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1905] KT상용직지회, KT 다단계하청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투쟁 / 황충연

by 철폐연대 posted May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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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전략과 실천

 

KT상용직지회, KT 다단계하청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투쟁

황충연 (KT상용직 전북지회 사무장)

 

 

KT상용직지회는 KT 원청의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협력업체에 일용직으로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인터넷 케이블 신설과 이설, 케이블 전봇대 설치 및 이전, 케이블 유지 보수 등입니다.

2018년 2월부터, KT협력업체로서는 최초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충남과 대전을 시작으로 2018년 3월에는 전북, 전남, 수도권, 대구, 강원 등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노동조합이 차례차례 설립되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열악한 환경, 노예와 같은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한 노동조합이었습니다. 협력업체의 반발은 처음부터 강력했습니다.

 

전국 144개 KT협력업체에서 1,8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그 중 800명가량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평균 나이 56세의 늦은 나이에 노동조합을 처음 결성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 노동조합을 설립하지 않으면 KT협력업체의 갑질과 노예와 같은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앞으로 통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바뀌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협력업체의 수많은 비리와 서류 조작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은 그저 자기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도구였고, 노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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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3.04. KT전북본부 투쟁 [출처: 필자]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KT 원청과 협력업체의 노조 탈퇴 종용과 회유, 압박 등 탄압이 시작되었고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조 와해 공작이 이루어졌습니다. 사측에서 탈퇴서를 만들어 노동자들에게 1만 원 임금 인상을 제시하며 탈퇴를 강요하고 온갖 유언비어로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했습니다.

우리 전북 지역에서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 조합원은 116명이었지만, 사측의 탄압으로 현재는 30여 명이 남아 있습니다. 전북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조합원 절반 이상이 탄압을 견디지 못해 탈퇴했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KT협력업체는 기존에 없던 근로계약서를 들고 와서 무슨 내용인지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사인하라고 종용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동자들은 기세에 눌려 사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법적으로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임금체불금(연차·주휴·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포괄임금제를 강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20~30년 이상 통신일을 해온 노동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니 너무나 분노스러운 일입니다.

KT협력업체는 그렇게 받은 근로계약서를 본인한테 교부하지도 않고, 회사 설립 후 이제까지 취업규칙 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게시하지도 않았습니다.

 

2018년도에는 KT원청에서 협력업체로 공사를 주지 않아 한 달에 열흘도 채 일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일이 없을 때 퇴직금을 지급하면 회사에서 나가는 돈이 적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일부러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라며 사직서를 강요하기도 해서 사직서를 낸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또 현장 노동자 정년을 60세로 정하고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위협하여, 하루 일당의 70%만 받고 일하도록 하는 촉탁제 계약서를 작성한다면서 노동자들을 탈퇴시키기도 했습니다.

KT협력업체는 60세 정년을 만들어 대한민국 건설업의 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현재 통신일을 배우는 현장 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도대체 나이 많은 노동자들 다 정리하고 누구 보고 일하라는 건지, 적은 인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만 더 힘들어졌습니다. 적은 인원으로 죽어라 부려먹고 돈은 적게 주려고 하고, 사측은 이윤을 많이 남겨 자기 주머니에 처넣기 바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토요일에도 일을 시켰는데 수당을 더 주어야 하니 이제는 일이 있어도 일을 시키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니 노동법 때문에 일을 못 시키겠다고 합니다. 협력업체는 이제껏 노동법도 지키지 않고 근로기준법도 안 지키던 업체들입니다. 1년 이상 일을 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협력업체는 1월, 2월을 신고에서 누락시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KT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여전히, 퇴직금을 받으려면 노동청에 고발을 해야만 합니다.

 

KT협력업체는 노동자들에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여 1시간 임금을 12,500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20년에서 40년 가까운 경력자들인데, 상여금도 없이 시급으로만 임금이 계산됩니다. 그저 일한 만큼만 벌어가고, 일이 없으면 집에서 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에 일이 없어 인력공사라도 나가 일하다가 적발이 되면 문제가 됩니다.

