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301] 철폐연대와 함께하는 2022년 동향 / 철폐연대

by 철폐연대 posted Jan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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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폐연대와 함께하는 2022년 동향

 

 

 

1. 모든 노동자 권리의 후퇴를 의도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새 정부 인수위 시기부터 노동시간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노동 관련 정책의 후퇴가 우려되었었다. 취임 후 5월 3일 110대 국정과제를 제출했고, 정치/행정, 경제, 사회, 외교/안보를 4대 기본부문으로 하고 이에 미래, 지방시대를 더해 6대 국정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방시대와 관련 과제 10개를 더해 7월 26일 120대 국정과제로 최종 제출되었다. 6대 국정목표 중 노동과 관련된 정책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 효율적 정부 구현 명목으로 닫히는 대화의 통로

효율적인 정부 구현이라는 명목으로 중앙 및 지방 조직 운영을 효율화하고자 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민간이 참여하던 여러 위원회들이 통합되고 폐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식물위원회를 없앤다는 기조하에 거론된 각종 위원회는 무려 200여 개에 달하는데, 이와 관련해 2003년부터 유지되어 온 국무총리 소속의 시민사회위원회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위원회의 남설의 문제, 효율적 운영 목적 등을 이야기했으나, 정부와의 소통창구가 하나둘 닫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공공서비스 안정성 훼손

공공기관 혁신은 무엇보다도 공공서비스의 안정적 운영과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 11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 효율화’, ‘출자회사 정리’ 등의 내용이 담겼고, 각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까지 ‘혁신’을 내세워 구조조정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비용 효율성을 중심에 둔 구조조정은 공공서비스의 안정성은 무시되고 있다. 인력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것도 말뿐, 지속적인 정원 감축, 인력 슬림화 등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한동안 이어질 것임을 보여 준다. 각 부처의 효율화 계획에 의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고, 자회사 등의 경우에는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정규직 및 공무원 인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감축 압박이 시작되었다.

 

● 기업을 면책시키는 중대재해 자율 예방

산업재해와 관련해 예방을 강화한다는 정책은 ‘기업 자율’을 과제목표로 하는 순간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악을 꾸준히 시도하는 한편, 11월 30일에는 자율예방을 중심에 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 로드맵은 노동조합의 힘이 미약한 일터에서 기업 자율로 기능해 형식적인 예방조치만으로 기업이 책임을 면하게 할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 법과 원칙을 내세운 노동조합 탄압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은 ‘법과 원칙’이라는 명목으로 억압한다. 공정채용을 내세운 정책으로 오히려 탄압받은 것은 노동조합의 힘으로 일자리를 지켜 온 건설노동자들이며, 조선하청노동자들, 화물연대 등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정부는 불법의 낙인을 씌워 탄압했다. 노동조합의 힘을 통해 노동자 권리가 향상되는 것 자체가 공정한 노동시장에 위배된다는 인식을 바탕에 둔 정책이 펼쳐지면서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확대되어야 할 노동3권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 장시간 노동으로의 회귀와 노동시간 권리 박탈

이런 정부가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라고 내세운 것은 오히려 노동시간 제도의 개악과 직무임금체계 확산이었다. 이에 대한 정책은 7월 18일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해당 연구회는 12월 12일 노동시간과 임금을 중심으로 일터의 권력 균형을 기업에 기울이는 방향의 권고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권고안은 ‘자율’과 ‘선택’을 중심에 둔 노동시간 제도를 말하지만,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을 실질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그리고 작은 사업장의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더구나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 역시 기간을 더 연장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 저임금화를 유도하는 직무임금 도입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서는 직무와 능력을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안을 권고했다. 이를 세대 차별 없고 공정한 임금체계로 선전하지만 저임금의 실태와 저임금이 야기되는 구조에 대한 접근은 없다. 현재의 저임금이 직무에 대한 가치로 환산될 뿐인 직무임금제도는 지속적인 저임금 노동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자본의 부담을 덜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논리 속에서 상대적 고임금,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정부의 공격 속에서 권리로서의 임금을 방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현실이다.

