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9]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 조직화 방안 / 배경미

by 철폐연대 posted Sep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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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 조직화 방안

 

 

배경미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사서분과장

 

 

 

10곳 중 5곳 이상 사서(교사) 없이 비어 있는 학교도서관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학교에는 도서관이 있다. 각 교육청들은 설치율 98%에 달하는 학교도서관을 보다 ‘쾌적한 독서환경 조성’, ‘미래교육’을 위한 ‘교수·학습의 중추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시설개선 사업에 앞다투어 많은 예산을 쏟고 있으며, 그 결과 “우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시설을 갖춘 학교도서관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멋지고 쾌적하게 변신한 학교도서관 10곳 중 5곳이 넘는 곳은 학교도서관을 ‘미래교육’을 위한 ‘교수·학습의 중추적 공간’으로 바꾸어야 할 사람인 사서나 사서교사가 없다. 2018년 개정된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모든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 등’1)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문인력인 사서(교사)2) 배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8%에 불과하다.

 

시설이 아무리 멋들어져도 사서(교사)가 없는 도서관은 도서관이 아니다. 이처럼 운영할 사람이 없는 학교도서관은 누구라도 문은 열어야 하므로 담당교사나 학부모 자원봉사 등을 활용하여 근근이 개방만 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에는 반드시,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법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이란 학교에서 학생과 교원의 학습·교수활동을 지원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을 말한다. 학교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곳을 넘어 교사와 학생들의 교수와 학습을 지원하는 중추적인 ‘교수-학습지원센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법에서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2학년 통합교과 단원의 ‘우리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일’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과 함께 수업시간에 도서관을 찾았다고 생각해 보자. 이 과정이 담임교사와 사서(교사)와의 협력수업으로 이뤄질 때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학습과제를 받고,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관련 주제의 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안내를 받고 과제를 해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료 활용방법과 정리방법을 익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결과물로 재구성하고 만드는 방법까지 나아가고 습득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많은 정보 중에서 나에게 필요하고 내가 원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어떤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를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되고, 습득한 정보 지식을 상황에 맞게 재가공해 활용할 줄 아는 문제해결력과 더불어 창의성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교육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달라질까?

 

학교도서관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교 교육의 중심인 교수-학습지원센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고, 우리 교육의 질적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핵심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학교도서관의 목적실현을 통해 우리 교육의 질적변화를 위한 지원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도서관에는 ‘누구라도’가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춘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학교도서관 정상화를 위해 교육공무직 사서도 함께 배치해야 한다

 

2018년 학교도서관진흥법이 개정된 후부터 2022년까지 교육부는 해마다 200여 명 정도씩 사서교사 채용은 꾸준히 늘려 왔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동결되었다. 같은 기간 각 지역 교육청들의 교육공무직 사서 채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표1>에서 보듯이 17개 교육청 중 배치율이 절반이 넘는 곳은 서울, 경기, 대구, 광주 4곳에 불과하며, 30%도 못 미치는 곳은 대전, 울산, 경북, 전남, 전북, 제주, 충남으로 무려 7개 지역이나 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 교육공무직 사서를 늘릴 계획이 없다.

 

 

<표1> 2022년 학교도서관 전문인력 배치 현황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3ce05758.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150pixel, 세로 750pixel

[출처: KESS 교육통계서비스]

 

 

사서교사마저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공무직 사서를 늘리지 않는다면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되는 날은 언제일지 요원하다. 학교도서관이 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할 일은 도서관을 운영할 사람, 즉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학교도서관을 정상화하고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공무직 사서도 함께 배치해야 한다.

 

여전히 불안한 교육공무직 사서들의 처우

 

2003년 교육부의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거 채용된 학교비정규직 사서들은 당시 학교도서관 전문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학교도서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헌신해 왔다. 그 결과 학교도서관의 위상은 자리를 잡아 갔고, 2018년 학교도서관 사서들의 염원이던 학교도서관진흥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으로 명칭이 변경되고 법이 개정된 지금도 교육공무직 사서들의 처우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중에서도 전남은 29명의 순회사서가 482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어 한 달에 한 번 개방도 어려운 학교도서관이 많다. 서울·강원·대구교육청은 사서가 있음에도 방학 땐 일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교직원, 자원봉사자 등을 활용하여 도서관 개방은 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다.

