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라라비/202109]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 악용하는 기업 -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노동조건에 관하여 / 최은실

by 철폐연대 posted Sep 0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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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포커스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 악용하는 기업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노동조건에 관하여

 

최은실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공인노무사

 

 

 

 

1.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노동조건1)

 

2020년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LG케어솔루션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노동안전보건사업과 조직화사업의 기획을 위한 기초 자료 활용 목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실태조사에는 총 404명이 응답했으며, 4명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렌탈사업에 진출했으며, 2018년 기존 렌탈 유지서비스와 유지관리 케어십을 ‘케어솔루션’으로 통합했다. 서비스의 주요 내용은 정기적으로 핵심부품을 새로 교체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며, 제품이 항상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이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매니저’라는 직함을 갖는데, 지원 자격으로는 ‘여성 누구나 가능’하며 운전 가능자로 차량 소지자를 우대한다. 즉, 회사는 차량을 제공하지 않으며 업무 성격상 차량이 없으면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매니저는 기본급이 없이 업무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등록되며, 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한다.

 

1)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2021. 3. 19.)’ 자료집 중 LG전자 케어솔루션 매니저 노동강도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 사업보고서(21.03)의 내용 일부를 요약하였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보고서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태조사는 총 404명이 응답했으나 중복응답을 제외하면 총 386명의 응답이 유효했는데, 이중 단지 3명만이 남성이었다. 즉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연령 비율은 40대와 50대가 각각 170명, 171명으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었고, 30대 10%, 20대는 0.5%에 불과했다. 근무지역은 경기도 31.6%, 서울 17.1%로 절반이 수도권에 위치하였고, 근무기간은 1년~3년이 37.3%, 3년~5년이 29.5%로 평균재직기간은 3.56년이었다. 경력단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의 직장 경험을 확인했는데, 첫 번째 직장의 평균재직기간이 10년 초과가 22.9%였다. 반면 두 번째 직장은 10년 초과가 8%로 뚝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경력단절에 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 업무환경에 관해서는 평균 182.56건의 업무계정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한 주 6일 이상 일하는 비율이 58.5%, 하루 평균 식사 1회로 나타났다. 특히 방문 약속을 잡기 위한 컨택 시간으로 주당 6시간 이상을 소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방문 건수에 따라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방문약속(컨택)을 잡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통상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근로시간이 순수하게 컨택하는 데에만 소요되고 있었다.

 

휴식 및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서는 방문약속과 휴식시간의 비율이 80:20으로 실질적으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근무 중 절반이 1~2회만 화장실에 간다고 답하였고 근무 중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는 답변도 15%(58명)에 달했다. 특히 고객 집에서 업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태반임에도 불구하고 고객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는 4.9%(19명)뿐이었고, 대개는 개방형 공중화장실로서 관리사무소, 마트, 동사무소, 공원 등을 이용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공중화장실 이용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현재의 일이 건강을 해치거나 안전상 위험한지에 대해 약 85%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0년 건설노조 건축 현장 본층 노동자들이 해당 일의 불건강 및 위험성에 대해 60%가 그렇다고 답했던 점에 비추어보면 심각한 정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아픈데도 일한 경험이 응답자의 88.6%(342명)에 달했으며, 업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정도, 노동강도 인식에 대한 보그지수2)도 13.99점에 달했다. 이는 건설노조 건축 현장 본층 노동자들이 12.4%라고 답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인데, 매니저의 업무가 다양하고 좁은 장소에서 불편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관적으로 느끼는 노동강도 역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육체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는지에 대해 ‘종종’이라는 답변이 41.2%(159명), ‘항상’이라는 답변이 47.9%(185명)에 달했고, 정신적으로 지치는 경우도 ‘종종’이 41.7%(161명), ‘항상’이라는 답변은 38.6%(149명)로 총 80%에 달했는데, 2021년 사무금융노동자 업무상 정신질환 실태 및 대응연구에서 확인한 수치(72.44%)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상시적인 감정노동, 어렵게 잡은 약속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늦은 밤 또는 주말이라도 방문요청 시 고객의 상황에 맞춰야 하는 점 등으로 인해 정신적 소진 정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강도 개선을 위해 적정한 노동량은 현재의 65.15%로 35%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는데, 현재의 평균 계정이 180여 건임을 감안했을 때 35%를 줄이면 150건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업무계정이 줄어들게 되면 생계에 위협이 발생되므로 계정당 수수료 역시 상승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2) 보그지수(borg scale)란 주관적 노동강도 평가지표로서, 노동자 본인이 인식하는 노동의 강도를 가리키며, 아주 편함 6점~최대로 힘듦 20점 사이까지 본인이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하는 순위에 체크를 하는 방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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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LG전자 렌탈가전 방문관리 노동자 안전ㆍ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진행 모습. [출처: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2.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을 악용하는 LG전자