 

●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제도화의 우려

저임금화는 최저임금의 개편에서도 준비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서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기대 경영계의 주장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제기되었다. 올해 논의에서는 차등 적용이 부결되었지만, 이후 정부는 10월 4일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 전반적인 노동개악으로 나아가는 정부 정책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에서는 그 외 전반적인 노동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검토,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한 보호 방안, 근로시간 개념 다원화,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 등 임금개념 정비, 파견도급 구별의 예측 가능성 제고, 자율과 책임의 노사관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 하나하나가 모두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고 자본의 권한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일례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최근 대통령이 언급해 정부의 대안이 강구될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보호 필요성과 사용자의 능력을 조화시킨다는 명목을 부여하고 있어 임금 개념의 정비와 가산임금 관련 규정 완화 등으로 오히려 형식적인 보호의 외피 뒤에 전반적인 권리 후퇴를 담을 가능성이 크다.

 

● 노동시장 이중구조 논리를 깨는 운동이 필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한다는 것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지적하는 이중구조의 문제는 늘 그렇듯이 노동력 시장의 이중구조에 해법을 집중한다. 그래서 기업이 원하는 기준에 따라 시장가격을 매기고, 노동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며, 그 결과는 저임금의 일반화와 불안정화의 가중이다. 현재 가장 개악의 흐름으로 닥쳐 있는 노동시간 제도 개악의 문제, 직무임금 도입의 흐름이 그렇다. 이 흐름은 정책 집행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가 여부를 가리지 않고 흐름으로 덮친다. 상위법을 피해 가고 위반하는 방식의 정책 추진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묶어 둔 채 추진될 것이다. 그래서 한편에서 노동운동, 노동조합에 대한 거센 공격이 이어진다.

그 결과 가장 먼저 후퇴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들의 권리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논리가 만들어 내는 역설이라기보다는 자본과 정부가 주도하는 이중구조 논리의 실체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는 운동의 방향은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배제 없는 노동권을 위한 투쟁의 조직,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라는 보편적 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길에 있다. 새 정부 초기 힘들지만, 긴 싸움을 예비하며,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다.

 

 

2.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투쟁,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으로 확장

2022년 6월 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30% 인상, 단체협약 체결 쟁취를 위해 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인상이라고 일컫지만 실은 조선업 위기를 겪으며 삭감되었던 임금을 복원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고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라는 이 당연하고도 절실한 요구에 정부와 사측은 ‘불법’을 운운하며 노동자들을 비난하고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협박했다. 이에 조선업 하청 노동자들의 분노에 연대하는 힘들이 퍼져 나갔고, 마침내 7월 22일 파업 투쟁 51일 만에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협력사협의회 간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러나 파업은 교섭 타결로 종결되었지만, 파업 과정에서 확인된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과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다며 교섭 거부로 일관하였고 끝내 교섭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파업 종료 후 하청 노동자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하였다. 이 같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다시 한번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바, 9월 14일 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하기 위해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등이 모여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탄압

2022년 6월 7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내 걸고 파업에 돌입, 6월 14일 국토교통부와 극적 타결을 보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화주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을 추진하는 등 총파업 합의를 정면으로 뒤집고, 국회 역시 안전운임제 일몰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진전하지 않았다. 이에 11월 24일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 개악저지! 일몰제폐지! 차종·품목확대!’ 화물연대 총파업에 재돌입했다.

