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710]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끝나지 않은 투쟁 / 김호열

by 철폐연대 posted Oct 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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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끝나지 않은 투쟁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장)

 

3 2017.9.12. 부당 유상감자 및 배임경영 고발 기자회견 [출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JPG

 

2013년 5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파업사태가 1년을 넘어서고 있던 시기에, 우리 지부의 파업투쟁을 성심껏 지원해주시던 어떤 분이 내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대주주이자, 회장인 이상준을 두고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신 것이 기억난다. 그 분은 이상준 회장의 대학시절 노동운동 과정을 지켜본 분으로 이상준 회장의 젊었던 시절 성격과 생각, 활동을 알고 있는 분이었다. 창조컨설팅까지 동원해 악랄한 노조파괴를 자행하는 이상준 회장을 상대로 조합원들과 어깨 걸고 앞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피 말리는 파업투쟁을 1년 이상을 지속하고 있던 나는 이상준 회장의 선량함을 전제한 그 말이 야속하게만 들렸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지지도 아쉬웠던 나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답해야 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파업사태가 길어지면서 분쟁 내용과 이상준 회장을 비롯한 사측 관련자들의 면면이 알려질수록 지켜보던 사람들의 의문이 확산되었다. 선한 활동을 하던 사람의 악행을 접한 사람들의 당혹과 혼란이 핵심이었다. 이상준 회장의 젊은 시절 활동을 목격했거나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이상준 회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의 인식 혼란은 이해할 만하였지만, 내게는 힘겨운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이상준 같은 사람이 노동조합과 싸운다면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하는 궁극의 질문을 뒤로한 채, 무엇이 문제이고 쟁점인지 현상을 물어왔다.

78학번이었던 이상준 회장은 대학시절 학업을 중단하고 엄혹했던 독재정권 하에서 위장취업을 통해 노동운동에 투신하였다. 이후 우리 지부가 속한 사무금융노조의 전신이었던 보험노련 홍보국장을 맡아 노동운동을 지속하였고, 보험노련의 권력다툼 희생양으로 부당해고되어 생계형 사업을 전전하다 실패했다. 운동하던 시절에 후배였던 어느 국회의원의 보좌관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활동을 통해 얻은 금융지식으로 골든브릿지를 창업했다. 부실채권 인수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큰 돈을 번 후 상장 금융기관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노동조합과의 공동경영 약속으로 인수하고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의 회장이 된 것이다.

골든브릿지 창업 이후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면면 또한 이상준 회장의 출신성분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운동권 출신 유력 국회의원들도 있었고, 전민학련의 발기인으로서 학림사건을 주도했던 사람, 사노맹 출신 활동가, 제헌의회그룹 이론가, 전대협 선전국장 등 한때 이 사회 민주화투쟁을 최전선에서 주도하였던 사람들이 포진했다. 이상준 회장의 이력과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의 면면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파업투쟁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있어 관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상준 회장은 2005년 골든브릿지투자증권(구, 브릿지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당시 M&A의 키를 쥐고 있던 노동조합원들에게 노사공동경영을 제안하고 노동조합과 약정서를 작성하였다. 내용은 흠 잡을 데 없이 이상적이었다. 약정서의 전문은 “소유지배구조의 개선, 사업영역 확대, 직원들의 복지증진 및 고용유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본 약정서를 체결하고 상호 성실히 이행할 것을 확약한다”로 시작하였고, 브릿지증권이 금융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직원의 민주적 경영참가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새로운 기업모델이 될 것이며, 우리사주제(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를 통해 직원들의 민주적이고 포괄적인 경영참가제도를 운영할 것을 약속하였다. 구체적 경영참가방식은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이사와 사외이사 각 1인씩을 선임하고, 노사동수로 구성된 공동경영위원회(ESOP위원회)를 통해 중요 경영현안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미 10년 전에 노동이사제를 실현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이러한 약속을 통해 노동조합원들의 지지로 이상준 회장은 상장 금융회사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인수할 수 있었고, 인수와 동시에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금융그룹의 총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사공동경영 약정은 오래가지 않고 이상준 회장에 의해 형식화되다가 결국 깨졌다. 이상준 회장은 독선적 경영을 강행하는 한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자금을 부실계열사 지원을 위해 빼돌리기도 하였고 노동조합은 끊임없이 중단을 요구하고 비판하였다. 이상준 회장은 독선적 경영과 공동경영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노동조합을 적으로 간주하였다. 급기야 2011년에는 노조파괴 전문으로 악명 높은 창조컨설팅과 비밀리에 계약을 맺어 노사공동경영의 당사자인 노동조합 파괴에 나섰다. 노동조합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 전문에 대하여 개악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단체협약을 해지하는 한편, 조합원들의 노조탈퇴를 강요하고 원격지 발령을 내는 등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시나리오를 그대로 집행하였다.

