 

○ 방송연기자

대부분 방송출연계약서의 계약기간은 촬영 종료 또는 방영 종료 시까지이다. 이는 고정 촬영을 하는 배우뿐 아니라, 1회 또는 단기간 촬영하는 조단역 배우들에게까지 강요되고 있다. 그래서 단체협약에서 세부적인 촬영기간을 명시할 것을 방송사와 제작사에 요구하고 있는데, 아직 요원하다. 계약서상으로 계약기간이 방영 종료까지라고 한다면 캐스팅부터 방영 종료 시까지 또는 계약시즌 분량이 전부 오픈될 때까지 후시녹음, 보충촬영 등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우에 따라 시사회 무대인사까지 작업기간으로 볼 수 있다.

집중 노동시간은 계약과 동시에 촬영에 필요한 신체, 언어, 심리상태의 동일화를 위한 작업이 있고, 그에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 비용은 제작사가 일부 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배우 본인의 몫이다. 촬영 당일에 가장 많은 작업이 발생하고 완성을 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장에 있을 때뿐 아니라, 공동작업을 위한 컨디션 유지를 위해 촬영 며칠 전부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또한 배우의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장면에서 어려운 강도로 계속 촬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장면의 연속성이나 컨디션의 유지를 위해 집에 오는 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현장에서는 노동시간 준수와 효율성, 비용 절감을 위해 스태프들의 철야를 꼭 필요한 상황에만 진행하기에 배우들의 대기시간과 작업시간도 예전에 비해서는 짧아진 것이 사실이다.

출연료는 노동시간에 준한다기보다 인지도나 지명도에 따라 회당으로 책정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OTT의 등장으로 사전제작 시 날짜를 몰아서 일당 계약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는 회당 출연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출연료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 방송스태프

방송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감독급은 아직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주 52시간 상한제에 해당되지 않아 현장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방송사 및 OTT가 제작사(또는 여러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그 제작사들은 다시 스태프들과 계약을 맺고 일한다. 방송피디나 방송작가들의 경우는 다양한 계약형태가 혼재되어 있다.

방송 드라마 스태프는 대부분 주 52시간을 지키려고 하지만 주 4일, 일 13시간(휴식시간 제외)이라는 기형적인 형태이다. 1일 3시간에 달하는 이동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하지 않아 실제 노동시간은 18~20시간에 가깝다. 특히 사극같이 장거리 지방 촬영이 주된 현장도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시키지 않거나 심지어는 무급으로 전날 선출발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방송피디나 방송작가의 경우, 대부분 1일 24시간 노동해도 불평할 수 없는 구조이다. 모든 것이 방송 스케줄에 달려 있기 때문에 알아서 일하고 알아서 쉬어야 한다.

방송 드라마 스태프들은 대부분 일당으로 받기 때문에 52시간이 넘는 경우 불법이지만 추가 수당을 협의해서 받을 수는 있다. 방송피디나 방송작가는 많은 경우 방송 편당 페이를 받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일하든 보수가 올라가는 일은 없다.

 

○ 영화스태프

현장 영화스태프는 촬영 준비기간부터 주요 업무가 시작되는 부서와 촬영현장에 바로 결합하는 부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일부 후반작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간제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 준비기간 막바지 1개월과 본 촬영기간 동안 집약적 노동이 이뤄진다. 장비 중심의 부서는 1주 52시간에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그 이하의 예외적 경우도 있다)이고, 그 외 부서의 경우 인정되지 않는 노동시간이 많다.

개별 진행하는 업무의 경우, 노동시간으로 기록되지 않는 공간과 시간에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촬영계획 및 관리, 배우를 포함한 스태프 관리, 공간 섭외 및 관리, 예산 및 정산관리, 소품/의상/분장에 대한 정리와 준비 그리고 장비 점검 및 관리 등 제공된 사업장이 아닌 숙소 또는 집 등에서 개별로 이뤄질 수 있는 업무가 많다.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인정’이 ‘기록의 어려움’이란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사실상 많은 스태프가 1주 52시간을 허울로 느끼게 하는 이유이다. 물론 본 촬영이라도 52시간 내에 이뤄져서 다행이라 말하기도 한다.