화물연대의 이 같은 정당한 파업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전방위적 탄압을 시작했다. 2004년 도입 시부터 그 위헌적 성격으로 논란을 빚었던,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업무개시명령을 기어코 내린 것이다. 또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조합원 명부 제출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당한 파업을 불법파업이라 규정짓고, 화물연대의 노동조합 지위도 부정했으며, 혐오 발언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2022년 12월 9일 화물연대는 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16일 동안의 파업은 종료되었으나 화물연대 투쟁은 계속되었다. 이봉주 위원장은 ‘안전운임제 개악 없는 입법과 품목확대 국회논의기구 구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으며, 공공운수노조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정당한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여 화물연대의 노동조합 지위를 부정한 것에 대해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할 것이라 밝혔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노조법 2·3조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 방송 비정규직 법률 대응의 성과와 한계를 확인

2021년 12월 30일 고용노동부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근로감독 결과 방송작가 152명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고 발표하였다. 2022년 7월 14일에는 방송작가는 노동자라는 첫 법원 판결도 나왔다.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었으나, 방송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방송작가와 직접고용계약을 맺으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에 대해 방송 3사는 별도 직군(방송지원직)을 신설해 업무 전환하거나 프리랜서로 남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으며, 법원에서 처음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방송작가와도 무기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방송작가를 노동자로서 정규직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2022년 5월에는 근로기준법 준수 및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방송스태프가 집단해고당한 일이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두 차례에 걸쳐 방송스태프도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드라마 스태프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했으며, 오히려 근로감독을 촉구했을 때 고용노동부는 방송스태프의 근로자성부터 다시 증명해야 한다고 답해 왔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개별 사안마다 판단을 받으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22년 9월에는 과연 방송 비정규직 운동에서 법률 대응이 갖는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지, 개별 싸움을 넘어 집단적인 교섭과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2023년에는 문제 제기를 넘어선 보다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방송 비정규직 운동의 전망을 밝혀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문화예술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제한했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노무제공자 범주로 재정의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로 하나의 사업’이라고 명시된 전속성 요건으로 인해 여러 사업주에 노무를 제공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 적용에서 우선 배제될 수밖에 없었는데, 당사자의 문제 제기가 이번 법 개정에 반영된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자 했던 기존 특례에 비해서도 분명 진전된 점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노무제공자의 개념을 협소하게 규정함으로써 모든 노동자에 대한 포괄적 권리 보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했다. 법을 적용받는 직종을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방식도 여전히 권리를 한계 짓는 틀이다.

한편 문화예술노동자들도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에 이어,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노·사·정·연구자들이 함께한 ‘예술인 산재보험 포럼’이 진행되었다. 노동자 측으로 참여한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 방향으로 당연적용, 단계적 또는 직종별 적용이 아닌 전면적용, 근로자와 차별 없이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100% 부담할 것을 주요하게 제시하였다.

이렇듯 현재 산재보험 적용에 있어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예술인) 등으로 각각 대응하고 있는 형편인데, 궁극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재보험법을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짜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보험은 차별과 배제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3.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

 

●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투쟁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에 의하면 이 과정에서 7,93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중 LNG 발전으로 전환배치되는 이들을 제외하고, 비정규직은 5,000여 명 중 3,000여 명이 해고될 것으로 추산된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정부는 발전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재배치된 노동자들도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저하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민간에 맡겨져 돈벌이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있던 지역의 삶도 무너진다. 이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모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전환된 일자리는 노동조건 저하가 없도록 할 것,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할 것, 민간주도의 재생에너지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공기업을 건설할 것, 그리고 6개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고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지역공동체 회복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나서고 있다. 정부는 발전소 원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

 

● 폭염시기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운 쿠팡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여름철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한여름 투쟁을 이어갔다. 6월 23일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는 농성,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신문광고, 7월 20일부터 시작된 쿠팡본사에서 동탄물류센터까지 3박 4일간의 행진이 진행되었다. 7월 23일에는 동탄물류센터에서 ‘찌는 쿠팡에 시원한 연대의 바람을’이라는 이름의 문화제도 진행하였다. 7월 26일 ‘폭염시기 노동, 온열질환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11월 2일 ‘물류센터의 산안법 위반,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제목의 국회토론회도 진행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쿠팡에는 폭염시기 휴게시간이 생겼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도 바뀌어서 실내작업에도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폭염대책은 주로 실외작업자들을 대상으로만 마련되었지만, 실내 작업자도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법의 고열작업에 물류센터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재 물류센터를 ‘창고업’으로 분류하여 냉난방과 공조 시설 등의 설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덥고 추운 작업장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쿠팡 노동자들과 대책위원회는 계속 싸우고 있다.