2019년 상반기 건설업 정부 노임단가는 통신외선공이 291,000원, 통신케이블공이 310,000원인데 비해 실제 받는 임금은 통신외선공이 15만 원, 통신케이블공이 17만 원 수준입니다. 사측에서는 KT 원청에서 공사품을 실제 금액보다 적게 협력업체로 내려 준다고 하는데, 노동조합이 원청을 조사할 수도 없고 그저 노동자들만 죽어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KT협력업체는 수십 년간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물론, 4대보험 미가입, 임금 중간착취, 산재 은폐, 퇴직금 미지급, 불법 다단계 하도급 운영, 소득세 신고누락 및 허위신고 등 많은 법령 위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사업주는 현장 작업 시 위험 방지와 사고 예방,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일당제로 등록되어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도 받아 본 일이 없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런 현실에도 협력업체에 따질 수가 없습니다. 현장 소장들이 불법 하도급을 하고 있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적은 인원으로 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항상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타령만 하면서 안전조치는 전혀 없습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에서 1군 협력업체 노동자 13명이 작업 중 전봇대에 깔려 죽고, 맨홀에서 올라오다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파악되지 않은 수도권과 강원도, 경남 지역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산재로 처리된 사고도 있지만 암암리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재와 사망 사고가 해마다 수십 건씩 발생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도 협력업체도 외면하면 그만입니다.

KT 원청과 지역본부는 협력업체를 관리감독하고 문제가 있다면 징계를 해야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협력업체는 노동자 수를 부풀려서 신고하고, 그로 인해 더 큰 이윤을 남기지만 위험한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지급하는 안전장비라고는 안전모가 전부이고, 전봇대 작업 시 필요한 안전장비부터 작업장비까지 모두 개인이 구입을 해서 일을 합니다. 대부분의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노동자들은 늘 고통에 시달리지만 업체에서는 무관심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도 개인보험으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뼈가 부러져야 겨우 산재 신청이 가능한 지경입니다.

 

KT 원청의 노동조합이 친사측 한국노총이기에, KT협력업체 역시 민주노총 노동조합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아니, KT협력업체는 노동조합 자체를 싫어합니다. 수십 년간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서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었는데, 노동조합이 생기면 부담이 된다고 합니다. 노동조합이 생기면 법적인 수당도 지급해야 하고 마음대로 부려 먹기 힘들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2018년 5월부터 현재까지 임·단협 교섭을 25차례나 진행했지만 나아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측의 대답은 하나.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노동자들을 착취해 많은 돈을 가져갔으니 이제부터라도 조금만 임금을 올려달라고 했지만, 해마다 적자고 자기들도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1년 동안 지명파업도 하고, 한 달간 전면파업도 했습니다. KT본부 앞에서 3보1배도 하고, 전주노동청 앞 천막 농성에 점거농성까지 했지만 변한 건 없습니다. KT협력업체의 노조 불인정과 노조 요구 수용불가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비참합니다.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아보고자 투쟁을 하다 보니,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공에서 거리에서 줄기차게 싸우며 사측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자기 한 몸 기꺼이 희생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맡은 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썩어빠진 정치와 정부를 등에 업고 약하고 정직한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업체는 절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싸움을 통해 깨닫습니다.

노동조합 결성 1년 동안 이뤄낸 건 비참한 현실을 알려낸 것뿐입니다. 하지만 빼앗긴 줄도 모르고 살았던 노동자의 권리를 알게 되었고 수십 년의 굴종의 삶은 이제 과거가 되었습니다. 누구도 대신 찾아주지 않기에 스스로 싸워야 하고, 그것은 협력업체를 넘어 KT 원청과도 싸워야 하는 험난한 길입니다. 그러나 사측의 집요한 탄압과 와해 시도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이 희망의 불씨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저희들은 앞으로도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