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1]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국회 앞 단식농성단 / 임용현

by 철폐연대 posted Jan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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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국회 앞 단식농성단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쟁취를 위해 함께 싸웁시다!”

 

 

인터뷰·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임금, 노동시간, 작업환경 등 노동조건을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맡겨 두지 않고 노동자의 집단행동에 기초해 스스로 권리를 확장해 가는 자주적 결사체가 바로 노동조합이다. 노동자들이 개별로 흩어져서는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동조건 등을 협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노동조합의 결성, 단체교섭, 단체행동이라는 집단적 자치 원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일터 안팎에서 구현할 수 있는 유력한 조직이 노동조합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22년 12월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21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로 전년과 동일했다. 2016년 이래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던 노조 조직률이 6년 만에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이는 노동자 대투쟁의 여진이 남아 있던 1989년 19.8%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낸 2019년 자료를 보더라도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한 자릿수를 기록한 미국(9.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다는 건 한국 사회가 그만큼 노조하기 힘든 나라임을 말해 준다. 물론 정부와 기업, 보수언론 주도로 노동조합을 악마화하는 일련의 캠페인이 효과를 톡톡히 거둔 탓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하위 법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오히려 이를 제약하고 있는 게 무엇보다 큰 문제다. 사실상 ‘사용자 보호법’, ‘노동자 통제법’으로 전락한 노조법을 노동3권 보장 취지에 맞게 제대로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노조법 2조와 3조의 신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국회 앞 단식농성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시작됐다.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과 이김춘택 사무장, 택배노조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손잡고 박래군 대표를 비롯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대표단도 12월 19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2월 20일, 국회 앞 단식농성 21일 차를 맞은 6명의 노동조합 간부 활동가들을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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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노조법 2·3조 신속 개정을 촉구하는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6인의 단식농성단이 투쟁 결의를 다졌다. [사진: 철폐연대]

 

 

노조법 2·3조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나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유성욱 : CJ대한통운 사측을 상대로 2022년 3월까지 65일간 총파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청인 대리점주들과 교섭해 봤자 자기들은 권한이 없다면서 아무런 진전을 볼 수 없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제 결정하고 있는 원청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와야 했어요. 그런데 전면 파업을 해도 원청이 저희들과의 대화를 한사코 거부하니까 CJ대한통운 본사까지 직접 찾아가게 된 겁니다. 그 과정에서 본사 농성이 14일간 이어졌어요. 당시 본사 점거를 이유로 사측은 1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면서 노동조합을 상대로 2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어야 하고, 파업했다는 이유로 손배 폭탄을 맞지 않게 노조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지들과 함께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김춘택 : 지난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51일 파업 투쟁으로 막대한 권한과 이득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원청 자본의 문제가 널리 알려졌잖아요. 당시 저희들의 절박한 싸움이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51일 파업으로 저희들이 얻은 성과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저희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준비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노조법 2·3조 개정에 우리 역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로 지금 이 투쟁에 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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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 [출처: 금속노조(변백선)]

 

 

