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08] ‘사회주의 대중화’ 필요하고 가능하다 / 김태연

by 철폐연대 posted Aug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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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사회주의 대중화’ 필요하고 가능하다

 

김태연 회원 인터뷰

 

8 살아가는 이야기_01.jpg

 

2021.7.6. 철폐연대 회원 김태연 동지를 변혁당에서 만났습니다. [출처: 철폐연대]

 

철폐연대의 오랜 회원인 김태연 동지를 7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사회변혁노동자당 중앙당 사무실에서 만났어요. 변혁당 대표로 활동해 온 지난 3년의 시간을 마감하고 올 초 그토록 갈망하던 ‘현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김태연 동지의 근황과 고민을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Q. 변혁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후 반 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A. 상층 중심의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을 세상은 ‘관료’라고들 하잖아요. 정당 운동을 하는 사람 입장으로 보면 그동안 저는 당 관료 생활을 해 온 거죠. 맡은 직책 임기가 다하면 현장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이 저는 가장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으로 저도 돌아갔죠.

 

Q. 현장으로 복귀라니멋지군요! 김태연 동지의 현장은 어디인가요?

 

A. 한때 금속노동자, 프레스공으로 일했었고 그 다음에는 노동운동 하면서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오토바이로 우유 배달이랑 컴퓨터 부품 배달 같은 일도 했었어요. 이래 봬도 제가 1세대 라이더 출신이예요…(웃음). 당 대표 임기를 마치고 바로 제 현장으로 돌아갔죠. 요새 뜨는 직종이 플랫폼 노동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3세대 라이더들과 어깨를 견주면서 일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산재보험에 가입했더니 나라에서 ‘특수고용직’이라는 증명서도 정식 발급해 주더라고요.

 

Q. 활동가로 지내 오면서 휴지기를 거의 갖지 못하셨잖아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은 따로 없었나요?

 

A. 어떤 단체에서 직을 갖고 활동하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는 것만큼 에너지를 얻는 기회가 제가 볼 땐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노동이 힘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충족할 수 있는 삶의 기쁨, 보람이라는 게 있거든요. 얼마 전에 전교조, 공무원노조 해고자들이 십수 년 만에 복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잖아요. 현장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 기분을 요샌 좀 알 것도 같더라고요.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도 있어요. 6개월 동안 일해 온 시간이 제게는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돈도 솔찬히 벌었고요(웃음).

 

Q. 변혁당 활동 이야기를 해 볼께요. 2016년 창당 이래 집행위원장과 대표를 거치면서 역점에 둔 활동은 무엇인가요.

 

A. 제가 당 대표를 맡게 된 2018년부터 가장 핵심적인 활동으로 제기한 것은 ‘사회주의 대중화’ 사업이었어요. 그럼 ‘사회주의 대중화’가 도대체 뭐냐. 사람은 저마다 세상살이의 기준이 있잖아요.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살아가는 ‘방식’이란 게 있죠.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세상살이의 가치와 방식은 전반적으로 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이 지배하고 있어요. 자본주의는 이윤이라는 가치와 경쟁이라는 방식, 이 두 가지를 본위로 작동해요. 이윤과 경쟁이라는 가치와 방식 말고, 이제 다른 대안은 없을까? 그걸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민해 왔다고 생각해요.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는 자본주의적 가치나 방식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혔다고 봐요. 사회주의적인 가치와 방식 말입니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거니와, 대중이 이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표현하거나 선택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수준으로요. 그런데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저를 비롯해서 변혁당이 말하는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건 이 나라에서 사회주의적 가치와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자는 의미예요. 물론 그런 가치와 방식으로 실현되느냐는 그 다음의 과제이겠죠.

 

Q. 그렇다면 불안정노동자들이 기존의 자본주의적 가치와 방식을 거부하고 대안적 체제를 자신의 전망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요.

 

A. 좀 아이러니컬한 얘기이고 안타까운 얘기에요. 방금 이야기하셨듯이 불안정노동자라는 자체가 자본주의적 가치와 방식의 산물이잖아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가장 억압받고 피해를 입는 계층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안정노동자에요. 그런 불안정노동자들이 IMF 이후로 보더라도 20년 넘게 확산되고 또 그에 맞서 격렬하게 싸워 왔어요. 이렇게 투쟁이 계속돼 왔지만 불안정노동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느냐. 저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불안정노동자들 투쟁에서 ‘진짜사장 나와라’ 이런 구호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실은 우리가 너무 그 틀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가장 절박한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가치와 방식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고 봐요. 흔히들 이윤과 경쟁 중심의 사회가 잘못됐다고 말하잖아요. 그렇다면 사람과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고, 그건 결국 사회주의적 가치이고 방식이라는 거죠. 그걸 인정하자는 거예요. 그렇지 않고 ‘아, 그건 아닌 것 같아’라고 선을 그어 놓고 보면, 기껏 싸워 봐야 진짜사장 아래서 착취당하는 구조를 넘어설 수 없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불안정노동자들이 사회주의적 가치와 방식에 가장 공감할 수 있고 실현할 힘을 가진 주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철폐연대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 아니에요. 2000년 ‘파견철폐공대위’가 만들어질 때 같이 논의했던 기억이 나고…. 그렇다고 당시 제가 간접고용 철폐운동을 중심에 놓고 활동했던 상황은 아니었어요. 어쨌든 한국에서 비정규직 운동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잖아요? 비정규직 운동을 계급적 관점에서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지 고민이 들었고, 이 운동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물론 있었죠. 다행히 철폐연대가 만들어지면서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 또 관심도 생겨서 회원으로 함께하게 됐죠.

 

Q. 회원으로서 철폐연대에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A. 일단 철폐연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철폐연대 상근하는 동지들, 그리고 함께하는 회원 동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꼭 필요한 일들을 해 나가고 계시니까요.

조금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사회주의 대중화’에 대한 전망을 철폐연대가 같이 고민해 줬으면 좋겠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진짜사장’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이 사회의 진짜 모순이 무엇인지, 그 선을 넘는 운동을 철폐연대가 앞장서서 했으면 좋겠어요. 불안정노동철폐운동 20년이라고 하죠? 향후 20년의 불안정노동철폐운동은 그러한 전망과 지향을 갖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죠.

 

Q. 고맙습니다.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어요.

 

A. 변혁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주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선 투쟁 관련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대선 시즌까지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인데 여기에서 우리가 말하는 사회주의 대중화를 대선 투쟁 시기 한국사회에 최대한 부상시켜 내는 운동을 펼쳐보려고 해요. 이 일이 잘 됐으면 좋겠고, 저도 앞으로 최선을 다해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