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203]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개정안 통과와 시행에 관하여 / 최은실

by 철폐연대 posted Mar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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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포커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개정안 통과와 시행에 관하여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2022년 1월 11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말도 많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2022년 8월 4일부터 시행된다. 그렇다면 노동이사제란 무엇이며, 기존과 어떠한 점이 다르다는 것인지,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하길래 이처럼 자본이 거부하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노동이사제가 무엇이며, 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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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1.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노동이사제라 칭해지고 있는 현행 제도는 무엇인가?

 

현재 신문기사 등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최근 법률이 개정되어 시행 예정이라고 하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이사제는 기존에 자본이 독점하던 이사회에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대표 또는 관계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법률로 의무화함으로써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개정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제18조에서 이사회는 기관장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이사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에는 15인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제25조 제2항에서 공기업의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다음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추천되는 사람은 △ 경영에 관한 학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 △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노동자 중에서 노동자대표(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말한다)의 추천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이다. 즉, 노동자대표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이사회에 참여할 수도 있고,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해당 개정안에 따른 방식은 노동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과반수 동의를 받은 노동자대표가 직접 참여)라고 할 수도 있고, 노동자추천이사제(노동자대표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참여)라고 할 수도 있다. 즉, 개정안은 노동이사제와 노동자추천이사제가 혼합된 형식으로 마련되었으며, 개별 기관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15인 이내의 이사회 구성원 중 반드시 1인은 노동자대표가 추천하는 자를 비상임이사로 포함시키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노동자가 비상임이사가 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학술적으로는 단순히 이사회에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대표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노동이사제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종업원(근로자든, 노동자든)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종업원대표이사제’라고 표현하며, 익숙하게는 노동자추천이사제 정도를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노동이사제란 무엇일까? 노동이사제를 말할 때 독일의 공동결정법이 가장 주요하게 언급이 되는데, 독일의 공동결정제도의 구조가 기업 차원과 사업장 차원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을 우선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이사회가 단층의 형태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복층의 형태로 되어 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독일뿐만 아니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는 이원제 이사회 제도를 두고 있다. 쉽게 머리와 팔다리로 나누어 설명한다면, 머리에 해당하는 기업 차원의 감독이사회와 팔다리에 해당하여 사업장 차원에서 운영되는 사업장협의회가 있는 것이다.

 

노동이사는 머리인 감독이사회와 관계가 있다. 회사의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이사회와 그 경영이사회를 관리 감독하고, 경영이사회의 이사를 임명 및 면직하는 권한을 가지며, 회사의 장기 전략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감독이사회가 있다. 그리고 노동이사란 경영이사회 이사 중 한 명으로서 인력관리를 책임지는 상임이사를 말한다. 독일의 공동결정법에서는 감독이사회에서 노동이사를 선임하여 회사의 인사와 사회적 사안에 관해 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틀어 살펴보면, 현재 개정안이 통과되어 향후 시행될 해당 제도가 노동이사제라고 칭하기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단은 이번 개정안의 제도를 노동이사제라고 칭하며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노동이사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가?

 

노동이사제라는 제도가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2016년 9월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서울시가 투자 또는 출연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이후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충남, 전남, 경남, 수원, 부천, 안산, 이천 등이 조례로 노동이사제 또는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했다. 조례는 보통 100인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공사 등에 적용하고 있으며, 회사 규모별로 1인 또는 2인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최소 50인 이상부터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200인 이상부터 적용되기도 한다. 조례는 지역 내 공사 등에 적용되며,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보면 독일은 종업원 500인 이상 일하는 모든 공공·민간 사업장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서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2013년 민간부문까지 노동이사제를 확대했다. 스웨덴은 25인 이상 모든 기업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했으며, 체코는 2015년 민간분야에 노동이사제를 제외했다가 2017년 다시 적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법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사합의에 의해 노동이사제를 운영 중이다.