사전작업이 많이 이뤄지는 부서는 인정되지 않는 소위 ‘개별 노동’ 포함하여, 1주 6일 이상 일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일하는 시간만큼 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밀도 있는 노동이 시작됐다. 노동강도에 있어 특례업종으로 무제한 노동하던 때보다 시간당 강도는 지금이야말로 최고조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59조 특례업종 시기의 근로계약에서는 최저임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시간급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연장노동 때문에 임금 총액이 증가하기도 했다. 1주 52시간 적용 후 해당 기준의 월임금이 정해지고 역산을 통한 시간급이 환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최소 약정 임금(1개월 최소 임금) 근로계약이 많아지고 있다. 계약서는 동일하게 시간급만 담겨 있지만, 부속계약서 또는 구두상 약정으로 1개월 ***만원으로 ‘최소한 지급 임금’을 정하는 것이다. 부가적인 조건으로 추가 수당이 지급되는 조건이 담기기도 한다. 산업 내 표준보수지침 마련과 보급이 법제도상 단초(영화비디오법)가 있지만, 향후 몇 년의 시간은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예술강사

8개 분야(국악, 영화, 만화애니, 연극, 무용, 공예, 디자인, 사진)의 강사들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계약하여 초중고 학교에 파견되어 나가는 강사직군으로 시수당 임금을 받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거의 교육청과 교섭을 하는데, 예술강사만 유일하게 진흥원과 교섭을 하고 있다.

예술강사 제도가 시작된 지 23년째이다. 지금까지는 연속 고용 형태로 운영되어 왔지만, 2021년에 갑자기 23년까지 3년간 연속 고용 보장한다고 통보하였다. 2024년 이후의 고용에 대해서는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4월 현재까지도 결정된 바 없다는 소리만 하고 있는 상태다.

예술강사는 정규 수업시간에 들어가 교과수업, 창제 등에서 예술교육을 한다. 노동시간은 10개월 476시간이 최대시수이고, 월 59시수 이하, 주 15시간 미만이다. 그러나 1년 평균시수는 최대시수에 훨씬 못 미치는 270시수 정도이다. 초단시간 노동자라 4대 보험 중 직장 건강보험이 제외된 상태이다. 강의하는 대로 시수에 따른 보수만 있지 그 외 다른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1시간 수업하는 데 준비시간이 약 2시간 정도 필요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예술강사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계약한다. 대부분의 예술강사는 1~2월에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 시간을 투자한다. 예술강사의 보수는 현재 시간당 43,000원이다. 2017년 전에는 40,000원이었다가 노동조합이 투쟁하여 2017년부터 3,000원 오른 43,000원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2023년 올해 임금투쟁을 하여 50,000원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 웹소설, 일러스트

웹소설 작가의 노동시간을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이 투잡, 즉 겸업을 하기 때문이다. 겸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웹소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 달 생활을 할 만큼이 되지 않는 이유도 포함된다. 웹소설 작가가 일을 시작하는 시각은 대체로 오전 10시, 혹은 오후 6시이다. 저녁에 일을 시작하는 경우는 생업을 끝내고 잠들기까지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밖에 주말, 공휴일 등 쉴 수 있는 날은 꼬박 하루를 투자하여 글을 쓴다. 이렇게 작업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을 측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이후 웹소설 시장에도 웹툰처럼 연재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는데, 웹소설의 연재주기는 일주일에 4회 이상으로 매우 많은 편이다. 노동시간이 많아지는 원인으로 과도한 노동량과 낮은 단가를 이유로 꼽았다. 현재 웹소설을 유료연재하려면 일주일에 4일 이상 연재, 그것도 한 편당 4,000자 이상 써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A4 용지 4~5페이지에 해당하는데, 웹소설 편당 가격은 100원에 불과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회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 때문에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한 작품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공백기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연달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웹소설 표지와 작화를 담당하는 일러스트 작가 또한 과도한 노동량에 시달리고 있다. 일러스트 작가는 겸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작업량에 비해 단가가 낮기 때문에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웹소설이 연재될 때는 매주 두 장 이상씩 일정 이상 퀄리티를 지닌 삽화를 그려내야 하며, 연재가 끝날 때까지 휴재를 할 수도 없다. 그마저도 최근 웹소설 연재 플랫폼에서는 삽화의 비중을 줄이거나 단가를 더욱 낮추어서 일러스트 작가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마감이 다가오는 시기에는 밤샘 작업도 수시로 하게 된다고 한다.