윤장혁 : 벌써 20년 가까이 됐죠. 2003년 1월 9일로 기억되는데, 이날은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 문제로 자결하신 날입니다. 이렇게 손배가압류로 인한 피해가 가장 많이 집중된 사업장들이 소속된 곳이 바로 금속노조입니다. 지금 금속노조 사업장의 손배가압류 피해 규모가 대략 1,0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요. 그 원인을 살펴보면 통상적인 임단협 투쟁 말고 기업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투쟁 과정에서 대부분 손배 폭탄을 맞는 양상이에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자본은 이렇게 손배가압류로 옭아매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금속노조로서는 노조법 개정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들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로 사내하청 부문의 노동조합이 많이 생기는데요. 우리가 대우조선에서도 보았듯이 실제로 하청노조를 조직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령 노조를 만든다 해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과 교섭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노조법 2조·3조, 특히 2조 개정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해서 특히나 절박한 문제입니다. 재벌 대기업들이 만들어 놓은 다단계 고용구조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일회용품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3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이 노동자들이 자본의 폭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연내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용재 :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25만 명 중에 약 45%가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 고용형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 자회사, 용역, 하청, 민간위탁, 특수고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형이 다 있어요.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함과 절박함을 항상 체감하면서 노조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법 2조의 경우, 지금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하는데, 대학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서 1년 가까이 투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거든요. 이렇게 장기투쟁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노조법 2조 뒤에 숨어서 사용자 책임을 면하려는 구조가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단 대학 간접고용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주로는 화물 노동자들의 현실이 회자되고 있지만, 방과후학교강사, 예술강사, 요양보호사, 그리고 라이더까지 모두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 등에 가로막혀 온전한 노동3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렇게 노조법 2조상 사용자 정의 조항이 협소한 것도 문제지만, 2조에서 정한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 또한 지나치게 협소합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부문 인원 감축을 예고하고 있고, 민영화, 외주화 같은 구조조정 공세도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한 상황이죠. 그런데 지금처럼 쟁의행위의 범위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내용으로 국한하면, 구조조정 저지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은 모조리 불법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노조법 2조상 쟁의행위 목적과 그 범위를 넓히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공공부문 사업장들이 노조법상의 독소조항으로 겪는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필수공익사업 직권중재제도’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의 파업권을 박탈했었는데, 이걸 폐지하고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 역시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이라고 해서 파업에 불참하는 인원을 남겨 두도록 하는 등 파업권을 제약하는 각종 규정들이 있거든요. 실제로 노동위 조정에서 30%, 50% 이런 식으로 제한을 해서 이 유지율을 준수하지 않으면 불법파업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유지율을 과도하게 설정하고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식으로 여전히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파업권을 제약당하고 있거든요.

노조법 3조에 있어서는 저희 역시 금속노조 상황과 다를 게 없습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가 본격화됐는데요, 저희 노조에서 그때부터 집계해 보니까 손배가압류 청구 누적 현황이 820억 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더라는 겁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를 한번 보세요. 하이트진로가 노조를 상대로 27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잖아요. 사측이 노동자들이 갚지도 못할 이렇게 어마어마한 금액의 손배청구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습니까. 얼마 전 언론사 취재를 통해서도 확인된 내용이지만, 그만큼 회사가 손실을 입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서 손배 폭탄을 날린 거였죠. 말하자면 자본이 투쟁하는 노동자, 민주노조를 억압하고 위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손배가압류 카드를 악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탄압 목적의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는 노조법 3조 개정도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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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공공운수노조 정용재 부위원장. [출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노동당)]

 

 

노동3권 훼손 방치하는 ‘직무유기’ 국회

 

- 당사자들의 절박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 흐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박희은 : 노조법 2·3조 개정에 관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었지만,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지난여름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기폭제가 돼서 노조법 2·3조 개정 여론도 폭넓게 형성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권 내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르긴 했는데, 국민의힘은 처음부터 대통령 거부권까지 시사하는 등 개정 반대 입장을 너무나 명확하게 했죠.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역시 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에 반해 민주당은 올해(2022년) 정기국회에서 민생 7대 법안에 ‘노란봉투법’을 포함하면서 개정 의지를 천명했으나, 결국 정기국회 내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어요. 기껏해야 법안소위에 두 차례 정도 다룬 게 전부였죠. 그리고 임시국회로 넘어와서는 현재(2022년 12월 20일 기준) 예산안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 상임위원회 논의 일정이 전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다가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정권의 노동조합 때리기가 극에 달하면서 오히려 국정 지지율이 올라가고 보수층이 결집되고 있는 걸 목도하면서 사실 민주당도 정부·여당과 여론 눈치를 보며 노조법 2·3조 개정과 관련해서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죠.

국회 상황은 대략 이렇게 보이고요. 이 법안 내용과 관련해서는 노동자들이 근 20년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입니다. 노동3권 실현을 가로막는 노조법 2·3조의 문제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동자들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국회가 법안 내용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엄중한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봅니다.

