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3]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 이남진

by 철폐연대 posted Mar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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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조직국장, 철폐연대 회원)

 

 

김천시통합관제센터는 2016년 6월 김천시와 김천경찰서, 김천교육지원청이 협약체계 형태로 개소했다. 방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재난·재해 감시,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설치된 1,157대의 CCTV를 하나로 통합·연계해 각종 범죄 예방과 치안 유지, 시민생활 안전 업무 등 김천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필요한 모든 상황조치를 합동으로 대응한다.

특히 여성노동자가 대다수인 관제요원 36명이 1년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각종 범죄와 불법 행위, 학교 폭력, 자살 예방 등에 수없이 많은 성과가 있었다.

 

2018년 7월 초 여름의 길목에서 김천시청 옆 커피전문점에서 노동조합 가입 상담으로 김천시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들을 만났다. 언론 등을 통해 사전 조사에서 확인한 것과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랐다.

제수당 하나 없는 최저임금에 딱 맞춰진 일급 임금, 휴일과 설‧추석 등 명절도 없이 1년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4조 3교대 근무, 1년 단위로 계약하고 2년만 되면 나가야 하는 직접 고용 기간제, 무엇보다 앞서 근무한 노동자들이 퇴사하고 남겨진 근무복과 실내화조차 물려받는 열악한 노동조건…….

기다리면 좋은 날이 있을 거라는 김천시 담당 공무원의 얘기,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그나마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낱같은 작은 희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천시의 정규직 전환은 말뿐이었고, 이들의 바람과 목소리조차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기약 없는 희망 고문이 계속되었다.

열악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꾸고 싶어 했고 자신의 권리와 삶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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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필자]

 

김천시는 2017년 12월 정규직 전환 대상 260명 중 36명만 전환하고, 전환심의위원회를 해산했다. 김천시는 노동조합과의 대화 거부 기조 속에서 예산 부족 등 갖가지 핑계로 전환 계획이 없다고 일관하다가, 2018년 12월 급기야 우리 노조는 배제한 채 기습적으로 날치기 전환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추가 37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환 대상에조차 포함하지 않았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만 놓고 보더라도 이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며, 고용노동부도 정규직 전환 대상임을 이미 확인한 바였다.

그리고 여러 타 지자체의 CCTV 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조합의 유무나 직접 고용, 용역업체 소속 등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이미 이루어졌거나, 전환 계획 과정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엄연히 있음에도 전환심의위원회에의 참여 여부는 고사하고, 김천시는 당사자의 의견과 요구 반영은 물론 대화조차 거부하였다.

 

김천시가 그간 주장한 전환 불가의 근거는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총액인건비제로 인한 제한으로 역교부세 등 중앙부처의 제재를 받는다, 행정안전부의 우선 전환 권고 직종이 있다, 공무원 신규채용 제한을 비롯해 복리후생비가 감소됐다” 등 사실과 다른 거짓 주장으로 일관했다.

가장 큰 거짓과 왜곡, 전환 불가의 논리는 김충섭 김천시장으로부터 점철된다. 특정조직 소속 특정직무 즉 우리 노조 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만 우선 전환하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하고, 예산 부족의 상황까지 고려해서 순차적 전환 등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전환심의위원회를 비롯해서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을 요구하였고, 단 한 번도 우리 노조 조합원만 우선 전환할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

또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그저 권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따를 필요가 없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전환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할 사항이고 시장이 판단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전환을 하겠다는 근거도 없고, 앞뒤도 맞지 않는 황당한 논리를 펴면서 무소불위한 권력의 갑질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산 부족을 주요 근거로 들면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김천시는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83위이고, 지난 2019년 1월에는 1천 542억 원을 투입해 ‘5년간 3만여 개의 공공형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직접 일자리 발굴 5천 500개 △직업능력개발훈련 1천 300개 △일자리 복지 실현 1만 1천 200개 △청년일자리 창출 600개 △기타 500개 등 총 2만 6천 1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이러한 불통과 갑질의 김천시장과 김천시의 행태에 맞서 노조는 피케팅과 천막농성 투쟁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계약만료라는 미명 아래 해고자도 생겼다.

김천시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계약기간 합산 2년이 도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만료 해고를 통보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계약만료 도래 상시‧지속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계약 연장을 통한 보호를 요구하면, 소위 기간제법에 의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이 되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김천시는 이를 해고를 위한 명분과 노조 와해의 방편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의 근무환경과 조건, 노동강도에 대한 분석 없이 상시 인력만 축소되는 스마트관제센터로 전환할 계획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해고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분회장을 비롯해 2018년 3명의 해고자가 발생했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 예정자가 줄을 서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2019년 2월 20일로 ‘정규직 전환 투쟁 203일차, 천막농성 투쟁 160일차, 해고 복직투쟁 82일차’를 맞았고, 하루하루 시간이 감에 따라 투쟁일자도 늘어가고 있다. 2018년 10월 김충섭 김천시장실 점거투쟁, 2019년 1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의원사무실 앞 단식노숙농성 투쟁과 연대 집회 그리고 매일 진행되는 피케팅과 선전전.

이러한 투쟁의 시간 속에서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수막 훼손, 김천시청 간부 공무원의 천막농성장 훼손, 급기야 지난 2019년 1월 11일에는 김천시청 앞에서 출근 피케팅을 하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도끼 테러 위협까지, 투쟁을 가로막는 일들이 있었다. 현재 교섭분리로 임‧단협 교섭이 시작되고 있고, 노숙단식농성으로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의 개입을 통한 테이블도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의 걸림돌인 김천시장의 노조혐오주의와 독선, 갑질로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은 어려운 현실적 조건에 있다.

   

김천시의 끊임없는 탄압과 회유 등으로 인한 이탈로 현재 17명의 조합원이 남아있지만,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강철처럼 투쟁의 의지는 강고해지고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희망 역시 확고해지고 있다.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생애 첫 노동조합, 생애 첫 투쟁 속에서 지역과 업종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연대의 소중함을 경험했고 느꼈다고 말한다. 아무도 비정규직인 자신들을 제대로 봐주지 않을 때 민주노총이 손을 잡아주었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임을 당당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자신을 찾았고, 투쟁을 통해 이제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소중한 동지들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해고된 분회장이 자신을 표현할 때 쓰는 말처럼 ‘어리버리 초보 투쟁꾼’ 김천시통합관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지칠 수도 질 수도 없는 이 싸움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