 

학교도서관 업무는 상시지속 업무다. 방학기간이라 하여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어쩌다 한 번 열려서도 안 된다. 시설을 개선하는 데는 넉넉한 예산이 사람에게는 인색해지는 고질적인 병폐가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학교도서관을 예산 문제로 바라보며 ‘방학 때 출근할 필요가 없다’거나 순회인력으로 때우는 것은 독서교육과는 거리가 먼 천박한 발상이다.

 

다양한 업무만큼 겪는 다양한 업무 질환과 정규직과의 차별적 처우

 

1인이 근무하며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운영자로, 학생·학부모·교사 등 다양한 조직을 운영하는 조직가로, 교수-학습지원자로, 독서교육 전문가로, 인문소양프로그램 운영자로 다양한 역할을 책임지는 학교도서관 사서의 노동강도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교육공무직 사서를 대상으로 수행한 <표2>의 조사 결과에서 보듯 응답자 중 다수는 장시간 동안 집중력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며(75.2%),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85.4%), 현재 하던 일을 끝내기 전에 다른 일을 해야 하는(66.1%)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표2> (교육공무직 사서) 업무 스트레스 - 업무 요구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그렇지 않다

그렇다

나는 일이 많아 항상 시간에 쫓기며 일한다

2.4%

44.9%

37.1%

15.6%

47.3%

52.7%

현재 하던 일을 끝내기 전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

2.6%

31.3%

48.6%

17.5%

33.9%

66.1%

업무량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1.6%

42.1%

39.7%

16.5%

43.8%

56.2%

내 업무는 장시간 동안 집중력이 요구된다

0.8%

24.0%

56.1%

19.1%

24.8%

75.2%

업무 수행 중에 충분한 휴식(짬)이 주어진다

13.5%

53.6%

32.1%

0.8%

67.1%

32.9%

일이 많아서 직장과 가정에 다 잘하기가 힘들다

4.7%

54.8%

30.5%

10.0%

59.5%

40.5%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1.1%

13.5%

58.8%

26.6%

14.6%

85.4%

[출처: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 노동실태 조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2022)]

 

 

사서교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는 신규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평균 근속이 11.5년을 넘어선다. 오랜 기간 반복된 노동을 해 온 교육공무직 사서들은 대부분 어깨·목·팔 등 근육통(88.3%)이나 두통·눈의 피로(72.3%), 요통(71.3%), 손가락·팔꿈치 통증(63.4%), 손목 건초염(61.6%), 그리고 전신피로(61.3%) 등을 겪고 있다.

 

 

<표3> 지난 1년 현재 업무로 인한 질병 경험

 

빈도 (명)

비율 (%)

 

빈도 (명)

비율 (%)

어깨, 목, 팔 등 근육통

545

88.3%

복통(위장, 소화장애)

154

25.0%

두통, 눈의 피로

446

72.3%

피부문제

121

19.6%

요통(허리)

440

71.3%

수면장애

115

18.6%

손가락, 팔꿈치 통증

391

63.4%

우울증

87

14.1%

손목 건초염

380

61.6%

기타

43

7.0%

전신피로

378

61.3%

청력문제

34

5.5%

하지근육통

194

31.4%

건강문제 없음

7

1.1%

* 기타: 대상포진, 원형탈모, 부인과실병, 비염(책먼지), 식도염, 홧병 등

[출처: 학교도서관 교육공무직 사서 노동실태 조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20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직렬의 특수업무 수당은 1982년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42년째 2만 원이고, 사서교사와 교육공무직 사서의 임금은 10년 차를 기준으로 할 때 연봉 2,4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조직확대의 토대는 동일한 근무조건 쟁취와 배치 투쟁을 통해

 

교육공무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학교도서관 사서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낮은 배치율로 인해 조직화할 대상이 적으며, 같은 일을 함에도 지역별로 근무실태가 다르고, 장기간 반복된 노동으로 인한 다양한 질환과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며,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정규직과의 임금 차는 매우 크다.

 

이들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근무조건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절반 넘게 비어 있는 학교도서관을 운영할 강력한 교육공무직 사서 채용 확대 투쟁이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투쟁, 임금 현실화 투쟁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직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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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도서관진흥법 제2조(정의) 2.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이하 “사서교사 등”이라 한다)를 둔다.

 

2)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전문인력의 자격은 대부분 사서교사와 (교육공무직)사서로 나눠지며 법에 따른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제2조(정의) 4. “사서교사”란 「초·중등교육법」 제21조에 따른 사서교사 자격증을 지니고 학교도서관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6. “사서”란 「도서관법」 제6조제2항에 따른 자격요건을 갖추고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