 

결국 노동조합은 2012년 4월 조합원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제안하였다. 조합원들은 90%가 훨씬 넘는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였고, 같은 해 4월 23일 운명의 전면 총파업투쟁에 돌입하였다. 파업은 시작부터 사측의 불법행위로 전술적 타격을 입었다. 단기승부의 핵심이었던 자금결제부문 조합원을 상대로 사장과 인사팀장, 자금팀장 등 4~5명이 직접 조합원의 부모를 이틀에 걸쳐 찾아가 손해배상청구를 압박하며 노조를 탈퇴시켰다. 파업 장기화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었다.

이후 불법대체근로를 위한 계약직 채용으로 파업을 무력화했다. 파업은 처절한 투쟁으로 586일 동안 이어졌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파업투쟁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불법행위들 때문에 파업 중에 이상준 회장과 남궁정 사장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행위로 이상준 회장이 얻은 이익과 조합원들이 입은 피해에 비해 처벌은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무노동 무임금으로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사측이 단행한 두 차례의 희망퇴직으로 인해, 92명이 시작한 파업은 56명으로 종료되었다. 동료를 배신할 수 없다며 노조탈퇴와 업무복귀는 거부하였지만, 1년이 넘게 지속된 생계압박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눈물겨운 선택이 희망퇴직이었다.

 

이상준 회장의 1심 판결을 앞두고 기나긴 파업은 종결되었다. 이상준 회장과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노동조합을 지켜냈다는 상처뿐인 승리였고, 상당한 근로조건의 후퇴와 쌍방 간의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취소로 마무리 됐다. 파업 이후 3년 여 지난 지금까지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탄압과 부당전보, 부당노동행위, 모욕과 인권유린은 그치지 않고 있고, 조합원들은 눈물겹게 버티며 투쟁하고 있다.

이상준 회장은 작년 말, 파업 이후 최초의 교섭석상에서 또다시 단체협약을 해지하였다. 단체협약 해지 후 취업규칙의 개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는 퇴사를 압박하고, 노동조합에는 사무실을 비우고 현업에 복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해지에 맞서 간부 파업을 진행 중이다. 정권 교체는 골든브릿지에선 남의 나라 미담일 뿐이다.

 

이상준 회장은 과거 투기자본 대주주 BIH가 회사를 망치며 단행했던 5차례의 유상감자를 그대로 흉내내어 파업 중에 300억 원, 3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회사 내에 돈 되는 사업용 자산을 팔아서 300억 원의 유상감자로 돈을 빼내려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유상감자 승인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진행 중이지만, 금융기관에서마저도 공익성보다는 자본의 무한자유 부여를 종교적 신념처럼 체화한 금융관료들의 결정을 번복시키기에는 힘에 부치는 형국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외환위기 이후 약탈적 투기자본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뒤로 이상준 회장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약탈적 자본과 싸워야 했다. 7번에 걸친 유상감자로 당초 자기자본의 81%에 이르는 3,750억 원이 약탈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한때 업계 6위 증권사에서 지금은 최말단의 초소형 증권사로 전락하였고, 점포는 42개에서 단 2개로, 노동자는 850명에서 130명으로 구조조정 당했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의 무분별한 외자도입 정책으로 해외 사모펀드 투기자본의 희생양이 됐고, 이명박근혜의 노조말살 시기에 노동조합의 생리를 가장 잘 아는 자본가에게 파괴적 탄압과 약탈을 당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는 또다시 투쟁 중에 있다. 아니 2011년 창조컨설팅을 앞세운 이상준 회장의 선전포고 이후 투쟁은 중단된 적이 없다. 총파업 직전 1년간의 국지전이 있었고, 이후 586일간의 전면전이 있었고, 이후 3년간의 냉전과 진지전 끝에 최종 승부를 향한 그리고 생존을 위한 총력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화두로 돌아가 본다. 과연 이상준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젊은 시절이 보여준 노동자민중을 위한 헌신적 투쟁과 현재의 그가 보여주는 금융회사의 돈을 편취하는 탐욕과 창조컨설팅까지 동원한 노동탄압 중 어떤 것이 인간 이상준의 실체를 설명하는 것일까.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의 끝나지않은투쟁_김호열-질라라비201710.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