임시국회가 1월 9일까지 열려 있지만, 환경노동위원회가 언제 열릴지, 어떻게 처리할지 현 상황에서는 굉장히 불투명한 조건이라고 여겨지고요. 이런 상황을 보면, 국민의힘은 너무나도 분명히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고, 민주당은 그러면 입장이 도대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노동자들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서 국회에 청원하거나 읍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을 개정하는 권한을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특히 다수당인 야당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에 걸맞게 역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이걸 노동자들이 국회에 청원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자신들이 뭔가 대단한 시혜를 베푸는 것인 양 여긴다면 그거야말로 착각이고 오만입니다.

어쨌든 노조법 2·3조 개정 여론을 우리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었던 만큼, 결국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힘 역시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일궈내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 정치권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강고하게 전개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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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출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진짜사장 교섭법’, ‘손배폭탄 방지법’ 왜 필요한가

 

- 모든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왜 그렇다고 보시는지 당사자의 현실을 통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최안 :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집단적인 행동을 아무리 해 봤자 그 대상이 하청업체라면 자신이 원하는 걸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하청업체 사장들은 정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결국 투쟁을 아무리 열심히 한들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원청이 교섭 석상에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그를 토대로 저희가 논의를 해서 이제 협상이 진행되는데, 저희 경험으로는 보통 이 과정이 한 달 넘게 걸립니다.

그 한 달이 걸리는 동안 갈등은 갈등대로 커지고, 피해는 피해대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문제 해결은 해결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 사용자가 노조법 2조를 통해서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게 된다면, 별거 아닌 문제를 가지고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노조법 2조가 현장에서는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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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출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유성욱 : 저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입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사실 위장된 사업자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전혀 주장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CJ대한통운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것을 최소한이나마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원청과의 교섭 말고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사용자는 법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섭 대상 아님’이라고 이렇게 거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은 반드시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어야만 일하는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지키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터무니없는 ‘불법’ 낙인

 

-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재산권 침해’,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한목소리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윤장혁 :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불법파업 조장법’, ‘황건적보호법’ 운운하면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극구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노동법이 1953년도에 제정되고 상당한 기간이 흘렀는데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이 온전하게 구현되는 노동법 체계가 지금 아니라고 봅니다. 예컨대 현행법은 임금 인상 같은 노동조건의 유지나 향상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만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보다 더한, 노동자들의 권리나 지위를 침해하는 정리해고라든가 노사 간 단체협약상의 합의사항을 일방 파기하면서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에 맞서 투쟁하는 것은 모조리 불법파업으로 규정됩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노동3권인데, 지금 노동법 체계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거예요.

그래서 노조법 2조와 3조에 대해서는 단체행동의 범위를 실제로 넓혀야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니요? 지금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은 다른 무엇도 아닌 헌법상 노동3권을 노동법 체계에서 올바르게 구현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입니다. 특히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노동3권 중에 단체교섭권이 박탈된 셈이고,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파괴할 목적으로 사용자들이 손배가압류를 남발하는 상황에서 보면 단체행동권도 사실상 의미 없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노조법 개정은 헌법상 노동3권을 온전히 실현하는 의미가 있고, 경제단체나 정부·여당이 ‘불법파업 조장법’ 운운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악랄한 주장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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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출처: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노조파괴, 노동탄압 고삐 죄는 정부

 

- 최근 화물연대 파업이 철회되는 과정에서 정부는 노조혐오 정서를 유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조탄압, 노조파괴를 적극 주도했습니다. 이처럼 단체행동권 등 노조 할 권리를 단죄와 척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부 행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정용재 : 우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부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난 (2022년) 상반기 노정합의를 통해 화물차 안전운임제 유지와 품목 확대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을 앞두고 6개월 가까이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노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파업을 한 것인데, 정부는 합의이행은커녕 노조탄압에만 골몰한 것이죠. 정부 대책이 있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합의 파기-파업 유도-전면탄압’이라는 시나리오일 따름입니다.