 

이번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렌탈가전의 점검서비스는 간혹 남성노동자들이 있지만 주로는 여성노동자들이 수행한다. 해당 물품을 사용하는 주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기초한 것이고, 가정을 방문할 시 이들과 접촉할 고객의 대부분이 여성이며(맞벌이 부부라고 하더라도 여성이 맞이할 것이라고 가정됨), 고객과 대면하는 노동에 있어 필수적으로 부가될 감정노동에 여성이 더욱 적합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해당 업무가 반드시 여성에게 적합한 업무인지에 대해서는 이번 보고서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운전을 장시간 해야 하며, 이동시 10㎏에 달하는 작업도구가 필요하고, 공구를 이용해 해당 제품들을 분해 및 점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통상 남성에게 부여되던 전자제품의 분해, 점검, 조립 등의 업무능력과 운전업무가 여성노동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렌탈가전의 ‘케어’라는 서비스는 해당 노동의 성격이나 업무의 구성보다는 해당 업무가 이루어지는 장소, 제품의 이용자, 해당 업무의 대면성과 감정노동의 필요성에 초점을 두고 노동자가 선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업무에 있어 애초 노동자, 노동의 성격과 노동자의 업무는 고려 요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렌탈가전 사업을 시작하던 초창기, 제품의 렌탈에 따라 해당 제품을 장기간의 할부처럼 비용을 분납하면서 성능 유지 및 적절한 부품 교체를 위해 관리까지 받는다는 광고와 선전이 있어, 소비자들은 자신이 제품을 구입만 하면 될 뿐 매니저의 관리 비용까지 납부한다는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이러한 방문관리는 일종의 ‘서비스’이며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해당 서비스 일체를 판매와 함께 제공한다고 여겨 왔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제품을 구매하고 해당 제품의 비용을 분할 납부하면 회사 소속의 노동자가 제품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해당 제품의 관리 비용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이 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 아닌 노동자’이자 값싼 노동력으로서 여성노동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편의와 필요에 따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노동자가 당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 경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냉장고, 정수기 점검을 위해 방문한 매니저에게 제품의 청소를 요구하며 “얼마면 해 줄 수 있냐?”고 한다든가 “식사할 시간이 있냐?”, “한번 만나자.”고 이야기하는 남성 고객도 있었다. 방문 노동자들이 주로 겪는 속옷만 입은 채 문을 열어주는 남성 고객, 물건이 없어졌다며 신고하는 고객도 있었다.

 

 

3.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합리화

 

여성이 주 대상인 노동의 대표적인 특징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첫째, 저임금이다. 이는 해당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나 업무 수준, 노동의 성격과는 무관하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을 뿐이다. 낮은 임금에 초점이 맞춰진 노동이기 때문에 이러한 임금에서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진입하거나 남게 되는 것이다.

