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4] 이렇게 대박 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고진수

by 철폐연대 posted Apr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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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이렇게 대박 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고진수 •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동조합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 철폐연대 회원

 

 


지난 3월 3일 법률기금과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세종호텔지부 후원주점에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호텔사업장 후원주점이니만큼 신경 써서 준비하겠노라 홍보도 많이 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거라고는 저희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1시간여 만에 자리가 채워지고 이후로는 마칠 때까지 자리를 더 만드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아 주변 가게에 들렀다가 다시 오셔도 자리가 없었던 분들이 부지기수이고,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으셔도 메뉴가 밀려서 오랜 시간을 안주 없이 술만 드신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드시는 분들에게도 자리를 양보해 주시라고 매정하게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너무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려도 부족하지만, 지면을 통해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세종호텔의 투쟁은 이제 10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사학비리로 물러났던 주명건 세종대학교 전 이사장이 대학교의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 회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당시 세종호텔에는 260명이 넘게 일하고 있었고 직원들 대부분이 직접고용 정규직이었습니다.

 

주명건과 함께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던 최승구가 대표이사로 왔고, 이들은 일부 부서를 외주화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호텔이 살아남기 힘들다며 세종호텔노조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노동조합은 이를 거부했고, 주명건과 최승구는 속내를 숨기고 중간관리자들을 포섭해서 어용노조를 설립하도록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복수노조 시행과 동시에 사측에서 지원하는 노조가 만들어졌고 현장책임자들이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고 부서원들에게 노조를 이동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부서에서 현장관리자들의 권한이 적지 않은 만큼 신규 노조 가입을 거부하기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4년 주명건이 세종대재단 이사장에서 회계부정으로 해임되고 재단 이사에 외부 이사들이 들어오면서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에도 새로운 경영진들이 들어왔습니다. 노동조합도 15년 동안 위원장을 한 사람이 물러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새 집행부는 한국노총 소속이기는 했지만 노조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려는 노력을 계속 진행하며 간부교육을 통해 민주적인 집행구조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경영진들도 투명한 경영을 통해서 노조와 대화하는 과정을 비교적 성실하게 유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금도 대폭 인상하고 불규칙적이던 정규직 전환 시기를 입사 1년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단협도 만들었습니다. 주변의 호텔들이 대부분 외주화하던 주차장, 시설, 룸어텐던트 등의 부서를 포함해서 부서 대부분을 직접고용 정규직 형태로 유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회계부정으로 해임되었던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그 하수인 최승구가 세종호텔 대표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는 당시 경영진들은 5년 동안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소문대로 주명건과 최승구가 2009년 세종호텔 경영진으로 들어왔지만 초기에는 직원들의 눈치를 조금 살피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사실 주명건이 이사장에서 해임되기 이전부터 수익사업체인 세종호텔의 고용형태를 하청구조로 바꾸기 위해 준비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돌았고, 이사장에서 해임된 후 다시 복귀하는 과정에서 호텔직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려고 본인은 나서지 않고 최승구를 내세워 호의적으로 접근을 해 왔습니다. 전 경영진들의 행태는 비난했지만 초기에는 직접적인 노조탄압이나 노동조건 후퇴를 시도하지 않고 현장관리자들을 포섭해 나가는 시도들을 했습니다.

 

인사권을 내세워 승진 등으로 현장관리자들을 포섭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탄압과 단체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일들을 자행합니다. 그리고 2011년 복수노조법 시행과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진 세종연합노조는 짧은 시간에 과반에 가깝게 조합원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주명건의 의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선전했지만 고용에 대해서는 큰 불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조합원들은 당장 눈앞의 불이익 때문에 현장관리자들의 신규노조 조합가입서에 서명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한국노총 소속으로 있어 왔던 세종호텔노조는 파업을 준비하고 2011년 10월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으로 가입합니다. 그리고 2012년 1월 2일 노조 창립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합니다. 파업에 들어갈 때 250여 명 직원 중 세종노조는 70여 명으로 줄었고 50여 명이 시작한 파업은 마칠 때는 38명이 남았습니다. 파업을 통해서 4명의 조합원들을 정규직화했지만 부당전보를 거부했던 조합원들의 징계는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파업 이후는 소수노조로서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고 주명건의 본색이 어용노조의 도움으로 본격화되었습니다.