 

●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의 공동파업

10월 28일, 민주노총 소속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이 원청과 윤석열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며 공동의 목소리를 모았다. 인천공항 시설, 운영, 보안 담당 자회사 노동자들(인천공항지역지부), 한국지역난방공사 열수송관 점검진단 전담 자회사 노동자들(지역난방안전지부), 한국철도공사 위탁 전철역 운영 자회사 노동자들(코레일네트웍스지부, 철도고객센터지부)이 파업을 결의했다. 이날 노동자들은 자회사 처우개선, 인력충원, 실질임금 보장 둥 5대 현안에 대해 정부에 답을 요구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1월 28일 파업에 들어가기 전 ‘임금저하 없는 4조2교대제 개편’에 합의하여 타결을 했고, 코레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는 28일 하루파업을 진행하여 노동조건 개선에 합의했다. 지역난방안전지부는 11월 28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열수송시설 점검·진단·감시시스템 분야 인력운영 현실화를 위한 모·자회사 TF 구성’에 합의하면서 12월 3일 현장에 복귀했다. 공공기관의 자회사들이 열악한 노동현실과 인력감축에 맞서 함께 싸웠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에 처해 있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이 현실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돌봄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예산 삭감

코로나19 이후 돌봄노동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런데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며 돌봄의 공공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이 142억 원 삭감되었고 그로 인해 서울시 공공돌봄서비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공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코로나19 시기에는 노인, 장애인 등 코로나19 밀접접촉자에 대해 긴급돌봄서비스도 제공했다. 이런 공적 서비스를 더 늘려야 하는데, 서울시와 의회는 오히려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인원과 업무를 대폭 축소시키려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회의는 노동자들이 주 40시간 노동을 하며 월급을 받아 간다는 것이 예산 낭비라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외에 작업을 준비하고 근무지로 이동하고, 회의와 교육훈련 등 좋은 돌봄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이런 노동환경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공적인 돌봄서비스를 민간위탁으로 넘겨서 기관의 돈벌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노골화하는 것이며, 돌봄노동자들을 시급제 저임금 노동자로만 일 시키겠다는 것이다. 돌봄은 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돌봄노동자들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이 그런 공적 돌봄을 확대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과 투쟁이 필요하다.

 

 

4.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했고,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재로 인한 사망률 1~2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끊이지 않는 노동자 죽음의 연쇄 고리를 끊어내 보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됐다. 그리고 일 년, 산재사망사고는 줄어들었을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산재 사망자 수는 510명으로 502명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8명 늘었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인 제조업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인 건설업 사업장에서만도 올해 11월까지 사고로 모두 236명이 사망했다. 특히 사망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 뒤집힘 등이다. 이런 재해는 기본적인 보호조치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유형이다. 예상치 못했거나 돌발적인 사고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방치했다는 이야기와 같다.

이들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는 얼마나 처벌되었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처리 현황(2022년 9월 기준)’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56건의 사건 중 133건(86%)은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3건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1월 29일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삼표산업 채석장 매몰사고는 ‘중대산업재해 1호 기업’이라며 떠들썩하게 언론 보도가 됐다. 대표이사가 직접 증거를 인멸하는 등 증거는 충분했지만 지난 6월 검찰에 송치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처분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대구 달성군 신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음 기소됐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원청에 책임을 묻는 첫 사례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구속 기소였다.

