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04] 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 투쟁! / 정현실

by 철폐연대 posted Apr 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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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신라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 투쟁!

우리는 승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정현실 • 민주일반연맹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지회 지회장

 

 

 

새봄이 시작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신라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신라대 본관 로비에서 밤샘농성을 이어간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갑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국의 동지들이 보내 주신 연대의 힘 덕분에 신라대지회 조합원들은 굳건히 버티면서 승리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야!

 

저희는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이 넘게 신라대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면서 궂은일도 마다않고 묵묵히 일해 왔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으며 그 이상의 대우는 생각지도, 요구해 보지도 못하고 지내 왔습니다. 그러다 용역업체를 내세워 부당노동행위를 묵인하고 종용하는 대학 당국에 대응하고자 2012년 6월 부산일반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그 후 약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를 상대로 생계비 확보와 정당한 노동력의 대가를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철야농성도 불사하며 투쟁한 결과,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끝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박○○ 총장이 취임하면서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 총장이 기존의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업체와 최저입찰을 시도했고, 이에 청소노동자들이 불응하자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를 시도한 것입니다. 저희는 옥상투쟁을 시작으로 단식농성을 비롯해 다시금 길고 긴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9일간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생계비를 담보할 수 있는 처우개선에 합의했고, 청소노동자들의 정년인 만 65세까지는 반드시 고용을 보장하겠노라는 약속도 받아 냈습니다.

 

당시 총장의 말을 믿었고 지난 7년 동안 별도의 임금인상 요구 없이 최저임금 인상분에 만족하며 열심히 일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해왔는데, 이제 와서 청소노동자들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소모품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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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고 주름진 손일지라도 우리가 움켜쥔 걸레로 나와 가족, 신라대를 닦았고 학생들 꿈의 바닥을 윤기 나게 문질렀다. 제발 함께 삽시다! 2021.3.4. 신라대 농성장 연대 문화제. [출처: 정남준(비주류사진관)]

 

청소노동자 전원해고가 ‘대학 혁신’?

 

2021년을 맞기도 전에 “올 3월 1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을 전원 해고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 총장이 신임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32년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는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유독 ‘대학 혁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신라대학교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혁신의 가장 첫 번째 과제가 51명 청소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전원 해고하는 것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두 달이 다 가도록 ‘집단해고 철회’를 외치며 호소했지만 그 요구는 번번이 묵살 당했습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곳에서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생계의 위기, 생존의 위기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신임총장이 말하는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의 사유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습니다.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신입생이 미달되고 그로 인해 학교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신라대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학의 연간 학교운영 총예산은 900여억 원입니다. 이중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이 600여억 원이고 국고보조금이 260여억 원 정도를 차지합니다.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고보조금으로 학교가 운영되어 온 겁니다. 지자체 지원금과 기타수입원을 제외하면 학교법인의 전입금 규모는 2억 원 정도로 ‘새 발의 피’임에도 법인은 학교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까지도 전혀 고민이 없습니다.

 

최저임금 청소노동자들을 집단해고로 내몬 신라대는 교직원들의 임금은 인상하는 예산을 편성하고 학부총장과 처ㆍ실장에게는 전에는 없었던 업무추진비도 신설했습니다. 밖으로는 재정난을 들먹이면서 안으로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자들에 들어가는 예산을 증액한 것입니다. 기만과 꼼수를 동원한 대학 구조조정의 실상은 바로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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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일지라도 감사함을 말하며 살아야 했던 청소노동자들의 집단해고는 오육십 대 애달픈 삶들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것이다. 2021.2.24. 연대 동지들과 함께 신라대 점거 농성장에서. [출처: 정남준(비주류사진관)]

 

교수와 교직원 동원해 청소 업무 공백 메우겠다는 대학 당국

 

신라대학교 당국은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되어 공백이 된 청소업무에 대해 자동화와 교수ㆍ교직원의 자체적인 협조로 채우겠다고 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들의 학업과 학사업무에 전념해야할 이들이 빗자루와 대걸레를 손에 쥐고 화장실 청소와 강의실 청소 등을 하는 모습을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결국엔 학생들이 누려야 할 쾌적한 환경과 학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머지않아 청소 또한 학생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비싼 등록금 내고 화장실, 강의실까지 학생들이 청소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청소업무 자동화 또한 화장실, 강의실을 비롯해 그 복잡한 과정을 기계가 한다면 그 비용이 노동자 수십 명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적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부 교직원들이 청소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신임총장의 이번 결정은 비현실적이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게 빤하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를 강행한 데 대해 반대와 우려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은 이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 전원 해고는 학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망하게 하는 잘못된 결정입니다. 잃어버린 신라대의 명예를 늦게나마 회복하는 길은 집단해고를 철회하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직접고용 전환만으로도 신라대는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고 환영받을 것입니다. 신라대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까지 싸워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신라대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여러 사업장에서도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기에 신라대 투쟁에 전국의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여 이번 투쟁에 임하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각오와 결의가 굳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나날이 힘든 투쟁이 되겠지만 우리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연대와 지지가 있기에 승리를 확신합니다. 전국의 동지들이 신라대지회 투쟁 승리를 염원하며 보내 주신 믿음과 다짐, 그리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의 힘으로 이 투쟁 꼭 승리하겠습니다.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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