 

대표노조가 된 연합노조는 입사 1년 후 정규직 전환 단협을 삭제하고 무기계약직을 받아들였고 5년 종료를 앞둔 고용안정협약도 연장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 교섭에서는 호봉제이던 임금체계를 계장급 이상 연봉제로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대표이사가 최대 30%까지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이면 합의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계장급 이상에 대한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균열이 생겨버린 노동자들은 합심해서 대응하려 하기보다는 개별적인 안위만 생각하게 됩니다. 사측은 고참급 직원이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반복하고 어용노조 간부들을 중심을 사측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렇게 30여 명에 가까운 계장급 이상 직원들은 6개월의 위로금을 받고 쫓겨나게 됩니다. 그리고 소수노조가 된 세종호텔노조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게 몰아칩니다.

 

일부 연합노조원을 섞고 세종노조 조합원은 절반 이상을 기존 업무가 아닌 부서로 전환배치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계장급 이상 조합원들은 실제 임금을 30% 가까이 삭감당하게 됩니다. 부당전보를 거부하는 투쟁들이 생겨나고 해고자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내부 선전전과 호텔 앞 선전전 그리고 법적인 투쟁을 이어 나갔지만 세종노조를 선택하면 바로 찍힌다는 두려움에 조직은 되지 않고 대표노조가 합의해 준 단협에 의한 입금삭감은 법원에서도 사측의 편을 들어주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측은 법률적인 대응에서 번번이 이기게 되고 이런 부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인사권과 경영권을 내세워 구조조정을 확대해 나가게 됩니다. 2016년에는 연봉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전 위원장도 대법에서 최종 해고 판결이 내려집니다.

 

20여 명도 남지 않은 세종노조는 그럼에도 해고자 복직과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갔고 매주 목요일 집회는 8년 동안 진행하고 박근혜 퇴진과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도 진행했습니다. 그러한 국면에서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도 열렸지만 끝내 사측은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았고 교섭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구조조정은 계속 이어지고 주차장과 객실어텐던트 일부가 외주화됩니다. 정규직 직원들도 150여 명으로 줄고 성과연봉제와 탄력근로제로 노동강도는 악화되어 갑니다.

 

2019년 해고자 복직을 위한 끝장투쟁을 걸고 호텔 앞 농성장을 만들었지만 1년여 만에 코로나로 인해 농성장을 접게 됩니다. 코로나는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지만 세종호텔은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충분히 수령하면 고용은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정 기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다가 돌연 지원금을 거부하고 2020년 말에 희망퇴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합니다. 코로나 초기부터 비정규직은 계약해지로 해고하고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거부하고 진행한 구조조정으로 2021년 초에는 사실상 직원들이 100명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8년 동안 임금 인상도 한 번 못 하고 코로나로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이 대표노조 선정을 앞두고 세종노조로 다수 이동해 주었고 8년 만에 과반대표노조로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끝내 사측은 다시 한번 희망퇴직을 받고 객실만 영업한다며 식음사업장을 모조리 영업 종료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렇게 8년 만에 진행하게 된 교섭은 10차례 진행하고 정리해고만은 막아 내고자 노조는 양보안까지 제시했지만 15명 민주노조 조합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고 12월 10일 12명에게 최종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세종호텔의 정규직은 22명만 남고 비정규직을 포함해도 50명이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년 전 주명건이 목표했던 하청구조의 고용형태 변경이 코로나로 인해 완성되기 일보 전까지 와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청춘을 다 바친 일터에서 이렇게 쫓겨날 수 없고 여기서 민주노조가 무너진다면 세종호텔 일터는 처참하게 더 무너질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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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지부 후원주점 모습. [출처: 세종호텔지부 페이스북]

 

 

오랫동안 소수노조로 싸워 왔고 버틸 수 있게 해 준 연대의 힘을 이번에 후원주점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제주에서는 한라봉을 주문한 것보다 훨씬 많이 보내 주시고 통영에서는 민주일반노조 동지가 홍가리비와 홍합을 생물로 지원해 주셨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분께서 사과를 다섯 상자나 보내 주시고 오래전부터 연대해 온 동지가 와인을 30병 넘게 주시고 막걸리도 몇 박스를 연대해 주신 동지들도 있습니다. 통영과 청주에서 연대에 열심히신 동지들이 값나가는 메뉴를 하나씩 맡으셔서 지원해 주시고 중식조리사인 힐튼호텔 전 사무장 동지가 저렴하게 메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자원봉사로 후원주점을 온종일 빛내주신 동지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까요! 꿀잠에서 재료 손질을 12시가 넘도록 준비하면서도 맛있게 드실 동지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세종호텔 후원주점은 완전히 대박이 났습니다!

 

세종호텔 투쟁에 함께하는 연대의 힘이 이렇게 넘쳐나는 것을 조합원 동지들은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되었고 그 힘으로 반드시 복직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드시 복직해서 우리가 일하는 일터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동지들이 즐길 수 있도록 승리보고를 하는 연회행사를 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날을 위해~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