이를 두고 경영계와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제기하며 개악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간 경영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의 과도한 처벌과 책임을 물리는 위헌적인 법이라며 끊임없이 개정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기업 스스로에 유해·위험 요인을 발굴해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요인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는 지난 11월 30일 기업의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자율규율 예방체계’ 구축을 전면에 앞세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가 제시하는 하위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 마련하고, 평상시에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며, 사고 발생 시에는 예방 노력의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 방식이다. 경영계가 요구한 내용 그대로다.

12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경제5단체장과 만나 “중대재해법은 결함이 많다”며 “기업이 최대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고서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니 결함이 많은 법은 맞다. 법이 있어도 처벌받은 경영자가 없으니 이상한 법이 맞다. 그런데 이는 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조항이 빠져 법의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 원인이다. 산재 사망자 510명 중 60.2%인 308명은 아직 법 적용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단 한 명이 일하더라도 모든 사업장에 법은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기업이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말이 아니라 “노동자가 최대한 더 죽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5.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최일선 당사자들의 행동이 본격화되다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맞서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공동체와 함께 기후정의를 위한 싸움을 조직하는 연대체가 결성되었다. 2022년 4월 28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하 ‘기후정의동맹’)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정의의 전망과 대안을 가지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기후정의동맹은 이날 출범 전체회의 및 기자회견을 통해 주요 활동 계획을 다음과 같이 확정했다. 다양한 사회운동의 공동 요구를 담은 ‘2023 기후정의선언’을 발표하는 것에 이어 기후정의 활동가·노동자·지역주민의 ‘정의로운(공공적·민주적·생태적)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9월 글로벌 기후파업에 맞춰 시민사회·민중운동의 ‘9월 기후총궐기’ 성사를 결의했다.

기후정의동맹이 2022년 한 해 동안 펼쳐 온 활동들은 이처럼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전 사회적으로 표출하는 한편, 정부의 친기업 녹색성장 정책에 맞서 싸우는 투쟁을 조직하고 연결하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 공동체와 당사자들이 단순히 ‘피해자’로 호명되는 것을 넘어 투쟁의 주체, 기후정의의 주체가 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은 자본과 시장의 새로운 이윤 창출의 활로를 여는 데 활용될 뿐이었고, 기후위기는 지난 한 해 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주거취약계층의 참사 소식이 끊기지 않았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인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무너진 계층 사다리의 바닥에 있는 이들을 기후재앙이 가장 먼저 덮치면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기후정의동맹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공동 제안으로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대규모 도심 시위와 각종 캠페인, 항의행동이 9월 19~24일까지 한 주 동안 이어졌다. 9월 기후정의행동의 정점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 2만여 명 이상이 모인 9.24기후정의행진이었다. 행진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 아래에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시키자’,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자’,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는 요구를 내걸고 매우 활기 있게 진행되었다.

반자본주의적 기후정의를 기치로 내건 기후정의동맹의 활동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 전환 투쟁의 현장에서 그리고 함께 써 내려갈 기후정의선언을 통해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 새로운 기후정의운동의 장소를 열어 내고 사회적 요구를 조직해 나갈 때 기후정의동맹은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다.

 

 

6. 속헹의 죽음 이후 2년, 이주노동자 주거 현실은 변한 게 없다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 씨는 2020년 12월 20일 영하 18도의 한파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속헹 씨의 죽음 이후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지침을 발표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은 재작년 11월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 이주노동자 중 77.6%는 여전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가설건축물에 살고 있었고, 주택에 살고 있는 비율은 22.4%에 그쳤다. 상당수 사용자들은 수준 이하의 주거 시설을 제공하면서도 과도한 숙식비를 징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관련 업무지침’에 따르면, 사용주가 아파트 등의 시설을 제공하는 경우 월 통상임금의 20%, 그 밖의 임시 주거시설은 13%를 징수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집이 아닌 컨테이너 같은 곳에 이주노동자를 살게 하면서도 20만 원을 강제로 거둬들이는 것이다.