 

○ 출판

출판노동자는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으로 출판사 내에서 책을 만드는 노동자(재직노동자)와 출판사 밖에서 책을 만드는 노동자(외주노동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창작노동자들이 있다. 글작가, 그림작가, 사진작가, 번역가 등인데, 2023년 연구보고서로 제출된 출판 외주노동자 실태조사 때 이들까지 포함했던 것은 출판 외주노동과 동일한 노동문제가 발생하고, 출판사의 지휘 감독을 받고, 중간업체나 저작권 등 외주노동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이 있어서였다.

출판 재직노동자의 70%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2023년 출판노동자 요구안 설문조사에서 재직노동자들은 연장근로 제대로 보상받기(74.3%), 장시간 노동 줄이기(64.4%), 포괄임금제 폐지(62.7%)를 요구했다. 오래 일하고 있으나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주노동자들의 경우, 프리랜서라서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52.1%가 하루 8시간 이상 일한다고 했고, 12~14시간 일한다는 경우도 8.1%에 달했다. 한 달 중 20일 이상 일하는 경우는 49.1%였으며, 주목할 점은 25일 이상 일한다는 답변이 26.3%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마감이 다가오면 일상적인 노동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여하게 된다. 마감기간은 한 달에 5~7일이 가장 많은데, 이 기간 즈음에는 장시간 야간노동을 하며 마감일정에 맞춰 작업을 진행한다. 매우 강도 높은 노동이 매달 반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노동자들이 이렇게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리한 출간 일정, 촉박한 일정 때문이다. 특히나 외주노동자들은 일정의 문제뿐 아니라, 낮은 작업 단가와 상습적인 작업비 체불 문제가 있다. 작업 단가가 낮고, 책이 나오면 작업비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문제로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2023년 출판노동자 요구안 설문조사에서 외주노동자들은 적정한 작업 단가(95.1%), 작업지 지연/체불 금지(69.6%)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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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2021년 문화예술노동자 요구안 발표. [출처: 문화예술노동연대]

 

 

현장에서 내놓는 요구는? 대안은?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1일 8시간, 1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적용해야 한다. 노동자가 아니라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어서 등의 이유로 노동법 적용에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개별계약, 근로계약을 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방송 드라마 스태프의 경우 촬영 일당 페이가 아닌 월급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방송피디나 방송작가의 경우에도 방송 편당 페이가 아닌 월급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편당 페이를 받기 때문에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 편성이 대체될 경우 아무런 급여도 받지 못하고 무급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작품이 생업의 밥줄이다. 짧은 배역이더라도 준비, 대기, 촬영 후반 모든 작업에 의무를 가지므로 방송연기자노조는 최저 출연료를 상향하고 제반비용(식비, 숙박비, 교통비, 철야비)을 제작사가 부담(최저 출연료+비용)해야 한다고 판단, 최저 출연료를 계산하기 위한 연구용역과 설문에 들어간 상태다.

플랫폼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제작사와 더불어 복수 사용자라고 볼 수 있으며, 사용자로서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적 안전망 보장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익 분배에서도 정보 공개 의무화와 더불어 적정 수수료 가이드를 내놓고 준수해야 한다. 저작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량을 줄여야 한다. 휴식권이 필요하다.

예술계 표준임금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직무별 표준임금(혹은 표준단가)을 책정해 공유하고 표준계약서의 직무별 분야를 현행보다 더 상세히 만들어야 한다. 연습시간에 대한 임금, 리허설에 대한 임금, 공연에 대한 임금 등 세분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연차 등에 따른 차등 또한 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수 체계와 보수 금액 특성상, 전업 예술인뿐만 아니라 겸업 예술인을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 노동에 대한 인정 및 노동시간 산정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간주근로시간제, 선택근로시간제 등의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집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수에 그치지 않고, 단기간 집중 노동하는 방식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모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4대 보험에 가입되어야 한다. 일정 주기마다 일정 금액을 예술인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의 복지시스템도 실험해 볼 만하다.

예술노동의 신화화를 타파해야 한다. 문화예술노동자는 원래 ‘불규칙하게 살며 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분야의 예술인이건 노동시간의 불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한 예술노동’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