 

둘째, 불안정한 노동시간이다. 사용자는 여성노동자의 진입 전까지는 해당 업무가 겸업 내지 가사와의 겸임도 가능하다고 회유한다. 그러나 실상 그러한 겸업이나 겸임은 불가능하다. 이는 사용자가 계산하는 노동시간과 실제의 노동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직접 방문하여 점검하고 관리하는 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 해당 업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약속 잡기, 약속 관리, 운전, 대기 등의 준비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잦은 스케줄 변경과 일방적 업무 취소로 인해 소비되는 시간들도 발생된다. 이러한 모든 시간은 엄연히 주 업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노동시간이지만, 사용자는 이러한 시간을 비공식화함으로써 노동시간을 축소한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이전에도 매우 빈번히 발생했다. 시간강사의 경우 정규 수업시간 외에 수업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재택위탁집배원도 배송시간 외에 우편분류시간이 발생했다. 학습지교사의 경우에도 각 가정으로의 방문 시 이동시간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처럼 그 시간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이 드러나지 않는 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노동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노동시간을 제대로 평가ㆍ반영하지 않은 저임금 상태에 머물게 된다.

 

아울러 앞서 살펴본 대면·감정노동 역시 제대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통상 대면노동은 감정노동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데 이러한 감정노동은 매우 부차적이거나 어쩔 수 없는 업무내용으로 취급된다. 업무 성격상 감정노동이 발생되는데 이를 ‘알고 입사했으니 참아라!’는 식이다. 그러나 어떤 기술이 필요한 업무에 있어 해당 기술을 습득하였거나 자격증을 보유한 경우 기술수당이나 자격증수당을 지급하듯이, 감정노동 역시 노동의 한 측면이며 많은 에너지가 투여되고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 그럼에도 감정노동의 가치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감정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는 단순한 문제 역시 아닐 것이다. 대면노동에 반드시 감정노동이 수반될 필요가 있는가? 고객의 요구에 무조건 순응해야 한다거나 과도한 친절과 봉사를 당연한 서비스로 여겨야만 하는지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불안정 노동자화이다. 현재 여성이 주로 근무하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이 특수고용 노동자이거나 간접고용 노동자 혹은 기간제 노동자이다. 남성이 불안정한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나, 동일한 불안정한 노동이라고 하더라도 더 적은 임금, 더 불안정한 근로시간, 더 나쁜 대우의 노동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하다. 은행에서 쫓겨나 기간제화된 노동자의 대부분이 여성이었고, 간접고용화된 전화상담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화된 골프장 경기보조원 및 학습지교사 역시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였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러한 모든 특징은 그대로 재확인된다.

 

 

4. 여성노동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

 

가. 감정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안정장치 마련

 

매우 사회적이고 전형적인 성역할로 여성에게는 감정의 활용 및 사용이 남성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열등하기에 반사적으로 감정적 측면에서는 남성에 비해 더 뛰어나다는 인식이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보고는 접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주장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분석이라기보다는 교육적 효과이거나 감정적 재단이나 주장에 불과하다.

 

때문에 여성노동에 대한 보호장치로서 감정노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접근,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감정노동으로 인해 우울증 등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단순히 사후적으로 산재를 적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감정노동이 불가피한 직종에 대해 사전적으로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방안의 내용으로서는 감정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업무환경 조성과 평가지표 수정, 고객에 대한 안내와 홍보, 직원에게 위해를 발생시키는 고객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절차 마련 등을 포함해야 한다.

 

한편, 감정노동이 업무의 내용으로서 당연하다는 기업과 고객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며, 이를 요구하는 기업과 고객에게 적절한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는 업무 자체 또는 업무과정에 과도한 감정노동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주로 언급되지만, 감정노동을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상황에서는 그 적용과 구제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감정노동 자체는 그대로 허용된다. 따라서 감정노동이 발생되는 업무들에 대해 감정노동 자체를 단기적/장기적으로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업무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감정노동을 활용하는 업무방식을 수정하지 않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나. 여성이 주를 이루는 사업에 대한 차별문제의 새로운 접근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평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모집과 채용, 임금, 임금 외의 금품, 교육·배치 및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 있어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사업장과 같이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을 제쳐두더라도) 사업의 대부분을 여성 또는 남성과 같이 특정 성별에 치우쳐 운영하는 경우 차별적인 운영을 하더라도 이를 남녀고평법으로 규율하여 해결할 방법이 없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3명의 남성 노동자라고 해서 다른 노동조건에 처해 있지는 않으며, 단지 노동조건을 최저의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이를 감당할 수 있거나 이러한 조건으로라도 일할 수밖에 없는 여성노동자로 운영되고 있어서 비교대상 노동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여성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 여성 친화 사업장에 대해 시설개선(보육시설, 여성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수유실 등) 지원사업 등을 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근본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고서의 대책으로도 제시된 휴게시설과 같은 사업이고, 단기적 사업장으로서 휴게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 되지 않는 한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업별 또는 직종별로 여성이 주로 고용되어 있는 사업장을 점검하고 해당 사업장이 단순히 최저수준의 근로기준법 또는 최저임금법을 지키고 있는지만 점검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사협의회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노사 간 협의와 협력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사 간 협의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조합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조직 및 노동조합의 활동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발생되는 경우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필요하다.