정부는 속헹 씨의 기숙사 사망 이후 재작년부터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사업장의 고용을 불허해 왔지만, 숙소 개선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뒀다. 이처럼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 개선이 지지부진한 까닭은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사업주의 선의에만 기댄 문제해결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임금을 삭감하는 숙식비 징수 지침은 여전히 그대로인 상황이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2022년 9월 16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그간 이주노동자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내몰았던 법령을 금지하거나 업무지침을 폐지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2022년 4월 28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속헹 씨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이에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한국에서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유가족이 산재보상 신청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며 “정부와 사업주가 열악한 주거환경 속 이주노동자가 더 이상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부족한 곳에 데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비뚤어진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7. 올해의 주요 판결 돌아보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2월 5일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갖고 올해의 디딤돌·걸림돌 판결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각급 법원 판결 및 헌재 결정을 중심으로 선정위원회가 검토해 10개의 판결을 선정했다.

가운데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는 TJB대전방송 A씨가 방송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이다. 해당 노동자는 2006년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다 2010년부터는 위탁업체를 통해 파견직으로 근무하다가, 2014년에는 다시 1년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한 번 더 갱신해 일을 하다 계약 만료로 해고 통보를 당했다. 장기간 같은 방송사에서 일을 했지만 여러 고용형태로 돌려 사용하다 결국 해고한 것이다. 1, 2심에서는 각각 판결이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파견으로 일하다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던 당시에 기간제로 계약한 것 자체가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보았다. 이 같은 취지는 이후 현대·기아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선정위원회는 그간 파견 이후 단기계약직으로 고용했다 해고하는 등 직접고용 의무조항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행태에 제동을 거는 최초의 판결로 의미 있다고 보았다.

최악의 걸림돌 판결은 2개 헌재 결정이 동순위를 차지했는데, 그중 하나가 단순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처벌을 합헌으로 판단한 사례이다. 해당 사건은 정리해고에 맞서 잔업과 휴일특근을 거부한 노동자들이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2012년의 사건이다. 노동자들은 상고심 중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그해 7월 유죄판결을 확정했었고,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10년이 지난 2022년 5월에야 나온 것이다. 재판관 5인이 노동3권의 자유권적 성격이 입법에서 고려되어야 하고, 포괄적으로 단순파업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단체행동권 행사를 위축시키고 헌법적 권리인 노동3권을 형해화시킬 우려를 지적하며 일부 위헌의견을 제시했지만, 9인 중 최소 6인이 위헌의견을 내야 하기 때문에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아쉬운 결과를 내놨다.

이 외에도 의미 있게 살펴볼 여러 판결, 판정들이 있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임을 확인한 판결들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4월 14일 대법원에서 한화생명 위탁계약형 지점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냈고, 서울고등법원에서는 6월 24일 코웨이와 위임계약을 맺고 생활가전제품의 설치 및 수리업무를 하는 기사도 노동자이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최초로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고, 재택근무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계약해지에 대해 부당해고임을 인정한 판결도 나왔다. 대형마트 온라인몰 배송기사, 렌털제품 방문관리 노동자에 대해 노조법상의 노동자임을 인정하는 판결들도 있었다.

7월 13일에는 오랜 기간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대구고등법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불법파견을 확인하는 판결은 계속 이어져 광주고법에서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조리원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고, 현대기아자동차 간접공정을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3월 24일, 현대제철에 대해 협력업체 소속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비정규직 지회와의 단체교섭에 나서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여전히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단체행동을 방해하고, 집회나 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조차 통제하고 금지하는 판결들도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판결이 하나씩 나올 때 우리는 조금씩 더 싸울 힘을 얻으며 앞으로 나간다.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들의 의미를 상쇄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이다. 종종 승리는 개별의 판결에 머물 뿐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교섭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자본과 부딪쳐 싸우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결문 속의 승리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일터 가까이 가져오는 길, 노조법 2·3조 개정에 그 단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