 

이번에 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경우 공기업 36곳1) 및 중정부기관 95곳2)의 131개 공공기관이 적용대상이며,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 노동이사는 3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가 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원이 몇 명이든 한 명은 반드시 노동자대표가 추천하는 사람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자가 이사회에 참여하여야 한다. 그러나 법률의 명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것일 뿐, 민간기업에 적용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한계와 문제 제기

 

노동이사제의 도입을 통해 기업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 측의 의사를 반영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 노동이사제의 도입 취지이며 목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을 위해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만 한다. 즉, 불가피하게 논의와 결정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이사제에 관한 가장 흔한 우려는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노동이사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을 더디게 만들어 기업에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2016년 서울을 비롯해 지방공사에 도입된 노동이사제 운영에 있어서 이러한 기존의 우려가 실현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즉, 실제로 노동이사제의 도입으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이 발생하였다거나 심각한 노사분쟁이 발생하였다는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계에서는 이번에 시행되는 노동이사제가 얼마나 유명무실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5인 이내로 구성되는 이사회 중 단지 1인에 불과한 비상임 노동이사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던 독일의 경우 노동이사와 별도로 감독이사회의 구성을 노사 동수로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에서부터 노사동수를 원칙으로 함으로써 노동사안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논의로 이어지며, 노동의제에 대한 강력한 결정권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은 통상 10인 내외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 소수도 아닌 1인에 불과한 노동이사의 의견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경영의 전반에 대한 파악이 어려운 비상임이사로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발언과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1인에 의해서라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이사회에 전달하고, 노동사안에 있어 필요한 경영정보 문서의 열람권 및 자료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 경영사항에 대한 감사를 의뢰하고 임원 추천 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은 노사관계에 있어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필요한 제도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나마도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만 그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노동조합조차 조직되어 있지 않은 경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단일화되거나 취합되어 노동이사에게 전달될 방법은 전무하고, 문제가 있는 경영사항, 정보가 필요한 노동쟁점에 대해 노동이사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즉, 노동조합의 존재를 전제한 상황에서만 그나마 1인 노동이사가 경영의 투명화, 논의의 심화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며,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 없이 비상임노동이사 스스로의 역량만으로 막연히 노동이사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노동이사제 시작부터 대비하기

 

노동이사제가 시작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노동자 의사가 이사회에 전달되거나 이사회의 운영이 투명해지거나 공공기관의 운영이 공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이사제의 도입은 단지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이 이사회와 소통할 하나의 방안이 마련되었을 뿐이며, 소통의 창구는 마련되었지만 소통은 실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노동이사를 누구를 추천하고 참여시킬 것인지, 노동이사를 통해 어떠한 사안에 대해 이사회와 소통하고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노동이사를 통해 어떠한 자료 및 정보를 요구하고 논의를 공론화시켜 여론을 노동자 측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대비한 경우에는 노동이사제를 통해 소통을 통한 노사관계의 우위를 점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지만, 시류에 끌려만 가서는 매 이사회에 들러리로 참여해 눈치만 보게 될 것이다. 즉, 노동이사의 선정에서부터 노동자 집단 및 노동조합이 적극 개입하는 것, 노동이사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 노동이사와 함께 이사회에 대응하고 노동이사 외 상임·비상임이사들을 노동사안에 적극 노출시켜 동의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아울러 개정안은 현재 노동이사 1인을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고 있지만, 노동이사가 반드시 1인만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이사회 내 노동이사의 확충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아울러 규모에 따라 노동이사가 보다 더 많이 이사회에서 확충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작업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 이는 그간 현장의 투쟁에 급급했던 노사전략을 넘어 이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결정에 힘을 더함으로써 노동조건과 관련된 경영사항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울러 제대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못했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서는 노동이사에 대한 대응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을 새롭게 조직하거나 대응함으로써 노동조합을 정비하고 필요한 노동의제를 개발하고 노동자 의견을 취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직은 제도적으로 미약하고 힘이 충분하지 않은 노동이사제이지만, 그간 이사회의 접근이 제한되었던 노동조합으로서는 새로운 길을 마련한 만큼 준비한 만큼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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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현장대응 워크숍 웹자보. [출처: 공공운수노조]

 
 

 

1)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주식회사 강원랜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조폐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마사회, 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부동산원,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회사 에스알,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해양환경공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2)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공무원연금공단, 한국재정정보원, 한국교자산관리육학술정보원, 한국장학재단,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우체국물류지원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연구재단,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재단법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국제협력단, 국제방송교류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아시아문화원, 한국관광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거래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육진흥원,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고용정보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국가철도공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국토안전관리원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재단법인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한국해양수산연수원,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창업진흥원,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소비자원, 시청자미디어재단, 독립기념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도로교통공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관리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재단법인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한국기상산업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