 

다. 사회적 인식 제고와 보호장치 마련

 

매우 구태의연하지만 그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여성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이다. 여성 임금이 저하된 원인 중 하나는 여성노동을 남성의 벌이에 부차적인 수단으로 취급하면서 부수입 정도의 임금만 지급해도 된다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관점에서도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차별이다. 또한 애초 여성이 할 일을 정해 놓고, 해당 업무에 대해서는 낮은 임금을 책정함으로써 진입할 수 있는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LG케어솔루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임금수준의 선택과 해당 업종의 성별은 우연히 결정되기보다는 사회적인 선택과 기업의 임금결정권 등에 의해 자의적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이렇게 선택적으로 결정된 임금수준은 역으로 여성노동의 가치를 절하하고 폄훼하는 요인으로 다시 작용한다. 따라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기업의 필요, 사회적 인식은 어느 하나만 개선한다고 하여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것은 아니며,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사회화·여론화 작업을 통해 함께 변화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10명 중 절반가량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이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남녀비율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2배 가까이 더 높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그나마 이런 불안정 노동에서조차 여성이 먼저 내쫓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단순히 근로기준법의 적용 강화나 노동관계법만으로 한정짓는다면 그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사용자 개념의 확대에 대한 논의는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노조 조직률이 전체 노동자의 11%에 그치고 있고,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1% 남짓한 현실, 전체 일하는 사람들 중 노동자로 불리는 수치가 점차 적어지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본다면, 논의에 참여하는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5. 마무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국 사회에 등장한 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LG나 삼성 등 대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정규직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게 된다. 만약 매니저나 코디가 개인사업자 또는 특수고용 노동자일 뿐 LG라는 대기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안다면 소비자들의 태도가 지금과 완전히 같을까?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태도는 달라질 것이다.

 

평소 렌탈가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세계 최고 품질이라고 자부하는 LG라는 기업의 수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렌탈 또는 관리가 필요한 제품들을 구매할 때 해당 제품들을 관리해 줄 매니저들의 노동조건과 대우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제품 구매 시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렌탈 시 제품을 ‘지금’ 렌탈하면 몇 번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만 알려줄 뿐, 내 제품을 관리해줄 매니저의 처우에 대해서는 전혀 고지받지 못한다. 여전히 한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 노동자는 고려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쿠팡이 불매운동의 뭇매를 맞았다. 쿠팡 서비스를 탈퇴하는 움직임이 힘을 받기도 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빠른 배송의 단맛에 사로잡힌 소비자들은 쿠팡의 잘못을 상당 부분 기사로 접하면서도 쿠팡을 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쿠팡물류센터 화재사고로 인한 사망사고는 소비자들의 결단을 불러왔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이후로 수많은 시민들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회는 빠르게 변했다. 그간 안전에 대한 감수성과 문제의식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제는 더딘 걸음으로 걸어온 여성노동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성의 문제로서, 노동권의 문제로서 LG케어솔루션을 비롯한 렌탈가전 서비스,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 문제 등 여성노동의 주제가 다시 한 번 환기되기를 바라며, 노동조합의 투쟁에 있어 소비자와 시민을 설득하고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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