오히려 이참에 화물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뭉개고, 대기업 화주와 대형 운송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공정위 조사를 통한 압박이라든지 업무개시명령 같은 무리수를 둔 게 아닌가 싶어요. 실례로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을 했던 사람이 6월 안전운임제 파업 이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으로 들어갔는데, 이 양반이 과거부터 화주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어요. 안전운임제를 반대하는 인물을 요직에 세워서 안전운임제 지속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억누르고 제압하는 방식을 정부·여당 차원에서 관철해 온 것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어요.

어쨌든 이 정부가 노골적인 친자본 정책을 펼치리라는 건 다들 알고 있던 점이고, 이를 견제하고 저지하는 것은 조직노동자운동의 역할이잖아요. 한편으로는 그 역할에 걸맞게 민주노총이, 그리고 공공운수노조가 총투쟁 전선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결국 이런 탄압에 노출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정부·여당은 화물연대 파업을 좌절시킨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2023년)에도 노동개악 공세를 더욱 본격화할 텐데, 그에 맞서 우리의 투쟁 태세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일 것 같습니다.

 

일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 보장을 위해

 

- 민주노총의 투쟁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직될 필요도 있지만,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함께하는 사회운동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갖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유최안 : 우리가 파업을 하는 동안 사회 밖으로 갈등이 표출되면, 이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혐오 정서를 활용하더라고요. 사람에 대한 혐오를 마구 뿌려대고, 그러면 그 혐오가 또 혐오를 낳으면서 우리 사회는 더더욱 대립으로 치닫고 불안을 낳게 되잖아요. 이건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와 시민에게도, 그리고 이 공동체 안에서 기생하는 소수의 기득권 집단에도 위기이자 기회일 거라고 봐요. 진짜 책임자를 대화의 자리로 불러내서 갈등의 씨앗을 없애는 게 제대로 된 해결책이죠.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내 일처럼 여길 수 있는 연대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유성욱 : 이 문제가 노조법이라서 어떻게 보면 노동조합 조합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비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진짜 사장을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사장 마음대로 노동자를 쥐어짜고 짜르는 갑질을 멈출 수 있습니다. 일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제약하고 침해하는 노조법을 제대로 고치자는 이 투쟁이 이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사회가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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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성욱 본부장. [출처: 이은주 의원실]

 

 

이김춘택 : 20년 만에 찾아온 다시없는 기회라고들 합니다. 그런 만큼 모든 힘을 집중해서 이번에 꼭 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물론 이렇게 국회 앞에 주저앉아서 밥을 굶고 개정을 요구한다고 해서, 설사 개정이 될지라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으로 개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법 개정’을 원한다면 그만큼 ‘제대로 된 싸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회에 의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제대로 된 법 개정을 쟁취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지금부터라도 더 크게, 더 넓게 싸움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희은 :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기본권 자체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미 한국 사회는 비정규직이 1,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고용관계가 굉장히 다변화되었잖아요. 그래서 내가 일을 하면서 부당한 일들을 너무 많이 겪는데도 그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사회가 돼 버렸죠. 심지어 내가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구조가 현재의 상황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헌법이 정하고 있는 노동3권이고, 그 핵심은 노동조합을 가입하거나 결성하고 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건 결국 노동자냐 시민이냐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권리의 문제일 수밖에 없어요.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절차적 민주주의라도 계속 발전해 왔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바로 내 일터부터 민주적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시도가 중요하죠. 일터의 민주주의를 배우고 또 확산하는 곳이 바로 노동조합이고, 노조 할 권리가 보장돼야 그 사회도 이윤보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고, 자본이든 권력이든 힘 있는 자들이 노동조합을 끊임없이 탄압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겠죠. 어쨌든 노조법 2·3조 개정의 문제가 단지 지금 손해배상을 두들겨 맞고 있거나 교섭을 하지 못해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같이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본의 입맛대로가 아니라 대다수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중심으로 이 사회가 운영될 수 있는 그 첫걸음이 노조법 2·3조 개정이고, 그래서 이렇게 함께 싸워 주셔서 정말 힘이 난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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