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12]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짧은 이야기 / 김모드

by 철폐연대 posted Dec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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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짧은 이야기

 

 

김모드 • 철폐연대 회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여성국장

  

 

 

신나는 민주노총 

 

요즘 민주노총은 선거 중이다. 이 글이 독자들을 만날 때쯤엔 새 임원들이 축하 인사를 받고 있을 것이다. 선거 때가 되니 여러 곳에서 민주노총에 관해 이야기한다. 임원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정책토론회도 한다. 나는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정책토론회를 보며 웃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오늘 글은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짧은 이야기다.

 

금속노조 간부로 활동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됐다. 아직 젊다 보니 인생의 1/15을 노동조합 상근자로 쓴 셈이다. 故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사건 이후로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내 마음엔 변함이 없지만, 민주노총을 보며 ‘아, 이게 뭐지’라며 고개를 흔들 때가 있다.

 

나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었을 때,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간간이 민주노총의 부족한 점에 대해 토로해 왔다. 한국 사회 민주노동조합 운동의 큰 획인 민주노총이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는 힘도 부족하고, 시민들과 괴리되어 있고, 철 지난 정세 분석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구시대적 방식(특히, 집회)을 고수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물론 민주노총의 정당한 이유는 있다.

 

탄압받아 온 노동운동의 역사, 노동운동이 그려 온 운동의 궤적이 이를 반영한다. 또한 민주노조운동은 자본과 기업에 맞서 투쟁하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아남기 위해 강렬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받은 470억이란 손해배상 금액 앞에 “우리 웃으며 춤추면서 즐겁게 집회합시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춤추고 싶다. 웃고, 재밌고 싶다.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 누구라도 같이 춤추고 싶은 사람들, 춤은 못 추지만 웃고 떠들고 싶은 사람들. 민주노총 임원선거 정책토론회를 보며 웃었지만(왜 웃었는지는 비밀이다), 내 마음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우리가 평상시에 춤춰도 괜찮은 이유다.

 

물론 재미와 진정성에 상관관계가 있다. 웃기고 신난 집회를 하면, 그 집회 사안에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가령 민주노총은 최근 집회에서 ‘밴드’를 배치하고, ‘노동노래’가 아닌 일반적인 가요를 부른다. 간부들 사이에서 ‘정세가 엄혹한데 이런 걸 하냐?’며 한마디씩 한다. 고로, 민주노조 운동이란 ‘자본의 언어를 쓰지 않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문화, 체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점은 여기서 발생한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120만 명뿐이라는 것이다. 나머지 2천만 명의 노동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른다. 하지만 뉴진스의 Ditto(디토)는 알 수 있다. 우리는 그 간극을 어떻게 메꿔야 할까?

 

 

8. 본문사진1.JPG

Nojos(노조스) ‘Danttu(단결투쟁)’ MV (side B)

 

 

모든 집회에서 상업음악을 부르자는 말이 아니다. 의식의 괴리를 해결하자는 뜻이다. 진정한 대중운동이라면, 대중의 시선으로 현실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조직된 노동계급이 멋지고 당차게 투쟁하면,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오는 세상”이 아니다. 한숨 나온다. 더 낮게, 더 왼쪽으로 가려면, 익숙한 옷을 벗어야 한다. 익숙한 방식의 노동운동, 벗어나도 된다. 

 

민주노총에도 성소수자 조합원이 있어요 

 

2019년에 구성된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이 최근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조합원 모임의 수를 늘려 가고, 선전물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성소수자 노동자 권리보장에 함께 합시다!’라는 선전물도 배포했다. 모임 구성원들이 조금씩 손을 보태며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에게 질의서도 보냈다. 기호1번 양경수-이태환-고미경, 기호2번 박희은-김금철-이영주 후보 모두 답변을 보내왔다. 해당 내용은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 페이스북이나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각 후보들은 성소수자 노동자, 성소수자 조합원을 부정하지 않았다. 답변에 대한 질적 평가는 개인이 판단하면 된다. 적어도 질의를 통해 ‘민주노총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진보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선된 후보가 얼마나 구체적인 사업을 펼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조합원 모임에서는 ‘민주노총 내 성소수자 사업 담당자, 책임 임원’을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1기 민주노총 집행부의 성소수자 사업 관련 진정성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더욱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민주노조운동에 함께하고, 민주노조운동이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앞서는 날을 기대한다. 일터 내 성소수자들이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오는 그날까지. 우리는 한 발씩, 그리고 다 같이 나아가야 한다. 

 

 

※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소수자 노동자’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들의 모임입니다. 현재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에 소속된 성소수자 조합원, 간부들 50여 명이 모여 자발적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의 : lgbit.kctu@gmail.com

 

 

8. 본문사진2.jpg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배포한 선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